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 예술품도 세월의 무계를 견뎌내지 못한다. 사실 우리가 지금까지 수천 년 전에 나온 예술품을 볼 수 있는 행운을 누릴 수 있었던 이유는 복원의 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복원은 낡고 상처 입은 예술품에 새 숨결을 불어넣는 작업이다. 그리고 시간을 거슬러 역사를 되살리는 일이기도 하다.

 

최근에 바티칸이 미켈란젤로가 그린 시스티나 성당 벽화와 천장화의 복원을 위해 관람객 수를 제한하기로 결정했다. 시스티나 성당은 다른 유명 성당들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천장과 벽 전체를 덮은 그림으로 인해 매년 60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줄을 잇고 있다. 그러나 수많은 관람객들이 한꺼번에 내뿜는 이산화탄소와 열기가 그림을 훼손시킬 우려가 있다. 그림의 복원 작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80년부터 이미 복원 작업을 시작했으며 제작 당시의 화려한 색채와 원형을 어느 정도 되찾았다. 그렇지만 복원 작업을 한다는 것은 쉬운 결정은 아니다. 복원 작업을 시작한 지 19년 만에 새롭게 단장한 벽화와 천장화가 대중에 공개되었을 때 당시 일부 전문가들은 냉담한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복원 작업을 하는데 필요한 약품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바람에 명암이 희미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복원 약품이 묻은 벽화 표면이 관람객들의 열기와 습기에 더 취약하다는 문제점이 드러났다. 바티칸과 복원 전문가들은 원작의 보존 상태가 최대한 유지될수록 대대적인 복원 작업을 실시했다. 어제 개선 작업이 끝낸 벽화가 공개되었는데 새로운 온도조절기와 LED 조명장치까지 설치하여 한층 선명해진 그림의 색감을 볼 수 있다. 

 

 

 

 

 

미켈란젤로  「천지 창조」 (1508~1512년) 

 

 

예전에 미술 교과서나 그림책에 나오는 「천지 창조」(또는 ‘아담의 창조’) 사진을 보면 항상 갈라진 균열 자국이 신경 쓰였다. 눈에 확연하게 보이는 선명한 균열 자국은 하나님이 팔을 펼쳐 손가락 끝을 대며 아담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이 극적인 장면의 감동마저도 깨뜨린다. 성당이 지어진 지 오래된 탓에 곳곳에 금이 가 있다. 그림은 오래 보존될 수 있지만, 그림의 캔버스나 다름없는 집(성당)의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이다. 성당 벽화와 천장화는 프레스코(Fresco) 기법으로 그려졌다. 회반죽을 벽에 바르고 미처 마르지 않아 축축하고 ‘신선(Fresco)'할 때, 물에 녹인 안료로 그림을 그린다. 유화가 나타나기 전까지 프레스코화는 수천 년 동안 화가들에게 애용되었다. 보존성이 좋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작의 형태가 그대로 유지될 수 있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바티칸이 화약 약품에 의지하는 복원 작업보다는 거대한 벽화와 천장화의 캔버스 역할을 하고 있는 성당 건물에 좀 더 신경 썼으면 하는 바람이다. 벽이나 천장에 갈라진 작은 균열도 무시할 수 없다. 건물이 견고하지 못하면 벽화와 천장화가 훼손될 수 있고, 관람객들의 안전을 위협한다.

 

한편으로는 벽화와 천장화에 생긴 갈라진 균열 자국이 500년이라는 시간을 버텨온 위대한 걸작에 어울릴 수도 있다. 사실 복원 작업 이후로 예전에 비해 눈에 보이던 균열 자국이 많이 사라졌음을 볼 수 있는데 옛 느낌도 같이 사라졌다.

 

 

 

 

 

사진출처: 전자신문

 

 

최근에 개장한 지 얼마 안 된 제2롯데월드 건물 바닥에 생긴 균열이 SNS에 공개됨으로써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었다. 건물이 들어서기 전부터 지반 침하와 누수 논란이 있었기에 또다시 안전성 문제가 불거졌다. 그러자 롯데건설 측은 금이 간 것은 서울의 옛 느낌을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금이 간 것처럼 연출한 디자인이라고 해명했다. 그리고 절대로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일부러 균열을 만들어서 멋지게 보이려는 롯데건설의 디자인 방식. 나는 디자인에 문외한이지만, 누가 봐도 절대로 조각조각 갈라지고 깨진 틈을 자연스럽게 만들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 웃기고 놀라운 사실은 서울시의 반응이다. 롯데건설 측의 주장에 수긍한 것이다. 회사 측의 해명대로 바닥에 투명 코팅을 했다면 균열에 명함 1장이 꽂힐 수가 없다.

 

롯데건설과 서울시는 제2롯데월드를 서울을 상징하는 랜드마크로 만들고 싶어 한다. 그렇지만, 건물에 생긴 균열이 안전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철저한 현장 정밀 조사도 없이 일단 대중의 논란을 잠재우려는 태도는 안전 문제에 민감한 시류를 거스르는 것과 같다. 바닥 균열도 하나의 연출 방식으로 생각하는 롯데건설의 ‘디자인 창조’가 건물 전체를 무너뜨리는 치명적 원인이 될 수 있다. 밖으로 드러나는 겉모습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겉모습을 오랫동안 유지되게 하는 내부의 힘이 더 중요하다. 「천지 창조」도 마찬가지다. 「천지 창조」가 더 오랫동안 사람들이 볼 수 있게 하려면 대성당 건물이 튼튼해야 한다. 작은 균열로 공든 ‘창조’가 무너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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