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초에 무서운 공익광고를 소개한 글을 쓴 적이 있다. 글의 제목은 ‘아이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것’이다. 공익광고는 주로 네거티브한 접근 방법을 쓴다. 공포감을 조성하여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8, 90년대 공익광고협의회(Kobaco) 공익광고가 대부분 위협적이고 무서운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이게 지나치면 불쾌감을 유발한다. 특히 광고 영상이 계속 생각나 잠자리에 들지 못하는 어린아이들도 있다. 글쓴이도 어렸을 때 그랬다. 혼자 집에서 TV를 보다가 공익광고가 나오면 다른 방으로 재빨리 도망가기도 했다. 이쯤 되면 공익광고를 ‘공포광고’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 공익광고는 2003년에 제작되었다. 무분별한 카드 사용을 경고하는 내용이다. 남자는 카드로 과소비하다가 마지막에 신용불량자가 되어 늪에 빠져 죽는다. 이 광고가 전국적으로 전파되자 신용불량자의 최후 장면에 대해서 논란이 있었다. 카드를 안 쓰는 사람들도 남자가 늪에 빨려 들어가 죽어가는 장면이 너무 무섭다는 반응을 보였다.

2011년 대한간학회에서 제작한 B형간염 광고는 공포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두 눈은 샛노랗고, 배는 복수가 차서 커다랗게 부풀어 오르는 간염 환자의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어떻게 보면 잘 만들어진 광고로 볼 수 있지만, 간염 환자들은 오히려 공익광고가 극단적인 공포심만 불러일으켰다고 비난했다. 이 같은 논란이 계속되자 대한간학회는 다른 화면의 광고로 교체했다.
공익광고가 공포광고로 오해받고 비난받는 상황은 외국에도 종종 일어난다. 외국은 오래전부터 네거티브식 공익광고의 효과를 알고 있었으며 지금까지도 그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만든 광고도 프로파간다(선전)가 될 수 있다.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전 세계의 정부는 공중보건 관리에 대대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질병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공익광고를 만들면서 시민들의 건강을 증진하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국가는 건강한 신체를 가진 국민을 원한다. 정치인들의 발상은 이렇다. 건강한 청년이 군대에 징집되면 전투력이 향상되고, 건강한 여성은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노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건강한 국민이 많아지면, 국가가 충당해야 할 의료 및 복지비용이 줄어든다. 국가는 국민에게 건강관리의 중요성을 확실하게 심어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경고성 메시지가 있는 공익광고를 만들었다. 프로파간다의 위력을 알게 되면 공익광고를 보는 눈이 달라진다. 공익광고가 순전히 국민에게 정책을 알리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1987년 영국 정부는 에이즈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대규모 캠페인을 벌였다. 데이비드 웰치의 《프로파간다 파워》에 영국 정부의 에이즈 예방 광고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그 인용문(172, 174쪽)과 관련 영상을 소개해본다. 우리나라 공익광고 제작 방식과 그와 관련된 논란까지 비슷하다. 광고 영상은 글쓴이가 유튜브에서 찾은 것이다. 광고 속에 흐르는 배경음악과 효과음이 음산하다.
1987년에 영국 정부는 “에이즈 : 무지함 때문에 죽지 마세요(Don’t Die of Ignorance!)”라는 구호 아래 대규모 캠페인을 벌였다. 국민들이 행동에 나서도록 충격을 주기 위한 이 캠페인을 주도한 것은, 보건부의 의뢰로 중앙정보국이 제작한 살벌한 텔레비전 광고였다. 이 광고에는 불길한 느낌의 하늘을 배경으로 화산이 폭발한다. 피어오르는 연기와 굴러 떨어지는 바위 사이로 글자가 새겨지고 있는 묘비가 보인다. 배우 존 허트가 굵직한 목소리로 경고한다.
“지금 우리 모두에게 닥친 위험이 있습니다. 그것은 치명적인 질병이며, 알려진 치료법도 없습니다.” 그런 다음 시청자들은 검은 화강암에 새겨지는 글자를 본다. “에이즈”
이어서 다음과 같은 구호로 마무리된다.
“무지함 때문에 죽지 마세요!”
이 광고는(그리고 빙하를 등장시킨 똑같이 충격적인 광고도) 명확한 경고와 직설적인 메시지로 시청자들을 충격에 빠뜨렸고, 공포를 불러일으킨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았다. 어떤 사람들은 이 광고가 텔레비전으로 방송되기에 지극히 부적절하며 아이들을 겁먹게 만든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일부 비평가들은 그 메시지가 너무 절망적이어서 사람들이 텔레비전을 꺼버리거나 듣지 않게 만들기 때문에 이 같은 접근 방법은 비생산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세계 최초로 정부가 후원한 범국민적 에이즈 각성 운동인 이 캠페인은 나중에 가장 성공적인 것으로 묘사됐다.
사람들이 공익광고가 ‘무섭다, 불쾌하다, 다른 광고로 대체하라!’라고 욕을 하면 정부는 ‘네, 잘 알겠습니다. 수정하겠습니다’라는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답변을 그렇게 해도 정부의 속마음은 이렇다. ‘공익광고, 호러틱, 성공적’ 정부는 논란을 잠식시키려고 대체 광고를 만든다.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서. 이게 바로 정부가 원하는 상황이다. 공익광고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줬으면 성공한 거나 다름없다. 어떤 사람들은 직설적인 공익광고를 보고 나서 건강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그리고 건강하게 살려고 노력한다. 자신도 모르게 전투력과 노동력의 조건에 부합한 건강한 신체의 국민이 된다. 히틀러는 독일 국민에게 전쟁에 동원될 수 있는 인력이 되어줄 우수한 게르만족이 되어달라고 목청껏 소리쳤다. 이제는 그렇게 목 아플 정도로 소리치지 않아도 된다. 히틀러식(나치 선전 제작의 전문가를 생각해서 괴벨스식이라고 해야 하나?) 프로파간다 시대가 완전히 한물간 지금은 공익광고 프로파간다가 대세다. 국가는 공손하면서도, 가끔은 무서운 분위기를 조장하여 건강관리의 중요성을 국민에게 전달한다. 프로파간다의 힘을 모르는 국민은 국가가 원하는 전투력과 노동력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