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부터 베르트 모리조(Berthe Morisot)의 삶과 작품들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인상주의 미술을 다시 공부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고전주의, 낭만주의, 인상주의, 현대미술까지 서양미술의 큰 흐름을 톺아보면서 ‘주제 서평’을 쓸 계획을 세웠다.

 

 

 

 

 

 

 

 

 

 

 

 

 

 

 

 

 

 

* 아르망 푸로 《인상주의의 숨은 꽃, 모리조》 (글항아리, 2009)

 

 

 

이 글이 서양미술을 주제로 한 첫 번째 주제 서평이 되지 싶다. 이 글의 주제이자 주인공은 베르트 모리조다. 오늘날 인상주의는 대중에게 가장 사랑받는 미술사조 중 하나가 되었다. 인상주의 미술에 대한 태동과 흐름을 친절하게 설명한 책들이 많다. 또 인상주의 미술을 대표하는 화가들의 생애와 업적을 조명한 책들도 있다. 그런데 이 책 중에 베르트 모리조를 비중 있게 다룬 것이 별로 없다. 그리하여 지금까지 출간된 모든 인상주의 미술 관련 책 중에 베르트 모리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책들을 선별했다.

 

 

 

 

 

 

 

 

 

 

 

 

 

 

 

 

 

 

 

 

 

 

 

 

 

 

 

 

 

 

 

* 김광우 《마네와 모네 : 인상주의의 거장들》 (미술문화, 2017)

* 루이 피에라르 《이해받지 못한 사람, 마네》 (글항아리, 2009)

* 스테파노 추피 《마네 : 전통에 반기를 든 근대의 화가》 (마로니에북스, 2009)

* 자비에르 질 네레 《에두아르 마네》 (마로니에북스, 2006)

* 프랑수아즈 카생 《마네 : 이미지가 그리는 진실》 (시공사, 1998)

 

 

 

마네(Manet)와 모리조는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인상주의 미술을 소개하는 책이나 글을 보게 되면 마네의 이름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비록 마네는 인상주의 화가 그룹에 가입하지 않았으나 인상주의 화가들에게 영감의 원천이 된다. 모리조 역시 마네의 영향을 받은 인상주의 화가 중 한 명이다. 마네를 빼놓고 인상주의 미술에 접근한다는 것은 근대미술의 시작점을 그냥 지나쳐버리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모리조를 만나기 전에 인상주의 화가들이 왜 자신들과 거리를 둔 마네를 위대한 화가로 치켜세우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

 

 

 

 

 

 

 

 

 

 

 

 

 

 

 

 

 

* [절판] 줄리 마네 《인상주의, 빛나는 색채의 나날들》 (다빈치, 2002)

 

 

 

모리조는 마네의 친동생 외젠 마네(Eugene Manet)와 결혼하여 외동딸 줄리 마네(Julie-Manet)를 낳았다. 줄리 마네는 어렸을 때부터 인상주의 화가와 문인들 사이에서 자랐다. 그녀를 따뜻하게 보살펴준 사람들이 드가(Edgar De Gas), 르누아르(Renoir), 상징주의 시인 말라르메(Mallarme) 등이다. 특히 말라르메는 세상을 떠날 때까지 줄리의 대부(代父)가 되어 그녀를 친자식같이 보살폈다. 《인상주의, 빛나는 색채의 나날들》은 1893년부터 1899년까지 기록된 줄리의 일기를 선별하여 편집한 책이다. 아버지 외젠이 세상을 떠난 지 일 년 후에 줄리는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삼촌인 마네는 줄리가 일기를 쓰기 시작하기 십 년 전에 세상을 떠났다. 열다섯 살의 줄리가 쓴 일기를 보면 어른들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심리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모리조 역시 1895년에 세상을 떠나고 만다. 줄리는 어머니의 부재에서 느껴지는 슬픈 감정들을 일기에 꾹꾹 담았다.

 

의외로 이 책의 독자 평점이 낮다. 물론, 나도 이 책에 ‘별 세 개’를 주었다. 수수하고 담백한 문체가 이 책의 특징이다. 자질구레한 일상을 기록한 내용이 많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을 가볍게 보면 안 된다. 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모리조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전여전(母傳女傳)’이라고 줄리도 그림 그리는 일을 좋아했고, 모리조와 르누아르에게 그림을 배운 적이 있다. 줄리는 자신만의 관점으로 어머니가 남긴 그림들을 살펴보면서 느낀 감정을 일기장에 기록했다. 이 책에 모리조의 그림 도판이 많아서 좋다. 모리조의 그림 대부분은 외젠 마네와 줄리를 묘사한 것들이 많다. 줄리의 모습을 담은 모리조의 그림들을 보면 가슴 뭉클하다. 유일한 혈육인 딸을 향한 어머니의 애틋한 시선이 느껴진다.

 

 

 

 

 

 

 

 

 

 

 

 

 

 

 

 

 

* 제프리 마이어스 《인상주의자 연인들》 (마음산책, 2007)

 

 

 

《인상주의 연인들》 ‘마네-모리조’, ‘드가-메리 커샛’의 복잡 미묘한 관계를 다룬 책이다. 이 책은 마네와 모리조를 단순히 ‘스승과 제자’ 관계로 보지 않는다. 저자의 주장이 과감하다. 제프리 마이어스(Jeffrey Meyers)는 모리조가 언니 에드마에게 보낸 편지와 마네가 그린 초상화를 근거로 모리조가 마네를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사랑했다고 주장한다.

 

 

 

 

 

 

마네의 화실에 드나들었던 두 명의 여성이 있었는데 모리조와 에바 곤살레스(Eva Gonzalez)다. 마네는 두 사람에게 미술을 가르쳤는데 모리조는 그림 그리는 에바에게 질투심을 느꼈다. 그뿐만 아니라 마네의 부인을 험담하기도 했다. 저자는 모리조가 자신보다 능력이 뛰어난 마네로부터 인정받길 원했으며 그의 영향력 안에서 더욱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고 주장한다. 모리조는 마네와 더욱 가까이 지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마네의 ‘충고’를 따르기로 했다. 그 ‘충고’가 바로 마네의 동생과 결혼한 일이다.

 

솔직히 말해서 제프리 마이어스의 주장에 선뜻 동의하고 싶지 않다. 모리조의 편지 구절을 근거로 마네에 대한 그녀의 감정을 분석한 주장들이 과대 해석한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무엇보다도 이 책에서 내가 동의할 수 없는 점은 모리조의 그림에 대한 저자의 품평이다.

 

 

섬세하고 난해한 모리조의 작품은 페미니즘 평론가들에 의해서만 과대평가되었고, 나머지 평론가들 사이에서는 과소평가되었다. 역사적인 맥락이나 극적 긴장, 서사적 의미 등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에서는 그녀의 작품이 마네의 작품보다 더 심했다. 또한 그녀의 작품은 그림 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으며,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물어보게끔 보는 이들을 자극하지 않는다.

 

 

제프리 마이어스가 모리조의 그림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의심스럽다. 모리조는 부르주아 계급의 일상생활, 특히 가족을 주제로 많은 그림들을 그렸다. 화가의 가족 또는 지인의 모습을 담은 그림에서 ‘역사적 맥락’, ‘극적 긴장’, ‘서사적 의미’를 왜 찾아야하는가? 제프리 마이어스의 심미안은 인상주의 미술과 동떨어져 있다. 그가 역사적 맥락, 서사적 의미가 결여되지 않은 그림을 보고 싶어 한다면 자크 루이 다비드(Jacques-Louis David)가 그린 고전주의 역사화를 추천하겠다.

 

 

 

 

 

 

 

 

 

 

 

 

 

 

 

 

 

 

 

* 프랜시스 보르젤로 자화상 그리는 여자들(아트북스, 2017)

* [절판] 주디 시카고, 에드워드 루시-스미스 여성과 미술(아트북스, 2006)

* 크리스티나 하베를리크, 이리 디아나 마초니 여성예술가(해냄, 2003)

 

 

 

페미니즘 평론가들이 모리조를 과대평가를 한다는 의견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페미니즘 미술은 미술관에서 여성의 지위가 미약한 원인과 여성 미술가가 남성 미술가에 비해 경력을 쌓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남성 미술가들만 주목하고 여성 미술가들을 소외하는 미술 평론계에 반발하기 위해 나선 것이 페미니즘 미술이다. 모리조는 인상주의 회화 그룹 내에서 자신의 자리를 당당히 지킨 화가이다. 그런 그녀를 과소평가한 사람들이 누구인가? 남성 중심 사회 속에 권위를 떨친 미술 평론가들 아닌가?

 

 

 

 

 

 

Trivia

 

 

 

 

 

 

 

 

 

 

 

 

 

 

 

 

존 리월드(John Rewald)인상주의의 역사(까치, 2006)는 인상주의 미술에 관한 책의 고전이다. 줄리 마네는 이 책에 있는 모리조에 관한 잘못된 내용을 알려주었으며 존 리월드는 개정판에 줄리의 의견을 반영했다. 그런데 이 책을 번역한 정진국 씨는 베르트 모리조의 둘째 언니 에드마를 동생이라고 잘못 썼다. 베르트 모리조는 모리조 집안의 세 딸 중 막내로 태어났다 정진국 씨는 2009년에 나온 인상주의의 숨은 꽃, 모리조를 번역했다. 이 책에서는 에드마를 언니라고 올바르게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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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11 2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1-12 10:05   좋아요 0 | URL
책마다 이름 표기명이 달라요. 어떤 책은 ‘모리소’라고 하거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