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특급 5 - 세계편
출판사 / 한뜻 / 1996년 6월
평점 :
품절


 

 

 

 

 

 

1993년, 93편의 무서운 이야기를 담은 《공포특급》이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이 책이 나온 시기는 6월. 본격적인 여름철을 맞아 독자들의 무더위를 시원하게 씻어주는 데 성공했다. 《공포특급》의 성공으로 괴담 전파의 물꼬를 텄다. 무더위를 잊기 위해 할머니가 들려주는 무서운 이야기를 듣는 것은 옛말이 됐다. 평범한 곳이라고 생각했던 집, 학교가 귀신들이 서식하는 오싹한 장소가 되어버렸다. 괴담을 원하는 독자들이 늘어났다. 이듬해에 나온 《공포특급 2》도 전작에 못지않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출판사는 공포특급 시리즈를 계속 출간하기로 한다. 《공포특급 3》은 국내 작가들이 쓴 공포소설을 선보였다. 주류 문학이 완전히 점령한 한국에 ‘공포문학’이 첫 발을 내딛는 순간이다. 《공포특급 4 : 실화 편》은 일반 독자들이 참여해서 만든 특별한 책이다. 독자들이 겪은 으스스한 경험담이 소개되었다. 출판사의 도전은 거침없었다. 비록 후속작들이 1, 2권의 인기를 넘어서지는 못했지만, 출판사는 《공포특급》 출간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었다. 여전히 사람들은 공포감을 느끼고 싶어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공포 이야기만 들려주면 식상하다. 출판사는 외국의 무서운 이야기를 소개한다. 그 책이 바로 《공포특급 5 : 세계 편》이다.

 

오늘날 독자들은 1권을 많이 기억한다. 《공포특급》을 즐겨 읽었던 독자 중에는 후속작의 존재를 알고 있으리라. 그렇지만 후속작을 기억한 독자도 많지 않다. 한뜻출판사에서 펴낸 《공포특급》 시리즈는 총 7권으로 되어 있다. 5권과 6권이 전작보다 인기를 얻지 못해서 그런 건지 마지막 7권은 1권처럼 도시 전설을 소개했다. 7권도 역시 망했다. 그때는 《공포특급》의 아류작이 넘쳐나던 시기였다. 1993년의 명성을 되찾기가 불가능했다.

 

《공포특급 5 : 세계 편》은 외국 괴담 수록집이라기보다는 영미 작가들이 쓴 공포문학 작품 앤솔러지에 가깝다. 추리소설 번역가 故 정태원이 질적으로 우수한 공포 단편소설을 엄선하여 번역했다. 작품 중간에 외국 괴담과 공포 실화를 수록했다. 아무래도 한국형 괴담에 익숙하지만, 외국 공포문학 소설을 낯설어하는 독자들을 위해서 기획한 것으로 보인다. 《공포특급 5 : 세계 편》에 있는 작품들은 다음과 같다. 작가들의 이름을 보시라.

 

 

 

 

 

 

 

역시 정태원의 안목은 대단하다. 《세계 편》은 1996년에 출간되었다. 지금으로부터 딱 이십 년 전에 레이 브래드버리, 로버트 셰클리, 리처드 매드슨의 작품을 소개했다. 윌리엄 W. 제이콥스의 『원숭이 손』은 공포문학 앤솔러지에 많이 등장하는 단골 작품이다. 말라비틀어진 원숭이 손의 저주에 관한 이야기다. 정말 유명한 작품이니 꼭 한 번 읽어 보시라. 비록 공포심을 드러내는 극적 장면이 고전적인 플롯이 되었지만, 공포문학을 논할 때 이 작품이 빠지면 안 된다. ‘호러 킹’ 스티븐 킹은 이 작품을 모티프로 한 소설을 남기기도 했다.

 

로버트 블록《사이코》의 작가다. 그는 장편뿐만 아니라 공포를 소재로 한 단편작품도 남겼다. 로버트 블록과 어거스트 덜레스‘러브크래프트 서클’에 소속된 작가다. 특히 덜레스는 러브크래프트 사후에 크툴루 신화를 체계적으로 확장한 장본인이다. 생전에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러브크래프트는 덜레스 덕분에 죽어서도 불멸의 작가가 될 수 있었다. 다만, 크툴루 신화를 비판적으로 보는 독자들에게 덜레스는 애증의 대상이다. 그는 러브크래프트에게 영향을 준 작가들의 작품을 임의대로 크툴루 신화에 편입했다. 레이 브래드버리는 SF 작가로 유명하지만, 생전에 공포문학 작가로서 명성을 얻었다. 브래드버리는 1942년부터 소설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초창기에 장르문학 전문 잡지 <위어드 테일즈(Weird Tales)>을 통해 소설을 발표했다. 러브크래프트도 <위어드 테일즈>에 단편을 기고한 적이 있다. 브래드버리는 소규모 출판사 아컴 하우스(Arkham House)의 발행인으로부터 공포문학 단편집 출간을 제안 받는다. 아컴 하우스의 발행인이 바로 어거스트 덜레스다. 아컴(Arkham)은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에 나오는 가상의 도시 이름이다. 『비석』은 위어드 테일즈 1945년 3월 호에 발표되었다. 최근에 나온 브래드버리 단편 선집에 없는 작품이기도 하다. 숙소의 방 한가운데 비석이 놓인 불가사의한 상황을 공포심 있게 그려낸 전개가 일품이다. 

 

로버트 셰클리는 미국 출신의 SF 작가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그의 소설이 교과서에 수록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리폰의 먹이』는 1950년에 발표한 작품이다. 주인공은 고서점에서 괴물 그리폰을 관리하고 사육하는 방법이 적힌 책을 발견한다. 호기심이 많은 주인공은 책에 있는 내용에 따라 자신의 집에 그리폰을 사육한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인해 자신의 목숨마저 위협받는 무시무시한 상황이 연출된다. 리처드 매드슨의 『하얀 실크 드레스』는 1951년에, 『귀뚜라미』는 1960년에 발표된 단편소설이다. 두 작품 모두 ‘나폴리탄 괴담’ 장르의 이야기다. 나폴리탄(Napolitan)은 공포 단편소설에 자주 사용되는 기법의 하나다. 이야기의 발단과 결말이 확실하게 드러나지 않은 점이 나폴리탄의 가장 큰 특징이다. 미지의 상황은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면서 공포심을 유발한다.

 

공포문학 앤솔러지 출간이 과거보다 많이 뜸해졌다. 그러므로 레이 브래드버리와 리처드 매드슨 같은 거장들의 공포문학 작품을 접하기가 쉽지 않다. 절판된 책을 만나기가 어렵지만, 책을 직접 찾아서 읽어 보는 게 훨씬 낫다. 정태원은 《세계 편》의 목차에 이런 말을 남겼다. “기회가 다시 있다면 공포소설의 대표작들을 연대기 순으로 정리해서 전집을 만들어보고 싶다” 너무 이른 그의 부재가 안타깝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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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 2016-04-25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슨 cyrus님은 책 백과사전 같습니다. 이제 모르는 책 있으면 물어봐야지.

cyrus 2016-04-26 12:12   좋아요 0 | URL
다른 독자 서평이나 네이버 백과사전, 위키백과에서 정보를 찾아요. 저도 모르는 게 정말 많습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