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레이] 이유 없는 반항 : 리마스터링 - 아웃케이스 없음
니콜라스 레이 감독, 나탈리 우드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단 3편의 영화만 남겼음에도 세상을 떠난 지 50년이 넘은 지금까지 제임스 딘은 세계 젊은이들의 우상이다. 좌절하고 반항하는 청춘의 표상으로서. 그 같은 딘의 이미지를 결정적으로, 확고부동하게 만들어 준 작품이 <이유 없는 반항>이다.

 

‘이유 없는 반항’이라지만 물론 이유는 있다. 그러나 그 이유는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 즉 영화에서 딘이 보여주는 반항은 오로지 권위적이며 고루한 의식에 사로잡혀 젊은이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기성세대에 대한 것만이 아니다. 거기에는 철저한 공처가로서 어머니 대신 앞치마를 두르고 밤늦게 귀가한 아들에게 밥을 차려주는 아버지에 대한 반항도 있다. 가부장의 권위를 상실한 아버지에 대한 실망이 반항의 또 한 축이다. 그럴 것이 영화가 제작된 1950년대만 해도 미국에는 청교도적 관습에 의해 가장으로서 아버지의 권위가 살아있었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우리 가정과 마찬가지로.

 

“자동차도 사 주고 네가 해 달라는 대로 다 해줬는데….” “10년쯤 뒤면 너도 다 알게 될 텐데….” “너를 위해 날마다 기도했는데….” 영화에서 고등학생 짐(제임스 딘 분)의 부모가 개탄하는 내용들이다. 부모로서는 아들에게 해줄 만큼 해 줬는데 뭐가 불만이어서 허구한 날 사고만 치고 다니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리고 부모가 보기엔 겁쟁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쯤 아무것도 아닌데, 현실과 적당히 타협하면 무사히 넘길 수 있는 일인데, 시간이 지나면 다 해결될 수 있는 일인데, 그처럼 하찮은 것들에 인생을 거는 아들의 행동은 그야말로 ‘이유 없는 반항’일 뿐이다. 그러나 아들에게는 겁쟁이 소리를 듣느니 죽는 게 나으며, 10년 뒤가 아니라 당장 해답이 필요하기 때문에 고민하고 반항하는 것이다. 모두가 널 위해서라는 부모의 일방적 사랑마저도 아들에겐 속박일 뿐이다.

 

영화로서 각별한 기술적 우수성이나 특성을 지닌 것은 아니다. 지금 생각하면 60년대의 청춘 반란을 선취하고 있는 예고편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겨우 세 편의 영화에 출연하고 요절하고 만 제임스 딘은 스크린 위에서나 사회사적으로나 상징적인 인물이었다.

 

딘이 분한 주인공 짐은 말수가 적고 섬세하며 내향적인 성격이다. 이를 보상이나 하려는 듯 때로 난폭해지는 수가 있다. 새로 온 전학생은 어디에서나 집단적 골탕 먹이기나 ‘왕따’의 대상이 되기가 쉽다. 전학생인 그에게 불량학생의 우두머리가 싸움을 건다. 두 학생은 칼부림 대결을 하지만 마침 경관이 발견하고 이들을 제지한다. 그 결과 두 학생은 ‘간 크기 시합’을 하게 된다. 차를 몰고 벼랑을 향해 달리다가 차에서 뛰어내리는데 먼저 뛰어내린 쪽이 패배 판정을 받는 시합이다. 불량학생들의 언동이나 이 ‘간 크기 시합’은 그 박진감 때문에 아슬아슬하기 짝이 없다. 결국 불량학생두목이 탈출에 실패해서 벼랑에서 떨어져 죽는다. 다 잊어버려도 이 장면만은 잊히지 않을 것이다.

 

이 광경을 목도한 나탈리 우드가 실신할 판국이어서 제임스 딘이 그녀를 잡아준다. 나탈리 우드는 불량학생 두목과 가까운 처지였다. 그날 밤 제임스 딘은 경찰에 자수하러 가지만 자신을 돌봐주는 선도계원이 부재중이어서 그냥 나오다가 불량학생들의 눈에 띄고 이 때문에 경찰에 밀고했다는 의심을 받게 된다. 불량학생들의 살기등등한 기세에 몰리어 제임스 딘과 나탈리 우드는 빈집으로 도망친다. 딘의 친구가 도움을 주기 위해 불량소년들에게 권총을 난사하고 세 학생은 한곳에 모여 있다. 공포 분위기의 하룻밤이 지나자 경찰이 주위를 에워싼다. 딘은 권총에서 탄환을 빼버리지만 공포에 질린 나머지 이성을 잃은 그의 친구는 경찰에게 덤벼들다 사살되고 만다. 딘은 처음으로 자기를 이해해주는 부친의 품에 안기어 울음보를 터뜨린다.

 

문제 학생이 있는 것이 아니라 문제 부모와 문제 가정이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식의 수용도 쉽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딘의 집안에서는 부친이 도무지 영이 서지 않는다. 앞치마를 두른 채 바닥에 꿇어앉아 떨어진 음식을 주워 담는 부친을 아들은 민망한 낯빛으로 바라본다. 모친은 조부와 늘 신경전이다. 집안에서 그의 심정이 편안할 리 없다. 한편 나탈리 우드 집안에서는 부친이 폭군이다. 부활절 파티에 참석했다가 늦게 들어왔다고 ‘더러운 바람둥이’라 딸을 몰아붙인다. 안녕히 주무시라고 볼에 입맞춤을 하자 딸의 따귀를 갈겨 결국 가출하게 한다. 거기 등장하는 불량학생들은 더욱 문제 많은 집안의 자녀일 것이다.

 

고소공포증 소유자는 그랜드 캐니언 벼랑 끝에 서 있는 아메리칸 인디언의 사진만 보아도 아찔한 생각이 드는 법이다. 영화에 나오는 불량학생들의 섬뜩한 언동은 심약한 사람들을 주눅 들게 한다. 그런 상황에서 마음 여린 영혼이 온전하게 성장하기는 어렵다. 사춘기의 위기를 다룬 이 영화는 <이유 없는 반항>이 그 뒤에 전개되는 ‘대의(大義) 있는 반란’의 선구임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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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4-03-26 11:42   좋아요 0 | URL
안 그래도 얼마전에 ebs에서 이 영화 해 주더라고요. 나탈리 우드 참 예쁘죠. 저는 그 절벽신만 좀 보다 다 못 봤어요. 제대로 봤다면 아주 재미있었겠어요. 이러한 내용의 영화였군요!

cyrus 2014-03-26 12:01   좋아요 0 | URL
요즘 금요일 밤에 하는 EBS 고전영화극장을 즐겨 보고 있어요. 하필 그 시간대에 KBS 1TV에서 명화극장을 하는데 가끔 한 편만 선택해서 봐야하는 고민이 올 때가 있답니다. 지난 주에 명화극장에서는 '병 속에 담긴 편지'를 보여주더군요. 그래서 고민 끝에 요즘 보기 힘든 제임스 딘의 영화를 보게 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