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추럴-본 사이보그 포스트휴먼 총서 4
앤디 클락 지음, 신상규 옮김 / 아카넷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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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은하철도 999>의 주인공 철이는 기계 인간이 되고 싶어 한다. 그는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해 메텔과 함께 기계 제국으로 향한다. 기계 몸을 공짜로 얻기 위한 여행이다. 돈 많은 인간은 기계의 몸을 지니고 영생을 누리지만 기계 몸을 얻지 못한 가난한 사람들은 가난의 고통 속에서 살아간다. 힘겹고 긴 여정은 한 편의 파노라마처럼 훌쩍 지나가고 마침내 기계 제국에 도착한다. 하지만 철이는 감정 없는 기계 인간으로 영원히 사는 것보다는 슬픔과 기쁨을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 기계 몸을 선택하지 않고 인간으로 남는다. 그는 다시 999호를 탑승하여 지구로 떠난다.

 

기계 인간의 꿈을 포기한 철이의 선택은 만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이 세상에도 철이가 많다. 그들은 네오러다이트(Neo Luddite)’ 족이다. 첨단 문명 파괴주의자 유나바머로 상징되는 적극적 네오러다이트 족이 있는가 하면, 첨단 문명을 단순 거부하거나 은둔하는 소극적 네오러다이트 족은 헤아릴 수조차 없다. 초창기 단순히 사람의 몸에 IT기기를 걸치는 데 머물렀던 웨어러블 컴퓨팅(Wearable Computing)은 최근에는 섬유와 일체화하여 옷이 곧 IT기기가 되는 시대에 이르렀다. 더 나아가 웨어러블 컴퓨팅은 사람의 옷이 아니라 사람의 몸속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웨어러블 컴퓨팅이 장밋빛 전망만을 지닌 것은 아니다. 인간을 이롭게 하려고 개발된 웨어러블 컴퓨팅이 종국에는 인간의 능력을 퇴행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기술이 점점 발전할수록 인간의 기능 중 더 많은 영역을 웨어러블 컴퓨터가 차지한다. 언뜻 보면 신체 능력을 향상하는 것 같지만 결국 컴퓨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신체의 역할은 줄어든다.

 

만일 내추럴-본 사이보그의 저자 앤디 클락이 메텔이었으면, <은하철도 999> 결말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앤디 클락은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사이보그에 가까웠다고 주장한다. 사이보그는 생물과 기계장치의 결합을 의미한다. 영국의 로봇공학자 케빈 워릭은 자신의 몸에 컴퓨터 칩을 내장한 최초의 사이보그 인간이다. 그가 정의하는 사이보그는 일반적인 로봇과 다르다. 완전히 기계로 이루어진 로봇뿐만 아니라 특정 컴퓨터 전자 장비 등으로 몸 일부를 개조한 인간이나 인공복합 생명체를 뜻한다. 클락은 사이보그의 정의에 관한 기존 관점을 뒤집는다. 인간의 두뇌는 비-생물학적 자원(기계장치)을 능숙하게 활용할 수 있어서 전자기기의 비중이 커지는 세계에 적응할 수 있다고 말한다. 클락의 주장이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우리는 지금 산소와 같이 컴퓨팅이 어디에서나 가능하고 투명해진 시대 속에 살고 있다. 내추럴-본 사이보그2003년에 나온 책이다. 책 속에 소개된 전자기술들은 거의 상용화되고 있다. 손에 늘 쥐고 다니는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실시간으로 네트워크에 연결한다. 생각만으로 컴퓨터와 로봇 팔을 제어하는 장치는 기대해볼 만하다.

 

인류의 미래가 생물학적 완결성만을 고집할 수는 없다. 오랫동안 인류의 진화를 가로막았던 자연재앙과 환경파괴, 질병과 노화 등 신체적 한계 등을 넘어서는 과정에서 기계와 공생을 이뤄나갔다. 그레고리 베이트슨이 밝힌 대로 인간의 두뇌는 외적인 조절자. -생물학적 자원을 활용하기 위해서 자체적으로 변화시킬 줄 안다. 그러므로 인간과 기계의 융합이 더욱 강해질수록 두뇌는 능동적으로 디지털 환경에 적합한 사이보그상태로 전환한다. 이미 우리는 아주 낮은 단계의 사이보그인 셈이다.

 

클락은 사이보그가 활성화된 미래 사회에 초래되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논하면서도 장밋빛 미래를 낙관적으로 예상한다. 아무리 기술적으로 인간에 버금가는 지능과 활동성을 지닌 사이보그 등장이 가능하다 할지라도 현실화되는 데는 수많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컴퓨터의 처리 성능이 획기적으로 빨라지면 인간이 마음으로 생각하고 문제를 처리하는 속도가 뒤처질 수 있다. 우린 최근에 인간의 사고능력을 가뿐히 넘어선 알파고의 우월한 존재감을 지켜봤다. 그래도 아직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인간은 위험하거나 일상적 반복적인 일을 로봇에게 맡기고 인간은 더욱 인간적이고 창조적인 일을 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본다. 인간 중심적인 기술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우리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기술을 이해해야 한다. 그러면 정보기술의 휘황찬란한 베일 뒤를 들여다볼 수 있다. 빠른 속도로 진화하는 디지털 기술을 먼 미래의 일처럼 여긴다면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우린 처음부터 사이보그니까 괜찮다. 우리 삶의 일부나 마찬가지인 휴대용 인공지능스마트폰을 포기 못 하면서 알파고의 등장에 벌써 두려워하면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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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맥(漂麥) 2016-04-15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철이와 사이보그... 접근이 아주 신선합니다.^^
생체 재료를 활용한 생명 연장 기술은 점점 더 발전할 것이고, 그걸 어떻게 보편화 시킬 것인가가 관건이지 않난 싶습니다. 아무래도 빈익빈 부익부의 재판일 듯해서요...^^

cyrus 2016-04-16 16:12   좋아요 0 | URL
책의 저자가 사이보그가 보편화된 사회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지만, 두루뭉술하게 낙관적인 전망을 밝히고 있을 뿐입니다. 사이보그가 상용화되더라도 빈익빈 부익부 문제는 생길 겁니다. 지금부터가 제일 중요합니다. 인공지능의 등장에 두려워하지 말고, 앞으로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미래에 대해서 심도 있게 전망해야 할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