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통 한국사 - 모든 역사를 꿰뚫는 10가지 프레임
구완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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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의 전 역사를 좋아하지 않았어요. 영어를 지독하게 못했기 때문에 그만큼 다른 과목(국사를 비롯한 지리, 생물, 가사)에서 만점을 받지 않으면 점수를 만회할 수가 없었습니다. 머리도 좋지 않아서 참고서가 새까맣게 되도록 줄을 그으며 외우고 지우개로 지운다음 다시 줄을 긋는 과정을 몇 번 반복하고서야 줄줄줄 외울 수 있었는데요. 아이러니한 건 그렇게 죽을 둥 살 둥 외운 것들이 결코 오래가지 않더라는 겁니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죠.

 

역사의 재미를 알게 된 건 큰아이가 5살, 지금으로부터 대략 십년 전입니다. 우연히 시립박물관의 박물관 대학을 다니면서부터인데요. 박물관대학은 해당 분야에서 전문가로 알려진 전국의 유명교수와 학예연구사들의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것 외에 또 다른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바로 답사인데요. 교과서에서 작은 흑백사진으로 봤던 유적지와 유물들을 직접 눈으로 보고 현장에서 설명을 듣는 경험은 정말이지 무척 새로웠습니다. 답사를 인솔하는 학예사의 설명을 조금이라도 선명하게, 보다 확실하게 듣기 위해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백발의 노인부터 중년의 사람들이 부지런히 발을 놀렸습니다. 재미나더군요. 역사는 이렇게 공부해야 되는구나. 새삼 깨달았답니다.

 

지천명을 발치에 두고서 지금이라도 다시 역사공부를 해볼까? 괜한 무리를 하는 건 아닐까? 갈팡질팡 고민하고 있을 때 이 책, <관통한국사>가 출간됐습니다. 역사공부를 다시 하려고 할 때 가장 난관이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중년의 기억력이었는데요. <관통한국사>는 ‘역사는 원래 외우는 게 아니다’라고 하니 어찌나 반가운지. 더구나 저자는 국사학과를 전공한 것에서 그치지 않고 기자와 편집자를 거치면서 체험여행에 관한 책도 썼더군요. 역사의 전문지식에 다양한 글을 다룬 솜씨까지 더해졌으니 기대치는 급등!! 저자는 외울 것 많고 헛갈리기 쉬운 한국사를 줄줄 꿸 수 있는 것은 역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꿰뚫어서 보고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라는데요. 어떻게 그게 가능할 수 있을까. 그 방법이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이 책은 온통 외울 것투성이인 교과서 스타일이 아니라, 역사의 필수적인 프레임들을 통해 읽기만 해도 자연스럽게 단군부터 현대까지 한국사를 ‘관통’하는 방식입니다. - 머리말에서.

 

흔히 우리 이런 말 많이 하죠?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 네, 맞습니다. 맞고요. 어떤 일이든 사소하게 하나 하나를 따지기보다 숲, 전체를 아울러 보고 이해하는 게 좋지요. 근데 알고보면 이 ‘전체’라는 게 속을 썩이거든요. 조선시대 전체를 이해하려니 좀 복잡한가요? 왕 이름은 태종태세문단세...로 외운다고 쳐요. 수많은 업적에 세금제도, 주요 문화재, 전쟁은 또 왜 그리도 많은지...숲 전체를 보려고 멀찍이서 두 눈을 부릅 뜨고 있지만 금세 눈은 따갑고 골치도 아프고....에이, 몰라! 아예 포기해버리기 십상인거죠.

 

여기서 ‘프레임’이 등장합니다. 틀, 뼈대라고 할 수 있는데요. 어떤 시대이든지간에 하나의 프레임, ‘틀’을 가지고 보라는 거지요. 이를테면 제일 먼저 언급된 ‘시대 구분’. 길고 긴 역사에 있어서 시대를 어떻게 구분하고 나눌 것인가! 쉬우면서도 동시대의 세계사와 함께 놓고 생각하면 머리만 복잡해지는...게 바로 ‘시대 구분’인데요. 저자는 우리의 왕조순서로 시대를 구분하면 서양사와 연결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역사학자들은 서양의 시대 구분을 사용한다고 하는데요. 서양의 시대구분은 어떻게 하느냐? 간단합니다. ‘노예의 존재유무’. 노예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서 ‘노예제 - 봉건제 - 자본주의’로 나뉘는데요. 이는 ‘고대 - 중세 - 근대’와 일치하기 때문에 ‘고대 노예제 - 중세 봉건제 - 근대 자본주의’라고 시대구분을 한다는군요. 놀랍죠?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서양사의 3분법에 우리나라의 특수성이 더해져서 ‘선사시대와 초기국가의 형성 - 고대 - 중세 - 근세 - 근대 태동기 - 근대 - 현대’로 나누어집니다.

 

‘전쟁’이란 프레임으로 역사를 바라보면 어떨까요? ‘한반도의 운명을 바꾼 최초의 대규모 전쟁’은 바로 고조선과 한나라의 전쟁입니다. 고조선이 멸망 이후 한반도는 다시 삼국의 팽팽한 접전이 이어지는데요. 저자는 전쟁이 일어난 년도, 장수 이름, 어느 나라가 이기고 패했는지에 연연하지 않습니다. 두 나라가 ‘전쟁’이라는 무력의 충돌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던 원인은 무엇이고, 전쟁이 두 나라에 미친 영향은 무엇인지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요. 마치 강의나 대화를 하듯 글을 풀어내고 있어서 이해하기가 쉽습니다.

 

지난주에 큰 아이 학교에서 중간고사가 있었습니다. 그나마 자신 있던 수학에서 어이없이 몰락하고 국어는 오직 모국어일 뿐이라는 걸 확인했으며 역사는 오리무중을 헤매고 있더군요. 못난 어미를 닮아 역사에 재미를 붙이지 못하는구나...싶어 안타깝기도 했지만 그것보다 역사교과서를 보니 진짜 답답했습니다. 아이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이야기, 전후 관계, 맥락을 알 수 있는 것은 모두 생략된 채 중요 부분만 최대한 압축해서 나열해놓은 교과서. 그런데 선생님들은 그러시죠. 교과서만 보면 된다고. 뭐죠? 그럼? 죽자고 외우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는 건가요?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에드워드 카는 ‘역사란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습니다. 깊은 산골짜기에서 시작된 가느다란 물줄기가 아래로 아래로 끊임없이 굽이치며 흘러 강이 되고 바다로 이어진다고 했는데요. 지금 우리의 역사는 어떤가. 거대한 물줄기가 되어 쉼 없이 흘러가는 있는가. 생각해보게 됩니다. 지금의 역사는 교과서에 갇혀 있습니다. 아이들이 좀 더 흥미를 가지고 배울 수 있기를, 그래서 역사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사족]

<관통 한국사>는 하나의 기준으로 역사를 바라보고 이해하라는 새로운 시도가 좋았습니다. 하지만 페이지 표시가 주황색의 작은 원 안에 흰 숫자로 되어 있어 잘 보이지 않더군요. 검은색 숫자로 표시를 하는 게 눈에 더 잘 띄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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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의 동물 - 파국적 결말을 예측하면서도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인간의 심리
더글러스 T. 켄릭 외 지음, 조성숙 옮김 / 미디어윌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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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데칼코마니’인가요? 물감을 칠한 종이의 가운데를 접었다가 펼쳤을 때 무늬가 좌우 대칭으로 나타나는 거 말이에요. 검은 옷을 입고 손으로 허리를 짚은 남자의 뒷모습이 좌우대칭으로 서 있는 책 <이성의 동물>을 봤을 때 제일 먼저 든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좌우대칭은 아니더군요. 뒤돌아선 남자의 얼굴 색깔과 그 주변을 둘러싼 물방울이 한 쪽은 빨강, 다른 쪽은 파랑. 정반대의 색깔이었거든요. 같은 모습이지만 정반대의 특성을 보여주는 남자의 모습 위로 드리워진 글, ‘파국적 결과를 예측하면서도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인간의 심리’. 왠지 모르게 호기심을 자극하더군요. 인간인 나 역시도 모르고 있는 인간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도 되었습니다.

 

<이성의 동물>은 진화심리학의 선구적인 학자인 더글러스 T. 켄릭 교수와 마케팅겸 심리학 교수인 블라다스 그리스케비시우스 이 두 명의 심리학자에 의해 쓰여졌습니다. 진화심리학과 경영심리. 이것만 봐도 뭔가 그림이 그려지는 기분이 들지 않으세요? 오랫동안 진화를 거듭한 인간에게 당시의 경제적인 욕구, 상황은 어떻게 작용했을까. 인간의 심리는 어떠했을까. 이런 것들을 알 수 있을 것 같죠?

 

아리스토텔레스, 데카르트, 버트런드 러셀, 오스카 와일드 같은 위대한 사상가들은 인간이 ‘이성의 동물’인가를 두고 고민했다. 철학자들도 과학자들도 모두 동전의 한쪽에 초점을 맞춰 인간이 이성적인지 아닌지에 대해 열띤 논쟁을 벌였다. 그러나 그들의 논쟁 대부분은 동전의 다른 한쪽인, 이성의 동물에서 ‘동물’ 부분을 간과했다. 이 책은 바로 이 동물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 11쪽.

 

책에는 이성적인 인간의 ‘동물적인 측면’을 살펴볼 수 있는 아홉 가지의 사례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제일 먼저 ‘비이성적 선택과 케네디가의 저주’인데요. 이 ‘케네디’가 댈러스에서 암살된 바로 그 ‘케네디’냐고요? 아니지만 맞기도 합니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건 바로 그 ‘케네디家’거든요. 25살의 나이에 미국 최연소 은행장이 되었고 주식거래로 엄청난 차익을 올려 행운의 사나이라고 불리는 ‘조지프 패트릭 케네디’. 부와 명예를 한꺼번에 지닌 그는 모든 일에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하지만 그 행운이 자식들에게 이어지지는 못했어요. 미국 대통령이 된 차남 존 F. 케네디를 비롯해서 그의 아들과 딸은 암살이나 전사, 비행기 추락으로 목숨을 잃었는데요. 케네디家의 불행과 비극이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는 게 문제입니다. 조지프 패트릭 케네디의 손자들 역시 비운의 사고로 죽음을 맞으면서 ‘케네디가의 저주’라고 불리고 되는데요. 두 저자는 여기서 의문을 품습니다. 인간은 이성적인 동물인가, 아니면 허점투성이 바보인가. 치명적일만큼 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대담하게 일을 저지르는 인간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 심리를 밝히기 위해 하나하나 추적해나가는데요. 그들은 그것이 모두 인간의 뇌가 어떻게 진화를 거쳐 왔는지에 있다고 합니다.

 

인간이 어떻게 선택을 하고 결정을 내리는지 이해하려면 뇌가 지금의 특정한 선택을 내리도록 진화해온 이유가 무엇인지 탐구해야 한다. -48쪽.

 

미국의 인종차별에 대항해 흑인의 인권운동을 펼친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누구보다 도덕적이라고 칭송받던 그였지만 다른 여성들과 외도를 한 이력이 있다는데요.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것과 반대의 행동을 일삼는 원인이 바로 다중인격에 있다고 합니다. 놀라운 것은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다중인격, 여러 개의 자아가 존재하는데요. 약 일곱 개에 달하는 자아가 각각이 어떤 상황에서 주도권을 갖느냐에 따라 인간의 결정도 달라진다고 합니다. 최고의 대학, 최고의 두뇌로 통하는 하버드 대학생들도 어려워하는 시험을 아마존 밀림의 한 부족, 그것도 문맹의 원주민들이 통과할 수 있었던 원인은 어디에 있는지 밝혀내는 부분은 우리 인간의 미처 생각지 못했던 허점들을 만날 수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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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십대를 위한 토론 콘서트 : 사회 - 청소년이 꼭 알아야 할 12가지 사회 쟁점 꿈결 청소년 교양서 시리즈 꿈의 비행 7
윤용아 지음, 문지후 그림 / 꿈결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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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여름방학을 앞둔 어느 날이었다. 지인 몇 명이 모닝커피를 하자고 했다. 내가 커피숍을 찾았을 땐 이미 두 무리의 엄마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비어있는 테이블에 앉아 주문을 하고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뒤 테이블의 누군가가 ‘디베이트’ 얘기를 꺼냈다. 요즘 공부 좀 한다는 애들한테 국영수는 기본, 역사나 과학, 논술은 선택이라는 얘길 듣긴 했다. 이젠 여기에 ‘디베이트’도 추가가 된 모양이었다. 두세 개의 학원을 두고 열심히 비교하던 엄마들이 결국 실력 있는 과외선생님을 알아보자고 결론을 내리는가 싶더니 한 명이 문득 이렇게 말했다. “근데 디베이트가 뭐야?” 그러자 한 명은 “@@엄마, 토론 아냐. 토론!”, 또 한 명은 “토론? 토의 아니고?”. 잠깐의 침묵에 이어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걸로 상황은 종료.

 

사실 토론과 토의. 언뜻 생각하면 혼동하기 쉬운 말이다. 여러 사람들이 모여 자신의 의견을 말한다는 점에서 비슷하긴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두 단어는 다른 말이다. 하나의 주제, 문제해결을 위해 형식이나 방법의 제약 없이 자유롭게 의견을 말하는 것이 ‘토의’라면 ‘토론’은 어떤 문제에 대해 찬성과 반대의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정해진 규칙과 절차에 따라 서로 자기의 주장이 정당하고 합리적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더 나아가 상대방을 설득하는 것이다. 어떤 주제나 문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먼저 정리하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나눈다는 점에서 두 가지 모두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을 두고 서서히 훈련하면서 쌓아나가야 하는데, 그것을 학원에서 해결한다고?

 

<거북이는 왜 달리기 경주를 했을까?> <펭귄은 왜 바다로 갔을까?>와 같은 책을 통해 청소년들이 인문학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길잡이 책을 펴낸 꿈결에서 이번에 또 한 권의 책이 출간됐다. ‘꿈결 토론 시리즈’의 첫 번째 책으로 ‘제목은 <생각하는 십대를 위한 토론 콘서트>. ‘청소년들이 꼭 알아야할 12가지 사회 쟁점’을 주제로 어떤 생각과 의견을 나눌 수 있는지 매 주제마다 가상의 토론자를 등장시켜 토론을 진행하고 그 과정을 서술하고 있다. 주제에 따라 관련 보도기사를 비롯해서 사진이나 도포, 그래프 같은 자료도 함께 수록해놓아서 책을 읽으면서 각자의 생각을 정리해볼 수도 있다. 일종의 [TV토론]을 책으로 만나는 셈이랄까.

 

책은 먼저 크게 3가지의 대주제(내가 선택하는/ 우리가 함께 생각하는/ 국가가 움직이는 사회 쟁점 이야기)로 나뉘고 각각의 대주제마다 4개씩, 모두 12개의 쟁점을 다루고 있는데 토론을 다루고 있는 책이니만큼 토론의 형식과 절차를 엿볼 수가 있다. 해당 주제가 왜 사회적으로 쟁점이 되고 있는지부터 시작해서 찬성과 반대로 나누어 열띤 토론이 펼쳐지는데 책은 그 후에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볼 수 있는 코너를 마련해놓고 있다. 이를테면 가장 먼저 소개되어 있는 ‘성형수술 열풍 어떻게 봐야 할까요?’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모에 대한 지나친 강박관념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문을 연 다음 번화가에 즐비한 성형외과에는 성형 기술의 선진국이라 통하는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들로 인해 또 다른 한류열풍이 불고 있다고 전한다. 외모가 취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외모로 인해 자신감을 얻기도 하고 때로 잃기도 하는 사람들. 책은 성형외과 전문의 이성형과 미학과 교수 박자연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등장시켜 외모 지상주의와 성형수술, 사회의 분위기에 대해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토론을 벌인다. 그런 다음 ‘생각 정리하기’에서 본문에 언급되었던 부분에 대해 독자가 나름의 ‘근거’를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와 같은 형식으로 ‘인터넷 언어의 사용’ ‘길고양이에게 먹이주는 것’ ‘학교 안의 CCTV설치’ ‘교복자율화’ ‘양심적 병역거부’ ‘인터넷 실명제’ 등의 내용을 다루고 있다. ‘나’로 시작해서 사회와 국가로 범위가 점점 크게 확대되는데 결코 쉽지 않은 주제인 것 같다. 게다가 300페이지가 채 되지 않는 본문 속에 12가지의 사회쟁점을 담다보니 핵심인 토론이 좀 더 구체적으로 상세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청소년들이 그동안 무심히 넘겼던 사회의 쟁점들을 <토론콘서트, 사회편>을 통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한 번 깊이 생각해보고 고민하는 계기가 되기에는 충분하리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로 출간될 <토론콘서트>에서는 어떤 것들이 다뤄질까.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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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책과 연애하다 - 통섭의 책 읽기 경계를 허무는 도서관
안정희 지음 / 알마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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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망은, 꼭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바로 작은도서관이다.

 

큰아이가 걸음마를 배우기도 전에 아동문학에 발을 들여놓았다. 동화 읽는 어른 지역모임에서 그림책과 동화를 읽기 시작해서 급기야 어린이 독서지도사 교육을 받았다. 동기는 단순했다. 내 아이를 좀 더 알고 싶다는 것. 나와 닮았지만 전혀 다른 아이의 마음이 궁금했다. 수많은 그림책과 동화 속에서 해답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하나씩 눈에 들어왔다. 뻔히 보이지만 감춰져 있고 꽁꽁 숨겨진 듯 의외의 장면에서 아이들의 순수함이, 재기발랄한 모습들이 톡톡 튀어나왔다. 그림책이나 동화는 그저 어린이들이 보는 ‘쉽고 단순한 책’이 아니란 걸 실감하게 됐다.

 

그즈음이었다. 외형이나 내용에서 천편일률적으로 규격화된 전집이 대부분을 차지하던 어린이 책시장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났다는 얘기가 들려왔다. 어린이책 전문가의 검증과 부모들이 추천하는 단행본이 서가를 가득 메우고 일과 중에 동화를 읽어주거나 어린이를 위한 공연이 열리기도 하고 엄마들이 도우미로 활동하는 도서관. 바로 느티나무 도서관이었다. 아동문학 작가의 염원이 볼로냐국제도서전의 초청이라면 내겐 느티나무 도서관이 그랬다.

 

느티나무 도서관이 2000년에 개관한 이후 오늘날까지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도서관의 서가를 가득 메운 책에서 찾을 수 있다. 베스트셀러에 연연하지 않고 사람들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 사소하지만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고 배움의 동기를 찾을 수 있는 책으로 가득한 느티나무 도서관은 모든 도서관이 나아가야할 바를 보여준다.

 

<도서관에서 책과 연애하다>의 저자는 느티나무 도서관의 북큐레이터인 안정희씨. 그는 법학을 전공했음에도 책이 좋아서 책과 일상을 함께 하는 일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선지 그가 풀어내는 이야기 속에서 또 다른 책들을 만날 수 있다. 전쟁 중에도 인간의 내면이 성장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미스터 핍>, 책을 읽는 행위가 어떤 의미인지 <기억전달자>를 통해 저자는 ‘인간에게 ‘책’과 ‘읽기’는 삶 그 자체(38쪽)’라고 말한다. 책이 존재하는 공간인 서점, 헌책방, 북카페, 개인의 서재가 저마다 어떻게 다른지 짚어주고 책이 어디에 놓여있느냐에 따라 책의 의미도 달라지기 때문에 가끔은 책을 도서관처럼 열린 공간에서 읽으면 시야가 확장되는 걸 느낄 수 있다고 전한다.

 

책은 인류가 후대에 전승코자 하는 정신이자 기억이다. 그 오래고 방대한 ‘인류의 기억’인 서가 앞에 서면 ‘나’라는 사람이 어떤 존재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하게 된다. ㅡ 61쪽.

 

소설가 김연수와 시인 문태준의 일화를 소개하는 대목은 놀랍다. 그들이 중학교, 고등학교 동창이라는 것도 그렇지만 일찍이 작가를 꿈꾼 김연수와 작가를 꿈꾸지 않았지만 저절로 시가 흘러나왔다는 문태준. 두 작가의 이야기 속에서 도서관이란 공간의 무궁무진함을 느낄 수 있다. 취학 전 아이는 부모가 도서관에 바로 데리고 들어가지 말라는 것도 의외였다. 아이가 되도록 빨리 책을 접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보다 아이가 도서관 주변의 환경을 관찰하면서 익숙해지는 과정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도서관이 가장 필요한 시기가 중, 고등학교 때라고 하는데 요즘의 청소년에게 도서관은 공부의 장소로 여겨지고 있어 안타까웠다. 학창시절의 나는 도서관에서 책으로 빼곡한 서가 사이를 걷다보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지곤 했는데 내 아이도 그럴까? 때론 원하는 책을 찾지 못해 서가 사이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더라도 그것 역시 소중한 경험이고 추억이라는 걸 내 아이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쩌다 우리 집을 방문한 이는 모두 한결같이 묻는다. “여기 이 책들, 전부 읽었어요?” 난데없는 질문에 처음엔 당황했지만 이젠 당당하게 말한다. “에이, 설마 다 읽었겠어요? 그래도 일단 차례를 훑어보니까 대충 어떤 내용인지는 알아요.” 내 아이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한다. 어떤 책을 읽었고 어떤 책을 읽는 중인지, 외면 받는 책은 무엇인지 아이 방을 정리하면서 짐작해본다. 방 안 여기저기 쌓여있고 아무렇게나 펼쳐진 책들을 보면서 핏줄의 무서움을 새삼 느끼면서 오늘도 난 아이와 함께 할 책을 찾고 있다.

 

무엇보다 내 눈에, 내 마음에 아이가 들어왔다. 처음에는 내 아이가, 다음에는 다른 아이들이, 그렇게 책과 더불어 나와 아이는 진정으로 가족이 되었다. 내 인생이 통째로 변하기 시작했다. ㅡ2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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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4-07-15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에 북 큐레이터라는 직업이 신선합니다.
장바구니에 쏙 들어갑니다~~
 
고종석의 문장 한국어 글쓰기 강좌 1
고종석 지음 / 알마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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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석. 그의 이름은 익히 알고 있었다. 지인을 통해서, 혹은 책을 통해서 그가 좋은 글, 올바른 글을 쓰는 문장가라는 걸 여러 차례 접했다. 허나 그의 글을 만날 기회는 좀처럼 다가오지 않았다. 읽어야 하는 책보다 좀 더 흥미롭고, 좀 더 구미가 당기는 책에 끌렸다.

 

그러다 기회가 찾아왔다. 고종석의 책, 그것도 글쓰기에 관한 책이다. 사실 글쓰기에 관한 책을 지금까지 수차례 읽었다. 하지만 많은 경우, 읽고 나서 왠지 위축되는 기분이 들곤 했다. 저자가 권하는 글쓰기의 방식, 글쓰기에 대한 생각이 오롯이 내 것이 되지 못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 저자의 방식을 녹여내어 나만의 글쓰기로 담아내질 못했다는 게 옳은 표현일 것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글쓰기를 게을리 했다는 것. 해서 이번 <고종석의 문장>은 어떨지 기대 반, 우려 반의 심정으로 읽었다. 결코 유쾌하지 못한 기분을 또 한 번 맛보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더구나 글쓰기, 문장에 관한 책치고는 두께도 상당해서 시작부터 조금 걱정이 됐지만 결론은...뭐, 좋았다. 그렇다고 글쓰기에 대한 중압감을 느낄 수 없는 책이었느냐, 그렇지는 않았다. 오히려 글이란 것이 무엇인지, 왜 글을 쓰려고 하는지, 어떤 것이 올바른 글, 제대로 된 글인지 알려주는 글쓰기의 기본을 짚어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종석의 문장>은 저자가 2013년 9월부터 그해 12월까지 숭실대에서 진행한 글쓰기 강연을 책으로 출간한 것이다. 해서 본문의 문장은 구어체로, 대상이 학생이었기에 내용도 비교적 이해하기 쉽게 서술되어 있다. 책은 가장 먼저 ‘글은 왜 쓰는가?’를 묻는다. 글을 왜 쓰는지, 그것을 짚어보기 위해 저자는 <동물농장>의 작가 조지 오웰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생계 때문이 아니라면 글을 쓰는 동기는 대략 네 가지가 있다고. 자신이 돋보이고 싶은 이기심 때문이거나 아름다운 것을 보고 듣고 글로 남기고 싶은 미학적인 열정, 후세의 사람들을 위해 사실과 진실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려는 역사적인 충동, 세상을 특정한 방향으로 밀고 가려는 정치적인 목적에 의해서라고 하는데 나의 글쓰기의 동기는 무엇인지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이후에는 세계의 유일무이한 언어, 한국어에 대한 이해, 한국어다운 글쓰기에 관해이야기하는데 언어학자인 저자의 이력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정치평론가로 알려진 촘스키가 원래는 언어학자였다는 놀라운 사실을 시작으로 한국어가 얼마나 풍부한 음성을 지닌 언어인지 강조한다. 학창시절 국어시간에 배웠던 ‘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에 살어리랏다...’의 [청산별곡]은 ‘ㄹ’소리의 향연이라고 하는데 소리내어 읽어보니 어떤 의미인지 실감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시평집 <자유의 무늬>를 교재삼아서 글을 쓸 때 주의해야 할 것들, 미처 모르는 오류들을 하나씩 짚어준다. 이를테면 ‘그리고’ ‘그래서’ ‘그러나’ ‘그런데’ 같은 접속부사는 꼭 필요할 때가 아니면 쓰지 않는 것이 좋다는 거나 ‘~적’ ‘~의’는 일본식 표현이라 가급적 빼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말한다.

 

‘아름답고 정확한 글쓰기란 무엇일까’ 책장을 덮으면서 생각해본다. 아름답고 정확한 글은 무엇보다 논리가 바탕이 되어야 가능하다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논리적인 글을 위해 아직 배우고 느껴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됐다. 그런 다음엔 쓰고, 또 쓰고. 꾸준히 글을 쓰는 것. 그것만이 나의 글이 앞으로 한걸음 나아가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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