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초코파이 바나나’가 없어서 못 먹는 지경이다. 오리온이 창립 60주년을 맞아 선보인 제품이다. 초코파이 바나나는 기존 초코파이보다 묵직하다. 한 조각 먹어보면 달짝지근한 바나나 맛이 난다. 초코파이 바나나에 이어서 ‘몽쉘 초코&바나나’도 등장했다. 이건 아직 먹어보지 못했다. 초코파이 바나나를 샀던 대형 상점에 가보니 몽쉘 바나나는 이미 다 팔리고 없더라. 물론, 초코파이 바나나도 동났다. 국내 식품업계는 과자, 아이스크림, 음료, 막걸리 등 바나나를 넣은 신제품들을 쏟아내고 있다.

 

 

 

 

 

 

바나나가 대세다. 초코파이 바나나는 구하기 어려워도 바나나는 시장에 가면 산다. 70년대만 해도 바나나는 귀한 과일이었다. 만화 <검정 고무신> 4화 ‘바나나는 맛있어’ 편은 바나나가 귀했던 70년대 시대상을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기영이는 바나나를 먹을 수 있다는 친구의 말에 친구의 외삼촌 집 앞에서 덜덜 떨면서 외삼촌을 기다린다. 하지만 기영이는 바나나를 먹지 못한 채 심한 감기에 걸려 앓아눕게 된다. 약을 먹어도, 무당을 불러도 기영이의 감기가 쉽사리 낫지 않는다. 형 기철이는 환등기를 사려고 1년 6개월 동안 모은 용돈으로 결국 바나나를 사 들고 집으로 향한다. 드디어 기영이는 꿈에 그리던 바나나를 먹는다. 처음으로 느낀 바나나 맛에 기영이는 감동의 눈물과 콧물을 흘러내린다. 눈물과 콧물이 주르륵 흘러내리면서 바나나 맛을 음미하는 기영이의 표정이 4화의 명장면이다. 만화가 우스꽝스럽게 표현되었지만, 바나나 한 개 맛보는 것이 어려웠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바나나가 흔해도 언젠가는 바나나를 영영 먹지 못하는 시대가 올 수 있다. 바나나마저 미래에 멸종될 위기에 처해 있다. 바나나가 사라질 위기에 처한 이유는 바나나나무의 유전적 다양성이 매우 협소해졌기 때문이다. 다국적기업의 이윤추구에 최적화로 육종한 품종의 바나나 나무만 심은 결과다. 이러한 보급은 하나의 종을 너무나 많은 병균에 노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결국 바나나가 접했던 많은 병균 중에서 하나가 바나나를 죽일 수 있는 돌연변이를 일으키면 그 바나나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기를 수 없게 된다. 바나나가 겪는 위협은 1840년대 아일랜드 대기근을 유발한 감자 해충에 견줄 만하다. 병충해에 강한 새로운 품종의 바나나를 개발하지 않으면 지금의 식용 바나나가 사라질지 모른다. 바나나 멸종 문제는 단순히 과일 하나가 지구에서 사라지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일부 아프리카 지역에서 바나나는 밀이나 쌀보다 더 중요한 주식이다. 이들이 간절하게 필요한 주식을 우리는 흔한 간식이나 디저트로 먹고 있다. 

 

 

 

 

 

최근에 품종 바나나를 위협하는 변종 파나마병이 아시아에 이어 호주까지도 확산하였다. 남미는 아직 변종 파나마병의 공격을 받지 않았다. 현재 안심하게 먹을 수 있는 바나나 대부분은 남미에서 왔다. 그러나 병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면 가격이 오르고 공급에 차질이 생긴다. 초코파이 바나나가 귀하다고 해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정작 중요한 건 진짜 바나나를 먹는 일이다. 바나나 향이 나는 과자보다는 시장에 파는 바나나를 많이 먹어두는 것이 좋다. 사실 초코파이 바나나의 맛은 바나나 열매 특유의 단맛을 따라가지 못한다. 달달한 바나나 맛이 나지 않는다. 정말로 지금의 바나나 열매가 완전히 사라져서 바나나를 먹지 못하게 된다면, 바나나 맛을 기억할 수 있을까? 허니버터칩 사례처럼 바나나를 대량으로 구매하는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가게는 손님들 앞에서 ‘바나나 인질극’이 시도한다. 지금은 ‘끼워 팔기’가 법적으로 규제되고 있지만. 미래에는 아무도 사지 않는 제품에 바나나 한 개씩 끼워 넣는 판매가 허용될 것이다. 국어 교과서에 새로운 속담이 등장할 수 있다. '그림의 떡'이 아니라 '그림의 바나나'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6-05-07 2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5-08 10:42   좋아요 0 | URL
현재 과학기술로도 변종 바이러스에 견디는 새 바나나 품종을 만들기 어렵다고 합니다. 바나나 품종이 나온다고 해도 맛은 기존 품종보다 떨어질 것 같습니다.

여름에 바나나 한 개 냉동실에 살짝 얼려 먹으면 맛있습니다. 바나나 아이스크림입니다. ^^

수이 2016-05-08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나나 아이스크림_ 좀 바꿔서 만들어봐야겠다_ 어쩐지 인기 짱이 될 거 같은 느낌이야~~

cyrus 2016-05-09 17:14   좋아요 0 | URL
바나나를 살짝 얼린 상태에서 초콜릿 크림을 얹어 먹으면 괜찮을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