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학교의 힘 - 아이의 학력, 인성, 재능을 키워주는
박찬영 지음 / 시공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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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cene #1 우리의 ‘학교’는 정말 희망이 없는가? 

 

우리나라 ‘학교’의 현 주소는 무엇이며,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과연 우리의 학교는 붕괴되었고, 희망은 없는 것일까?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기업의 변화가 시속 100마일이라면, 현재의 학교체제는 10마일에 불과할 만큼 가장 변화에 둔감한 조직이라고 했다. OECD에서는 미래에 ‘학교’라는 제도는 붕괴될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제시한 바 있다. ‘학교’는 이렇게 총체적으로 무능한 조직이며, 척결의 대상인가?

 

한국의 교육을 벤치마킹하자는 오바마 대통령의 ‘한국교육 사랑’이 있는가 하면, 한국의 입시과열을 보고, 오히려 ‘한국교육을 배우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돌아간 스웨덴 정치가가 있다. 15번의 대학입시 개혁으로 세계적으로 유래를 보기 힘든 ‘입시 강국’, 전 국민의 교육열이 세계에서 두 번째 가라면 서러운 우리나라. OECD에서 주관하는 PISA 시험에서는 세계 1, 2위를 다투고 있는 대한민국! 이러한 명예로운 결과에도 불구하고, 교단 붕괴, 공교육 정상화라는 말로, 현재의 학교는 정상 가동이 되지 않은, 비정상적인 기관으로 우리사회에서 암암리에 치부되고 있다.

 

다양한 정서와 특성을 지닌 청소년기 학생들. 나만의 장점과 어려움을 동시에 갖춘 아이들이 갖는 학교 선택권은 얼마나 될까. 여기에 관계 회복과 더 세심한 케어가 필요한 경우는 기존 학교 환경에서 공부하기에는 그 한계 또한 뒤따른다.우리의 ‘학교’는 정말 희망이 없는가?

 

 

 

 Scene #2  폐교 위기 직전의 산골학교의 변신

 

억압적인 입시교육에서 벗어나 자연친화적이고 다양한 교육을 가르치기 위해 설립된 대안학교가 주목받고 있다. 부모들은 대안학교에서 교육의 해답을 찾으려 하고 있다. 사람들은 왜 대안학교를 꿈꾸고 찾아다닐까.

 

대안학교마다 가지고 있는 색깔은 제각기 지만, 모두 아이들을 공교육에 맡기기 어렵다는 생각으로 출발한 학교들이다. 배움과 사랑의 공동체가 되어야 하는 학교가 경쟁과 재 없는 시험 준비로 매몰되어 버린 현 상황에서 아이들을 조금이라도 행복하고 의미 있는 삶을 준비하도록 새로운 교육의 장을 제공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공교육은 국가가 모든 국민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간주하는 교육내용을 차별 없이 균형 있게 제공하기 위해 만든 대중교육의 성격을 지닌다. 이러한 공교육이 사회적 인력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게 되면서 좋은 학교 출신들이 좋은 직장을 가게 되고 그러면서 학교간 서열화가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결국 선발과 밀접하게 관련하여 운영되는 학교는 아이들의 다양한 능력을 균형감 있게 다뤄주기보다는 획일적인 지식을 기준으로 서열화되는 결과를 낳았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이나 교사들 모두가 학교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어하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이러한 경향은 1990년대 들어와 더욱 심화되었고 자연스럽게 공교육이 아닌 대안을 스스로 만들자는 운동이 일어났다.

 

『작은 학교의 미래』를 쓴 저자 박찬영 선생님도 15년 동안 교직 생활을 했는데 처음 교직 생활을 한 곳이 충남 논산에 위치한 도산초등학교였다. 저자가 처음으로 부임했을 당시 도산초는 전형적인 농산촌형 벽지학교로 인근에 학교 외에 교육관련 시설이 전혀 없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교육환경은 학생 수 감소로 이어져 2009년에는 폐교 위기에까지 몰렸었다.

 

폐교 위기의 학교를 살리기 위해 교사와 학부모 그리고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선택한 자구책은 방과 후 활동 특성화였다. 학교는 자체 예산으로 방과 후 교육 활동 인프라를 구축하고, 우수한 강사 유치를 위해 노력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도산초는 도시에서도 배우기 힘든 골프와 승마 강좌를 비롯해 발레, 축구교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과목별 캠프, 수월성과 창의력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참여율을 높였다. 도산초는 교사, 학부모, 지역사회가 협력해 농촌형 방과 후 학교 모델을 성공시킴으로써 2009년 전교생 37명에서 2012년 107명으로 학생 수가 증가하는 등 3년 전 폐교 위기의 산골학교에서 명품학교로 변신했다.

 

도산초는 기존의 학교 교육 방식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교사는 적은 수의 전교생 한 명 한 명에게 깊은 관심을 기울일 수 있어서 다양한 경험을 쌓도록 도와준다. 즉, 모든 학생들 다 방과 후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다. 어느 누구도 활동 프로그램에 배제되는 일이 없다. 이러한 교육 방식 덕분에 학생들은 자존감뿐만 아니라 모든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동기 부여도 높여준다. 이러한 환경 속에 공부는 성적을 얻기 위한 지긋지긋한 시간이 아니라 좋아서 하게 되는 즐거운 시간이다.

 

도산초와 오늘날의 교육현장을 비교하면 지금까지 익숙했던 공교육에 상식이 통하지 않는 경우는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창의적인 아이들이 눈총을 받고, 교사의 권력이 휘둘러지는 교실, 경쟁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해, 서울대에 가기 위해서 친구를 밟고 올라가라고 속삭이는 학교, 학습능력이 평가의 잣대가 되어 다양성을 꺾어버리는 학교, 지식과 정보 전달에 주력하는 모범 정답을 가지고 “너는 뭘 몰라, 틀렸어.”라고 말하는 교실에서 아이들의 사고는 닫히고, 창의성과 자발성과 자존감은 죽어간다.

 

작은 학교는 현재의 아이들 그러니까 행복한 세계를 만들어갈 미래의 어른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고, 동시에 화해조정을 받지 못한 학교의 기억이 순간순간 아픔으로 떠올라 우리 안에 울고 있는 아이들, 과거의 아이들을 위로하고 그 아픔을 치유하는 과정 속에서 탄생했다.

 

자기 자신과의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나는 모든 존재들과 관계를 맺을 줄 알고, 자기분야에서 실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주위 사람들이나 자기 자신과 건강한 관계를 맺을 줄 알고, 무엇보다 자기 내면의 소리를 들을 줄 알고 다른 존재의 말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날 수 있다. 가치나 환경을 정화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자기 세계를 창조해갈 수 있는 행복한 사람이 된다.

 

 

 

 Scene #3  교육의 ‘대안’이 아닌 좋은 교육의 학교로 발전해야 할 때 

 

아이를 일반학교에 보냈다가 여러 가지 부적응을 보여서 다시 대안학교 문을 두드린 부모들은 대안학교에 대한 기대가 더 클 수 있다. 특히 학습보다도 친구나 교사와의 관계로 인해 상처를 받았던 아이라면 대안학교에 가면 그런 상처들을 안 받으리라고 믿고 싶을 것이다. 학생들을 인격적으로 대하는 교사들, 무엇보다도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법을 제일 강조하고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이라면 아이 상처도 치유되고 즐겁고 행복한 학교생활을 하리라고 기대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경우 일반학교에서 대안학교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아이가 겪고 있던 문제들이 해결되기도 한다. 학습 스트레스에서 풀려나서 교사와 친구들과 더 깊은 소통을 나누며 충분히 놀 수 있는 환경 자체가 아이에게 치유가 된다. 그러나 대안학교에 보냈다고 모든 아이가 다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어떤 아이들은 오히려 더 힘들어지기도 한다. 대안학교가 일반학교보다 더 나은 점이 많은 것은 분명하지만 작은 학교이기 때문에 문제가 부각될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대안학교마다 성격이 많이 다르다. 인격수양을 강조하는 학교도 있고, 자유학교를 지향하는 곳도 있고, 노동의 가치를 강조하기도 하고, 경건한 신앙을 강조하기도 하고, 지역과 함께 하는 시민정신을 강조하기도 하고, 사회적 비판정신을 강조하기도 하고, 심지어 대학진학을 강조하는 곳도 있다. 그러니 자녀들의 특성에 맞춰 아이들이 희망하는 학교를 함께 찾아보고 상담을 통해 결정하는 것이 제일 바람직하다.

 

학교 아이들과도 수시로 만나면서 내 아이의 특성 및 상처받기 쉬운 면들을 이야기해 주면서 더 잘 소통할 수 있는 방법들을 알려주다 보면 서서히 내 아이를 대하는 아이들의 태도가 변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단번에 될 리는 없다. 대안학교는 아이의 성장과 특성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서 부모 교육 및 모임을 계속 열면서 공동체를 통해 지속적인 도움을 받도록 노력해야 한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이 필수적인 만큼 특히 부모들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

 

학생들이 자존감을 가질 수 있도록 교사와 학부모가 기다려주는 인내심이 필요하고, 교사의 자율성이 보장되고, 맡기는 교육에서 참여하는 교육으로 학부모의 인식이 전환되어야 하며, 학구제의 제한을 풀어야 하는 행정적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이제는 공교육의 ‘대안’이 아닌 좋은 학교로 발전할 수 있는 현실적인 역량을 키워야 하는 것이다.

 

스스로 열정의 불씨를 다시 살리고파 하는 간절함이 교사들에게 있고, 교사의 관심과 칭찬을 먹고 사는 맑은 눈망울의 학생들이 여전히 우리 학교에는 많다. 이제는 학교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큰 희망의 불길을 다시 일으키기 위한 작은 열정과 감사의 불꽃들을 찾고 살려야 할 때이다. 숨 막힌 공교육이 아닌 정작 공교육에 숨 막힌 학생들 숨통을 틜 수 있게 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것이 작은 학교, 즉 좋은 학교가 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선결조건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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