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반 고흐  「요양원 정원」 1889년

 

 

 

 

 

 

 

 

 

 

 

 

 

 

 

 

 

 

 

요양원 정원의 테라스에 초점을 둔 이 작품에는 소나무와 돌 벤치, 시든 장미 옆을 걷는 환자 셋이 그려져 있다. 빈센트는 번개를 맞고 부러진 나무의 그루터기에 특히 매혹되었다. 그의 문학적 상상력은 이를 우쭐대는 남자의 패배로 보았다. 그림에서 그는 은근히 분노를 표현할 수 있었다. (랄프 스키 『반 고흐의 정원』87쪽)

 

 

 

 

 

 

 

내 얼굴이 한 폭 낯선 풍경화로 보이기

시작한 이후, 나는 주어를 잃고 헤매이는

가지 잘린 늙은 나무가 되었다.

 

 

가끔씩 숨이 턱턱 막히는 어둠에 체해

반 토막 영혼을 뒤틀어 눈을 뜨면

잔인하게 죽어간 붉은 세월이 곱게 접혀 있는

단단한 몸통 위에,

사람아, 사람아 단풍든다.

아아, 노랗게 단풍든다.

 

 

 

 

‘주어를 잃고 헤매는 가지 잘린 늙은 나무’가 된 시인의 시를 읽다가 요양원 한가운데 부러진 나무 그루터기로 남은 네덜란드 사내가 생각났다.

 

 

2013.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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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3-11-04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흐의 그림은 봐도봐도 질리지 않는 생명력을 느끼게 하는군요.
기형도 님의 시였나요?

사이러스님, 평온하고 즐거운 한주되세요.

cyrus 2013-11-04 21:25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맞아요. '병'이라는 제목의 기형도 시인이 쓴 거예요. 알라딘 중고샵에서 발행기간이 조금 오래된 기형도 시집을 발견했어요. 오랜만에 시집을 읽고 있었는데 예전에 눈에 들어오지 못했던 이 시를 읽다가 고흐의 그림이 생각났어요. 마고님 말씀처럼 비록 고흐는 자신을 잘려진 그루터기라고 생각했지만, 그의 강인한 생명력과 예술혼은 여전히 빛나고 있습니다. 물론 시인이 남긴 시들 또한 마찬가지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