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에 취한 미술사 - 달콤한 잠에 빠진 예술가들
백종옥 지음 / 미술문화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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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24시간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이다. 인간이 잠을 자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낮 동안 고단하게 활동한 신체를 쉬게 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학습능력을 높이는 데는 충분한 수면이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뇌는 낮에 풀지 못했던 문제들을 수면 중에도 풀기를 계속한다. 8시간 자면 문제가 쉽게 풀릴 수도 있다고 한다. 아주 드물기는 하지만 꿈은 창조적 힘을 발휘할 때 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예술가들은 꿈에서 다양한 영감을 얻었다.

 

달콤한 잠에 빠진 예술가들이라는 부제를 단 잠에 취한 미술사는 바로 예술가들에게 창조적 영감을 불어넣은 잠에 대해 다루고 있다. 저자는 예술가들이 어떻게 잠을 주제로 작품을 만들었는지를 흥미롭게 보여준다. 이를 위해 저자는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시간을 넘나들며 자료를 폭넓게 수집했다. 이 책에서 나오는 미술이 서양미술에 치중되어 있지만, 잠과 꿈의 세계를 다채롭게 표현한 작품들이 수록됐다.

 

 

 

 

 

 

저자는 몰타 공화국의 고대 도시에 발견한 조각상 잠자는 여인을 잠을 주제로 한 예술작품의 시조로 본다. 세계 최고(最古)의 조각상이라 할 수 있는 빌렌도르프의 비너스가 풍요와 다산(多産)을 기원하는 하나의 상징이듯이 잠자는 여인도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인간의 꿈과 소망을 표현하는 역할을 했을 것이다. 책의 1부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묘사된 잠에 주목하고, 그것을 표현한 작품들을 소개한다. 아리아드네(Ariadne)는 적국인 아테네의 왕자 테세우스(Theseus)에게 반한 비운의 공주이다. 그녀는 테세우스가 괴물 미노타우로스(Minotaurs)를 죽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나 테세우스는 낙소스 섬에 잠든 아리아드네를 혼자 남겨둔 채 아테네로 돌아간다. 테세우스가 탄 배가 섬을 떠나는 줄 모르고 잠에 빠진 아리아드네의 모습은 예술가들이 선호하는 주제가 되었고, 예술가들은 사랑에 배신당한 여성의 상심을 아름답게 표현했다.

 

프시케(Psyche)와 에로스(Eros) 이야기는 신의 사랑과 인간의 영혼을 아름답게 대비시키는 그림 소재로 활용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프시케가 잠든 에로스 곁에 다가가서 그의 얼굴을 확인하는 장면도 그림의 단골 소재였다. 프시케는 매일 밤 찾아와서 새벽과 함께 사라지는 남편의 얼굴이 궁금했다. 에로스의 얼굴을 너무도 보고 싶은 나머지, 프시케는 잠든 에로스의 얼굴에 등불을 비춘다. 프시케의 실수로 잠에서 깨어난 에로스는 그녀의 행동에 실망하여 멀리 떠나게 된다. 에로스와 함께 지낸 나날은 달콤하고 행복한 꿈이었으나 사소한 실수 하나로 악몽으로 변한다.

 

 

 

 

 

 

 

2부에는 꿈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나온다. 꿈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다. 꿈이 미래를 예지하는 기능을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종교인들은 꿈이 신의 계시이거나 성령의 영감이라고 생각했다. 프로이트(Freud)는 꿈이란 인간 내면의 무의식에 자리한 욕망이 표출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헨리 푸젤리(Henry Fuseli)는 사랑하는 여인에게 배신당한 뒤 꿈을 꿨다. 그 꿈을 그린 작품이 바로 악몽이다. 이 그림에서 화가의 감정을 확인할 수 있다. 악마는 배신한 여인에 대한 성적 욕구와 공격성을 동시에 지닌 푸젤리의 모습이다. 말은 성적으로 흥분된 화가의 감정 상태를 의미한다.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는 프로이트가 말한 무의식의 세계를 회화에 도입하고, 회화를 통해 정신분석학을 탐구했다. 달리는 프로이트의 열렬한 추종자였다. 달리는 자신 작품의 가장 중요한 주제인 꿈과 환상의 세계를 재현하는 데 몰두했다. 이른바 편집증적 비평을 이용해 기괴한 상상과 환각의 세계를 표현하려 했다. 꿈속 이미지는 기묘하고 행동은 통제되지 않는다. 꿈을 꾸지 않는 상태를 기준으로 보면 꿈은 일종의 정신착란 상태에 가깝다. 꿈의 비논리성은 달리뿐만 초현실주의자들이 선호한 소재였다.

 

3부는 일상적인 잠을 표현한 작품들, 즉 그림의 해석에 연연하지 않아도 되는 비교적 보기 편안한 그림들을 소개한다. 우리가 눈을 감는 순간 뇌에 커다한 변화가 생긴다. 뇌의 네 가지 영역 중 하나인 후두엽은 보이는 것을 해석하는 일을 한다. 눈을 감는다는 것은 인간이 받아들이는 시각정보를 차단하는 것을 의미한다. 눈을 감는 이 단순한 행동 하나가 뇌에게는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준다. 대부분 사람들은 창조적 영감과 꿈의 연관성을 허튼소리로 치부한다. 꿈이 언제나 영감을 주는 것만은 아니다. 그렇다고 완전히 쓸모없는 것도 아니다. 잠은 바쁜 일상에 지쳐있는 사람들에게는 소중한 재충전 시간이다. 예술가들에게 있어 꿈은 그들이 가진 최고의 무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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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renown 2017-11-14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점심을 과식했는지 오후되니 졸리군요.. 창조적 영감님은 기대하지 않더라도 눈치보지 않고, 늘어지게 한숨 푹 잤으면.. ^^

cyrus 2017-11-14 19:26   좋아요 0 | URL
이제 날씨가 슬슬 추워지니까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이 힘들어요.. ^^;;

2017-11-14 16: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11-14 19:28   좋아요 0 | URL
다음날에 중요한 일이 있으면 전날 밤에 잠이 안 와요. 군 생활했을 때 선잠자는 습관이 아직도 남아 있는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