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중고매장 대구점 내부소개
♣ 왜 이제야 왔니?
서울 매장에 많이 가본 탓일까?
처음으로 대구점 입구에 들어서는데도 낯설지가 않다.
오랫동안 멀리서 지내고 있던 친구가 처음으로 우리 고향에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지난달에는 중간고사 시험공부에 매진하느라 블로그에 들릴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그 달 받은 알라딘 신간평가 도서 두 권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서평도 정해진 기간 안에 쓰지도 못할 정도였다. 시험 끝나고 부랴부랴 번갯불 콩 구워 먹듯이 읽고 서평을 작성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알라딘 서재를 기웃거리다가 두 눈이 휘둥그레 할 정도로 놀라운 소식을 발견하게 되었다.
드디어 대구에도 알라딘 중고매장이 생긴 것이다!
4월 1일, 거짓말 같이 대구에 알라딘 중고매장이 처음 문 열게 되었다. 4월 초부터 중간고사 시험 공부하기 시작했고 블로그 방문이 뜸하기 시작할 때였다. 하필 그 사이에 쥐도 새도 모르게 알라딘 중고매장이 열린 것이다. 시험 끝나고 난 뒤에 접한 소식이라 믿기지 않으면서 얼마나 반갑던지...
대구점이 개장하지 않았던 몇 달 전에 알라딘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 부천, 전주에서도 매장이 열리는 소식을 접할 때 한 번 이런 농담 반 진심 반 댓글을 남긴 적이 있었다.
“아... 언제 대구에도 알라딘 중고매장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ㅠ_ㅠ”
올해 서울에 갈 일이 잦았는데 꼭 알라딘 중고매장을 방문하고 책을 구입했다. 강남점을 제외하고는 서울에 위치한 전 지역 매장은 두 번 이상은 다 가봤다. 한 번 매장이 들어가면 나올 때까지 세 시간 정도는 잡는 편이다. 왜냐하면 책 한 권 구입하는데 꽤 꼼꼼하게 고르기 때문이다. 알라딘 중고서점 가는 일이 많아지면서 수중에 있는 돈으로 구입한 뒤에 후회감이 들지 않을 정도로 신중하게 고르는 습관이 생기게 되었다. 알라딘 중고매장에 책을 구입할 때 책을 구입하는 나만의 기준은 다음과 같다.
1. 여윳돈이 다 쓸 때까지 책을 구입한다. 여분의 돈이 남으면 그 가격에 맞는
시집 한 권 구입할 것.
2. 도서관에 읽었던 책들 중에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을 구입한다.
3. 시중에는 구할 수 없는 절판, 품절된 책을 구입한다.
이러한 기준을 삼아 책을 고르고 구입하고 나면 보통 세 시간 정도 걸린다. 책을 구입하고 매장을 나오면 알라딘 비닐에 담은 책 한 보따리 정도 손에 들려 있다. 매장 한 번 가면 5권 이상 구입한다. 적게 구입한 때가 5권이고 가장 많이 구입한 권수는 7권이다. 그래서 서울에서 대구로 돌아가는 길은 좀 피곤하다. 한 손에 책 보따리를 들고 있어야하니까. 그래도 매장을 떠난 뒤에도 아쉬움은 남았다. ‘돈이 조금 만 더 있었으면 그 책을 살 수 있었을텐데...’, ‘아.. 그 책 절판본일텐데.. 다른 사람이 구입하면 어쩌나..’ 마음 같으면 10권 정도 살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아쉬움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대구에도 알라딘 매장이 생겼으니까. 그것도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집에서 학교 가는 길 중간에 위치하고 있어서 학교 가기 전이나 학교 갔다 오고 집에 가는 길에 종종 들리게 될 것이다. 이러다가 매장에 몇 시간 동안 책 읽고 고르는 ‘매장 죽돌이’가 되는 건 아닐지 벌써부터 앞날의 모습이 그려진다.
♣ 어서와.. 알라딘 대구점은 처음이지?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벗이 멀리서 찾아오니 또한 즐겁지 아니 한가?)
- <논어> ‘학이편’ 중에서 -
대구점 매장이 처음인데도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낯선 느낌이 들지 않았다. 서울 매장을 많이 가본 탓일까? 멀리서 살고 있던 친구가 나를 만나러 오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 친구야, 왜 이제야 왔니?’
분야별로 배치된 책장을 둘러보면서 책 한 권을 신중히 고르는 손님, 고른 책을 책상에 앉아 독서삼매경에 빠진 손님, 독서에 집중할 수 있도록 손님들의 귀에 속삭이는 음악. 지역만 다를 뿐 매장 풍경은 서울이나 대구나 비슷했다.
대구점이 다른 지역 매장과 다른 점이 있다면 외부로 들어올 수 있는 입구와 지하철에서 들어오는 입구가 있다는 것이다. 하나의 건물에 입구가 두 개 있는 셈이다. 그래서 건물 전체 분위기가 산만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한 개의 입구가 있는 서울 매장들이 폐쇄적인 건물 구조 때문에 독서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 대구 매장은 두 개의 입구가 있어서 개방적인 건물 구조로 만들어졌다. 지하철로 향하는 입구 쪽에 책을 읽을 수 있는 책상이 있어서 독서에 집중하는데 방해가 될지 않을까 생각된다. 지하철 입구 쪽에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는 소리가 매장 건물에까지 들리기 때문이다. 스피커에 울려 나오는 음악 소리로도 지하철의 소음을 덮지 못한다.
"이번에는 어떤 책을 고를까?"
가장 집중력이 가장 최고조로 높아지는 순간이
아마 바로 알라딘 매장에 책을 고르는 시간이지 싶다.
이런 집중력으로 열심히 공부했다면
시험 치고 난 뒤에 후회감에 땅을 치지 않았을텐데...
나는 책을 고르기 위해서 읽을 때 꼭 책장 주변에 서서 읽는 편이다. 앉아서 읽기 보다는 서서 읽으면서 책 고르는 걸 선호한다. 오히려 독서에 더 집중이 잘 된다. 그래서 세 시간동안 매장에 있어서 다리가 아픈 걸 느끼지 못한다. 구입할 책이 다 고르고 나서야 다리가 저려오는 것을 느낀다. 역시 집에 가까운 거리에 있는 매장에 있어서 그런지 책을 고르는 데 여유가 생겼다. 아마도 네 시간 정도 책을 골랐을 것이다. 의외로 대구 매장에도 절판본 몇 권이 발견된다. 그것도 서울 매장에서도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책들이 눈에 띄었다.
♣ 절판본 득템하기
보통 5권 이상 책을 구입하면 매장 직원은 알라딘 비닐 두 장 정도 혹은 대형 비닐에 담는다. 마침 공돈이 있어서 12권을 구입하게 되었는데 총 구입 가격은 5만 원 밖에 안 들었다. 책 5권 구입 가격으로 산 것이다. 그런데 대구 매장에 이 정도 책을 구입하는 손님이 내가 처음인가 보다. 대형 철제 바구니에 담은 책을 한 권씩 계산하는 여성 매장 직원(내 나이 또래거나 나보다 어린 대학생일 것이다)이 놀라움이 섞인 미소로 웃었다. 하긴 젊은 대학생이 책 10권 한꺼번에 구입하는 경우는 흔지 않지...
이번에도 절판본 위주로 책을 샀다. 특히 몇 년 전부터 계획하고 있었던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 목록에 포함된 책 세 권을 구입했는데 모두 다 현재 절판, 품절 상태다.
체코의 작가라면 프란츠 카프카, 밀란 쿤데라, 카렐 차페크 정도 떠올릴 것이다. 그렇다면 체코 출신 작가 중에 이반 클리마(1931~ )라는 이름은 한 번도 들어본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1995년에 솔출판사에서 <하룻밤의 연인, 하룻낮의 연인>이라는 제목으로 한 권의 장편소설이 번역된 적이 있었다. 이 책에 소개된 작가의 이력을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어린 시절을 강제 수용소에서 보냈으며 이 때의 불안과 죽음의 체험은 그의 작품의 핵심적 분위기로서 반영된다. (중략) 70년 이후부터 89년까지 '체제 비판적 경향'을 이유로 창작 발표를 금지당했다."
책 뒷표지 소개에 의하면 '카프카의 진정한 후계자'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반 클리마의 소설을 접할 수 있는 책은 단 세 권 뿐인데 솔출판사에서 번역한 장편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두 권은 체코 출신 작가들의 단편 모음집이므로 클리마의 단편을 만날 수 있다.
<돈키호테>의 작가 세르반테스는 1617년에 <페르실레스와 시히스문다의 여행>이라는 제목의 소설을 집필하고 난 뒤에 사망한다. 그 작품은 <사랑의 모험>이라는 제목으로 2000년 바다출판사에 번역 출간되었다. 현재 품절이며 다행히 E-Book 버전으로 구입할 수 있다. (그래도 이왕이면 종이책도 다시 출간해주면 좋겠다)
존 클레랜드의 <내 사랑 패니 힐>은 <소돔 120일> 프랑스의 사드 후작, <채털리 부인의 사랑> 영국의 D.H. 로렌스 그리고 <북회귀선> 미국의 헨리 밀러와 비슷한 운명에 처했던 에로티즘 문학 작품이다. 존 클레랜드는 18세기 영국에 살았던 문필가다. 번역본에 작가의 생애가 상세하게 소개되지 않았다. 이 작품은 작가가 빚을 갚지 못해 투옥되었는데 감옥에서 집필했다고 한다. 변태적인 성추문 사건으로 바스티유 감옥에 투옥된 사드는 그 곳에서 <소돔 120일>을 완성했다. 사드의 작품과 마찬가지로 클레렌드의 <내 사랑 패니 힐>도 노골적인 성적 묘사로 인해 금서로 지정되었고 초판이 나온 지 무려 250년에
세상을 보게 되었다. 이 소설은 에로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알라딘에 '피에르 드리외라로셸'이라고 검색하면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으로 처음 국내에 소개된 <도깨비불>이 나온다. 그러면 이번에 검색창에 '삐에르 드리외 라 로셸'이라고 검색해보시라. 그러면 표지가 없는 두 권의 절판본이 나올 것이다. 그 책이 인화라는 출판사에서 나온 두 권짜리로 된 장편소설 <몽롱한 중산층>이다. 초판은 1995년에 출간되었다. <도깨비불>은 1931년에 처음 출간했고 <몽롱한 중산층>은 1937년에 완성되었다. 이 소설은 프랑스 중산층의 속물근성을 묘사하고 있다.
읽을 책이 너무 많다보니 정작 구입한 책을 펼치지 못한 채 책장에 모셔 두고 있다. 이제 책 읽을 시간이 많지 않다는 걸 느끼기에 왠만하면 구입한 책은 바로바로 읽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쉽지 않을 듯하다. 심심하면 중고매장에 들려서 6권 이상 구입한다면 서점에 꽂히는 책이 점점 더 늘어날 것이다. 방문 횟수를 줄일 필요가 있다. 한 달에 한 두 번 정도만 들려야겠다. 한 달에 두 번 방문하는 것도 많은 것일까? 에라, 모르겠다. 그냥 마음 내키는대로 매장에 찾고 돈 있으면 읽고 싶고 마음에 드는 책이나 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