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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를 보는 방법 - 박테리아의 행동부터 경제현상까지 복잡계를 지배하는 핵심 원리 10가지
존 밀러 지음, 정형채.최화정 옮김 / 에이도스 / 2017년 11월
평점 :
일시품절
질서와 무질서의 경계를 넘나드는 세계를 복잡계(complex system)라고 부른다. 주식시장은 복잡계를 설명할 때 자주 거론되는 대표적인 현상이다. 어느 때는 질서를 가진 듯하다, 또 어느 때는 무질서하면서도 용하게 제 갈 길을 찾아내곤 한다. 이런 행보가 지니는 특성을 읽어내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복잡계 이론은 복잡다단한 현상을 폭넓은 관점에서 관찰함으로써 그 현상 속에 숨겨진 문제점을 찾아낸다. 따라서 성공적 전략과 예측을 세우기 위해서는 복잡계 이론을 숙지해야 한다. 복잡계 과학은 생명공학, 기상학, 경제학, 사회학 등 각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체를 보는 방법》(에이도스, 2017)은 전문가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복잡계 원리 10가지를 다루고 있다. 이 책에 소개된 ‘상호작용’, ‘피드백’, ‘네트워크’, ‘자기조직화 임계성’ 등은 자연 및 사회현상의 비밀을 하나씩 풀 수 있는 실마리가 된다. 이 책의 저자는 환원주의를 경계하고 복잡계 과학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환원주의에 의존했다. 그들은 자연을 간단한 구성요소로 나누어 이해하면, 그것들을 종합해 전체를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환원주의는 자연을 설명하는 데 필요한 상호 관계와 외부 변수를 보지 못한다.
환원주의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시스템을 이루는 구성요소에 대해 가능한 모든 것을 알고 있을지라도 그 구성요소가 시스템을 이루었을 때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는 전혀 모르기 때문이다. (24쪽)
복잡계 과학은 지난 세기까지 지배적 사고였던 환원주의에 대한 반동으로 출발했다. 복잡계 과학은 자연을 ‘구성요소의 총합’이 아니라 ‘하나의 통합된 전체’로 이해한다. 즉 자연은 매우 복잡한 시스템의 구성요소들이 매우 유기적으로 결합,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복잡계는 겉으로 보기에 무질서한 세계이지만 그 속에 일정의 규칙이 있다. 《전체를 보는 방법》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지나치는 자연과 사회, 경제의 여러 현상에는 복잡성이 숨어있음을 보여준다.
세계 경제를 강타한 미국발 경제 불황은 일시적인 경제 침체가 아니라 신용등급이 낮은 고객들에게 고금리로 대출해주는 주택담보대출이 부실 징후를 보이면서 생긴 연쇄적인 문제이다. 부실 금융상품은 실제 담보의 가치를 무한대에 가깝게 뻥 튀겼다. 금융기관들은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자격 기준에 못 미치는 고객들에게 대출자금을 풀어줬다. 거품은 언제든 빠질 준비가 돼 있었다. 주택을 사기 위해 돈을 빌린 수백만 명의 서민들은 거리로 나앉을 처지가 됐다. 이로 인해 미국 경제를 떠받치는 소비가 감소하였고 이런 연쇄 효과에 따라 세계 경제의 타격도 불가피했다. 미국발 경제 불황은 작은 사건이 큰 사건으로 증폭시킨 ‘양의 피드백 메커니즘’의 대표적인 사례다. 복잡계는 조금만 방심하면 곧바로 다른 영역으로 전파되어 ‘엄청난 재앙’을 일으킨다.
주위의 자연과 사회를 더 주의 깊게 관찰하면, 많은 현상이 교과서에서 배운 것과는 달리 매우 복잡하며 역동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촛불 집회는 복잡계 원리로 설명할 수 있는 사회현상이다. 수많은 인파가 광화문에 모여든 촛불 집회를 누군가의 계획적인 참여를 통해 시작되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촛불 집회는 ‘촛불 한 개’로 시작되었다. 사람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존재이다. ‘촛불 한 개’는 주변 사람들의 행동에 영향을 주었고, 광화문에 모인 군중들은 복잡계 시스템으로 볼 수 있다. 전국으로 점점 확대되는 사회운동은 눈덩이가 굴러가면서 점점 커지는 상황과 유사하다.
복잡계 이론의 도움 없이도 우리는 이런 현상을 이미 직관적으로 알고 있다. 소셜 네트워크의 정보 공유, 전염병의 확산 과정, 새로운 유행의 전파 과정에 대한 이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고, 모든 것은 서로 영향을 받는다. 이게 바로 복잡계의 기본 원리이다. 우리는 이미 상호 작용하는 복잡계에 속해 있다. 복잡계 과학은 기존의 과학 방법론으로는 다루기 힘들지만, 근본적인 문제들에 대한 인식의 폭을 크게 넓혀주고 있다. 하지만 복잡성의 힘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지는 지금도 명확하지 않다. 촛불 집회와 미국발 경제 불황에서 보듯 우리는 복잡계가 두 얼굴을 함께 지녔다는 것을 이제 막 경험했을 뿐이다. 그래서 저자는 복잡성의 힘은 우리에게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효과를 주면서도 가끔은 우리를 잘못된 길로 인도할 수 있다고 말한다. 복잡계는 ‘동전의 양면’이다. 우리는 이 복잡계라는 동전을 잘 사용해야 한다. 우리가 복잡계라는 동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것은 새로운 삶을 제시하는 천사가 되거나 아니면 말썽을 일으키는 악마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