독서는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 서른 살 빈털터리 대학원생을 메이지대 교수로 만든 공부법 25
사이토 다카시 지음, 김효진 옮김 / 걷는나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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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통계청에서 우리나라 국민의 독서현황을 알아볼 수 있는 자료를 발표했습니다. ‘분기별 월평균 도서구입비’인데요. 전국 단위 집계가 시작된 2003년 1분기 이후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그럼 평균독서량은 어느 정도일까요?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성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성인 1인당 연간 독서량이 9.2권, 월 0.76권으로 한 달에 책 한 권도 채 못 읽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더 놀라운 것은 이것조차 매년 감소하고 있다고. 기사를 보는 순간 가슴이 갑갑해지면서 의문이 들더군요. 포털사이트나 온라인상에 운영되고 있는 독서 동호회가 한두 개가 아니라 수십 개도 넘는데 왜 이렇게 책 읽는 사람이 적은 걸까. 스마트폰, 태블릿 pc 사용인구가 많아지면서 책에 대한 관심이나 독서시간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을 것이라 짐작은 되지만 그것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뭔가가, 더 원론적인 그런 이유가 있을 것 같거든요.

 

<독서는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는 저자가 사이토 다카시라는 점에서 호감이 갔습니다. 예전에 그의 <고전 시작>을 읽었는데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건 고전을 읽고 그것을 제대로 활용할 줄 아는 능력, ‘고전력’이라고 했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당시 고전 읽기의 필요성을 막연하게 느끼고 있던 참이어서 그 글을 보는 순간 ‘아하, 이거구나’했던 기억이 나는데요. 그런 그가 독서법에 관한 책을 출간했다니 그냥 넘길 수가 없더군요.

 

‘나 역시 독서가 사치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고 털어놓은 저자는 우리의 삶을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바꿔주는 것은 독서밖에 없다고 강조합니다. 십대 미혼모와 마약으로 감옥에 드나들던 오프라 윈프리가 어두운 과거에서 벗어나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방송인으로 불릴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으며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인 피터 드러커가 무슨 일이든 성공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꼽은 것이 모두 책, 독서라고 말이지요. 그런 다음 책을 읽는 과정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조직을 이끄는 리더가 반드시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하나하나 예를 들어 설명하는데요.

 

초반부터 시종일관 책을 읽는 것, 독서의 필요성, 중요성을 몇 번이고 강조한 저자는 책에 대한 부담을 덜어내는 이야기를 꺼냅니다. ‘만화를 읽는다는 사실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만화를 읽고 어떤 점이 나에게 인상적인지, 어떤 주제를 다루고 있는지, 어떤 생각거리를 던져 주는지 말할 수 있다면 의미있는 독서라고 생각한다(108쪽)’는 대목은 만화를 즐겨 읽는 저의 마음을 한결 가볍게 했구요. ‘읽고 싶은 책이 생겼을 때 바로 책을 손에 넣어야 독서로 이어진다(113쪽)’는 구절은 책을 수시로, 충동적으로 구입하면서 왠지 모르게 위축되는 저의 양심에 면죄부를 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책의 후반부에는 ‘서른 살 빈털터리 대학원생을 메이지대 교수로 만든 공부법’의 핵심이라고 생각되는 ‘독서의 기술 10’을 알려주고 있는데요. 책을 고를 때 표지와 목차를 살펴보는 것이나 여러 권을 동시에 읽어나가는 ‘동시병행 독서법’, 모든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것이 아니라 때로 필요한 부분을 취합선택해서 읽는 ‘발췌독서’, 소리 내어 읽는 ‘음독’, 책을 읽고 기록으로 남기거나 혼자가 아닌 뜻을 같이 하는 여러 명과 함께 독서하는 등 대부분은 예전부터 실행하고 있기 때문에 특이한 점이 없습니다. 하지만 비판적 책읽기라고 해서 독서의 최종단계로 통하는 ‘깊은 통찰을 얻게 하는 질문 독서’는 제게 부족하다고 여겨지는 부분이어서 저의 독서법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독서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 부담감을 느낀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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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oo 2015-06-21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년 9.2권도 믿기 어려워 보여요. 그보다 훨씬 적을 거 같아요. ㅎㅎ

몽당연필 2015-06-21 23:04   좋아요 0 | URL
헉, 그렇다면, 저것보다 더 적을 거라는 말씀?
왠지 급우울해집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낭만인생 2015-06-30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년에 단 한권도 읽지 않죠. 대신 읽는 사람은 일년에 수백권을 읽어내니 평균적으로 한 두 권이 되지 않을까요?
사이토 다카시는 명료하고 깔끈함 문장 때문에 많은 사랑을 받는 것 같습니다. 리뷰가 참 좋습니다.

몽당연필 2015-06-30 10:44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이것조차 평균치였네요
왠지 씁쓸한데요 ^^;;

몽당연필 2015-06-30 10:45   좋아요 0 | URL
부족한 글에 힘이 되는 말씀, 감사합니다 ^^
 
끄덕끄덕 세계사 2 : 중세에서 근대로 - 술술 읽히고 착착 정리되는 끄덕끄덕 세계사 2
서경석 지음 / 아카넷주니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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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덕끄덕 세계사> 두 번째 책이 출간됐네요. 저자는 첫 번째 책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역사란 인류가 걸어온 발자취 속의 수많은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다. 때문에 역사를 어려운 학문이라고 단정짓지 말고 ‘이야기이자 문학’으로 생각하라고. 읽은지 시간이 좀 흘러서 정확한 문구는 아니지만 ‘역사를 옛이야기 듣듯이 쉽게 다가가라’는 의미였는데요. 읽는 순간 마음에 와 닿더군요. 역사를 일단 지식으로, 암기해야 하는 학문으로 생각하면 그 순간부터 왠지 공부가 하기 싫어지죠. 그치만 옛이야기는 다릅니다. 똑같은 얘기지만 듣고듣고 또 들어도 매번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잖아요. 그렇게 관심을 가지고 여러 번 반복하다보면 역사는 단순히 ‘지식’이 아니라 우리 일상의, 삶의 ‘상식’으로 자연스럽게 녹아들기 마련인데요. 이쯤되면 <끄덕끄덕 세계사>의 두 번째 이야기가 왠지 기대가 되지 않으세요?

 

두 번째, 2권에서는 ‘중세와 근대’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잠깐 ‘중세’와 ‘근대’를 구분하는 기준이 뭔지 알아보면, 예전에 읽은 책에서 이렇게 설명하더군요. 노예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서 노예제, 봉건제, 자본주의로 나누는데 그것이 곧 ‘고대, 중세, 근대’라는 시대와 일치한다고 합니다. 고로, <끄덕끄덕 세계사> 2권에서는 노예가 있는 ‘중세’와 노예가 존재하지 않는 ‘근대’의 이야기가 담겨있다는 거지요.

 

 

아무리 화려한 꽃도 때가 되면 초라하게 지듯이 인류의 역사도 마찬가집니다. 한때 찬란하고 빛나는 꽃을 피운 제국들이 멸망하기 시작하는데요. 그 시발점이 된 것이 바로 훈 족입니다. 중앙아시아의 초원지대에 유목민족인 훈 족이 서쪽으로 이동을 하기 시작합니다. 용맹한 훈 족과 맞닥뜨리고 싶지 않았던 서고트족이 살던 곳을 떠나 로마로 들어가면서 게르만족의 대이동이 벌어지는데요. 이로 인해 동로마제국과 서로마제국은 전혀 다른, 엄청난 변화를 맞이하게 됩니다. 아라비아 반도에서는 가난한 상인이었던 무함마드가 신의 계시를 받고 완전한 창조주이자 유일한 최고신인 알라를 믿고 숭배하는 종교를 창시하는데요. 바로 이슬람교입니다. 이슬람제국은 신의 대리인, 마호메드의 후계자인 ‘칼리프’를 위시하여 주변으로 영토를 점차 확장해나가 서유럽까지 북상하는데요. 카를 마르텔이 이를 막아냅니다. 유럽이 게르만족의 대이동으로 변화를 맞을 때 중국과 동아시아도 혼란을 겪습니다. 위,촉,오 삼국을 진나라가 통일하지만 오래가지 못하고 수나라에 의해 멸망하는데요. 이후 수나라는 전국적으로 일어난 반란을 잠재우지 못하고 멸망의 길을 걷고 당나라가 들어섭니다.

 

 

영화를 보면 같은 시간에 다른 장소에서 일어난 사건을 번갈아서 보여주는 ‘교차편집’ 기법으로 진행되는 걸 볼 수 있는데요. 이 책도 그렇습니다. 동일한 시기에 동양과 서양에서 일어난 변화를 함께 수록해놓고 있는데요. 동양과 서양이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있다고 해서 완전히 별개의 역사를 가지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서로 영향을 미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마치 세워진 하나의 조각을 쓰러뜨리면 잇따라 다른 조각들이 차례로 쓰러지게 되는 도미노처럼 말이지요.

 

 

책의 주된 독자층이 세계사를 처음 접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해서인지 그림이나 사진을 본문 곳곳에 수록해놓아서 지루하지 않게 편집되어 있습니다. 세계 최대의 불상으로 불리는 중국의 러산 대불이나 이슬람 건축 특유의 기하학적 무늬장식이 돋보이는 비비하눔 사원은 컬러사진을 두 페이지에 걸쳐 있어서 그 규모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전달하려는 노력이 돋보입니다. 임진왜란 당시 ‘울산성 전투도’도 일부 수록되어 있는데요. 우리 군이 일본군에 의해 첩첩이 포위된 모습을 보니 어찌나 안타깝고 슬프던지... 만약 조선이 7년간의 전쟁을 겪지 않았다면 우리의 역사는 어땠을까, 지금 우리의 삶은 얼마나 달라져 있을까...생각해보곤 했습니다.

 

 

아시아 대륙의 동쪽 끝 한반도에 있으며 35년의 일제강점기를 거쳐 같은 민족 간에 총구를 겨누는 전쟁을 겪고 남과 북으로 나뉘어 2015년 6월, 현재 지구상에서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아있는 우리나라 대한민국. 반만년을 흐르는 동안 우리는 세계의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를 겪었습니다. 앞으로도 그럴테구요. 오늘 우리가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찾는다면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요. 과거를 살아간 이들의 모습과 삶을 통해 오늘의 우리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모색하는 것. 지나온 역사 속에서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스스로 경계하고 다짐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 비단 한 나라의 역사가 아니라 이웃한 주변의 나라, 세계의 역사로 공부하는 것도 마찬가지겠지요. 중세와 근대에 이어 <끄덕끄덕 세계사> 3권에서는 산업혁명 이후 오늘날의 세계를 다룰 예정이라고 하는데 급격한 변화를 겪은 세계의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낼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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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박물관 산책 - 문화인류학자 이희수 교수와 함께하는
이희수 지음 / 푸른숲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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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이 좋아하는, 유일하게 보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있는데 바로 '꽃보다 시리즈'이다. 배낭여행은 젊은이들의 전유물이라는 것이 상식처럼, 고정관념처럼 박혀있던 때라 평균연령이 70세를 훌쩍 넘긴, 인생의 황혼기 할배들이 유럽과 대만, 스페인으로 배낭여행을 떠난다는 건 획기적인 일이었다. 열정이 가득한 젊은이에 비해 그들은 역한 체력으로 인해 걸음도 느리고 때문에 많은 곳을 여행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젊은이보다 풍부하고 넓은 삶의 경험과 식견을 갖추고 있어서 사소한 것에도 감동하고 유연하게 포용하려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그런 꽃할배들이 터키를 갈거라는 소식이 들렸다. 유럽과 아시아가 공존하는 나라, 터키. 어마어마한 유물을 보유하고 있는 터키를 보게 될거란 사실에 흥분했는데... 얼마 후 현지의 상황이 좋지 않아 여행지가 그리스로 변경되어서(방송은 만족스럽긴 했으나) 얼마나 아쉬웠는지 모른다.

 

그런 아쉬움을 달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최근에 출간된 <터키 박물관 산책>을 통해 전세계 수많은 이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매력적인 나라, 터키의 박물관들을 문화인류학자인 이희수 교수의 설명과 함께 느긋하게 둘러보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다. 책에는 모두 17곳의 박물관이 소개되어 있는데 지나온 과거 인류의 역사와 문화, 예술, 삶..등을 한데 담고 있는 곳이 ‘박물관’이니만큼 각각의 박물관들은 모두 저마다의 유구한 역사와 빼어난 아름다움,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 인상적인 박물관 몇 곳을 꼽아보면 가장 먼저 소개된 [이스탄불 고고학 박물관]이다. 세계 5대 고고학 박물관으로 꼽히는 [이스탄불 고고학 박물관]은 소장하고 있는 유물이 자그마치 100만점이 넘는다. 방대한 유물을 소장한 곳이라 기념비적인 것들이 눈에 띄었는데 세계 최초의 성문 국제조약인 ‘카네시 조약 점토판’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오랫동안 소모전을 벌이던 이집트와 히타이트 제국이 평화조약을 맺으면서 기록으로 남긴 것이 ‘카네시 조약 점토판’인데 제삼국의 침략시 공동방어, 전쟁포로 보상과 포로 송환문제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등의 조약내용들을 보면 도무지 고대의 것이라 믿겨지지 않을 정도였다. 거기다 불교의 문양, 부처의 말씀을 상징하는 꽃이라고 알고 있는 연꽃이 이집트 파라오의 무덤에 조각되어 있다니, 놀라웠다. ‘연꽃은 진흙 속에서도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미처 몰랐던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성 소피아 박물관]은 또 어떤가. 높이가 자그마치 56미터에 이르는 돔형의 중앙 홀에 그 어떤 지지대나 기둥이 없다니 실로 경이로웠다. 미학의 극치를 보여주는 이 아름다운 박물관은 세월이 흐르는 동안의 아픈 역사의 궤적도 담고 있었다. 916년은 교회로 사용되다가 이후 481년은 모스크로, 그 이후부터 박물관으로 개방되었다고 하는데 의외인 것은 이슬람에 우상숭배를 금지하는 교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메호메트 2세는 인물성화를 파괴하지 않고 흰색 천을 덮어두는 정도로 그쳤다고 한다. 당시 성 소피아 성당의 아름다움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외에도 여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아름답고 찬란한 보석이 전시된 [톱카프 궁전 박물관], 1453년 비잔틴 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이 함락되고 오스만투르크의 이스탄불의 시대가 열리는 대사건을 재현해놓은 [1453 파노라마 박물관], 학창시절 세계사를 배우는 순간부터 “구석기 시대의 특징은....”, “문명의 발생지로 말할 것 같으면....”이라고 지겹게 들었던 인류의 역사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아나톨리아 문명 박물관] 등 터키는 한마디로 나라 전체가, 도시 곳곳이 살아있는 역사의 현장이자 거대한 박물관이었다.

 

몇 달 전부터 위대한 저서, 서양고전 읽기를 시작했다.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드> <외뒷세이아>를 시작으로 자그마치 12년에 걸친 대장정을 걸어야겠다고 결심하면서 설레임 반, 두려움 반이었다. 모르고 지나쳤던 인류의 위대한 고전을 이제야 제대로 만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설레었지만 12년 후의 나이를 생각하면 과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해낼 수 있을지 두렵기도 했다. 하지만 시작이 반이란 말이 있는 것처럼 일단 시작하고 나니 때론 일상에 지쳐서 힘에 부칠 때도 있지만 후회는 없다. 꽃할배도 해냈는데 나도 해낼 수 있을거라는 일종의 근거없는 자신감이라고나 할까? 모임에 가보니 일부의 회원들은 터키를 여행하는 자금을 매달 조금씩 모으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인류의 역사, 문화의 현장을 직접 만나기 위해서라는데...<터키 박물관 산책>을 보고 나니 갑자기 나도 함께 떠나고 싶어진다. 사진이 아닌 실제로, 눈앞에 펼쳐진 터키는 과연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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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하는 십대를 위한 고전 콘서트 고전 콘서트 시리즈 2
김경집 외 지음 / 꿈결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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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소여의 모험> <허클베리 핀의 모험> <왕자와 거지>의 작가 마크 트웨인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고전이란 대중이 우러러 보며 읽지 않는 책이다.’ 많은 사람들이 꼭 읽으라고 권하지만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이 고전이라는 건데요. 저절로 무릎을 치게 만드는 절묘한 표현이죠? 사실 전 의문이 듭니다. 김치를 못 먹는 큰아이에게 김치가 유산균이랑 무기질, 비타민이 많아서 몸에 좋으니까 먹으라고 아무리 강조해도 들은 척도 않는 것처럼 고전을 읽으려고 하질 않는 사람에게 고전 좀 읽으라고 백번, 천번 강조한다한들 소용이 있을까요? 아마 큰아이처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릴 겁니다. 그것 말고도 재밌는 책, 맛난 먹거리가 얼마나 많은데 지루하고 맛없는(?) 것에 관심을 가지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전을 읽으라’고, 그것도 십대 청소년들에게 강조하는 이유는 어렵고 지루하겠지만 고전을 통해 생각하고 고민하고 질문하는 힘을 기르라는 거겠지요.

 

숭실대학교와 서울교육청이 의기투합했습니다. 왜냐구요? ‘청소년들이 고전의 맛과 멋을 깨닫고 세상에 대한 이해와 인식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청소년 고전 읽기 강연’을 열었습니다. 대학교수부터 인문학자, 역사학자에 이르는 각계의 전문가들이 강연자로 나서서 문학과 인류학, 철학, 경제, 역사 등 다양한 분야의 고전을 청소년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풀어냈는데요. <고전콘서트>는 바로 그 강연의 내용을 수록한 것입니다.

 

여러분, 고전을 지식으로 읽지 마세요. 지식으로만 얻은 이야기는 결국 자신을 합리화하는 데 쓰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대가의 시선으로 내 삶과 세상을 바라보고 그 시선을 내 것으로 만드는 일입니다. 삶으로 들어오지 않고 머릿속에만 머무는 앎은 그저 낡은 사유 체계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앎이 가슴으로 들어와 우리의 생각이 바뀌면 삶이 바뀌고 사회까지 바뀔 수 있습니다. - 15쪽.

 

<어린 왕자>의 주제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순수한 삶을 동경하고 친구와의 우정...아마 대부분 이렇게 생각할 건데요. 강연자는 <어린왕자>의 주제가 ‘관계 맺기’라고 말합니다. 즉 <어린 왕자>의 등장하는 모든 생명체는 인물은 내 안에 존재하는 ‘또 다른 나’이고 그 ‘나를 발견해나가는 과정’이 이야기의 핵심이라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읽으면서 끊임없이 생각하고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보라고 강조합니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우물이 숨어있기 때문인 것처럼 인간이 아름다운 것은 인간 저마다의 가슴에 심어둔 꽃, 우물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거지요. 다만 많은 이들이 그것을 발견하지 못하는 게 문제이긴 합니다만 일단 발견만 하면? 요즘 말로 대~박인거죠.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노크하고 이야기하고 길들이세요. 오천 송이의 장미가 아니라 나의 장미가 중요합니다. 그렇게 해야 나의 사막 안에 숨어 있는 우물이 생깁니다. 다른 사람이 숨겨 놓은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 놓은 우물 말이에요. 여러분이 스스로의 주인이 되어야 합니다. - 59쪽

 

생리학자이자 진화생물학자, 지리학자이기도 한 재러드 다이아몬드 <총.균.쇠>의 강연도 흥미롭습니다. 유럽이 아메리카를 정복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총, 균, 쇠’라고 짚어준 강연자는 ‘유럽이 잘사는 진짜 이유는 무엇’때문이냐고 묻습니다. 그 이유를 설명하고 있는 것이 바로 <총.균.쇠>인데요. 콜럼버스가 남아메리카 대륙에 첫 발을 디딘 이후로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유라시아에서 시작된 농업과 목축은 식량생산과 인구증가를 가져오지만 그 반대로 불행의 발단이 되기도 했다는군요. 우리에게 ‘넬라 판타지아’로 알려진 음악, ‘가브리엘의 오보에’가 삽입된 영화 [미션]이 바로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식민지 개척 당시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대목이 있는데요.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음악이어서 눈이 번쩍 뜨이는 기분이더군요. 다만 제가 읽은 것이 개정증보판이 출간되기 이전의 판본이어서 기회가 되면 추가로 수록된 부분을 찾아서 봐야겠습니다.

 

왜 아침에 해가 뜨고 왜 계절이 변하고 왜 세상이 그 자리에 있을까요? 모두 여러분을 위해서입니다. 여러분이 존재하지 않으면 이 세상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여러분은 여러분 인생의 제왕입니다. 속박되지 않은 영혼을 가지고 올곧은 꿈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것이 멋진 제왕이 되는 길입니다. - 251쪽

 

사실 고전을 단 한 번에 처음부터 끝까지 꿰뚫기란 불가능합니다. 읽다가 덮고 읽다가 덮고. 이런 과정을 몇 번, 몇 십 번이고 거듭 반복하면서 깊이 고민하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 끝에야 겨우 읽어내는 고전들이 허다합니다. 때문에 <고전 콘서트>와 같은 강연은 고전에 대한 흥미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좋은 계기가 되는데요. 숭실대학교와 서울교육청이 했던 것처럼 각 지방에서도 이런 강연이 꼭 마련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전 아마 만사를 제쳐놓고 눈썹을 휘날리면서 달려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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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봤어? - 내일을 바꾸기 위해 오늘 꼭 알아야 할 우리 시대의 지식
노회찬.유시민.진중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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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가족들이 회사로, 학교로 가고 나면 간단하게 집안정리를 시작합니다. 창문을 열어 환기시키고 가족이 빠져나간 잠자리를 정리하고 세탁기를 돌리고 설거지를 하는데요. 그럴 때 주로 라디오를 틀었습니다. 텔레비전을 잠근 이후부터 라디오에서 전하는 소식, 음악을 들으며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가늠해보곤 했는데요. 얼마전부터는 팟케스트를 듣고 있습니다. 좋아하고 관심 있는 분야의 방송을 찾아서 듣는데요. 라디오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더군요. 두 가지를 가장 즐겨 듣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노.유.진. 노회찬, 유시민, 진중권. 세 사람의 이름에서 비롯된[노유진의 정치카페]입니다.

 

 

노련한 정치인 노회찬, 어떤 분야든 막힘없이 지식을 쏟아내는 작가 유시민, 독설과 풍자 사이에서 아슬아슬 줄다리기를 하는 비평가 진중권. 이 세 사람이 팟케스트로 뭉쳤다니. 처음엔 믿기지 않았습니다. 왜냐면 그들이 모두 지식이나 언변에 있어서 누구 하나 뒤지지 않는데다 각자의 색깔이 너무나 분명해서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거든요. 하지만 막상 방송을 듣고 나서 떠오른 생각은 ‘노 프라블럼!’이었습니다.

 

 

<생각해봤어?>는 그동안 [노유진의 정치카페]에서 방송된 주제 중에서 우리가 꼭 알아야 할, 현대를 살아가면서 깊게 고민해봐야 할 것들을 14가지로 추려서 담은 책인데요. 팟케스트로 방송된 모든 내용을 수록하진 않았습니다. 매회 두세 개의 꼭지로 구성된 것 중에서 일부를, 글로 정리한 건데요. 읽다보면 예전에 팟케스트로 들었을 때가 생각나기도 하고 때론 방송에서 놓친 부분을 새롭게 알게 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리나라를 방문을 계기로 당시 사회에 일었던 반응과 영향에 대한 이야기가 제일 먼저 소개되어 있는데요. 카톨릭에서 지금까지 전력이 없는 활동과 행동을 보여서 ‘개혁 교황’이라고 통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종교가 카톨릭이 아니어서 교황 방한도 무심하게 넘겼는데 그제야 후회가 되더군요. 종교를 떠나 세계적인 지도자를 알게 되는 기회였는데 싶어서 말이지요.

 

 

‘십상시의 난’이라고 불렸던 청와대 문건 유출사건과 갑의 횡포로 온 나라, 세계적으로 망신살을 뻗쳤던 ‘땅콩 회항 사건’, 세월호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단식 중인 사람들 앞에서 폭식투쟁을 벌인 일베 회원과 극우를 다룬 부분에서 우리 법체제의 한계를 이야기하고 진보성향의 교육감과 함께 자사고와 특목고를 비롯한 우리 교육계가 안고 있는 문제점이 무엇인지 짚어주는데요. 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두었다면 누구나 관심을 가지고 고민해봐야 할 주제였습니다. 하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역시 기초연금제도와 의료민영화였어요.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우리나라에선 이 부분은 그만큼 다각도로, 철두철미하게 준비하고 실행해야 하는데요. 정부가 내놓은 정책은 정말 어이가 없습니다. 방송을 들으면서 마구 화가 치솟았는데 이번에 또 책으로 만나니 당시의 기억과 느낌이 되살아나더군요. 눈뜨고 당한다. 딱 그런 느낌이라고 할까요?

 

 

전 정치와 무관한 삶을 살았습니다. 아니, 관심도 없었어요. 정치는 평범한 주부인 제가 접근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불혹을 넘기고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우리 가족을 둘러싼 이웃과 사회의 분위기, 상황을 유심히 바라보니 서서히 생각이 달라지더군요. 다른 이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상을 받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불이익을 당하다니. 아니, 대체 왜? 무엇 때문에? 라는 생각이 수시로 불쑥불쑥 일어났습니다. 그제야 정치와 우리의 삶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란 걸 깨닫게 됐습니다.

 

 

노유진은 묻습니다. 생각해 봤느냐고. 부끄럽지만 전 아마 “아니,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라는 거죠?”라고 오히려 되물을 것 같아요. 그만큼 아는 게 전무하다는 거겠죠.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하나씩 알아가려고 합니다. 너무 늦어버린 건 아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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