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스몰토크’에서 《젠더 무법자》 읽기 마지막 모임이 있었습니다. 어제 모임에도 새로운 한 분이 참석했지만, 독서모임에 꾸준히 참석하신 정회원 세 분이 개인적인 일로 다른 곳으로 가게 되었어요. 그래서 잠시 레드스타킹의 곁을 떠나시는 분들을 위한 송별회도 마련했어요.
레드스타킹 정회원 중에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어제는 특별히 트랜스젠더를 주제로 한 독립영화 한 편을 봤어요. 영화를 다 보고 난 후에 각자 영화에 대한 소감을 밝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저는 《젠더 무법자》와 연관 지어 설명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관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점이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어떤 분은 트랜스젠더 영화가 어떤 특정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만들기보다는 비트랜스섹슈얼(Non-transsexual) 관객들에게 혼란을 주기 위해 만들어졌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트랜스젠더 영화를 재미있게 시청한 분이 있었지만, 영화 속 대사나 연출 장면 등이 산만해서 영화에 나오는 트랜스젠더들의 삶에 감정 이입하기 어려웠다고 말한 분도 있었습니다. 영화 속 장면과 등장인물들의 대사 및 행동을 독창적으로 분석한 분들의 의견이 많이 나왔습니다. 이 모든 의견들이 영화 줄거리와 관련이 있으므로 자세한 내용은 생략하겠습니다.
* 수잔 스트라이커 《트랜스젠더의 역사》 (이매진, 2016)
* 애너매리 야고스 《퀴어 이론 : 입문》 (여성문화연구소, 2012)
영화에 나오는 트랜스젠더들은 유색인종 MTF트랜스젠더입니다. 어떤 분은 유색인종 트랜스젠더가 백인 MTF트랜스젠더보다 궁핍한 삶을 살고 있으며 극심한 차별을 받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스톤월 항쟁(Stonewall riots)’에 참여했던 유색인종 트랜스젠더들의 암울한 현 상황을 안타까워했습니다.
‘스톤월 항쟁(Stonewall riots)’이란 말을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LGBT 운동의 역사를 설명할 때 반드시 언급되는 대사건입니다. 스톤월은 미국 뉴욕에 있는 게이 바 ‘스톤월 인(Stonewall Inn)’에서 따온 것입니다. 뉴욕에서는 동성애자가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공공시설이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뉴욕시가 공공시설이 동성애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를 법적으로 금지했기 때문입니다. 주류사회로부터 배척당한 성 소수자들이 드나들 수 있는 유일한 장소가 스톤월 인이었습니다. 그러나 스톤월 인은 경찰의 단속을 피해 불법으로 운영하는 게이 바였습니다.
1969년 6월 28일 새벽 1시 경. 경찰들이 게이 바를 불시에 단속했고, 경찰의 단속에 크게 반발한 성 소수자들은 몸싸움을 불사하며 격렬하게 저항했습니다. 이 사태에 자극받은 수천 명의 성 소수자들은 7월 3일까지 거리시위를 벌였습니다. 스톤월 항쟁 이후로 성 소수자들은 자신들에 향한 차별과 혐오에 맞서는 대중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기 시작했고,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스톤월 항쟁 이전에 게이, 레즈비언들은 자신들이 사회로부터 인정받기 위한 목적으로 사회단체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단체가 ‘메타쉰 협회(Mattachine Society)’와 ‘빌리티스의 딸들(Daughters of Bilitis)’입니다. 메타쉽 협회는 1951년에 설립된 게이 남성 중심의 단체였고, ‘빌리티스의 딸들’은 레즈비언 운동 단체입니다. 이 두 단체는 주류사회로 편입되기 위한 동성애 옹호 단체였을 뿐 ‘동성애 해방’을 위한 단체로 성장하지 못했습니다. 한동안 정체되었던 성 소수자 해방 운동에 다시 불을 지핀 사람들이 바로 ‘스톤월 인’에 난동을 부린 성 소수자들이었습니다. 따라서 스톤월 항쟁은 이성애 섹슈얼리티 중심 주류사회에 혼란을 주고, 동성애를 ‘질병’으로 규정하는 사회제도를 거부하는 적극적인 정치적 운동입니다.
스톤월 항쟁을 주도한 성 소수자 중에 유색인종 트랜스젠더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투쟁은 너무나도 쉽게 잊혔습니다. 롤랜드 에머리히(Roland Emmerich) 감독은 스톤월 항쟁을 다룬 영화 <스톤월>를 제작했는데요, 이 영화가 백인 게이 남성, 백인 트랜스젠더 중심의 스톤월 항쟁을 묘사한 것에 대해 성 소수자들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레드스타킹을 널리 알리기 위해 레드스타킹 로고가 있는 스티커가 만들어졌습니다. 저는 책 두 권에 레드스타킹 스티커를 붙였습니다.
‘스몰토크’에 페미니즘 책들만 모은 작은 책장이 있어요. 책장 안에 《퀴어페미니스트 펢》 2017년 11월호 특별판을 발견했습니다. ‘특별판’이다보니 대구 서점, 책방에 팔지 않는 책입니다. 이런, 알라딘에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군요. 서울에 있는 페미니즘 강연에 참석한 레드스타킹 정회원이 직접 구입한 책입니다. 이 한 권의 책은 페미니즘 독서문화와 퀴어 문화가 척박한 대구에 ‘단비’ 같은 존재입니다. 집에 가서 읽어보려고 챙겨왔습니다. 이 책에 관심 있으신 분은 ‘스몰토크’를 찾아주세요!
* 마리아 미즈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갈무리, 2014)
3월 레드스타킹 선정도서는 마리아 미즈(Maria Mies)의 《가부장제와 자본주의》(갈무리, 2014)입니다. 드디어 이름만 듣던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3월 12일 월요일부터 첫 모임이 시작되고요, 1장까지 읽으면 됩니다. 어딘가에 혼자서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대구 시민 여러분, ‘스몰토크’로 오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