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엔탈리즘 - 개정증보판 현대사상신서 6
에드워드 W. 사이드 지음, 박홍규 옮김 / 교보문고(교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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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월한 서양 vs 열등한 동양

 

꽃과 여자의 옷에서 봄이 피어난다고 한다. 요즘 지하철에서 내려 길을 오가면서 시선이 집중되는 것이 있다. 짧은 치마에 살결이 드러나는 옷을 입고 거리를 당당하게 걸어가는 여자들이다. 경기가 불황일수록 여성의 미니스커트는 짧아지고, 립스틱 색깔은 짙어진다고 한다. 그 이유는 경기가 어려우면 아무래도 여성들이 자신의 아름다움을 표현할 액세서리를 구입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자신의 몸 자체를 드러내는 것으로 아름다움을 표현하려는 심리적 요구가 증대한다고 한다.

 

미니스커트를 입는 사람과 그들을 바라보는 사람들 모두는 우리의 사유나 관념이 자의적이고 주체적으로 형성된 것으로 생각하고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들 관념체계의 깊은 틀은 근대화의 급속한 발전과 자본주의의 서구중심적 사고방식으로 물들어진 문화의 산물이라는 것을 도외시하고 있다.

 

이런 사고방식을 에드워드 사이드는 오리엔탈리즘이라고 했다. 세계화라는 거대한 슬로건 앞에 점점 동양 문화는 어두운 터널 속으로 사라지고 점점 오리엔탈리즘에 사로잡히게 됐다. 즉 ‘우월한 서양’ 대 ‘열등한 동양’으로 사람들 사이에서 각인되어버린 것이다.

 

우리들 관념체계 안에 당연한 지식으로 자리 잡은 서구중심적 사고방식으로서 오리엔탈리즘은 사회구조적으로 재생산되고 있다. 오리엔탈리즘의 사회구조적 재생산 과정을 단순히 폭로하는 것만으로는 기존의 왜곡되고 종속적인 문화 상황이 해체되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우리는 전통문화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경제 발전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경제 성장과 사회 발전에만 치중했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문화는 뒷전에 처져 있었던 것이다. 그 사이 서양 중심 사고가 중심 담론이 됐다.

 

 

 

 ♣ 오리엔탈리즘이 만든 이분법적 사고

 

사이드가 말하는 오리엔탈리즘은 ‘서양적’인 것에 대해 사람들이 과학적, 합리적, 논리적, 이성적이란 긍정적 이미지와 물질적, 제국주의적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떠올리는 반면에 ‘동양적’인 것에 대해 이와 반대로 ‘비과학적, 비합리적, 비논리적, 비이성적’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린다. 그나마 ‘명상적, 신비적’인 단어가 긍정적 이미지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이러한 서구식 담론의 편견과 왜곡된 동양 이미지가 바로 사이드가 말한 오리엔탈리즘이다.

 

서구의 문화적 헤게모니에 너무나 오랫동안 종속된 결과일 것이다. 오리엔탈리즘은 동양을 지배하고 재구성하며 억압하기 위한 서양 스타일이다. 한마디로 그것은 알지 못하는 타 문명에 대해 가질 수 있는 보통 사람들의 문화적 편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서구의 동양 지배 프로젝트와 맞물려 치밀하고 체계적으로 만들어진 ‘표상체계’라는 것이다.

 

이러한 서구의 체계적인 ‘동양의 동양화’ 과정에 의해 동양의 이미지는 왜곡돼 왔기 때문에 사이드는 이제까지도 왜곡되지 않은 순수한 동양, 형용사가 붙지 않은 동양이 존재한 적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것은 각종 주의와 주장으로 포장된 오리엔탈리즘이 동양 대신 동양을 말해왔기 때문이며, 그렇지 않은 동양은 마치 없는 것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를 사이드는 오리엔탈리스트들 스스로가 동양과 대치되는 위치에 자신의 위치를 선정하기 때문이며, 실제 생활과 정신생활 양면에서 사실상 동양 밖에 있는 ‘그들의 외면성’ 때문이라고 한다. 이렇듯 오리엔탈리즘에 길들여진 우리는 서구 문화를 우월하게 의식하고, 동양 문화를 비하하게 되는 것이다.

 

기업은 소비자의 필요성을 충족시키는 것보다는 욕구를 창출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즉 자신들이 생산한 제품을 소비자의 필요성보다는 욕구를 자극해 많이 판매함으로써 최대 수익을 얻음을 그 목표로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부단히 창출시켜야 하는 것이다. 이에 동원되는 수단이 광고이다.

 

광고는 소비자들이 날마다 받아들이는 메시지의 한 형태다. 소비자가 받아들인 총 메시지는 커뮤니케이션 환경을 통해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의견, 호감, 불쾌감 등을 형성한다. 이런 상황을 기업들은 전통적인 콘셉트를 가지고 소비자들의 욕구를 발생시키기보다는 서양적인 무엇인가에 마케팅 전략을 찾고 있다.

 

서구 우월주의에 입각한 오리엔탈리즘이라는 동서양의 차별적 이분법을 광고 속에서 찾고 있다. 오리엔탈리즘의 재생산과 강화는 모든 영역에서 총체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그 가운데 현대 소비 사회에서 이미지 형성에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광고는 주목할 만하다.

 

우리는 광고 속에 불려 들어가 ‘표면상으로는 자율적으로 흐르는 회로’, 그러나 실제로는 광고에 의해서 ‘주의 깊게 준비된 회로(오리엔탈리즘)’를 통해 부재된 시의를 스스로가 채우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가 광고에 의미를 부여하고 광고가 우리에게 의미를 부여하는 악순환은 계속된다.

 

 

 ♣ 내 안에 서양 있다?

 

오리엔탈리즘의 가장 큰 문제는 동양인들이 서구인들의 왜곡된 사고방식을 내면화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오랜 식민지 지배를 통해 동양인들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상실하게 되거나 혹은 서구 문화에 영향을 지나치게 크게 받은 나머지, 오리엔탈리즘을 자기의 것으로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여 언어, 행동, 사고방식으로 표출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언어로 사고하고, 자신이 사고하고 믿는 대로 행동한다는 점에서 이런 문제가 더욱 큰 문제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인간 정신의 왜곡을 가져오게 되며, 왜곡된 사고방식으로 인한 잘못된 행동까지 초래하게 된다. 더 나아가 타인을 타인으로서 이해할 수 없게 되고, 타인을 타인으로서 이해할 수 없게 된다면 인간은 타인에 대해 폭력적이 될 수밖에 없다.

 

매년 유행하는 미니스커트가 거부감보다는 친근감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은 오리엔탈리즘의 한 단면은 아닐까. 한복을 입고 거리를 지나가는 여자를 보기는 어렵다. 결혼식이나 환갑 같은 행사장에서나 잠시 보는 것이 우리 전통의상의 현실인 것이다.

 

‘뚱뚱해도 다리가 예뻐서 짧은 치마가 어울리는 여자’를 희망하는 유행가 가사처럼 짧은 치마가 어울리는 여자를 희망하는 남자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당당함을 표현한다’, ‘날씬한 다리로 칭찬받고 싶어서다’, ‘더 예쁘게 보여주고 싶다’ 등은 여자들 의견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원인은 서구지향적인 의식이 무의식을 점령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우리 의식 속에 열등한 동양과 우월한 서양이라는 것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우월한 서양’, ‘열등한 동양’이라는 오리엔탈리즘의 이분법적 사고는 이제 바뀌어야 한다. 이제는 서구인 시각으로 우리를 볼 것이 아니라 우리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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