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으로 읽는 옛집 - 조선의 성리학자들은 왜 건축에 중독되었는가?
함성호 지음, 유동영 사진 / 열림원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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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전통건축 답사를 갔을 때의 일입니다. 도산서원의 현판 글씨가 왠지 어색해보여서 인솔하신 분께 여쭤봤는데요. “거기엔 사연이 있습니다.”라며 이런 얘길 하더군요. 당시 임금인 선조는 도산서원의 현판을 쓰기 위해 당대 최고의 명필로 알려진 한석봉을 불렀습니다. 하지만 그럴 경우 젊은 한석봉이 그것을 다른 연배 높은 이에게 양보하려들 것이 분명하기에 선조는 꾀를 냅니다. 한석봉에게 자신이 부르는데로 한 글자씩 받아쓰게 한 거지요. 선조는 부릅니다. 원(院), 서(書), 산(山)...여기까지 한석봉은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는데요. 선조가 마지막 한 자, 도(陶)를 부를 때 한석봉은 그제야 자신이 도산서원(陶山書院)의 현판을 쓴다는 걸 알고 긴장한 나머지 글씨가 떨리게 되었다고 말입니다. 잠깐이었지만 그때의 짧은 얘기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는데요. 최근에 한 권의 책을 읽으면서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바로 <철학으로 읽는 옛 집>입니다.


지금까지 우리의 옛집에 관한 책을 몇 권 읽었습니다. 언뜻 생각나는 책이 우리의 옛집의 우수함과 과학적 원리를 담은 책 <담장 속의 과학>을 비롯해 옛집의 역사를 살펴보는 <고택에서 빈둥거리다 길을 찾다>를 통해 우리 옛집에 깃든 조상의 지혜를 엿볼 수 있었는데요. 이번의 <철학으로 읽는 옛집>은 접근방법이 좀 다릅니다. ‘조선의 성리학자들은 왜 건축에 중독되었는가?’란 부제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옛집의 마음, 정신세계, 철학에 대해 말합니다.


건축가이면서 시인이기도 한 저자는 우리의 옛집을 단순한 집으로 보지 않고 집이 놓인 위치와 주변 풍경, 형식을 살펴보는데요.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그 집 주인의 생각과 이야기라는 겁니다. 회재 이언적의 독락당을 비롯해 양동마을과 향단, 고선 윤선도, 퇴계 이황의 도산서당, 포석 김장생의 임이정, 윤증고택, 산천재 ...등 집 주인의 정신과 철학을 바탕으로 옛집에 얽힌 역사와 이야기를 전해줍니다. 이를테면 제일 먼저 소개된 ‘시로 지어진 건축, 독락당’에서 저자는 설계도가 바로 시(時)라고 하면서 회재 이언적이야말로 독특한 건축가라고 하면서 이언적이 독락당을 짓게 된 내력에 대해 전합니다. 젊은 시절 승승장구하던 그가 불혹의 나이가 되어 탄핵을 받아 물러나게 되었는데 그때 울분과 억울함을 가슴에 품은 이언적이 고향에 돌아와 지은 집이 바로 독락당이라고 하는데요. 세상의 주류에서 밀려나 외로움과 벗하며, 아니 고독을 즐기며 살고자 했던 이언적의 마음과 생각이 고스란히 집에 담겨있다고 합니다. 그런가하면 도산서당은 퇴계의 철학과 학문 그 자체라고 하는군요. 도산서당을 담으로 둘러쌓는 것에도 단순히 안과 밖의 경계를 짓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마치 정원의 나무를 심는 것과 같다는 표현을 씁니다. 한마디로 집을 짓되 자연과의 경계를 두지 않고 자연을 집으로 끌어들였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옛집을 알면 알수록 참 멋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야트막하게 둘러싼 담과 무심히 심어진듯 보이는 나무 한 그루에조차 옛사람들의 철학과 마음이 담겨있다니. 감탄이 저절로 나옵니다. 문득 옛집을 찾아보고 싶어집니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지어진 옛집에서 한가로이 시간을 즐기다오고 싶은 마음 간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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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후 세상 - 개인의 삶과 사회를 바꿀 33가지 미래상
중앙일보 중앙SUNDAY 미래탐사팀 지음 / 청림출판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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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새해가 밝았다. 날은 어제에서 오늘로 이어졌을 뿐이지만 그 의미는 확연히 다르다. 껑충 뛰어오른 물가 때문에 이번 겨울은 여느 때보다 춥게 느껴지는 요즘 여러 신문사와 방송에서 2011년을 마무리하고 2012년을 전망하는 기사가 보니 새해엔 여러 면에서 달라지긴 역시 마찬가지인 것 같다. 살림살이가 갈수록 팍팍해질 거란 생각에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올해 치러질 총선과 대선, 두 번의 선거가 우리의 삶을 얼마나 바꿔놓을 수 있을지...솔직히 기대 반, 걱정 반이다. 오늘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내일이 어떻게 시작될지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순 없지만 그래도 궁금했다. 다가올 세상이 어떻게 달라질지, 우리의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


‘개인의 삶과 사회를 바꿀 33가지 미래상’이란 부제를 단 <10년 후 세상>은 중앙일보의 일요판 신문인 ‘중앙SUNDAY’ 창간 4주년을 맞아 특별기획으로 진행한 '10년 후 세상'을 엮은 것으로 우리의 일상과 가치관, 문화 등이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해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지 그 변화를 예측해놓은 책이다. 때문에 저자가 한 명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최재천 교수를 비롯해서 정재승, 김동욱, 김혜영, 전상인 등 각계의 전문가들이 10년 후의 달라질 우리의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책은 크게 ‘건강과 웰빙’ ‘가정과 사회’ ‘문화와 교육’ ‘첨단기술’ ‘소셜미디어’ ‘환경과 에너지’ ‘글로벌 세상’ 이렇게 일곱 개의 챕터로 나누어 각각의 주제에 관한 세부적인 내용이 수록되어 있다.


33가지의 트랜드(추세 혹은 경향) 중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을 몇 가지 꼽자면 줄기세포를 통해 파킨슨 같은 병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몇 년 전 둘째 아이를 출산하면서 성장앨범이 아닌 제대혈보관을 선택했던 나로서는 이 줄기세포를 통한 불치병, 난치병 치료는 무엇보다 반가운 소식이었다. 큰아이의 관심사인 ‘로봇’에 관한 대목도 있었는데 가장 중요한 점은 인간과 로봇의 관계가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거였다. SF 영화나 소설에서 자주 거론됐던 것처럼 인간과 로봇이 팽팽하게 대립할 것인가, 인간을 도와주고 보조하는 역할이 될 것인가...정말 의문이다. 하지만 미래엔 결혼제도가 사라질 거라는, 아니 큰 변화를 맞게 될 거라는 대목은 충격이었다. 그러잖아도 얼마전에 ‘결혼은 남자와 여자 중 누구에게 유리한가’란 내용의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미래엔 결혼하는 것 자체부터 어려울 뿐 아니라 동거와 결혼의 중간 단계인 ‘파트너혼’이 등장할 거라니 두 아이를 둔 부모의 심정으로서는 착잡하기가 이를 데 없다. 10년 후 세상에서 책은 어떻게 변화할지도 눈길을 끌었다. 과연 전자책이 종이책을 세상에서 사라지게 만들까? 의문이 들었지만 앞으로 학생들의 교과서도 전자교과서로 대체된다고 하니 우리나라도 전자책 시장은 점점 커질 추세인 듯하다.


얼마전 어느 교수님으로부터 수능 때 제2외국어로 ‘아랍어’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늘었다는 얘길 들었다. 교수님께선 그 이유를 아랍어가 다른 제2외국어보다 시험문제가 쉽게 출제되기 때문이라고 하셨지만 그것 역시 현재의 우리 모습을 반영된 것은 아닐까 싶다. 아이들이 쓰는 크레파스에서 ‘살색’이란 명칭이 사라진 것처럼 우리도 더 이상 단일민족임을 자랑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어느새 달라져버린 사회, 세상. 그 변화를 어떻게 인식하고 맞이할 것인가. 한번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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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와 아메리카인 김영사 모던&클래식
존 스타인벡 지음, 안정효 옮김 / 김영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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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고백한다. 얼마전까지 난 존 스타인벡의 작품을 그 어떤 것도 읽지 않았다. 그의 유명한 작품 <분노의 포도>와 <에덴의 동쪽>도 소설이 아닌 영화로 만났다. 하지만 영화를 본 것도 워낙 오래전의 일이라 <분노의 포도>는 어떤 내용이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에덴의 동쪽>는 당시 은막의 반항아로 불리던 제임스 딘이 출연한 덕분에 그나마 대략적인 줄거리를 아는 정도에 불과하다. 해서 ‘노벨문학상 퓰리처상 수상자 스타인벡의 대표작’이라는 은빛 스티커가 반짝이는 책 <아메리카와 아메리카인>을 보고 덥석 달려들었다. ‘이제야 드디어!’라고 생각했다. 즉, 내 머릿속엔 이 책 <아메리카와 아메리카인>이 소설인 줄 알았던 것. 하지만 아니었다. 책을 손에 들고 꼼꼼히 살펴보니 그제야 눈에 띄었다. ‘존 스타인벡 문학의 결정체’라는 표지의 작은 글씨 아래에 ‘최고의 문명비평서!’라는 문구가... 오호, 이럴수가. 이걸 의도한 건 아니었어.


하지만 책장을 한 장씩 넘기면서 아주 잠깐이지만 머리를 싸안고 후회했던 나 자신이 왠지 부끄러웠다. 책의 번역을 맡은 이가 <하얀전쟁>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의 저자인 안정효라는 점에서. 본문에 앞서서 수록된 70여 페이지가 넘는 ‘해제’. 이 두 가지만으로도 이 책이 평범하지 않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존 스타인벡의 작품이 스승이자 교과서였다면서 밝힌 역자는 스타인벡의 삶과 작품이 어떻게 서로 영향을 미쳤는지 꼼꼼하게 짚어주는데 스타인벡의 작품을 접하지 않았던 나로선 이 해제가 정말 반가웠다.


책은 ‘여럿에서 하나’, ‘모순과 꿈’, ‘국민의 정부’, ‘평등하게 태어나서’, ‘아메리카누스 인종’, ‘행복의 추구’, ‘아메리카인과 땅’, ‘아메리카인과 세계’, ‘아메리카인과 미래’ 아홉 개의 주제어로 나누어져 있다. 저자는 먼저 아메리카의 형성에 대해 ‘400년에 걸친 고된 노동과, 피 흘림과, 외로움과, 공포가 이 땅을 창조했다....그 과정에서 온갖 인종에 뿌리를 박고, 온갖 피부 빛깔로 얼룩지고, 겉으로 보기에는 인종상의 무정부 상태를 이루는 새로운 종족 아메리카인으로 태어났다.(87쪽)’고 말하면서 이주자들이 황무지를 개척하고 정착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던 아메리카 인디언과의 투쟁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이는 이후 계속될 내용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아메리카인이 정부, 특히 대통령에게 갖고 있는 이중성도 짚고 있는데 대통령을 사랑하고 위대하다고 생각하는 반면에 ‘직책에 대한 모든 대가로 우리들은 암살이라는 선물을 보탠다(144쪽)’는 대목은 놀라울 정도다. 그뿐이 아니다. ‘아메리카 드림’이라며 아메리카에서는 누구나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모두가 평등하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 인종차별이 극심하다는 것을 KKK단과 저자가 겪은 일화를 소개한다. 아메리카인들이 안고 있는 심각한 문제점과 그들의 미래에 대한 걱정까지 털어놓고 있다. 그리고 이런 말로 끝을 맺고 있다. 후기에 이런 말한다. ‘우리들은 때때로 실패했고, 길을 잘못 들었고, 기운을 차리려고 멈추었고, 배를 채웠으며 상처를 치유했지만, 우리는 한 번도, 단 한 번도 뒷걸음질을 친 적은 없었다. (292쪽)’


세상의 부조리함과 파괴를 일삼는 인간 문명을 비판하는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대표적 작가로 알려진 존 스타인벡의 글을 읽으며 한편으론 이런 내용의 책이 출간될 수 있는 그들의 환경이 부러웠다. 하지만 제목에서부터 내용, 표지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아메리카’를 얘기하는 책을 보면서 때론 지금 우리의 현실을 보는 듯한 착각에 불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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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장자다 - 왕멍, 장자와 즐기다
왕멍 지음, 허유영 옮김 / 들녘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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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철학은 물론 노자, 장자에 대해서 모르던 내가 장자를 처음 만난 건 <학의 다리가 길다고 자르지 마라>는 철학우화집을 통해서였다. 장자철학을 원문 그대로 수록한 것이 아니라 쉽게 풀어놓은 정도였는데 가볍게 읽으면서도 무언가 묵직하게 전해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가벼운 풀이가 이 정도인데 원문 장자는 어떨까? 분명 더 거대하고 심오한 걸 느끼고 깨닫게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이후로 <장자>를 만날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그러다 얼마전에 <나는 장자다>란 책이 출간된 것을 알게 됐다. 무엇보다 왕멍이라는 저자의 이력이 눈길을 끌었다. 매년 노벨상 후보에 오를 만큼 중국을 대표하는 작가라는 것보다 중국작가협회 부주석과 문화부장관을 역임했다는 그가 한때 우파로 찍혀 강제노동과 유배생활을 했었다니. 의외였다. 아니, 어쩌면 세상의 모진 풍파를 한 몸에 겪은 그였기에 장자철학을 더욱 깊이 체득할 수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책에는 [장자]의 ‘내편’과 ‘외편’의 일부 내용이 수록되어 있는데 크게 ‘소요유(逍遙游), 위대한 날갯짓과 자유로운 휴식’ ‘제물론(齊物論), 투시와 초월로 세상을 고르게 하다’ ‘양생주(養生主), 여유를 가지면 애락이 깃들지 않는다.’ ‘인간세(人間世), 세상에 쓰이는 현묘함과 허물이 없는 신명’ 네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저자는 먼저 [장자]의 ‘내편’에서 처음 언급되는 ‘소요유’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전적 의미의 소요(逍遙)는 ‘만족스러울 만큼 한가롭고 느긋하다’는 뜻으로 ‘귀하거나 천하고, 높거나 낮고, 가깝거나 먼 복합한 인간관계에 속해 있지 않아야 한다(16쪽)’는 의미로 ‘세속을 인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부정하는 것(31쪽)’이 소요에 이르는 전제조건이라고 한다. 겉으로 드러난 출세나 명예보다 개인의 내면, 정신세계가 자유롭고 독립적이어야 한다는 건데 저자 자신이 한때 제일 밑바닥의 삶을 살았던 전력이 있어서 더욱 절실하게 와닿았다. 이어 ‘제물론(齊物論)’에서 저자는 생명의 진정한 본질은 어디에 있는지, 어떤 태도로 인생을 바라봐야 하는지 의문을 던진다. 끝없이 일어나는 욕망으로 인해 인간은 고뇌에 빠진다면서 세상만물과 만사는 아주 작은 생각의 차이에 불과하므로 그것을 위해 논쟁하다 파멸을 자초하지 말고 ‘마른 고목과 식은 재’처럼 자신을 버려서 무아의 경지에 이르라고 꾸짖는다. 행복과 불행, 아름다운 것과 추한 것, 좋은 것과 나쁜 것의 기준은 개인의 판단일 뿐 절대적이지 않으며 삶과 죽음도 역시 자연현상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장자에 대해 알지 못하는데다 한자도 서툴러서 세세한 부분에 이르기까지 이해하기는 어려웠지만 인간과 자연, 만물이 한결같다...이것을 깨닫는 것이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삶이 아닐까.




‘왕멍, 장자와 즐기다’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나는 장자다>는 저자가 [장자]철학을 풀이하고 해설해놓은 책이다. 본문의 곳곳에 편집 방식을 달리해서 원문과 그에 대한 해석을 수록해놓고 있는데 때론 이 부분의 내용이 혼란스러웠다. 물을 쳐서 삼천리나 솟구친다는 붕새처럼 장자의 글이 아무리 거리낌 없고 자유로워도 이건 너무 지나치지 않나 싶은 대목(갈릴레오가 등장하고 영어 단어가 언급되는 등)도 있었다. 아마도 저자가 장자의 글을 해석하면서 그에 대한 자신만의 설명을 덧붙인 게 아닐까 짐작하지만 그것마저 확실치 않으니 답답했다. 웅대하고 방대하다는 장자의 글(해석)을 한번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날이 언제가 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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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이 말하지 않은 23가지 - 더 나은 자본주의를 위한 현실적 방안
송원근.강성원 지음 / 북오션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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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왜 ‘사다리 걷어차기’죠?”

지난해 여름, 지인들과 함께 하는 독서모임에서 토론할 책을 선정할 때였다. 장하준의 책 <사다리 걷어차기>가 추천 책에 올랐다. 당시까지 그의 책을 읽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를 모르는 건 아니었다. 우리나라 국방부에서 그의 책 <나쁜 사마리아인>을 불온서적으로 선정했다는 걸 알고 있었고 그래서 호기심이 생기던 찰라였다. 대체 어떤 책이길래! 21세기인 지금 불온서적 운운하는 걸까. 이런 궁금증들이 불쑥 튀어나왔다. 내가 경제학에 완전무지하다는 건 논외였다. 그렇게 나는 장하준을 만났다. 아니, 만났다고 할 수 있나? 그의 책 <사다리 걷어차기>를 읽었으되 아는 것도 기억에 남는 것도 없는, 읽지 않은 거나 다름없으니.




<장하준이 말하지 않은 23가지>란 책이 출간됐을 때 읽어야겠다고 마음 먹은 것도 어찌 보면 도전이었다. 저자는 눈여겨보지도 않았다. 내게 중요한 건 설욕이었다. 예전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갔을까? 알고 싶었다.




그. 러. 나.




막상 책을 손에 들고 보니 표지 분위기가 뭔가 달랐다. 좌우가 바뀐 ‘23’이란 숫자. 그 위로 적힌 제목 <장하준이 말하지 않은 23가지>. 그것들이 무얼 의미하는지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오, 이런! 예상치 못한 상황. 난 과연 잘 해쳐나갈 수 있을까?




<장하준이 말하지 않은 23가지>은 한국경제연구원의 송원근, 강성원이 장하준의 <그들이 말하지 않은 23가지>에 언급된 내용과 주장에 대한 반론을 제기한 책이다. 그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 바로 본문의 구성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23가지의 주제마다 장하준의 주장을 [장하준은 이렇게 말했다]에서 간단하게 설명하고 그에 대한 저자의 반론, 비판을 [이런 말은 하지 않았다]에서 전하고 있다. 이를테면 제일 먼저 언급되고 있는 ‘Thing 1. 자유시장은 존재한다’에서 저자는 장하준의 주장 ‘자유시장이란 것은 없다’가 어떤 점에서 오류가 있는지 조목조목 짚어준다. 우선 자유시장의 개념이 무엇인지, 정부의 개입을 어떻게 어떤 식으로 봐야 하는지 설명한 다음 그에 대한 반론으로 자유시장은 정부의 적절한 개입을 통해 존재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이런 형식의 글이 모두 23가지 수록되어 있다.




장하준의 <그들이 말하지 않은 23가지>를 읽지 않았는데 그에 대한 반론을 먼저? 사실 초반부터 험난한 여정이 예견되긴 했다. 하지만 그래도 이번엔 뭔가 다르지 않을까 은연중에 기대를 했다. 그런데 다르긴 뭘... 장하준의 주장과 그에 대한 저자의 반론, 비판을 제기하는 글 23가지를 읽으면서 난 또 다시 대혼란을 겪었다. 초대형 쓰나미가 몰려와 모든 것이 무너지고 뒤엉킨 것처럼 내 머리상태도 꼭 그랬다. 그런 상황에서 장하준과 저자 누구의 주장이 옳은지 판단하는 건 무리였다.




다만 한 가지 다행이라고 위안(?)할 수 있었던 것은 책의 극히 일부, 몇 가지의 주제에 대해서는 그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장하준은 정보통신의 효과가 세탁기 같은 가전제품에 비해 미미하다는 것에 대한 저자들의 반론, 21세기 들어 정보통신은 눈부시게 발전해서 제2차 산업혁명에 비견할 만하다는 내용(Thing 4)에 공감할 수 있었고 교육이 나라를 더 잘 살게 하는 게 아니라는 장하준의 주장에 수준 높은 교육이 국가의 경제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저자의 반론(Thing 17)은 아이를 기르는 내게 큰 의미로 다가왔다.




지금까지 나는 자본주의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경제학과 관련한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자본주의가 무엇인지 그 진짜 개념을, 모습을 나 자신이 아직도 모르고 있다는 걸 느낀다. ‘시장경제’, ‘계획경제’란 개념부터 아리송하니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그래도 낙심하지 말자.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말자고 다짐한다. 내겐 아직 시간이 있다. 더 나은 자본주의를 위해서 무엇이 필요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하나씩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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