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에 대한 영상이 뉴스 꼭지를 모두 채우고 있다. 심하다 싶을 정도로 피해 상황을 보도하는 뉴스를 시청하면서 지옥 같은 현장 속에서 침착하게 대응하는 일본 사람들을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약탈이나 폭행이 벌어질만한 상황인데도 그런 소식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침착하게 사태를 견뎌내는 모습들이 인상적이다.  

일본에 대한 감정은 미묘하다. 사실 내가 겪지 않은 역사적 사실을 통해 반일 감정이 생긴것은 민족적인 감정일 것이다. 양국의 관계를 설정하면 일본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난 일본 영화의 셈세한 감수성을 즐기며 일본 만화에 열광한다. 그리고 일본 음악도 심심치 않게 듣고 좋아한다. 그럼에도 축구나 모든 경기에서 일본에게 졌다는 소식을 들으면 불쾌해하고 다른 팀에게는 다져도 일본에게 이기면 용서가 되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건 사실 역사적인 사실과 교육의 문제일 뿐이다.  

일본이라는 국가와 민족을 떠나 사람들만 보면, 일본인들의 장점도 보인다. 아니 그냥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느낀다. 다만, 살아가는 공간과 언어와 생활이 틀릴 뿐이다. 그들도 친지를 잃으면 슬퍼하고 주변의 이웃이 힘들때면 도움을 준다. 이런 평범함이 민족적 감정과 이데올로기만 덧씌워지면 괴물로 변한다.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다. 일본을 적대한다는 것은 개개의 사람들을 적대한다기 보다 그들의 국가 또는 정치공동체적 민족성을 적대하는 것 뿐이다. 그러나 그러한 적대성은 사실 지배자들의 이데올로기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일본과 군사훈련이나 경제적 통상에 대한 지배층의 합의는 가끔씩 속을 뒤집어 놓는다.  

거기도 사람사는 곳이다. 자신의 집이 무너지고 생존의 터전이 갈라지고 찢겨 나가는 와중에도 주변 사람들과 침착하게 대비하는 평범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그들의 위기 대처 모습을 보면서 그들이 피해 입은 상처를 복구 하고 다시 건강하게 살아갔으면 좋겠다. 어렸을 때 난 일본이 가라 앉았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한 적이 있다. 그래서 악마들이 모조리 사라졌으면 하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왜일까? 항상 타자를 악마로 보고 그들의 재난이 마치 천벌을 받은 것 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상상이 되었던 것일까? 그 철없던 마음의 잔혹함은 누구에게 배운 것일까? 

반대하고 싸울 건 싸워도 인간이 인간으로 도와 주어야할 것은 도와야 한다. 문득 이번 지진이 일본에도 사람이 살고 있구나... 그것도 우리(사실 우리란 말도 맘에 들지 않는다)와 똑같은 사람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게 된다. 아니 국가와 민족의 그림자에 가리워져 구체적으로 보이지 않았던 사람들이 이제야 보인다고 할까?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고통을 덜고 복구를 위해 많은 지원들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들의 고통에 많은 연민을 보내주길 바란다. 사람이란면 모름지기 어려운 이웃에 대한 지원을 해야만 하는 것이고, 그들 덕분에 이익을 볼지 안 볼지 따지는 것은 역겨운 일이다.
누구든 고통받은 이웃에 대한 연대는 사람이 지켜야 할 기본이다. 분열하고 갈려서 증오하는 일에 커다란 의문없이 지내던 내게 이번 지진은 많은 깨우침을 던져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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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1-03-13 0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군가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일본인은 미워해도 일본 땅은 미워하지 말라.'
전 저 말에 약 5% 정도만 동조하게 되더라고요.

마녀고양이 2011-03-13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말씀하신대로 이상한 감정인 민족이죠.
만일 미국과 일본이 축구 경기를 한다면 일본이 이겼으면 싶고,
일본에 큰 재해가 나면 마음 쓰이고, 그렇지만 얄밉기도 배로 얄미운
꼭 사촌 같은 나라예요.

이번 대지진에 맘이 너무 아파요.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약탈 한번 일어나지 않는 그들에게 존경심을 품게 됩니다.
우리나라라면 사재기에 약탈에 난리났을 상황이죠.
빠른 치유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