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ene #1  맬서스의 영혼은 지금도 배회하고 있다

 

 

 

 

 

 

 

 

 

 

 

 

 

 

토머스 맬서스의 『인구론』은 인구 증가에 대한 강한 경고와 함께 매우 부정적이고 어두운 예측으로 유명하다. 인구 증가에 따른 생활조건의 악화와 지구상의 한정된 자원으로 인해 국가 간의 갈등이 발생하고, ‘있는 자’와 ‘없는 자’간의 차이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이를 반박하는 낙관적인 주장도 있다. 당시 인구 증가율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었으나 인간의 극복능력과 지적능력의 향상, 새로운 기술의 발달 등으로 언젠가는 사회가 공평해 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범죄도 없으며 질병도 없는 그리고 심지어는 전쟁도 없는 세상으로 바뀔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낙관적 전망이 비교적 옳았다고 할 수 있으나 세계는 이제 새로운 문제에 직면해 있음을 볼 수 있다.세계경제의 주역이라고 할 수 있는 선진국들의 경우 인구의 노령화와 산아제한에 따른 인구 감소가 새로운 문제로 등장한 것이다. UN은 1990년대 초 16억 명이던 세계 인구는 현재 60억 명을 넘었고 2050년에는 100억 명에 이를 전망이다. 의학의 발달과 생활환경의 향상 등으로 평균 연령이 높아져 노령화 추세가 확연한 반면 인구 증가율은 현 인구 수준을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새로운 딜레마에 빠지게 된 것이다.

 

이젠 맞지 않는 것으로 굳어진 맬서스식 인구론이 아니더라도 ‘인구 폭발’은 많은 사람에게 악몽이었다. 산림 황폐화와 수질 오염 등 환경 파괴, 인명 경시, 도시화에 따른 빈민층의 증가와 범죄 만연을 포함해 수많은 인위적 재해의 근본 원인이 인구 증가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여겨졌다. 실제로 인구가 많다는 것은 경제 발전의 주요 장애 요인일 뿐 아니라 ‘삶의 질’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도 불리함으로 작용한다. 비관론자들은 인구 100억 명을 넘기 이전에 엄청난 대재난이 발생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을 내놓고 있다.

 

낙관론과 비관론 모두 나름대로의 설득력을 갖고 있지만 논의의 초점은 지구의 ‘생물학적 수용능력’에 모아진다. 낙관론자들은 품종개량과 농지개간을 통한 과거의 눈부신 식량증산 경험을 예로 들면서 끊임없는 과학기술 발전은 인류가 경험하지 못했던 풍요를 가져다 줄 것이란 장밋빛 전망을 제시한다. 지속적인 기술개발이 미래 인구가 먹고 남길만한 식량증산을 가져올 것이란 예측이다. 지난 수십 년간 식량증산 분야에서 이룬 녹색혁명의 성과를 전망의 근거로 제시한다.

 

반면, 비관론자들은 지구의 부양 가능 인구수는 최대 90억∼100억 명 수준으로 본다. 지금 추세라면 언젠가 수용할 수 있는 한계치에 도달하리라는 예상이 된다. 환경주의자들이 주류를 이루는 비관론자들은 무분별한 개발에 따른 부작용과 과학기술의 한계로 지금의 두 배나 되는 미래 인구는 필연적으로 기아에 허덕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경작지 감소, 개간할 땅의 부족, 농토의 황폐화와 수자원의 고갈은 지구의 수용능력을 한계에 달하게 할 것이란 전망이다.

 

 

 

 Scene #2  100억 명 인구가 사는 지구의 위기  

 

인간의 삶은 무기물 자원과 에너지에 의존한다. 처음 인간은 식량으로부터 에너지를 얻었다. 이후 물과 바람 그리고 동물의 에너지를 이용했다. 필요성이 떨어지면 점차 다른 자원으로 대체해가기 시작했다. 결국엔 화석연료를 이용하기에 이르렀고, 지구 온난화라는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다. 대규모 기근과 식량 부족은 사회 붕괴로까지 치닫고 있다.

 

특히 세계 도처에서 인구 증가에 따른 물 부족 현상은 큰 문제를 낳는다. 20세기의 국가 간 분쟁 원인이 석유였다고 한다면 21세기는 물로 인한 분쟁 시대가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는 말이 예사롭지가 않다.

 

 

 

 

 

 

 

 

 

 

 

 

 

 

세계 인구의 약 20% 정도는 지금 이 순간에도 자체 식수원을 찾지 못해 갈증에 시달리고 있다. 수자원 부족 현상이 지구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매년 수백만 명이 제대로 된 안전 식수를 공급받지 못해 수인성 전염병으로 사망하고 있다. 『100억  명』은 쓴 대니 톨링은 인구 80억 명에 도달한 시점에서 지구를 위협하는 가장 큰 원인은 식량, 광물, 석유가 아니라 ‘물’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물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생수 회사들이 지하수를 대량으로 뽑아낸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물 부족으로 고통 받고 있다. 미국 텍사스 주와 5대호 부근, 인도 남부의 플라치마다 마을이 대표 사례이다. 코카콜라사가 플라치마다 마을에서 지하 관정 여덟 개를 뚫어 지하수를 마구 퍼 올린 결과, 땅이 황폐해지면서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다. 논밭이 갈라지고, 푸른 잎의 야자수는 시들어가고, 마실 물은 부족하다. 주민들은 “코카콜라 공장이 날마다 100만ℓ나 되는 지하수를 훔쳐가고 있다”라고 주장한다. 100만ℓ면 2만 명이 하루 동안 생활할 수 있는 양이다. 알래스카 빙하수를 선박에 실어 중국에 수출한다는 이야기나 에베레스트 만년설을 녹여 병에 담아 파는 것을 가벼운 이야깃거리로만 받아들일 일이 아닌 것이다. 환경운동가들은 시장을 통해 물 문제에 접근하는 것은 돈이 없는 사람들이 목마름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을 낳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 밖에도 100억 명 인구 시대를 맞이하여 더욱 우려되는 것은, 환경오염으로 인해 앞으로는 이런 이상 기후 현상이 빈발해지고 그 정도도 격화되리라는 점이다. 산업문명의 무절제한 사용에 대해 지구생태계가 서서히 반응하기 시작한 것이다. 기후환경을 변화시키는 원인은 다양하고 복합적이다. 태양의 흑점 활동 등의 자연적인 요인에 영향을 받기도 하고, 온실가스와 대기오염 등 인위적인 요인도 있다.

 

“인류 역사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 전개되어 왔다. 앞으로도 환경은 계속 변화할 것이다. 산 자의 기준이 장기적으로 실현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기후학자 휴버트 램은 지금 살아 있는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삶의 기준은 결코 영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유구한 인류 역사와 비교해 인간의 삶은 아주 짧다. 인간들이 영원할 것이라고 믿는 삶의 방식을 송두리째 뒤바꿔 놓는 가장 무시무시한 요인은 날씨다. 전쟁도 변화시키지 못하는 것을 날씨는 해낼 수 있다.

 

지구 곳곳에서 강추위와 폭설이 계속되다가 다시 따뜻해졌다. 우리나라는 봄과 가을도 아주 짧아졌다. 여름철에는 온난화 때문인지 찜통더위가 며칠째 계속된다. 세계 각지에 지진이 나타나고, 산불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최근 극단적인 기상 이변 횟수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1970년대에 영국의 과학자 러브록은 가이아(Gaia) 이론을 주장했다. 가이아는 대지를 다스리는 그리스의 여신이다. 지구의 동물, 식물, 무생물은 서로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하나의 유기체라는 주장이다. 인간, 동물, 식물, 숲, 산, 강, 호수, 바다, 토양, 대기. 이 모두가 지구라는 한 생명체에 소속된 일부라는 얘기이다. 강과 호수가 혈액이라면 산이나 숲은 골격이나 관절인 셈이다. 그래서 인간 세계가 변하면 자연이나 기후도 같이 변한다고 생각한다. 인간 세계가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지구도 거기에 맞춰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론이다.

 

사람이 더우면 땀을 흘리듯 극지의 빙하는 녹아내려 지구 온난화를 극복하려 하고 있다. 폭설과 폭우가 내려 더워진 지구를 식히고 있다. 급격한 기후 변화가 일어나 흐트러진 대기의 온도, 산소, 탄산가스의 구성을 유지한다. 바다의 유기질, 무기질, 염분의 농도를 유지하려 쓰나미를 일으킨다. 사람이 과로하면 비틀거리듯 지진이 일어나 지각의 균형을 유지한다.

 

대지의 여신이 일으키는 분노는 멈출 줄 모른다. 현재 지구 평균 기온은 2도 이상 증가하고 있는데 미래 기후변화에 관한 시나리오에 따르면 2080년 지구 온도는 약 4℃ 상승할 것이라 보고 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현재의 2배, 고위도에서 온도는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고지대가 해수면 보다 평균온도 상승이 클 것이라고 예측했다.

 

일반적으로 온도가 상승하면 지표면이나 해수면에서 증발되는 수증기의 양이 많아진다. 이렇게 물 순환이 가속화되면 물이 부족한 지역은 점점 건조해지고 더워지며, 물이 많은 지역은 강수량이 더 많아져 가뭄과 홍수가 반복된다. 지구의 물 순환이 크게 달라진다면 물의 가용성이 제약을 받아 농업생산성이 크게 저하될 것이다.

 

 

 

 

 

 

 

 

 

 

 

 

 

 

 

 

오늘날 지구상 많은 국가에서는 식량생산 혹은 생활용수와 산업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지하수를 무분별하게 이용하고 있다. 기후 변화를 통제 불가능한 상황 속에 식량 및 용수 확보를 위한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100억  명, 어느 날』을 쓴 과학자 스티브 에모트는 앞으로 ‘기후 이민자’가 생길 것이며 흔하게 사용될 단어로 예측했다. 물, 식량 그리고 자원이 부족한 국가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국경을 넘어 이동하고, 한정된 물, 식량, 자원을 둘러싸고 무력 충돌이 발생할 수도 있다.

 

 

 

 Scene #3  자연과의 공존 없이는 인간도 생존할 수 없다

 

지금까지 100억 명 인구 시대에 관한 다양한 시나리오들이 나오고 있으나 이에 관한 내용부터 시작해서 대안까지 전문가들마다 서로 다른 견해를 내놓고 있다. 대니 톨링의 시선은 낙관적이다. 일단 맬서스식 인구론을 비판하고 있으며 책 제목과는 달리 100억 명이 동시에 살아갈 것이라는 예상에 회의적이다. 그는 ‘현실적 개혁주의자’에 속한다. 즉, 현실은 암울해도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집단적 해결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살기 좋은 세상이 우리가 어떻게 현재를 살아가느냐에 달려 있다.

 

에모트는 전 지구적 비상사태에서 벗어나는 방법 두 가지를 제시한다. 하나는 혁신적 기술 개발, 다음은 인류의 활동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첫 번째 방법에는 회의적이다. 두 번째 방법은 지금 당장 이뤄지기 어려운 것으로 본다.

 

나는 대니 톨링의 '현실적 개혁주의론'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 나올 수 있다. 가이아 이론대로라면 생명체들은 지구가 품은 무한한 자연의 일부로써의 존재 그 자체이며 그것으로 지구의 운명과 함께 한다는 것이다. 어떠한 피해가 있더라도 이 지구는 마치 살아있는 생명이 뚜렷한 치료 없이도 조금씩 아물어 가는 것과 같이 자연 복원력을 보이며 스스로를 치유한다.

 

 

 

 

 

 

 

 

 

 

 

 

 

 

 

그렇지만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과 발전은 생태계의 불균형을 이루어 심각한 생태계의 파괴와 인류의 자멸을 초래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에 따라 원래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운동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으며 환경 친화적인 삶으로의 의식의 전환이 서서히 이루어지고 있다.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환경 친화적인 인식이 필요하다.

 

인간과 동물의 공존은 복잡한 사회 속에서 제도나 법 질서로 이룰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지구라는 공간에서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로서 다른 생명들을 바라볼 수 있는 마음가짐이 선행돼야 한다. 공존이란 바로 ‘생명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갖는 것’이다.

 

지금 인간이 지구상에 존재할 수 있는 건 인간 스스로의 능력 때문이 아니다. 식물, 동물과 같은 다른 생명들 덕분에 인간 또한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이 가장 우월하기 때문에 잘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다른 생명들을 착취해서 번성하고 있을 100억 명 인구 시대를 맞아 조금이라도 고민을 하고 그들과 어떻게 더불어 살아가는 게 옮은 지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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