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론은 우리를 둘러싼 우주가 어디까지 이어지며 어떤 구조인지, 또 어떻게 생성됐는지 생각하는 분야이다. 인류는 끊임없이 우주의 기원을 알아내기 위해 노력해 왔다. 우주의 기원은 천문학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수많이 이들을 사색과 탐구에 이끈 화두였기 때문이다.
* [절판] 장샤오위안 《별과 우주의 문화사》 (바다출판사, 2008)
천문학은 점성술이라는 기나긴 동굴을 헤매다 정식 학문이 되었다. 점성술사들은 별들의 형태를 보고 방향이나 시간을 어림잡았으며 계절의 변화를 감지하기 시작했다. 고대인들은 별을 통해 사람의 운명은 물론이고 여러 가지 전쟁이나 재난을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고대의 천문학이 이렇게 비과학적인 모습만 보인 것은 아니었다. 농업이 시작되면서 기후 변화와 강의 범람 시기를 정확히 알아낸 것을 봐도 천문학은 이미 학문으로써 틀을 잡고 있었다.
* 칼 세이건 《코스모스》 (사이언스북스, 2006)
* [절판] 존 스트로마이어, 피터 웨스트브룩 《피타고라스를 말하다》
(퉁크, 2005)
* [품절] 이광연 《피타고라스가 보여주는 조화로운 세계》 (프로네시스, 2006)
피타고라스(Pythagoras)는 우주를 수학적 조화들로 가득 찬 거대한 악기로 보았다. 단순한 현 길이의 차이가 조화로운 화음을 만들어 내는 것처럼 수학적인 질서를 가진 천체가 움직일 때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고 생각했다. 피타고라스는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천체에서 나는 소리에 익숙해져 있기 그 소리를 들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같은 수학적인 구조를 통해 질서와 조화를 이루는 세계를 코스모스(Cosmos)라고 불렀다. 코스모스는 우주를 지칭하는 이름으로 남아있다.
* 남영 《태양을 멈춘 사람들》 (궁리, 2016)
* 제임스 R. 뵐켈 《행성운동과 케플러》 (바다출판사, 2006)
* 오언 깅그리치, 제임스 맥라클란 《지동설과 코페르니쿠스》 (바다출판사, 2006)
피타고라스의 우주론은 플라톤(Plato)을 거쳐 요하네스 케플러(Johannes Kepler)와 코페르니쿠스(Copernicus)에게 영향을 주었다. 케플러가 생각한 우주에는 기하학적 질서가 나타나 있다. 이 ‘기하학적 질서’는 신이 우주를 만들면서 부여한 규칙성이다. 케플러는 천체가 동심원이라는 완벽한 기하학적 도형의 형태로 되어 있다고 믿었다. 코페르니쿠스도 우주가 수학적 질서로 이루어져 있다고 주장했다. 사실 그는 천문학자라기보다는 수학자에 가까웠다. 대부분 사람은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과학혁명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으나 최근에는 그의 우주론에 스며든 보수성을 지적하는 의견도 주목받고 있다. 코페르니쿠스를 ‘과학혁명의 이단아’로 보는 입장에 반대하는 학자들은 그의 우주론이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동설과 ‘조화 우주론’을 부분적으로 포용한 작업이라고 주장한다. 즉 지동설은 기독교의 핵심교리와 연관된 천동설과 피타고라스 우주론이 적당히 합친 산물이다. 코페르니쿠스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연구를 진행했다. 천동설은 기독교 교회의 거역할 수 없는 도그마였고 신앙의 절대 조항이었다. 코페르니쿠스가 세상을 떠나자마자 지동설을 언급한 <천체의 회전에 관하여>가 나왔으니 로마 교황청의 종교 재판을 피할 수 있었다.
* 시부사와 다쓰히코 《흑마술 수첩》 (어문학사, 2017)
* [절판, No Image] 콜린 윌슨 《우주의 역사》 (범우사, 1986)
잘 알려지지 않는 내용이긴 한데,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도 독창적이면서도 파격적인 우주론을 세상에 공개한 적이 있다. 시부사와 다쓰히코(澁澤龍彥)는 《흑마술 수첩》(어문학사, 2017)에 ‘포의 우주론’을 아주 잠깐 언급했는데, 이에 대한 부연 설명을 하지 않았다.
포(E. A. Poe)를 본받아, 미스터리 작가는 반드시 자신의 우주론을 써야 하는 그러한 제도가 마련되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 (《흑마술 수첩》 47쪽)
우주론의 역사를 다룬 교양서나 과학 교과서는 ‘포의 우주론’을 거의 다루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언급하지 않았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포의 우주론’을 비중 있게 언급한 책이 콜린 윌슨(Colin Wilson)의 《우주의 역사》(범우사, 1986)뿐이다. 그러나 이 책은 절판되었다.
1847년 포는 <유레카(Eureka)>라는 책을 집필하는 일에 몰두했고, 출판사에게 이 책의 초판을 5,0000부로 인쇄해달라고 요청했다. 포는 이 책이 성공할 거로 믿었다. 그러나 <유레카> 초판은 불과 500부만 인쇄되었고, 이 책을 읽은 비평가들은 차디찬 반응을 보였다.
“우주의 기원을 해명했다는 포의 주장은 ‘증거가 조금도 없는 뻔뻔스러운 독단’이다.” (《우주의 역사》 9쪽)
작품을 발표할 때마다 비평가들로부터 공격을 받은 포는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응수했다. 그는 <유레카>에 대한 악평을 쓴 비평가들에게 항의 편지를 보냈다. 포의 우주론은 프랑스의 천문학자 라플라스(Laplace)의 우주론과 독일의 자연 과학자 알렉산더 훔볼트(Alexander Humboldt)의 우주론의 내용과 일부 비슷한데(장르적 유사성?), 비평가들은 포가 라플라스의 우주론을 도용했다고 비난했다. 콜린 윌슨은 포의 우주론에 구체적인 근거가 빈약한 점을 지적했고, 포가 과장된 표현으로 우주의 기원을 설명했다고 평가했다.
* 마샤 바투시액 《블랙홀의 사생활》 (지상의책, 2017)
* 이석영 《모든 사람을 위한 빅뱅 우주론 강의》 (사이언스북스, 2017)
* 사이먼 싱 《빅뱅 : 우주의 기원》 (영림카디널, 2015)
하지만 포는 <유레카>에 ‘시대를 상당히 앞서 간 파격적인 주장’을 펼쳤다. 그는 초기의 우주가 공처럼 생긴 물체처럼 생겼으며 그것이 ‘폭발’해서 별과 행성이 태어났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포는 언젠가 우주는 소멸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놀랍게도 포는 ‘빅뱅(Big Bang)’ 우주론과 블랙홀(Black Hole)과 유사한 개념을 생각했다.
* 스티븐 호킹 《그림으로 보는 시간의 역사》 (까치, 1998)
* 크리스토프 갈파르 《우주, 시간, 그 너머》 (RHK, 2017)
아주 오랫동안 과학자들은 모든 물체가 가진 정보는 절대 사라지지 않으며 과거의 원인으로 미래의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은 블랙홀이 소멸할 때 그것이 빨아들였던 모든 정보도 함께 소멸한다고 주장해 기존의 물리학 원리를 뒤집었다. 호킹은 블랙홀이 만들어지면 에너지를 방출하기 시작하며 이 ‘호킹 복사(Hawking radiation)’를 통해 질량을 상실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블랙홀에 빨려 들어간 정보는 다시 방출되지 않으며 블랙홀이 사라지게 되면 이런 정보도 함께 사라진다. ‘호킹 복사’를 입증하기 위해선 많은 후속 연구와 시간이 필요해 보이지만, 호킹의 대담한 주장은 우주의 실체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었다. 포는 과대망상이 시달리는 상태 속에서 직관만으로 우주의 기원을 설명했지만, 시대를 앞서간 그의 통찰은 기억해둘 만하다.
* 콜린 윌슨 《아웃사이더》 (범우사, 1997)
콜린 윌슨은 점성술, 신비주의 사상 등 현대 과학이 거부하는 생각들이 근대 천문학의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고 주장한다. 과학의 역사를 새롭게 접근하는 관점은 장샤오위안(江曉原)의 《별과 우주의 문화사》 (바다출판사, 2008)와 유사하다. 그런데 장샤오위안의 책도 절판됐다…‥. 콜린 윌슨은 출세작 《아웃사이더》 출간 이후로 오컬트(Occult), 불가사의 같은 분야에 심취하여 이와 관련된 책들을 펴냈다.
* [품절] 로버트 토드 캐롤 《회의주의자 사전》 (잎파랑, 2007)
《우주의 역사》는 콜린 윌슨이 '암흑의 지식'에 한창 몰두하고 있었던 시기인 1980년에 발표된 책인데 이 책에서도 오컬트에 박식한 그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이렇다 보니 그가 이 책에서 언급한 오컬트 정보 중에는 도저히 ‘과학’과 ‘사실’이라고 볼 수 없는 허황한 내용들도 있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1986년에 이 책이 ‘청소년 권장도서’였다는 점이다. 《우주의 역사》 1장에 ‘달의 기운이 인간의 정신에 미치는 효과’와 ‘수맥 찾기’로 잘 알려진 ‘다우징(Dowsing)’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사이비 과학’에 가까운 이 터무니없는 내용을 철저히 검증하고, 조목조목 비판하는 입장을 알고 싶으면 《회의주의자 사전》(잎파랑, 2007)을 참고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