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간은 누구에게 예속되는 삶보다 자신만의 자유로운 삶을 누리고 싶어 한다. 그러나 자유를 박탈당했을 때는 용감하게 이에 맞설 수 있는 사람만이 자유를 되찾을 수 있다.

 

부당한 세상에 용감하게 붓으로 맞선 이가 있었으니 그 대표적인 화가 중 하나가 오노레 도미에(1808~1879)였다. 그는 시사만화가로 출발했으니 정치적일 수밖에 없었다. 도미에는 오늘로 치면 만평에 해당하는 풍자적인 석판화를 무려 4000여 점 시사 잡지에 기고했는데, 지금 보아도 재미있고 촌철살인인 것들이 많다. 그의 작품들에는 탐욕스러운 정치가들, 비싼 레스토랑에 들어가서 폼 잡고 싶어 하는 소시민, 옆에 선 남성을 튕겨낼 정도로 부풀린 드레스를 입은 부르주아 여성 등 다양한 인물군상이 풍자의 대상으로 등장하곤 한다.

 

 

 

 

오노레 도미에  『가르강튀아』 1831년

 

 

그 중에서도 도미에가 즐겨 그린 것은 당시의 국왕 루이 필립이다. 필립을 희화화한 대표적인 풍자만화 작품이 『가르강튀아』이다. 프랑수아 라블레의 소설에 나오는 거대한 거인 가르강튀아로 그려진 인물은 바로 당시 프랑스 국왕 루이 필립이다. 그림 오른쪽부터 보면 백성들이 힘겹게 모은 돈을 통에 넣고 있다. 이렇게 모아진 백성들의 재산을 국왕이 자신의 긴 혀를 통해 꿀꺽꿀꺽 삼키고 있다. 그리고 필립의 의자 밑으로는 그의 배설물이 상장과 훈장으로 비유되고 있다.

 

이 그림 때문에 도미에는 감옥까지 갔다 왔다. 사실 루이 필립은 스스로가 혁명으로 왕위에 옹립된 만큼 처음에는 언론 출판의 자유에 우호적인 정책을 폈고 자신에 대한 풍자에도 관대한 편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도미에의 풍자화만큼은 그를 격분케 했다는데, 그를 너무 뚱뚱하게 묘사한 탓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는 도미에를 고발했고, 도미에는 6개월 징역을 살아야 했다.

 

하지만 도미에는 끄떡없이 신랄한 시사만화를 계속해서 그렸다. 이는 당시 사회 지배 계급의 부정부패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는 당시 1830년 7월 혁명 이후 샤를 10세가 타도되어 왕좌에서 물러나고 루이 필립이 등극했으나 그 또한 자유주의 정책에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귀족과 노동자 계층 간의 갈등은 커져만 갔다. 마침내 1848년 2월에 다시 혁명이 일어났다. 루이 필립은 영국으로 망명했고 보통선거 제도가 도입돼 노동자와 농민 계층의 남성도 선거권을 가지게 됐다.

 

도미에의 풍자만화는 무지한 시민 계층들을 격분시켰으며 이를 계기로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하게 해 자신들의 자유와 권리를 되찾을 수 있도록 했다. 시사만평은 권위를 조롱하며 결국 공권력을 움직여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데 큰 기여했던 것이다. 만약 도미에와 같이 국왕의 행세를 공공연히 비판할 용기가 있는 사람이 없었다면 아마 프랑스의 자유민주주의 시대는 늦게 열렸을 지도 모른다. 한 사회에 발전과 개혁이 있으려면 자유가 주어져야 한다. 자유롭게 민중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자유민주주의란 개인의 자유가 보장된 환경에서 모든 시민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을 말한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이 선진사회로 한 발자국 더 가까이 가기 위해서는 자유민주주의가 정착되어야 한다. 현재 대다수의 국민들은 정치에 관해서는 방관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러한 ‘나 몰라라’하는 태도는 국가의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소수의 정치인들만 정치에 참여하는 사회는 부패되기 십상이다. 시민들의 이익을 위해 힘쓰기는커녕 자신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며 왜곡된 진실을 전달하고 있는 행태를 더 이상 방관할 수만은 없다.

 

따라서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정치인들은 배려심을 기르고 관용을 베풀며 사회적 약자와 소외세력들을 보호해야 하고 시민들은 국가의 안정적인 발전을 위해 목소리를 좀 더 크게 낼 필요가 있다. 오노레가 풍자만화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여 사회적 개혁을 가져왔듯이 우리 모두 나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에 좀 더 애정 어린 관심을 갖고 때론 칭찬도 하고 비판도 하며 한 마음 한 뜻으로 공존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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