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오의 한국현재사 - 역사학자가 마주한 오늘이라는 순간
주진오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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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오의 한국현재사> 제목을 보고 깜짝 놀랐다. ‘주진오’라는 이름에 한 번, ‘현대사’가 아니라 ‘현재사’라는 제목에 또 한 번. 그리고 이어서 찾아온 두 가지의 감정. 둘째 아이가 배우는 역사 교과서의 대표 집필진인 역사학자 ‘주진오’의 책이 출간되어서 반가웠고 <한국현재사>에 담겼을 현재 대한민국의 모습, 상황, 역사가 궁금했다.

‘역사학자가 마주한 오늘이라는 순간’이란 부제가 붙은 <한국현재사>를 본격적으로 읽기 전에 검색부터 했다. 현대와 현재, 비슷하지만 분명 의미의 차이가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현대(現代)는 ‘지금의 시대’, 현재(現在)는 ‘지금의 시간’으로 설명되어 있었다. 역시 차이는 있지만 확실하게 와닿지 않았다. ‘시대’와 ‘시간’으로 다시 검색했다. 시대(時代)는 ‘역사적으로 어떤 표준에 의하여 구분한 일정한 기간’, 시간(時間)은 ‘어떤 시각에서 어떤 시각까지의 사이’라고 한다. 두 단어의 미묘한 차이를 알아차리기엔 나의 지식이 미천하고 부족했다.

가슴 어딘가에 커다란 물음표를 남기고 마주한 [들어가는 글]에서 제목에 대한 저자의 생각과 의도를 알 수 있었다. ‘과거는 현실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한 수단’이기에 역사에서 ‘행동과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깨달았다면서 역사학자는 오늘의 역사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오류와 실수를 하기 마련이라며 ‘공감을 기반한 역사학’을 목표로 삼은 저자는 페이스북에 한국에서 벌어지는 ‘현재적’ 문제를 일기처럼 꾸준히 기록을 남겼다. 그리고 그 기록을 모아 출간한 것이 바로 이 책 <주진오의 한국현재사>인 것이다.

이런 질문을 항상 되뇌며 스스로 반성하고자 합니다. “나는 지금, 부끄럽지 않은 역사학자인가?” 그것이 ‘현재’를 기록하고 살아가기 위한 역사학자의 기준일 것입니다. - 9쪽. [들어가는 글] 중에서.

책의 구성은 간단하다. ‘사람의 역사’ ‘만들어가는 역사’ ‘참여하는 역사’ ‘이어주는 역사’ 이렇게 네 개의 장으로 구성한 다음 각 장 마다 9편씩 모두 36편의 글을 수록해놓았다. ‘1장 사람의 역사’에서는 우리 근현대사에 자주 언급되는 인물 중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이 많았다. 안중근 의사의 이토 저격에 대해 당시 대한제국이 일제 식민지로 전락하는 걸 앞당겼다며 부정적인 시선이 있다는 것과 이봉창 의사가 처음엔 일본인으로 살고 싶어했지만 좌절했던 경험이 있으며 그의 사진도 합성된 것이라는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에게는 의형제를 맺고 함께 독립운동을 했던 박용만이란 인물이 있었으나 노선이 달라 갈등을 빚고 결국 독립운동사에서 잊혀졌다는 대목은 안타까웠다. 박정희 대통령 기념관 건립 국고 지원에 있어서 당시 역사학자들이 침묵한 것에 대해 저자는 날카롭게 비판한다. 뿐만 아니라 전두환은 내란죄로 사형을 선고받은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역사적 심판이 어정쩡하게 이뤄졌다며 강하게 꾸짖는다.

사실 저에게 대통령이란 국민학생 시절부터 대학생을 거쳐 군에서 제대한 직후까지 박정희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운동권 학생도 아니었고 특별히 고난과 탄압을 받은 적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친일과 좌익활동, 독재와 인권탄압 그리고 파시즘적 문화압살에 이르기까지 우리 현대사를 망가뜨린 장본인이 박정희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텍사스에 있는 동안 박정희기념관에 200억 원의 국고를 지원한다는 기사를 보고 용납하기 어려웠습니다. - 58쪽. [박정희 대통령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중에서

얼마전에 읽은 책 <만들어진 진실>에서 어떤 것이든 ‘진실은 아흔아홉 개의 얼굴’을 가졌기 때문에 다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는데 목적에 따라 진실을 의도적으로 편집하고 그것을 퍼뜨린다는 대목이 있었다. 언론사를 통해 가짜뉴스가 생산되고 유통되는 요즘이어서 더욱 인상 깊게 와닿았는데, 저자는 역사학자도 팩트체크를 게을리해선 안된다고 강조한다. 또한 건국절의 시점에 대해서 보수 세력의 주장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지 조목조목 짚어주고 ‘위안부’ 문제에 있어 피해자들의 아픔과 고통을 공감하는 것은 물론 명예회복의 길이 머나멀다는 걸 인식할 수 있었다. 국가 차원이 아닌 우리 모두가 어떤 의식을 갖고 대응해야 할지 깊이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여성의 입장에서 역사를 바라본다는 것은 역사학의 지평을 넓히는 작업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반드시 여성이어야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남성이 여성사를 강의하고 연구하게 되었을 때 따르는 효과도 크다고 봅니다. 이는 가부장제에 대한 비판이 나올 때마다 단지 ‘당신이 여자이기 때문에 내세울 수 있는 논리’라는 편견으로부터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182쪽 [인생의 패배자라고 슬퍼하지 마라] 중에서

현재 폐기되긴 했으나 지난 정권에서 추진한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저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었다. 정권의 이념과 입장, 정치 논리에 치우쳐서 청소년들에게 역사교과서를 통해 편향되고 잘못된 역사관을 주입하는 ‘역사 공작’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는지 여러 편의 글을 통해 낱낱이 파헤치고 있다. 역사를 목적에 따라 왜곡하거나 축소했을 경우 일어나는 일을 우리는 가까운 일본을 통해 겪고 있는데 그런 음모를 국가가 추진하려고 했다니 아찔하기만 하다. <암살>을 비롯한 <밀정>, <사도>, <동주>처럼 역사를 배경으로 한 영화나 콘텐츠에 대해 저자는 역사물은 우선 재미가 있어야 하지만 역사가 왜곡되어도 안된다며 강조한다.

역사콘텐츠는 제작자들이 바라고 꿈꾸는 역사의 모습으로 바라볼 필요도 분명 있습니다. 역사는 결국 박제된 사실로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대중과 호흡하며 해석의 변화를 낳기 마련이니까요. - 307쪽 [역사콘텐츠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중에서

역사를 인물과 사건, 오늘의 의미에 대해 다루었는데 포인트가 ‘현재’에 맞추어져 있어서 학창 시절 교과서에서 접하지 못했던 내용이 정말 많았다. 학창 시절 역사는 깨알 같은 글씨까지 통째로 암기해야 하는 품이 많이 드는 과목이었다. 역사와 재미는 절대 공존할 수 없는 상반된 개념이었다. 왜 그랬을까. 왜 그래야만 했을까. 어느 누구도 속시원히 대답해주지 않았다.

<주진오의 한국현재사> 이 한 권의 책으로 우리 역사에 대한 궁금증이 모두 해소되지는 않았고 또 그걸 바래서도 안된다. 책을 읽으면서 좀 더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알고 싶은 부분이 이전보다 더 많아졌다. 다행인 것은 어쩌면 이후에 저자의 또 다른 책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우리의 관심에서 역사가 멀어지는 순간 우리에겐 이전보더 더욱 큰 위기가 닥칠 수도 있다는 걸 실감하는 책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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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인트saint 2021-12-09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리뷰 선정 축하드립니다~!!

몽당연필 2021-12-09 18:4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행복한 저녁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