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 무삭제 각본집
이용재 지음 / 너와숲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우 대한민국 1%가 모인다는 이 학교에서 난 밑바닥친구들아나를 딛고 오르거라.

 



국제 수학 올림피아드 같은 각종 대회의 상패와 의대 진학 연속 1등의 기사 스크랩이 학교를 장식하고 있는 이 학교는 전국단위 자율형 사립고등학교. 공부에 관해선 전국에서도 둘째라면 서러워하는 학생들이 모인 학교이니 고등학교 수학 3년 과정은 단 1년에 해치워버리는 기염을 토해냅니다. 아니, 이게 가능해? 싶지만 특목고 진학이라는 목표를 위해 어렸을 때부터 선행으로 다져진 학생들은 도무지 불가능해 보이는 것도 쉽게 해냅니다.



 

하지만 어디든 양이 있으면 음도 있는 법. 제아무리 영재만 모아놓은 학교라 할지라도 전교생이 모두 1등을 할 수는 없겠죠. 초등학생 때 선행으로 고등수학을 배운 대부분의 동급생들은 고난이도의 문제를 껌 씹기처럼 쉽게 풀어내지만요, 선행하지 않고 진학한 극히 일부의 아이에게는 학교의 교육과정을 따라가는 것조차 그야말로 고난인데요.

 



우리의 주인공 한지우가 바로 그랬습니다. 중학교 때만 해도 꽤 공부를 잘했기 때문에 사배자(사회적배려대상자)전형으로 자사고인 동훈고에 입학할 수 있었지만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어요. 가정형편이 어려워 선행은 꿈도 못 꾸었는데 그 때문인지 지우의 수학성적은 ‘9등급에서 헤어나오질 못했거든요.



 

그런 지우에게 위기가 닥칩니다. 밤에 기숙사 룸메이트가 주문한 야식을 지우가 대신 받으러 갔다가 경비원에게 들키고 마는데 그것이 문제가 되어 한 달간 기숙사 퇴사란 벌을 받게 됩니다. 그러잖아도 담임으로부터 이 성적으론 희망이 없다며 지금이라도 일반고로 전학을 고려해보라는 얘기를 들은 터라 지우는 더욱 의기소침해질 수 밖에 없었어요. 가난한 형편에도 불구하고 자사고에 입학한 아들을 자랑스러워하는 엄마에게 실망을 안겨드리기 싫었던 거죠. 기숙사에선 퇴사 조치를 당했고 찜질방에서도 청소년이라 쫓겨났는데 거기다 비까지 내렸습니다. 밤을 보낼 장소를 찾던 지우는 몰래 학교로 숨어드는데, 그런 지우에게 경비원은 머물 공간을 내어줍니다.



 

다음날 수학시간, 지우는 자신의 프린트물에 적힌 것이 모두 정답이라는 사실을 알아채고 경비원을 찾아갑니다. 그리곤 그에게 무작정 수학을 가르쳐달라며 계속 찾아가 버티는데요. 경비원 학성은 아주 난처해졌습니다. 하지만 그 역시 지우가 어떤 상황인지 알기에 마지못해 받아들입니다. 박카스를 가져온 지우에게 딸기우유로 바꿔오라하면서 건넨 메모지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과학관 B103’







 

둘째가 중간고사를 앞두고 있어서 공부도 시킬 겸 함께 스터디카페를 찾았습니다. 둘째가 문제집을 푸는 동안 옆에서 이 책을 펼쳤는데요. 영화로 제작된 각본을 책으로 출간해서인지 책을 읽는 내내 영화를 보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책 읽는 내내 궁금했습니다. 억세고 독특한 북한식 말투를 쓰는 학성. 그의 정체는 도대체 뭘까? 그가 어쩌다 대한민국에서, 그것도 고등학교의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는 거지? 학성의 가르침을 받고 지우가 수학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하게 될까? 지우와 학성이 주고 받는 대화가 마치 영화를 보는 기분이었다고 할까요?


 

 


학성 맞히는 데만 욕심을 내니까 눈이 먼 거다답을 내는 것보다 중요한 건질문이 뭔지 아는거다왜냐하면틀린 질문에서 옳은 답이 나올 수 없기 때문이지그러므로!




사실 얼마전에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가 영화로 상영되었어요. 아이와 같이 영화를 보려다가 코로나 확진세가 두려워서 포기했는데 책을 읽으면서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릅니다. 수학이 어렵다고 '나도 수포자'를 선언하려는 아이에게 답을 맞히는 것보다 답을 찾는 과정이 중요하다란 말을 영화로 넌지시 건넬 수 있었는데...



 

후반부에 수록된 시나리오의 초고는 이 책의 또다른 재미였구요. 저자가 집필할 때 참고했다는 책 목록도 관심이 가더군요. 물론 소개된 책 중에서 제가 읽은 건 딱 한 권에 불과했지만 말이죠.

 



한가지 장담할 게 있는데요. 이 책을 보고 나면 아마 한동안은 계속 같은 음악을 듣게 되실 거예요. 바흐 무반주 첼로곡(BWV1007), 그리고 삼 쩜 일사일오구이....원주율을 음표 삼아 만든 음악...일명 파이 송의 아름다움에 완전 매료되실 겁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짜라투스트라 2022-04-18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학 진짜 싫어하는데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