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는 미술관이다 - 로마, 바티칸, 피렌체, 밀라노, 베네치아 미술관 순례
최상운 지음 / 생각을담는집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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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험, 세계의 박물관>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역사와 문화, 예술을 엿볼 수 있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요. 해외여행이라곤 일본과 태국을 짧게 다녀온 것이 전부여서 완전몰입해서 봤습니다. 패션의 발상지 프랑스의 세느강변에 있는 [오르세 미술관]은 기차역을 미술관으로 개장했다고 하는데요. 르누아르와 모네의 그림을 소장하고 있구요. 동양의 종교에 매혹된 프랑스 사업가가 설립한 [기메 박물관]에는 다양한 불상이 전시되어 있어서 세계 최고의 불교 미술박물관이라고 불린다고 하는군요. 독일 베를린의 [페르가몬 미술관]에서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여러 신들의 모습과 이야기를 담은 조각을 비롯해서 고대 그리스의 제단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페르가몬 제단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이탈리아의 [우피치 미술관]. 15세기 중세 유럽에서 르네상스가 꽃을 피운 고장 피렌체의 [우피치 미술관]은 당시 수많은 예술가들을 후원해줬던 메디치 가문의 수집품이 토대가 되었다고 하는데요. 그 유명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을 만나려면 바로 이 [우피치 미술관]을 찾아야 한다더군요. 모든 회차를 보지 못했던 게 아쉬웠지만 제가 언제가 됐든 반드시 유럽여행을 가고 말리라 다짐을 하게 된 계기가 됐답니다.

 

<이탈리아는 미술관이다> 제목을 보는 순간 감탄사가 저절로 나왔습니다. 다큐멘터리로 만난 오르세, 기메, 우피치 미술관이 떠올랐습니다. 몇 개의 미술관만 해도 엄청난데 이탈리아는 그 외에 얼마나 많은 예술작품이 있길래 나라 전체가 미술관이라고 하는걸까 궁금해지더군요. 백 번 읽는 것보다 한 번 직접 보는 게 낫겠지만 그것이 지금으로선 실현 불가능한 것임을 알기에 책의 저자를 가이드 삼아 사전조사와 대리만족을 겸한 책읽기를 시작했습니다.

 

로마, 바티칸, 피렌체, 베네치아, 밀라노. 저자는 이 다섯 개의 도시로 독자를 안내합니다. 이탈리아의 여러 도시 중에서 이곳이 가장 유명하고 또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기 때문인데요. 로마에서는 베르니니의 에로틱한 성녀로 알려진 <성 테레사의 법열>과 세계의 4대 강인 이집트의 나일강, 인도의 갠지스강, 남미의 라플라타강, 유럽의 도나우강을 다스리는 네 명의 신들의 모습을 조각한 <4대 강의 분수>, 서양회화사에서 악마적 천재, 회화의 반 그리스도라 불리는 카라바조의 그림을 만날 수 있는데요. 특히 카라바조의 <유디트와 홀로페르네스>는 적장의 목을 베는 유디트의 표정과 숫구치는 선혈이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어 놀랍습니다. 특히 [보르게세 미술관]에 전시된 <골리앗의 머리를 든 다윗>은 카라바조가 자신의 얼굴을 목이 잘린 골리앗으로 묘사한 점이 인상적이었는데요. 그림에 화가가 자신의 얼굴을 넣어서 그린다는 건 알고 있지만 카라바조의 경우는 왜 그랬을지...의문이 듭니다. 바티칸은 교황이 머무는 성스러운 곳인 만큼 불멸의 걸작들이 많이 남겨져 있는데요. 성 베드로 대성당에는 죽은 예수를 무릎 위에 올려 안고 있는 성모의 모습을 담은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는 대리석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시스티나 예배당에서 만날 수 있는 미켈란젤로의 천장화와 <최후의 심판>. 인류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웅장한 작품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그 느낌을 맛보고 싶어집니다.

 

피렌체에서는 아래에서 위를 향해 쳐다봤을 때 완벽한 신체 비례를 볼 수 있다는 미켈란젤로의 <다비드>가 전시된 [아카데미아 미술관]을 비롯해서 [산 마르코 미술관][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메디치 궁전], 이탈리아 르네상스 회화의 세계 최고 컬렉션을 자랑하는 [우피치 미술관]에서는 보티젤리의 작품과 카라바조와는 다른 느낌을 주는 젠틸스키의 <유디트와 홀로페르네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밀라노의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성당에서는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에 언급이 됐던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벽화 <최후의 만찬>이 있는데요. 훼손이 너무 심각해서 원작의 80% 가량은 복원사들의 손을 거쳤고 때문에 일반 관객이 관람하기가 무척 어렵다고 하는군요. 물의 도시 베네치아에서 황금벽화와 화려한 모자이크로 알려진 [산 마르코 성당], 베네치아 예술의 흐름과 변화를 느껴볼 수 있는 [아카데미아 미술관] 등을 둘러봅니다. 도시 전제, 아니 나라 전체가 미술관이자 박물관인 이탈리아. 오랜 시간과 여러 전쟁으로 수많은 작품들이 훼손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형 그대로 보존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이탈리아가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탈리아는 미술관이다>는 금방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하지만 이 책은 그것으로 끝나는 책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본문 곳곳에 수록된 컬러 사진을 머리에 담아두었다가 언제가 됐든 직접 눈으로 바라보고 가슴에 담아낼 때, 그때 진정한 <이탈리아는 미술관이다>의 독서는 마무리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바라건대 그 날이 빨리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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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간을 멈춰 세우는 동유럽 1 In the Blue 3
백승선 글.사진 / 쉼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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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여행서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어딘가를 여행할 계획이기 때문에 그 곳의 정보를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굳이 여행서를 뒤적이지 않는 편입니다. 하나, 예외가 있다면 그건 ‘번짐 시리즈’입니다. 몇 년 전 오렌지빛깔의 지붕을 한 집들이 동화처럼 펼쳐져 있던 <행복이 번지는 곳, 크로아티아>를 통해 만나게 된 번짐 시리즈에 단박에 반해 버렸습니다. 보는 이의 감성을 자극하는 사진과 여행지의 풍광을 순간에 포착해서 그린 듯한 수채화, 간간히 만나는 이야기들... 그전까지 저는 여행서란 목적지까지 향하는 길과 주변 지도와 맛집, 숙박지의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여겼는데요. 번짐 시리즈를 만나면서부터 생각이 달라졌답니다. 

 

한동안 잊고 있던 번짐 시리즈를 얼마전에 만났습니다. <나의 시간을 멈춰 세우는 동유럽 1>인데요. 동유럽국가 중에서 폴란드와 불가리아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제일 먼저 폴란드 왕국의 수도였던 크라쿠프를 만나게 되는데요. 중세 유럽의 예술과 문화의 중심지였고 많은 유적을 간직한 구시가지는 1978년 유럽에서는 최초로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고 하는군요. 여행자가 방문할 수 없는 성 마리아 성당에는 두 개의 이야기가 전해지는데요. 성당의 첨탑 두 개의 높이가 왜 다른지 성당의 공사를 맡은 형제 건축가의 일화를 알려줍니다. 또 침입자를 발견한 파수꾼이 이를 알리기 위해 트럼펫을 불었지만 곡이 끝나기 전에 화살에 맞아 죽었다고 해요. 이를 기리기 위해 후세의 사람들은 매시간 파수꾼이 죽기 전에 연주했던 부분까지만 트럼펫을 분다고 합니다. 지하광산 비엘리치카와 지하 135미터에 위치한 소금예배당은 광부들이 수십 년에 걸쳐 만든 곳이라고 하는데요. 땅 속 깊숙한 곳에 펼쳐진 경이로운 세계는 사진으로 보면서도 믿기지 않을만큼 신비로웠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때 도시의 85%가 파괴되었지만 재건에 성공한 도시 바르샤바. <피아노의 숲>이란 만화에서 ‘바르샤바는 곧 쇼팽’이라는 대목을 봤는데 그 이유가 쇼팽의 심장이 잠든 곳이 바르샤바이기 때문은 아닐까 싶습니다. 지동설을 주장했던 천문학자 코페르니쿠스의 고향인 토룬과 약 150만 명이 목숨을 잃는 아픔을 간직한 도시 아우슈비츠를 보면서 사람들의 일상이 이루어지는 도시가 역사를 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구르트와 키릴문자의 나라 불가리아에서는 현재 불가리아의 수도이자 고대 그리스어로 ‘지혜’를 뜻하는 소피아를 소개하는데요. 굴뚝과 굴뚝 사이의 오선지에 높은음자리 표와 음표로 베토벤의 [합창] 앞 소절을 펼쳐놓은 국립 미술관, 한국어학과가 있다는 소피아 대학을 만날 수 있습니다. 해가 일찍 뜨는 곳인 릴라 수도원에서 침묵 수행하는 수도사들과 함께 박물관 지하에 보관되어 있는 목조 십자가가 널리 알려져 있다고 합니다.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인 플로브디프의 거리는 거리 곳곳에 로마와 터키의 영향을 받은 건축물과 유적이 남아있데요. 마치 동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더군요.

 

책을 읽는 내내 한여름의 무더위로 축 늘어진 기분에 일순 시원한 바람이 부는 듯했습니다. 집을 떠나면 고생이라고 하지만 때론 무작정 길을 떠나는 것도 필요한 것 같아요. 익숙한 장소, 익숙한 풍경을 벗어나 낯선 곳에 도달했을 때 비로소 느끼는 감흥이란 게 있으니까요. 길을 잃었다고 생각되는 곳에서 또 다른 새로운 길을 발견할 수 있는 것. 그게 바로 여행인 것 같습니다.

 

여행은 마법이다.

공간 이동, 시간 이동이 가능한. ㅡ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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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를 위한 아티스트 웨이 - 예술적 감성을 가진 아이 키우기
줄리아 카메론 지음, 이선경 옮김 / 처음북스(구 빅슨북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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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2와 초2. 두 녀석은 형제인데도 서로 너무나 다릅니다. 생김새(체격이 크고 둥근 큰아이, 가늘고 긴 둘째)가 다르고 성격(내성적, 외향적)이 다르며 식성(육식, 가리지 않음)도 다릅니다. 두 녀석이 어쩌면 저렇게 다를까 신기할 때도 있지만 반면에 비슷한 점도 있어요. 둘 다 로봇에 빠져 살고 즐겨 읽는 책이 같다는 것. 최숙희의 <열두 띠 동물 까꿍놀이>와 하야시 아키코의 그림책들을 마르고 닳도록 읽었고 온갖 차 사진을 모아놓은 책은 표지가 테이프로 도배가 될 정도로 봤는데요. 이렇게 좋아해서 여러 번 읽는 책이 있는가 하면 읽고 나서 저를 곤란하게 만드는 책도 있습니다. <우리는 벌거숭이 화가>란 책인데요. 팬티만 입은 두 남매가 붓으로 자신의 몸과 집안 곳곳에 물감을 칠하고 튀기면서 상상속에서 정글의 숲과 동물도 만나고 바다를 헤엄치는 내용인데요. 이 책만 보고 나면 꼭 아이들이 자기도 물감놀이 하고 싶다고 떼를 쓰는 거예요. 간단한 놀이가 아이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쑥쑥 키운다는 걸 저야 왜 모르겠습니까만, 뒷정리를 감당하는 게 벅차서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네다섯 살 쯤 되는 아이가 색색깔의 물감을 칠한 손바닥으로 눈을 가린 <부모를 위한 아티스트 웨이> 표지사진을 보니 문득 아이들의 어릴적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예전의 나는 물감으로 칠갑한 손을 장난스레 덥썩 잡아줬던가? 아니면 지저분하다고 진저리를 치면서 욕실로 끌고 갔던가...?

 

장난이 가득한 아이의 모습과 ‘예술적 감성을 가진 아이 키우기’란 부제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아티스트 웨이>는 아이의 창의성을 키워주기 위해 부모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야기합니다. 총 12장(章)에 걸쳐 하나하나 짚어주는데요. 가장 먼저 아티스트 웨이의 기본 개념에 대해 알려줍니다. 모닝 페이지(부모가 매일 아침 혼자 조용히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는 일기를 쓰는 것), 창조여행(일주일에 한 번씩, 부모와 아이가 함께 장소와 형식에 얽매이지 말고 작은 여행을 떠나는 것), 일간 하이라이트(부모와 아이가 매일밤 자기 전에 하루 일과 중 가장 좋았던 순간을 이야기하는 것) 이 세 가지를 강조합니다.

 

자녀를 키우는 일은 위대한 모험과도 같다. 어린 아이를 돌보는 그 몇 년간은, 미처 경험해보지 못한 사랑과 성장에 대해 눈을 뜨게 하는, 인생에서 가장 고무적인 시기일 것이다. 이때를 잘 이용해 부모 본인과 아이의 창의성 훈련에 집중하면, 충분히 서로 사랑하면서 성장할 수 있다. - 18쪽.

 

책에는 아이의 창의성과 예술적 감성을 키우기 위해 필요한 요인으로 12가지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가장 먼저 ‘안정감 기르기’인데요. 부모가 된다는 건 충격적인 일이지만 자신이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니까 부모가 먼저 안정감을 찾아야 된다고 합니다. 그러면 아이도 자연스레 안전함을 느끼고 창조성이 살아난다고 하네요. 뿐만 아니라 아이는 주변 세상과의 연결을 통해 성장하기 때문에 산이나 공원을 산책하고 애완동물을 기르면서 생명과 계절의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연결성 기르기’, 아이가 그림이나 음악 연주, 이야기하기, 글짓기 등의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자기 표현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지지해주는 ‘의식의 흐름 기르기’, 아이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자립심을 가질 수 있도록 격려해줘야 한다는 ‘독립심 기르기’ 등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저자가 직접 경험했거나 주변 사람의 실제 사례를 통해 설명하고 있어서 이해하는데 크게 도움이 됐습니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지난날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언제나 행복하지만은 않았습니다. 때론 작은 일에도 감격에 겨웠고 목청이 다 보일만큼 크게 웃음을 짓곤 했지만 사소한 일에도 화가 나고 분노했으며 아이 앞에서 어깨를 들썩이며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습니다. 아이의 타고난 성향과 재능이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또래 아이들과의 경쟁을 부추기기도 했습니다. ‘잘못된 건 줄 알지만 어쩔 수 없다’. 이런 핑계 아닌 핑계를 하면서.

 

이 책을 통해 그동안 잊고 있던 것, 나중으로 미뤄뒀던 것들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창의성과 예술적 감성을 차치하고 나는 과연 아이들에게 어떤 사람이었을까. 언제든 자신을 믿어주고 지지해주는 거울 같은 사람이었을까. 만약 아이들에게 “나는 너에게 좋은 엄마였니?”라고 물어본다면 아이는 뭐라고 대답할까....

 

창의적이고 다양한 방법으로 아이들에게 예술의 세계를 보여주면, 단순한 즐거움뿐 아니라 과거 세대와 연결되는 공감대도 생가기 마련이다. 우리의 열정과 역사를 자녀와 공유하면, 아이들은 자기들도 그 역사의 일부분이라는 소중한 사실을 몸소 배운다. 도한 열정과 관심사를 인정하면, 아이들의 작은 꿈에 날개가 생긴다. - 2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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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엄마의 느림여행 - 아이와 함께 가는 옛건축 기행
최경숙 지음 / 맛있는책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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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건축에 관한 책을 연달아 만났다. 주택전문 건축가인 저자가 여러 나라의 유명한 집을 순례하면서 집을 짓는 것, 집이 갖는 의미에 대한 고찰을 담은 <건축가가 사는 집>, 부부 건축가가 집과 건물, 건축에 숨은 이야기를 일상과 잘 버무려 놓은 <집, 도시를 만들고 사람을 이어주다>. 이번에 <건축가 엄마의 느림여행>까지. 건축가인 저자는 자신의 전문분야인 건축에 대해, 건축이 우리 일상에 지닌 의미는 무엇인지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놓았다.

 

<건축가 엄마의 느림여행>은 ‘아이와 함께 가는 옛 건축 기행’이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건축가인 저자가 두 아이와 함께 전국의 옛 건축물을 돌아보면서 엮은 책이다. 그런데 단순한 여행, 답사기나 기행문이 아니다. ‘느림여행’이다. 사전적 의미의 여행(旅行)이란 ‘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이나 외국에 가는 일’이다. 해서 제한된 짧은 시간에 많이 둘러볼수록 알찬 여행이라고 생각하는데 저자는 왜 ‘느림여행’이라 했을까? 여기에 이 책이 갖는 의미가 숨어있다.

 

책에는 모두 열네 번의 답사기가 수록되어 있다. 한 번의 답사마다 인근의 두 도시에 있는 전통건축을 네다섯 군데 묶어서 둘러보는 형식인데 해당 지역의 지도와 사진, 그림은 물론 관련 역사까지 함께 전해준다. 예를 들어 첫 번째 답사장소는 ‘담양’과 ‘나주’인데 대학시절 ‘첫 답사지가 바로 담양이었다’며 말문을 연다. 화려하지 않지만 자연과의 조화가 빼어난 ‘담양 소쇄원’의 아름다움을 전하기 위해 저자는 소쇄원까지 이르는 길에 더욱 공을 들인다. 물오리 떼가 노니는 계곡물과 우거진 대나무 숲, 맑은 계곡물, 천혜의 비경을 정원으로 들인 안목에 감탄을 한다. 하지만 이토록 아름다운 소쇄원도 누군가에게는 시시한 옛날 집에 불과하다는 것에 짙은 안타까움을 드러낸다. 나주의 전통마을인 도래마을에서는 옛집의 구조를 요소요소 사진을 곁들어 설명하고 있다. 열 번째 답사지인 청도에서는 조선시대 내시 가문의 종가댁인 김씨고택을 찾는다. 그동안 내시가문에 종가댁이 있다는 걸 몰랐기에 고택의 구조가 일반 사대부기와 다르다는 것도 놀라웠다. 건물과 담으로 둘러싸여 폐쇄적인 안채가 북서쪽을 향해 있다는 대목에서 그들 가문의 애환을 짐작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답사기나 여행서적은 목적지에 중점을 두고 있다. 목적지까지 가는 방법과 그곳의 역사, 남아있는 유적유물을 설명하는데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하지만 <건축가 엄마의 느림여행>은 다르다. 사전에 정해둔 목적지는 분명 있으나 그곳을 향해 결코 질주하지 않는다. 오히려 목적지까지 이르기까지 최대한 천천히, 느리게 걷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옛 집이 앉은 땅의 모습, 마을 전경, 집 구조를 당시 살았던 이의 생활 속 이야기로 녹여내어 전한다. 아마 저자에게는 옛 건축물을 돌아보는 답사보다 두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과 여정에 더 중요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느림여행’이라고 했겠지.

 

사교육과 조기교육으로 점점 자기 사색에서 멀어지는 아이들에게 전통건축 답사는 훌륭한 위로가 될 수 있습니다. 전통건축에는 항상 자연이 있고 옛 사람들의 지혜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답사는 이 둘을 보러 가는 여정입니다. - 서문 중에서

 

지난 주말 가족과 시민공원을 찾았다. 주한미군이 주둔하던 곳이 부대가 이전하면서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는데 바로 그곳에 시민공원이 들어섰다. 얼마전 개장한데다가 주말이어서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공원을 찾았다. 끝없이 밀려든 차량에 주차장은 물론 인근의 임시주차장마저 가득 메워버린 것을 보면서 이 <느림여행>이 떠올랐다. 이곳이 부산의 근현대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곳이라 하더라도 꼭 이렇게 유행을 쫓는 것처럼 찾아야 했을까. 바쁜 업무와 일상에 지친 남편과 나, 사춘기에 접어든 큰아이가 사색하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아니었기에 여유를 두고 조사를 하고 공부를 해서 한가한 날 가족과 찾아서 느긋하게 즐기고 갔으면 좋았을걸... 내내 후회했다. 그나마 작은아이가 답답한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 신나게 뛰어놀았던 것이 위안이랄까. 나와 남편, 두 아이 모두가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여행을 찾는 것에 <느림여행>이 큰 도움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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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살롱
황지원 지음 / 웅진리빙하우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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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여인>이란 영화가 생각납니다. 줄리아 로버츠와 리처드 기어가 거리의 여인과 차갑고 매력적인 사업가로 등장했던 영화인데요. 일주일간 함께 지내기로 합의했던 그들은 미대륙을 횡단해서 오페라를 보러 가지요. 화려한 드레스와 보석으로 치장한 것도, 오페라를 감상하는 것도 처음인 줄리아 로버츠. 오페라 공연 내내 몰입해서 지켜보던 그녀는 클라이막스에 이르러 또르륵 눈물을 흘리는데요. 오페라가 끝나자 곁에서 그녀를 지켜보던 백발의 할머니의 질문에 이렇게 답하지요. ‘너무 좋았어요 거의 오줌을 쌀 뻔했어요’라고. 옷에 실례를 할 만큼 오페라가 감동적이었다는 의미도 되지만 한편으론 그녀가 외양은 우아하게 가꾸었으나 교양이나 지식이 부족하다는 걸 드러내는 장면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재미로 본 영화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내가 만약 저 자리에 있더라도 하나도 다를 게 없겠구나. 내가 오페라에 대해 내가 아는 게 뭐가 있지? 유명한 아리아 몇 곡 안다고 해서 그걸 ‘안다’고 할 수 있나? 거의 없지 않나?

 

오페라의 매력에 빠져 십 여 년간 전 세계의 오페라 하우스를 순례하면서 오페라에 울고 웃었다는 저자 황지원. 그의 <오페라 살롱>이란 책이 출간되었을 때 ‘이것이 바로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비록 오페라의 ‘오’자도 모르는 나지만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무지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저의 열망에 답이라도 해주듯 책은 오페라에 대한 기본부터 짚어줍니다. 오페라가 무엇인지. ‘뚱뚱한 여자들이 부르는 노래’가 아니라 ‘인간의 목소리라는 가장 고결한 목소리로. 우리 안생의 영원한 테마인 사랑을 노래하는 예술’이라고. 그러면서 오페라가 제일 처음 불리우게 된 것은 언제 어디서 어떤 과정으로 이루어졌는지, 오페라에는 어떤 규칙이 있는지, 왜 많은 이들이 오페라의 아리아를 사랑하고 열광하는지, 듀엣과 합창곡은 어떤 의미를 전달하며 어떤 곡들이 알려져 있는지 이야기합니다.

 

첫 장에서부터 오페라의 기초이자 기본에 대해 하나하나 짚어준 저자는 이제 독자들을 오페라의 고장으로 이끌고 갑니다. 먼저 오페라의 고향으로 불리는 이탈리아의 여러 도시들, 로마, 밀라노, 피렌체, 제노바, 볼로냐, 시칠리아를 느릿느릿한 걸음걸이로 둘러보는데요. 각각의 도시마다 그곳에 깃든 역사와 문화와 함께 그들의 이야기인 오페라를 전해줍니다. 이를테면 로마에서는 로마를 배경으로 한 오페라, 푸치니의 <토스카>를 구성이나 주인공들의 관계, 내용과 같은 것들을 알려주는데요. 영화 <귀여운 여인>에 소개됐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는 물 위에 떠 있는 수상도시 베네치아와 깊은 인연이 있다고 하는군요.

 

학창시절 음악 선생님께서 그러셨어요. 몇 달을 쫄쫄 굶더라도 용돈을 모아서 오페라를 보러 가라고. 음반으로 듣는 거랑은 천지차이니까 한 번이라도 직접 보라고. 그러기 전에는 오페라를 어렵다느니, 사치스럽다는 말을 해선 안된다고. 그땐 그러려니 하고 흘려들었던 말씀이 책을 읽는 내내 떠올랐습니다. 세계의 오페라 하우스를 둘러보며 오페라에 푹 빠져 지냈다는 저자가 부러운 순간이기도 했구요. 예전엔 그저 ‘오페라를 보고 싶다’는 정도였는데 이젠 정말 오페라를 꼭 한 번 봐야겠어요. 그전에 물론 저자의 조언대로 미리미리 예습(?)겸 준비를 해야겠지요. 무대에 성악가가 혼자 나오면 졸고 있는 옆 사람을 깨워주는 것도 명심하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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