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자신의 모습을 영원히 간직하고, 죽은 뒤에도 후세에 전하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반영한 발명이다. 사진술(Photography)은 그리스어의 ‘photos(빛)’와 ‘graphien(그리다)’를 합친 단어다. ‘빛으로 대상을 그리는’ 사진의 재현성은 기계가 침범할 수 없을 것 같던 인간의 정신적 표현영역인 예술 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 보먼트 뉴홀 《사진의 역사》 (열화당, 2003)

* [절판, No Image] 보먼트 뉴홀 《잠상》 (해뜸, 1995)

* 장 뤽 다발 《사진예술의 역사》 (미진사, 1991)

 

 

 

 

다게르(Daguerre)가 발명한 은판사진이 1839년 프랑스 과학 아카데미에서 정식으로 인정받으면서 사진의 역사가 시작됐다. 1839년은 사진이 공식적으로 탄생한 해로 인정받고 있다. 다게르 이전에 카메라 옵스쿠라(Camera Obscura)라는 장치를 이용해 사진을 찍듯이 그림을 그린 화가들이 있었고, 프랑스의 조지프 니엡스(Joseph Niépce)는 1827년에 자신의 집 창밖으로 내다본 풍경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문제는 니엡스의 사진기는 노출 시간이 무려 8시간이나 소요돼 인물사진을 찍기에는 매우 부적합했다. 니엡스는 다게르와 함께 사진술을 개발하기로 협의했으나 동업 계약에 서명한 지 4년 후 세상을 떠났다. 그리하여 홀로 남은 다게르는 연구에 매진해 국가가 공인한 사진 발명가로 이름을 남기게 되었다.

 

다게르의 이름을 딴 사진기 다게레오타입(Daguerreotype)은 장시간 노출을 해야 했기 때문에 풍경이 아닌 인물 사진을 찍기 위해선 20분 동안 사람이 움직일 수 없었다.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다게레오타입은 ‘상품의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로 특징지어지는 자본주의 생산양식에 적합한 발명품이다.

 

에른스트 곰브리치(Ernst Gombrich)의 《서양미술사》가 서양미술사의 고전이라면, 보먼트 뉴홀(Beaumont Newhall)《사진의 역사》서양 사진예술사의 고전이라 할 수 있다. 뉴홀은 1908년 미국에서 태어났고, 곰브리치는 이듬해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났다(1947년에 영국 국적을 취득했고 1950년에 《서양미술사》를 발표했다). 뉴홀은 하버드 대학에서 미술사를 전공했지만, 뉴욕 현대미술관(MOMA) 사서 및 사진 분야 전문 큐레이터로 활동했다. 《사진의 역사》 초판은 1937년 뉴욕 현대미술관이 주최한 전시회 <사진 1839~1937> 카탈로그를 통해 발표되었다. 뉴홀은 1982년에 개정, 증보한 5판을 발표했는데, 국역본은 제5판을 저본으로 삼았다. 부제가 말하는 ‘현재’는 1980년대를 가리킨다. 2003년에 출간된 중판 번역본부터 부제가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편집 방식, 외국어 표기법이 달라졌을 뿐 초판 번역본과 내용이 같다. 뉴홀은 1993년에 세상을 떠났다. 따라서 현재 구할 수 있는 《사진의 역사》 국역본에는 1990년대 사진예술에 대한 내용이 없다.

 

 

 

 

 

《사진의 역사》 국역본 초판(구판)은 ‘열화당 미술선서’ 60번째 책으로 선보였다. 정가는 9,500원. 구판이 나온 지 이십 년이 흘렀는데, 그 사이에 책값이 28,500원 인상되었다. 부담스러운 책값 때문에 헌책방에 전전하면서 구판을 구하지 않았으면 한다. 왜냐하면, 구판에 오류가 있기 때문이다. 구판의 오류를 한 번에 알아보며 스스로 고칠 자신이 없으면 중판을 사는 게 낫다.

 

《잠상 : 사진술의 발견》 은 잘 알려지지 않은 뉴홀의 또 다른 저서이다. 1983년에 발표된 책의 원제는 <Latent Image>다. 잠상(潛像)이란 사진이 인화되기 전 필름 안에 있는 상을 말한다. 잠상은 눈으로 볼 수 없다. 영국의 윌리엄 헨리 폭스 탤벗(William Henry Fox Talbot)이 발명한 칼로타입(calotype)은 잠상을 이용한 사진술이다. 뉴홀은 서문에서 《잠상 : 사진술의 발견》이 ‘사진을 연구한 과학자들의 역사’를 다뤘다고 말했다. 이 책은 다게르, 니엡스, 탤벗 이 세 사람을 중심으로 시작된 초기 사진술의 발전 과정을 다루고 있다. 사진 초창기 역사를 심도 있게 설명한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알라딘에서 이 책을 검색하기가 쉽지 않다. ‘보먼트 뉴홀’로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다. 왜냐하면, 《잠상 : 사진술의 발견》의 저자명이 영문(BEAUMONT NEWHALL)으로 입력되어 있기 때문이다. 출판사명인 ‘해뜸’과 책 제목 ‘잠상’을 함께 검색하면(‘해뜸 잠상’으로) ‘표지 없는 책’이 나온다.

 

 

 

 

 

장 뤽 다발(Jean Luc Daval)《사진예술의 역사》도 예술매체로서 사용된 사진의 역사를 풍부한 도판과 함께 설명한 책이다. 이 책의 원서 역시 나온 지 꽤 오래됐지만(1973년에 초판 발표, 국역본 저본은 1982년에 나온 제4판이다), 사진술의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유용한 책이다.

 

 

 

 

 

 

 

 

 

 

 

 

 

 

 

 

 

 

* [절판] 최인진 《한국사진사 1631~1945》 (눈빛, 1999)

* 최인진, 박주석, 한국사진연구소 《한국사진의 한 세기》 (시각, 2015)

 

 

 

故 최인진 씨는 1978년에 한국사진사연구소를 설립하여 한국 사진 역사 관련 자료를 발굴하는 데 힘써왔다. 그는 2016년에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가 1999년에 쓴 《한국사진사 1631~1945》는 한국 근현대 모습을 생생하게 담은 희귀 사진 자료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책이다. 최 씨는 한국사진연구소 소속 회원들과 함께 《한국사진의 한 세기》를 2001년에 출간했고, 2015년에 개정증보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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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3 15: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1-23 17:42   좋아요 2 | URL
유레카님을 만나지 않았다면 저는 죽을 때까지 사진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거예요. 사진이 ‘예술’의 한 장르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그런지 사진의 역사를 다룬 책들이 많이 나오지 않았어요. 청소년을 위한 서양미술사 책이 나오고 있는 상황과 비교하면 사진의 역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저조합니다.

레삭매냐 2018-01-24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직접 필카 시절에 사진을 찍고
그럴 적에 열화당에서 나온 유명 작가 시리즈를
하나씩 사서 모으던 시절 생각이 나네요.

역시 대가의 사진을 보면 사진 찍는데 도움이
되긴 하는 것 같더군요.

지금은 필카와 다른 디카 그리고 더 진화한
폰카 시절이라 그 때와 비교하기가 그러네요.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숨도 멈춰 가며 찍던
시절이었네요. 현상 인화까지 배웠을 땐 더더
욱 재밌었군요.

cyrus 2018-01-24 16:35   좋아요 1 | URL
혹시 래샥매냐님은 열화당 전설의 절판본 <카메라 루시다>를 가지고 계십니까? 저는 사진을 찍을 줄 모르지만, 사진을 감상하는 방법을 알고 싶어서 사진 책을 모으게 됐어요. ^^

레삭매냐 2018-01-24 16:41   좋아요 0 | URL
그 전설의 책은 저도 실물도 보지 못했네요 :>
없답니다 -

아마 사진 감상하시는 걸 알게 되시면 직접
사진을 찍게 되실 지도 모르겠네요 ㅋㅋㅋ

cyrus 2018-01-24 18:03   좋아요 0 | URL
한 달에 한번씩 yureka01님을 만납니다. 그 분 따라 다니다보면 저도 사진 찍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