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실행해보는 것도 좋다. 일반적으로 인간은 좋은 것은 신중하게 아껴 쓴다거나 후일을 위해 참는 습성이 있다. 여러 가지 반찬 중에 맛있는 소시지가 있다면 소시지를 맨 나중에 먹는다거나 물건을 구입하려는데 단위가 큰 지폐를 깨고 싶어 하지 않는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상실의 시대>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와타나베의 여자친구 미도리가 하는 대사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인생은 비스킷통이다.’ 비스킷통 안에는 자기가 좋아하는 비스킷과 그렇지 않은 비스킷으로 가득 차 있다. 먼저 좋아하는 비스킷을 먹게 되면 좋아하지 않는 것만 남게 된다. 그래서 괴로운 일이 생기면 먼저 겪어 두면 나중에 편해진다고 말한다.
그러나 아르튀르였다면 일본 처녀의 인생철학을 반대할 것이다. 아마도 비스킷 상자 안에 있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만 골라 먹었을 것이다. 아르튀르는 마카롱의 교훈을 들려주면서 행복할 기회를 손쉽게 놓쳐버리는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유명한 파티시에로부터 받은 맛있는 마카롱을 특별한 기회에 먹으려고 바로 먹지 않고 따로 보관했다. 일주일 후 배가 고파서 어쩔 수 없이 마카롱을 먹으려고 했다. 그런데 봉지는 개봉한 순간 마카롱이 곰팡이가 필 정도로 먹을 수 없게 되었다. 아르튀르는 단 한 개의 마카롱을 맛을 보지 못했다.
비스킷이나 마카롱이나 어차피 입에 들어가는 것들이다. 마카롱을 받자마자 개봉해서 몇 개라도 먹었더라면 먹지 못해서 느낀 아쉬운 감정의 정도가 다를 것이다. 맛있는 비스킷을 먹으면 기분이 좋다. 그런데 단위가 큰 지폐를 지불하고 싶지 않아서 비스킷 먹는 것을 포기한다면 나중에 후회 안 할 자신이 있는가. 소소한 일상을 통해 행복할 수 있는 시간을 누리지 못하고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괴로운 일을 먼저 선택하고 참는다면 괴로움이 우리 삶에 전달하는 고통이 더 가중될 수 있다.
♠ 이 책은 아르튀르가 자신의 친구를 위해 쓴 것이다. 제목에 혹해서 이 책을 손에 집었다면 읽지 않기를 권한다. 특히 지금 당신의 삶이 행복하다면 읽지 않는 것이 좋다. 행복한 사람이 이 책을 읽으면 도통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 수 없는 겉멋 든 ‘개똥철학’으로 보일 수 있다. 아르튀르도 행복한 사람이 자신의 책을 읽는 것을 반갑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심오한 질문을 이해하지 못했던 그 친구가 이 책을 읽기를 바랄 뿐이다. 아르튀르의 책은 자신 주변을 둘러싼 사소한 일상을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적은 단상의 연속체다. 거대한 삶 속에서 지극히 사소한 삶의 과정까지 되돌아보면서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증명하고 있다. 의식의 흐름 기법처럼 마음속 상태를 있는 그대로 나열한 그의 글이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결론은 단 하나다. “삶이 의미 없다 해도, 행복이 삶의 방향이다.”(46쪽)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행복의 의미를 알게 되고, 그것을 목표의 지향점으로 삼아 삶의 방향이 정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