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평론가가 내 그림을 마구 난도질해 댈 때마다 절망에서 버티게 해 준 힘은 오직 세잔의 그림이었다. 세잔만이 나의 유일한 스승이다.” (앙리 마티스)

 

외고집 세잔의 꿈은 소박하면서도 거대했다. 그는 평생 그림만 그리며 살다가 죽는 소박한 꿈과 불후의 명작을 만들려는 거대한 포부를 동시에 이루려 했다. 그의 그림은 처음에는 실력이 부족한 비주류로 멸시받았지만, 세잔은 스스로 선택한 화가의 길을 수도자처럼 고행하듯 살았다.

 

 

 

 

 

 

 

 

 

 

 

 

 

 

 

 

세잔의 그림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던 사람은 다름 아닌 죽마고우였던 소설가 에밀 졸라였다. 졸라가 『작품』이라는 소설을 통해 누가 봐도 세잔이 모델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끌로드라는 인물을 만들어 놓는다. 끌로드는 능력도 없으면서 자기가 위대하다고 착각하다가 결국 자살하고 마는 화가이다. 이 소설을 계기로 그들의 우정은 산산조각이 나고 만다.

 

 

 

 

폴 세잔 「생트 빅투아르 산」 (1906년)

 

 

세잔은 친구의 잔인한 태도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로지 자신의 고향에 있는 거대한 산의 풍경에만 집착했다. 그곳은 바로 생트 빅투아르 산이었다. 산은 세잔에겐 어머니 같은 대상이었다. 언제든 달려가 품에 안길 수 있고 유일하게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변함없는 산. 세잔의 상처를 제일 먼저 보듬어 준 곳도 이 산이다.

 

산의 기운이 상처투성이 세잔에게 와서 붓을 잡아 준다. 세잔은 성실한 농사꾼처럼 아침부터 저녁까지 생트 빅투아르 산을 그리고 또 그린다. 죽을 때까지 그린 산의 풍경은 87점. 평온하고 웅장한 형태의 생동감 넘치는 산을 20년 동안 여러 각도에서 다양하게 창조해낸다.

 

 

 

폴 세잔 「생트 빅투아르 산」 (1906년)

 

 

세잔은 사물을 바라보며 있는 그대로 그리려 하지 않았다. 본다는 것은 눈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생각했다. 보는 것만으로도 사물의 본질을 그림에 반영할 수 없었다. 그 사물을 감각적 부분들로 해체함으로써 이미 우리 머리에서 해석된 현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생트 빅투아르 산」연작은 하늘이나 바위나 나무에 대한 것이 아니다. 자연이 뇌에 처음 모습을 드러내는 그대로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이 그림들은 훗날 입체파(자연을 입방체로 묘사하는 화파, 대표적인 화가는 피카소)의 탄생을 예고한다.

 

평생을 걸어 생트 빅투아르 산을 그리다 죽어간 세잔. 외고집은 예술을 위한 투지였다. 그는 자신의 꿈이 옳았음을 세상 앞에서 증명했다. 산 하나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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