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당나귀
루키우스 아풀레이우스 지음, 송병선 옮김 / 매직하우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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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001-6] 황금 당나귀

 

 

 

루키우스 아풀레이우스의 《Metamorphoses》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라틴 어 소설이다. 원제목을 따르면 '변형담'으로 부르지만,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와 구분하기 위해서 '황금 당나귀(Asinus aureus)'라고 부른다. 주인공 루키우스가 마법에 걸려 당나귀로 변한 뒤 겪는 모험을 기본 줄거리로 이야기 속에 또 다른 이야기가 등장하는 액자식 구성으로 이루어졌다.

 

루키우스는 마법에 호기심을 가진 인물이다. 여행 중에 히파타라는 도시에 머물게 되는데, 그곳에서 만난 부유한 구두쇠의 아내 팜필레가 마법사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느 이야기가 다 그렇듯 주인공의 지나친 호기심이 시련을 자초하는 원인이 된다. 루키우스는 팜필레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서 팜필레의 하녀 포티스에게 접근한다. 루키우스와 포티스는 육체적인 관계로 친밀한 사이가 된다. 포티스는 루키우스를 위해 팜필레가 마법으로 변신하는 장면을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루키우스는 팜필레처럼 부엉이로 변신을 시도해보지만, 포티스의 실수로 당나귀로 변신한다. 당나귀 루키우스는 장미를 뜯어 먹으면 원래 모습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당나귀 루키우스가 장미를 먹으려고 하면, 뜻밖의 상황이 발생하는 바람에 번번이 실패한다. 루키우스는 온갖 수모와 고통을 겪으면서 교활하고 포악한 인간의 어두운 이면을 목격한다. 우여곡절 끝에 루키우스는 수도사가 건네준 장미를 먹고 인간의 모습을 되찾는다. 그 후로 루키우스는 종교에 귀의하면서 참된 인간으로 거듭난다.

 

당나귀는 어리석음과 교만을 보여주는 우화에 많이 등장한다. 이솝 우화에 소금을 싣고 가면서 꾀부리는 당나귀 이야기가 유명하다.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에 잠깐 언급되었던 '뷔리당의 당나귀'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풍자한 우화다. 루키우스는 당나귀로 변하기 전에는 사치스러운 생활을 즐기고, 육체적 쾌락을 선호하는 인물이다. 그는 자신을 사랑하는 포티스만 믿다가 당나귀로 변신하는 불행을 겪는다. 종교적 관점에서 보면 신이 방탕한 삶을 살던 루키우스에게 벌을 내린 것이다. 루키우스의 시련은 죄를 지은 육신을 깨끗하게 정화하는 과정이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현실적 고통을 넘어서 초월적 평화에 이르고자 하는 갈망을 갖고 이를 실천한다는 점이다. 인간은 그 길을 안내해줄 신과 진리를 찾는다. 플라톤은 자기 영혼이 지니고 있는 신적 요소를 발견하고, 이를 신과 재결합하는 것이 인간의 사명으로 봤다. 《황금 당나귀》의 결말은 플라톤의 청교도적 삶을 교훈으로 강조한다. 욕망과 쾌락을 절제하는 금욕적 삶과 함께 정신적인 훈련을 통해서 영혼이 해방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황금 당나귀》에서 가장 유명한 이야기가 '쿠피도와 프시케'다. 프시케는 어원상 ‘영혼’이라는 뜻과 불안전성을 의미하는 ‘나비’라는 뜻, 두 가지가 있다. 인간세계의 아름다운 여성 프시케는 신들의 금기를 어기고 자신과 사랑에 빠진 쿠피도의 강력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부주의한 호기심의 유혹에 빠져 죽음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그러나 온갖 시련 끝에 극적으로 쿠피도의 입맞춤을 받으며 다시 살아난다. 프시케는 시련을 통한 영혼의 정화를 상징하는 알레고리다. 쿠피도와 프시케 이야기는 루키우스의 모험담이 어떻게 마무리되는지 암시하는 결정적인 내용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황금 당나귀》가 재미있는 이야기라고 할 수 없다. 인간들을 관찰하는 당나귀 루키우스의 일인칭 묘사가 길어서 지루하게 느껴졌다. 신의 대리인으로 볼 수 있는 수도사의 등장으로 너무 쉽게 루키우스가 인간이 되는 장면은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 같은 느낌을 준다. 그래도 어른이 되다가 다시 아이로 변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코난의 변신을 생각하면 주인공이 원래 모습으로 되찾은 《황금 당나귀》의 결말이 만족스럽게 느껴진다. 그나저나 코난아, 도대체 너는 언제 남도일로 돌아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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