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퍼센트 우주 - 우주의 96퍼센트를 차지하는 암흑물질ㆍ암흑에너지를 말하다
리처드 파넥 지음, 김혜원 옮김 / 시공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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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주의 탄생

 

인류는 오래전부터 '우주는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그 끝은 어디인가'에 대한 의문을 품어왔다. 수십 년 또는 수억 년 전의 과거 우주의 모습을 현재의 별빛을 통해 감상하며 그 경이로운 모습에 전율을 느끼기도 하고, 우주의 진화에 대해 궁금해 하기도 한다.

또한 우주에 숨어있는 정보를 분석하여 우주탄생의 단서를 찾기도 하고, 미래 우주의 운명을 예측하기도 한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우리는 우주의 많은 부분에 대해 알게 되었지만 우주는 여전히 결정적인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인류가 그 베일을 벗겨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우주는 시간과 공간조차 없는 절대적인 무에서 생겨났으며 지금 무한히 팽창하고 있다는 것이 현대물리학계의 정설이다.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것은 시간을 거꾸로 돌려 이론적으로 우주를 수축시켜나가면 지금의 우주가 태초에 모래알보다 작은 한 점에서 시작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137억 년 전, 태초의 우주에는 시간도 공간도 물질도 없었다. 단지 초고온 초고밀도의 특이점이 있었을 뿐이며, 우주의 모든 물질과 힘은 원자알갱이보다 작은 이 특이점에 집중되어 있었다. 이 특이점이 대폭발(Big bang)하면서 원시우주가 탄생했다.

 

이처럼 빅뱅은 절대적인 무에서 우주의 시공간을 동시에 탄생시켰다. 빅뱅 후 1초가 되었을 때 우주는 100가 넘을 정도로 뜨거웠고, 3분이 지나면서 온도가 10이하로 낮아지면서 수소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38만 년이 되었을 때, 온도가 3000정도로 낮아지면서 처음으로 전자가 원자 내부에 붙잡혀서 중성원자가 생기고, 에너지가 빛으로 방출되면서 그 빛이 암흑 속으로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빅뱅 이후 점점 낮아진 우주의 평균온도는 지금 영하 270(3K: -270)로 냉각되어 있다.

 

 

 

 

 ♣ 우리가 보고 있는 우주는 고작 4퍼센트

 

우주에 있는 물질은 시공간을 휘게 하여 중력을 만든다. 이 중력은 또한 물질을 끌어당겨 별과 은하를 만들면서 주위의 물질을 삼키기도 한다. 만약 우주에 물질이 충분하다면 중력 작용에 의해 우주가 다시 수축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극초단파 탐사선(WMAP)이 관측한 최근자료에 의하면, 우리 눈에 보이는 물질들, 즉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를 포함한 행성과 별들은 우주를 이루고 있는 총 물질과 에너지의 4퍼센트에 불과하다. 그중에서도 수소와 헬륨 등 가벼운 원소들이 대부분이고, 질소, 산소 등의 무거운 원소는 0.03퍼센트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우주가 이처럼 텅 비어있다면 지금의 우주가 유지될 수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럼 나머지 96퍼센트는 무엇일까. 74%는 암흑 에너지고, 22%는 암흑 물질이다. 나머지 96퍼센트에 해당하는 물질에 암흑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는 이유는 우리가 아직도 그 물질의 정체를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암흑 에너지와 암흑 물질의 정체를 모르면서도 이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어떻게 알 수 있을지가 궁금하다. 관측 결과에 따르면 은하는 우주가 탄생한지 10억 년 이내에 태어났다고 보고 있다. 그렇지만 이는 우리가 알고 있는 물질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질량이 부족하기에 중력으로 신속하게 모여서 커다란 가스 구름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요컨대 원소로만 우주가 이루어졌다면 10억 년 이내에 은하가 탄생할 수 없다는 말이다.

따라서 은하가 생겨나기 위해서는 은하를 조종하는 무언가가 반드시 존재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이런 물질과 에너지가 있다는 사실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바로 질량으로 알 수 있다. 그러나 전하를 가지고 있지 않기에 전자파가 나오지 않아서 우리가 알 수 없을 뿐이다. 쉽게 말해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는 몸을 숨긴 채 이 커다란 우주를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다. 2007네이처지에 실린 한 편의 논문은 이런 가설을 입증했다. 우주는 빠르게 팽창하고 있으며, 이렇게 우주가 가속 팽창하는 것은 물질들 사이에 작용하는 중력에너지보다 큰 에너지가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 96퍼센트 우주의 영향

 

이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의 성분을 규명하기 위해 많은 과학자들이 오늘날 연구에 몰두하고 있지만 여전히 정체를 밝히지 못하고 있다. 다만 분명한 것은 미래의 우주는 보이지 않는 이 두 힘, 수축하려는 중력과 팽창하려는 암흑에너지의 치열한 싸움에 의해 그 운명이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 만약 중력이 이기면 우주가 수축하여 다시 붕괴할 것이고, 암흑에너지가 이기면 우주는 한없이 팽창하여 해체될 것이다.

우리가 빛으로 관찰할 수 있는 우주물질의 양은 너무 적어 현재 가속되고 있는 우주팽창을 멈출만한 충분한 중력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만약 중력과 암흑에너지의 싸움에서 암흑에너지가 승리하면 우주팽창은 걷잡을 수 없이 진행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수천억 년 후에는 은하와 은하 사이 또는 별 사이의 거리가 너무 멀어져 빛의 이동마저도 쉽지 않을 것이므로 암흑만이 우주공간을 지배하는 삭막한 우주가 될 것이다.

은하들이 하염없이 멀어져 가면서 우주의 모든 물질이 해체되고,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은 찬란한 별들도 아득히 저 멀리 사라져 버리기에, 점차적으로 빛마저 볼 수 없는 황량한 암흑우주의 시대가 도래 할 것이다. 신화와 전설이 죽고, 모든 것이 잠드는 그런 암울한 시대가 도래 할 가능성이 충분히 열려있기에, 어쩌면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밤하늘이 가장 아름다운 우주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알퐁스 도데의 <별>에서 목동과 소녀가 함께 바라본 하늘과 별은 낭만적이었고 또 아름다웠다. 그러나 그 하늘이 과학자들에게는 의문으로 가득 차있고, 그들의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별>의 마지막에 나오는 목동의 독백이 기억이 난다. “나는 수많은 별들 가운데서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별 하나가 길을 잃고 헤매다 지쳐 내 어깨 위에서 잠들어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두 사람을 비춰주는 밤하늘의 별이 암흑 물질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점을 알퐁스 도데는 몰랐다.

 

 

 

 

* 이 책은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의 세계를 탐구하는 과학자들의 여정을 한 편의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다. 그러나 이 책 한 권만으로 암흑 물질과 우주에 관한 최신 연구 내용을 이해하고 파악하기에는 과학 기초 개념을 잘 모르는 독자에게는 무척 어렵다. 기초 배경지식 없이 책을 읽다가는 과학자들의 뜨거운 경쟁과 분투를 그려 낸 드라마틱한 이야기에 몰입하기는커녕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심지어 과학적 내용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어떤 그림이나 사진, 도표가 단 한 장도 없다. '암흑 물질'과 관련된 우주에 관한 기초 지식을 습득하고 난 후에 이 책을 읽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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