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앞에 서면 나는 왜 작아질까 - 당당한 나를 위한 관계의 심리학
크리스토프 앙드레 & 파트릭 레제롱 지음, 유정애 옮김 / 민음인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Scene #1  “난 아무것도 아니야...”

 

공포증이란 특정 대상이나 상황에 국한돼 공포를 느끼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이 무서워하는 대상이나 상황을 최대한 피하려 하고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두려움이 유발되는 것이다. 공포증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특정 사물이나 상황에 공포를 느끼는 것은 과거의 경험에 기인한다. 신경학적으로는 불안을 매개하는 신경회로의 이상이 특정 공포증의 발병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 학습 이론적으로는 부모나 타인으로부터 공포반응을 배워서 체득한 것이라고도 알려진다.

 

공포증의 종류 중에 ‘사회공포증’이라는 것이 있다. 많은 사람 앞에서 바보스러워 보인 사회 불안이나 창피를 경험한 후 상황을 회피하게 되는 것이다. 당했던 상황에 대한 두려움이 커져 '사회공포증'이라는 증상이 나타난다. 많은 사람 앞에서의 발표나 갑작스러운 주위의 시선에 대해 얼굴이 붉어지는 경험 때문에 사람을 회피한다. 증상에 특징의 차이가 있지만 이와 유사한 불안의 형태가 ‘회피성 인격장애’가 있다.

 

사람의 됨됨이를 나타내는 인격은 일상생활 가운데 드러나는 개인의 정서적이고 행동적인 특징의 집합체를 이른다. 실제로 인격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 그러니까 사회적 관계에서 더욱 도드라지게 드러난다. 문제는 인격이라는 것이 간혹 자신에게만 국한돼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나타난다는 점이다. 이를 정신의학계에서는 ‘인격 장애’로 규정하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인격 장애는 청소년기 또는 초기 성인기에 시작돼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고 여러 상황에서 일관되게 나타나는 장애현상이라고 분석한다.

 

 

 

 

만화 <피너츠>에 나오는 찰리 브라운이 회피성 인격장애 증상에 가깝다. 그는 조용하고 부끄러움을 잘 타는 아이다. 어디서나 튀려하지 않고 자신보다는 상대방에 맞추려 하며 항상 친구들을 위한 모습을 보인다. 회피성 인격장애를 가진 사람은 부끄러움이 많고 자신감과 자존감이 없으며, 다른 사람이 자신을 싫어할까 봐 항상 눈치를 본다. 자칫하면 ‘저 사람이 나를 싫어하지 않을까’, ‘지금 내 욕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불안감에 휩싸이기도 한다.

 

솔직하게 고백하건데 나는 이성들 앞에 서면 작아진다. 바짓가랑이에 위치하고 있는 ‘그것’이 커지지 못해서 작아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작아지고 위축된다. 이 책을 읽게 된 이유가 나 역시 특정 대상에 대한 공포증을 스스로 느끼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성 공포증’이라고 해야 되나. 부끄럽지만 지금까지 살면서 소개팅을 해본 적도, 아직 여자 한 명 제대로 사귀어 본 적이 없다. 이성 앞에만 서면 마음이 불안해지고, 초조해진다. 어떻게 대화를 시작해야할까, 내가 이런 옷을 입고 왔는데 마음에 들어 할까, 갑자기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하면 이상하게 쳐다보지 않을까 등등 쓸데없는 불안감에 앞서 이성 만나기가 불편했던 적이 있었다. 작년에 한 번 관심 있는 이성이 있어서 먼저 연락처를 알아내서 카톡 메시지를 주고받고, 단 둘이서 식사를 하는 등 이성 공포증에서 벗어나도록 나름 노력했지만 두려움이 재발하고 말았다.

 

 

 

 Scene #2  관계에 대한 불안도 심하면 병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이러한 불안 증세를 일시적인 증상으로 가볍게 여기기 쉽다. 혹은 자신이 심각한 불안 증세에 시달리는 것을 알면서도 정신치료를 부담스럽게 여겨서 피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면 심각한 우울증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나이가 들어 중년이 되면서 증상이 어느 정도 완화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 일생동안 증상이 지속된다. 결국은 불안한 것이다. 불안하니 자꾸 그 상황을 회피하게 되고, 그러다보니 사회활동에까지 지장을 초래하는 것이다. 이른바 은둔형 외톨이가 되는 것이다. 불안은 또 스스로의 마음을 더욱 닫게 해서 우울증을 초래하거나 심하면 공황발작의 형태로 표출되기도 한다.

 

사실 이런 증상은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관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하루에도 수십 번씩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며 진짜 자신을 보여주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평범한 학생, 직장인부터 유명 연예인과 정치인에 이르기까지 범위는 광대하다.

 

사회 공포증의 원인은 다양하다. 대뇌의 편도에 문제가 있는 경우 도파민, 세로토닌 등 신경 전달 물질의 이상 등의 생물학적 원인이 있다. 어린 시절 부모의 과잉보호 등으로 사회 기술을 배울 기회가 부족했던 경우, 지나치게 내성적인 성격, 어린 시절 주변으로부터 받은 놀림이나 창피를 당한 경험이 큰 충격으로 남은 경우 등의 심리적 원인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

 

발표 차례가 다가올 때, 동료의 비난에 대응하고 싶을 때 말도 못하고 심장박동만 빨라지는 것은 모두에게 완벽하게 보여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관계 불안을 가진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명확한 근거 없이 자신에 대한 타인의 반응이 부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자존감이 낮으며 자신을 과소평가로 단정 짓는다. 이렇게 내면적으로 위축된 심리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서 타인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이것은 관계 불안을 야기하는 자신의 단점을 타인에게 들키기 않으려고 혼자서 발버둥치는 꼴이다. 남을 의식하고, 남에게 자신을 완벽한 인간으로 잘 보이려고 한다. 불안한 상황을 일시적으로 극복할 수 있어도 지속적인 증상을 고칠 수는 없다. 단점을 최대한 가리면서 남들한테 성격의 결함이 없는 완벽한 존재로 보이려고 애쓴다면 계속 남을 의식할 수밖에 없고, 심리적으로 피곤함만 가중할 뿐이다.

 

관계 불안을 초래하는 원인을 알았다면 그것을 고치는 것이 중요하다. 내면에 자리 잡은 감정의 원인을 마주하는 것을 두렵거나 자꾸 숨기면 증상만 더 악화된다. 불안도 심하면 병이 되고, 정신 건강에 해롭다. 사회공포증이나 회피성 인격 장애는 전문가의 상담과 처방이 필요하다. 항우울제나 항불안제 등의 약물을 복용하는 약물치료와 대인공포증과 관련된 환자의 잘못된 생각과 행동들을 이해하고 교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시행하는 행동치료가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 나타날 수 있는 각종 자율 신경계 증상(얼굴 붉어짐, 떨림 등)을 숨기려 하지 말고 오히려 상대에게 보이고자 노력하는 치료인 노출 기법도 활용될 수 있다. 문제가 되는 상황의 불안감을 인식한 상태에서 그 상황을 직접 스스로 노출시킨다. 말 그대로 호랑이를 잡기 위해서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한다. 나의 의식을 지배하는 불안의 원인을 잡기 위해서 내 마음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사회적 능력을 향상시키는 자기주장 기법도 있다. 직면해야 할 특정 상황에 자신의 주장을 표현할 수 있도록 훈련한다.

 

 

 

 Scene #3  치료도 남의 눈에 의식하면 절대로 고칠 수 없다   

 

예방하기 위해서는 대인 관계를 비롯한 사회적인 상황에서는 다소의 긴장이나 불안이 따르는 것이 당연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연히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불안이나 가볍게 동반되는 수치심을 매우 치욕적인 것으로 받아들인다면 공포증으로 발전하기 쉽다. 따라서 어려운 상황에서 느끼는 두려움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다소 힘들더라도 피하지 말고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지나친 걱정 등 잘못된 생각에 그 근본원인이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자신의 문제를 직면하고 스스로 개선해 나가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자신을 향한 타인에 대한 강박적인 두려움은 현실이 아닌 자신이 만든 왜곡된 인지 형태이다.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부끄러워 얼굴이 붉어진다고 해서 붉어지지 않게 하는 게 아니라 부끄러우면 붉어지는 게 당연하다는 걸 자각시키는 것이다. 경직된 생각을 한 번에 제거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오랫동안 방치한다면 심각한 증상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내면의 두려움을 직시하고 두려운 상황에 자신을 반복적으로 노출하고 연습함으로써 두려움을 극복해야 한다. 마음의 병을 고치는 것도 남의 눈에 의식한다면 절대로 고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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