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카메라 - 세상을 향한 아름다운 소통
고현주 지음 / 흔들의자 / 2017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번민이 영혼을 잠식한다. 번민이 야금야금 갉아 먹어 상처 난 영혼들은 보듬어 여며야 하는데, 이들은 서로를 돌볼 여유가 없다. 위로받고 마음을 다잡아야 하는 사람들이 사적이면서도 개방된 표현 행위사진 찍기에서 행복을 찾으려는 몸짓은 자연스럽다. 한 장의 사진은 사진작가의 숨겨둔 감정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가 바로 세상에 있었음을 확인하고 증언한다. 이렇게 무언가에 대해 기록한다는 점으로 인해 사진은 늘 우리의 삶과 함께 해왔다. 우리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인류의 희로애락을 지켜온 것이다. 여기에 사진이 갖는 힘은 특별하다. 한 장의 사진은 여러 마디의 말보다 더 큰 명징함으로 우리 마음을 살며시 울린다.

 

이런 사진의 힘을 집약적이고도 감동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꿈꾸는 카메라(흔들의자, 2017). 이 책을 쓴 고현주 씨는 소년원의 아이들에게 사진으로 소통하는 법을 알려줬다. 그녀는 아이들이 직접 찍은 한 컷의 사진, 그리고 사진에 얽힌 짤막한 이야기를 신중하게 골라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이 책에 실린 아이들의 사진은 프로 사진작가의 전문적인 솜씨에 비춰보자면 지극히 아마추어적이다. 하지만 글을 쓰고 사진을 찍는 일에 대한 저자 나름의 독특한 시각과 애정이 작은 부분 하나에까지 가득하다.

 

사진은 찍는 법을 가르치는 예술이 아니다. 먼저 사물을 천천히 바라보는 법’, 사물에 다가가 말을 거는 법’, 마음을 드러내는 법을 익힌 다음 서서히 자신과, 타인과, 사물과, 자연과 소통하는 길을 찾고, 그 길을 따라 세상에 한 발짝 성큼, 다가가는 일이다. (30)

 

카메라를 통해 대상을 천천히 바라보는 것은 사진작가가 상대에게 말 거는 소통의 한 수단이다. 아이들은 애정 어린 대상 또는 사소한 대상에 카메라를 가까이 닿아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다.

 

 

 

 

 

사진에 찍힌 대상은 아이들의 감정 상태, 기억 그리고 희망적인 미래에 대한 꿈의 모습을 하는 조각품이 된다. 그러니까 그것은 아이들과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만, 분명 아이들의 진짜 모습이며 자연스럽게 아이들과 하나가 되는 것이다.

 

 

 

 

 

 

사진과 글(, 에세이)은 결코 따로 떼어낼 수 없으며 늘 함께 어울리는 관계다. 그렇게 조화를 이루면서 더 큰 감동의 파장과 힘을 지닌다.

 

시는 가장 함축된 언어이다.

사진은 가장 함축된 빛이다.

함축된 빛과 언어가 만나 또 다른 빛그림이 그려진다.

 

(108~109)

 

글은 소박하지만, 사진이 더해짐으로써 메마른 감정을 북돋운다. 사진은 평범하지만, 글과 함께 어우러져 한층 따뜻하고 친밀하게 느껴진다. 과장되지도, 화려하지도 않으며, 마냥 친근하다. 이 책이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미덕은 아주 쉬운 공감의 언어와 가슴 깊이 와 닿을 반짝반짝 빛나는 사진이다. 독자는 사진을 준비 없이 보아도 그저 보는 것으로 알 수 있고, 자연스럽게 공감의 의미와 넉넉한 사랑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을 보면서 두 가지 생각을 해 보았다. 한 가지는 현실에 뿌리박은 사진의 힘이 참으로 놀랍다는 것, 또 아이들에게 사진은 세상을 이어주는 다리, ‘이라는 사실이다. 수많은 말과 글로도 서로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고 오히려 단절과 대립 속에 사는 이 시대에 사진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서로의 공감대를 형성한다. 사진을 찍고, 바라보고, 마음을 드러내는 이 모든 과정은 아이들을 세상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준다. 아이들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건 삶을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다.

 

 

 

사진은 도서출판 흔들의자공식 블로그(http://blog.naver.com/rcpbooks)‘에서 가져왔습니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7-07-12 16: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7-13 14:36   좋아요 1 | URL
책에 나온 사진들은 꾸밈이 없어서 좋았습니다.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사진이 잘 나올까?’, ‘보정을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이런 생각이 많아지면 좋은 사진 한 장 건지기 어렵습니다.

transient-guest 2017-07-13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술 이전에 마음으로 대상을 볼 수 있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는 사실 사진 찍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그윽한 울림을 받는 사진이 가끔 있기는 합니다. 단순한 자연의 카피에서 표현이 되려면 카메라기술만으로는 안될 것 같아요

cyrus 2017-07-13 15:49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마음으로 대상을 본다는 것. 말로만 들어서는 쉬운 일 같지만, 지속적인 관심과 관찰력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