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클래식
홍승찬 지음 / 별글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음악은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을까? 있다. 음악은 ‘귀로 듣는 도장(圖章)’이다. 음악은 사람의 마음에 ‘감동의 도장’을 꾹 찍을 힘이 있다. 적절한 순간에 사용된 음악은 영화나 드라마의 분위기를 살린다. 영화와 드라마를 본 후의 감동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희석되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장면과 함께 흐르는 음악은 그 감동을 오랫동안 간직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 음악을 제대로 들으라면 어느 정도 기본 지식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음악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도 음악을 즐길 줄 안다. 음악을 들으면 촉각처럼 바로 전율이 온다. 어떤 음악을 들을 때 짜릿짜릿해지는 기분. 그게 바로 음악의 힘이다. 우리가 음악을 좋아하는 반응은 웃음이나 울음과 같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음악에는 두 종류가 있다. 그냥 즐기고 마는 것과 생각을 해야 하는 것. 영화를 예로 들면 한 번 볼 때는 즐겁지만 끝나고 나면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는 영화가 있고, 생각날 때마다 보고 싶은 걸작도 있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귀를 잠깐 스쳐 지나가는 음악이 있고, 거기서 감동하여 반복적으로 듣고 싶은 음악이 있다. 그 순수한 울림이 있는 음악이 바로 클래식이다.

 

홍승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펴낸 《오, 클래식》은 음악의 힘을 가진 클래식을 예찬한 책이다. 이 책에 클래식을 통해 사람과 환경이 변화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글 속에 일반인들(클래식 입문자도 포함한다. 수년째 클래식 입문 단계에 머무는 나도 여기에 속한다)은 잘 모르는 음악 용어와 곡목이 언급된다. 어떤 클래식 입문서는 많이 알려져 진부한 레퍼토리에 되지도 않는 해설로 독자들을 가르치려 한다. 이런 책을 보고 나면 상당수 독자는 오히려 무시당했다는 씁쓸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홍 교수의 글은 그렇지 않다. 당연히 학창시절 음악 시간에 배웠을 음악 용어가 나오지만, 억지로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삭막한 교도소에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의 아리아 ‘편지의 이중창’이 울려 퍼지는 장면은 압권이다. 삭막한 교도소의 운동장에 있던 모든 죄수는 걸음을 멈추고, 그 음악에 귀를 기울인다. 비록 몸은 갇혀 있어도 음악을 듣고 있던 죄수들의 표정은 그 누구보다도 자유롭고 행복해 보였다. 홍 교수는 이 영화의 명장면과 명대사를 언급하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음악의 힘’의 위력을 알려준다.

 

홍 교수의 클래식 이야기는 예술론이 아니다. 삶의 정수가 들어있는 인생론이다. 홍 교수는 클래식 음악의 묘미를 ‘오래 묵은 장맛’으로 비유한다. 잘 익은 장맛은 구수한 감칠맛이 난다. 장맛이 시간이 흐를수록 그 맛이 삭아 깊어지듯 이 클래식의 맛을 오래 즐긴 사람의 마음도 숙성된다. 클래식의 맛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텁텁하거나 톡 쏘는 맛을 허투루 여기지 않는다. 즉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할 줄 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재즈, 팝 음악 등 새로운 언어를 클래식 음악에 접목한 크로스오버 음악은 클래식 음악계가 받아들일 수 없는 ‘경박한 혼종’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바흐나 베토벤이 음악을 만들던 시절이 아니다. 음악을 엄숙하게 듣는 시대는 한참 지나갔다. 인간의 온갖 경험과 감정 상태가 축적된 클래식을 많이 들으면 가슴을 울리는 절정의 순간들이 여러 번 찾아온다. 그럴 때 우리는 그저 클래식을 좋아하게 된다. 약간의 호기심과 노력으로 몇십 배의 감동과 아름다움을 얻을 수 있는 것이 바로 클래식이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한엄마 2017-08-08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래식!!일단 생각만 해도 숙면이 올 것 같은 분야지만-참 언젠가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장르에요.^^

cyrus 2017-08-09 12:23   좋아요 1 | URL
五車書님의 서재에 가면 클래식 음악 앨범, 관련 지식 등을 알 수 있습니다. 유튜브 영상도 있어서 음악을 감상할 수 있어요. ^^

책한엄마 2017-08-09 12:28   좋아요 0 | URL
오거서님 덕분에 음악에 귀를 기울여요.전에 클래식 역사책 쓰신 세 권 책을 구입하고 고이 모셔놓고 있어요.그 책 제목도 ˝the classic˝이었던 것 같아요.

2017-08-08 2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8-09 12:27   좋아요 0 | URL
지금까지 살면서 클래식 연주회를 한 번도 안 가봤어요. 제가 집돌이라서 집에서 음악을 들어야 마음이 편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