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신을 찾는 짧은 여행 SciFan 33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 위즈덤커넥트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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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속에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

 

(체 게바라)

 

 

 

바이킹족은 거대한 뱀이 우주를 똬리 틀고 있다고 믿었다. 고대 이집트인은 사자 머리의 신이 하늘을 들고 있다고 생각했다. 오래전, 고대에 살았던 사람들도 우주에 대해 나름대로 이해하려고 애썼다. 그들은 신의 말씀에 의지했고, 밤하늘에 빛나는 별을 바라보면서 점성술로 미래를 알아내려고 했다. 오늘날 인간은 ‘과학’이라는 새로운 방법을 통해 우주를 이해하려 노력하는 중이다. 그러나 인간이 알 수 있는 것에는 궁극적으로 한계가 있다. “우주에 정말로 우리뿐이라면, 이 공간은 엄청난 낭비일 것이다.” 칼 세이건의 이 말은 우주 어딘가에 살고 있을 지적인 존재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어 있다. 의미심장한 말이기는 하지만 세이건도 고대 우주관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아니면 인간의 이성과 과학의 한계성을 부분적으로 인정하는 겸손의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제프 윌리엄스라는 미국의 우주인은 우주를 여행할 때마다 신의 존재를 더욱 확신하게 된다고 말했다. 과학이 궁극적으로 정밀해진다고 해도 우주에는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 차원이 존재한다.

 

레이 브레드버리의 단편소설 《신을 찾는 짧은 여행》(원제: A Little Journey)은 우주라는 공간적 의미를 통해 인간의 존재와 삶의 조건을 탐구한 작품이다. 아흔을 바라보는 벨로위 부인은 신에게 가까이 다가서기 위해서 터켈이라는 사람이 운영하는 화성 왕복 여행을 신청한다. 터켈 화성 왕복 여행에 신청한 사람들은 벨로위 부인의 나이와 비슷한 칠순, 여든이 넘은 노부인이다. 이들은 화성 여행이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누릴 수 있는 특별한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터켈은 우주에 한 번도 여행해본 적이 없는 사기꾼이었다. 그가 화성에 가면 신을 만날 수 있다고 홍보한 것도 거짓말이었다. 또 터켈이 마련한 우주선은 사용 불가능한 고철 덩어리였다. 터켈은 우주에 신이 있다고 믿는 부인들이 어리석다고 화를 내지만, 벨로위 부인은 터켈에게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차분하게 알려준다.

 

 

“당신이 우리에게 약속한 것들은 아주 훌륭하고 매력적인 것들이었어요.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생각 중 하나였어요. 우리가 신에게 실제로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우리는 스스로를 속인 것이 아니에요. 그것은…‥ 마치…‥ 사람들의 말도 안 되는 꿈이었어요. 아주 오래된 꿈 말이에요.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은 생각하고 기대려고 애쓰는 그런 종류의 꿈이었다고요.”

 

 

벨로위 부인은 ‘훌륭하고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운, 그렇지만 말도 안 되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우주선에 탑승한다. 그녀의 설득에 부인들도 우주선에 타기로 결심하고, 터켈은 처음으로 우주선 조종기를 만져 보게 된다. 과연 벨로위 부인의 꿈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인간들은 자신이 우주의 중심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어떤 이들은 과거에 우주의 중심이었던 신을 찾으려고 한다. 우주에 신도 없고 다른 어떤 지적인 존재도 없다면, 우주는 텅 빈 집처럼 쓸모없는 공간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인간은 지구에 갇혀 사는 존재이므로 지구라는 경계를 넘어 지구 밖 세상으로 넘어갈 수 있는 자유를 갈망한다. 인간은 우주에서 합리적이고 실질적인 것을 찾으려고 하지만 우주는 공허하고 침묵할 뿐이다. 수직으로 상승하려는 인간의 욕망이 끝나는 지점인 우주에서 세상을 내려다본다면 수평 공간(지구)에서 알 수 없었던 특별한 경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우주 속 인간은 극히 미미한 존재에 불과하다. 그리고 우주에 인간의 모습을 한 신을 찾을 수 없다. 그러나 무슨 꿈이든 간에 현실의 관성을 넘어서려는 인간의 도전은 위대하고 아름답기만 하다. 자신의 꿈을 당당하게 밝힌 벨로위 부인의 모습을 보게 되면 “가슴속에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고 외치던 체 게바라의 말이 따뜻하게 다가온다. 체 게바라의 말처럼 진정한 리얼리스트란 눈앞의 현실뿐 아니라 불가능한 꿈까지 담아야 한다. 반전의 희망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서도 벨로위 부인의 가슴속에는 뜨거운 꿈의 기운이 남아있었다. 그녀는 리얼리스트였지만 동시에 지나치게 ‘불가능한 꿈’을 꾼 멋진 사람이다. 《신을 찾는 짧은 여행》은 꿈꾸는 자를 위한 아름다우면서도 비극적인 한 편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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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모르텔 2017-10-18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성에서 전생에 살았다는 아이, 보리스카가 문득 떠오르네요.
체 게바라 사진들을보면 그 시가를 한번 피워보고 싶어요.,ㅎㅎ

cyrus 2017-10-18 12:34   좋아요 0 | URL
저는 비흡연자이지만, 시가를 문 남자를 보면 간지나게 느껴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