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빈센트 반 고흐 「요양원 정원」 1889년
요양원 정원의 테라스에 초점을 둔 이 작품에는 소나무와 돌 벤치, 시든 장미 옆을 걷는 환자 셋이 그려져 있다. 빈센트는 번개를 맞고 부러진 나무의 그루터기에 특히 매혹되었다. 그의 문학적 상상력은 이를 우쭐대는 남자의 패배로 보았다. 그림에서 그는 은근히 분노를 표현할 수 있었다. (랄프 스키 『반 고흐의 정원』87쪽)
病
내 얼굴이 한 폭 낯선 풍경화로 보이기
시작한 이후, 나는 주어를 잃고 헤매이는
가지 잘린 늙은 나무가 되었다.
가끔씩 숨이 턱턱 막히는 어둠에 체해
반 토막 영혼을 뒤틀어 눈을 뜨면
잔인하게 죽어간 붉은 세월이 곱게 접혀 있는
단단한 몸통 위에,
사람아, 사람아 단풍든다.
아아, 노랗게 단풍든다.
‘주어를 잃고 헤매는 가지 잘린 늙은 나무’가 된 시인의 시를 읽다가 요양원 한가운데 부러진 나무 그루터기로 남은 네덜란드 사내가 생각났다.
2013.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