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은 저주받을 그 무엇이다. 타인과의 만남에서 아름답다는 것은 중요한 부분이다. 사람들은 아름답게 보이려고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아름다운지의 여부는 타인의 눈으로 결정된다는 것이다. 아름답기를 소망하는 일 자체는 즐거움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정해진 기준에 맞아야만 아름다울 수 있다면 기분은 나빠지고 병이 날 수도 있다. 아름다움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시대를 초월해 아름답다는 평가를 들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름다움은 표현과 감상의 테두리 안에 있는 현상이다.” (23쪽)

 

외모가 아름다운 사람들은 양면적인 위치에 있다. 그들은 사람들의 평가적인 시선을 피할 수가 없다. 여성들은 타인의 시선을 잘 감지한다. 여성들은 자신을 남들의 시선으로 바라보곤 한다.
“자신의 아름다움을 확인하길 원하지만 동시에 자신을 객관적 대상으로 체험하고 싶지 않은 마음은 서로 모순이다. 아름다움을 내보이고 성적인 신호를 발산하면서도 남의 눈에 띄고 싶지 않다는 마음, 그것이 여성들의 모순된 심리이다.” (23쪽)

 

좋아서 자발적으로 몸을 연출해보이는 것과 마지못해 꾸미는 것은 분명 다르다. 강박과 괴로움이 시작되는 지점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부터는 아름다움이 병이 된다.
“외모를 아름답게 변화시키는 것에 대해선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런 노력이 즐거움을 주며 개성을 확장시켜 주는 한에서는 말이다. 하지만 그것이 개성을 억압하고 제한한다면 분명 문제가 있다.” (33쪽)

 

초기 페미니스트들은 여성미라는 개념과 여성 육체의 성적 대상화를 비판하였다. 그래서 그들은 외모를 꾸미는 노력이 여성운동에 대한 배반이라고 보았다. 그들은 브래지어를 공개화형시켰고 성적인 느낌이 들지 않는 옷을 입었다. 이런 저항적 행위는 물론 여성운동의 정치적 전략의 일부분이었다. 여성들은 봐란 듯이 외모를 꾸미지 않음으로써 남성들과 동등한 선에 서려고 했다. 존중받기 위해 아름답게 꾸밀 필요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었다. 하지만 어느 사이엔가 이 전략의 효과는 떨어졌다. 왜냐하면 화장과 치장을 거부하는 해방적 행위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은 여전히 자신의 육체를 불만스럽게 여겼기 때문이다. 미국의 심리학 잡지 <사이콜로지 투데이>의 조사에 따르면,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여기는 여성들의 39%가 자신의 육체에 만족하지 못한다고 대답했다. 아름다움에 대한 욕구가 있는 한, 여성미에 관한 규범적 고정관념을 거부하는 일도 해결책이 될 수는 없었다. (35쪽)

 

“여성들에게 외모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래서 외모는 정체성을 위협하는 가장 강력한 요인이기도 하다. 수많은 여성들이 상상 속에서 자신의 몸을 심하게 왜곡시킨다. 자신의 몸에 대해 부정적으로 일그러진 이미지를 갖는 것은 여성들에게는 흔한 일일 뿐, 특이하거나 예외적인 일이 아니다.” (137쪽)

 

자기 외모를 부끄러워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이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다. 그 불안은 아름다움이나 여성다움을 인정받지 못하면 어떻게 할까 하는 불안과 연관이 있다. 그리고 더 깊은 곳에는 이 모든 것 때문에 사랑받지 못하면 어떻게 할까 하는 두려움이 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자진해서 적응을 하게 되며 스스로의 해방을 어렵게 하게 된다. 즉 아름다움의 신화를 남들이 정의하는 것으로 인식하지 않고 자기 자신의 욕구로 여기게 되기 때문이다. (164쪽)

 

아름다우려면 마땅히 노력을 해야 하고, 일단 아름다워진 다음에는 그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아름답고자 하는 여성들의 열망은 너무도 큰 나머지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몸을 스스로 마구 훼손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179쪽)

 

여성들이 거울을 보는 것은 허영심이나 자아도취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스스로를 비판적으로 평가, 검토하기 위해서이다. 거울 속의 자기 모습을 보고 도취되는 여성은 거의 없고, 오히려 부족한 점을 확인하곤 한다. 거울을 볼 때 여성은 자기의 모습을 자신의 눈으로뿐 아니라, 타인의 눈으로도 본다. 거울은 타인의 시선이기도 한 것이다. (1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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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5-09-08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부터 난생처음 페미니즘 책 읽고 있습니다. 나중 다 읽고 의견 교환 기대됩니다. ^^

cyrus 2015-09-08 22:43   좋아요 1 | URL
어떤 책을 읽고 있으신지요? 궁금합니다. ^^

yureka01 2015-09-08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본주의와 결합된 섹스와 미용과 성형 산업은 이젠 종교 같아요..

cyrus 2015-09-08 22:47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요즘 남자들도 아름다움을 찬양하는 산업 종교에 빠지고 말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