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경제학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지음, 김영욱 외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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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의 세계화, 우리는 얼마나 행복하게 할까?

 

세계화란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국가 간 교류가 증대하여 개인과 사회집단이 갈수록 하나의 세계 안에서 삶을 영위해 가는 과정을 말한다. 국제화가 국민국가 간의 교류가 양적으로 증대되는 현상을 말한다면, 세계화는 양적 교류의 확대를 넘어서 현대 사회생활이 새롭게 재구성됨으로써 세계사회가 독자적인 차원을 획득하는 과정을 뜻한다.

 

『오래된 미래』『행복의 경제학』의 저자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는 세계화의 역사를 3단계로 보고 있다. 초기 단계는 제국주의적 식민지화 시기에서 시작해서 두 번째 단계는 식민지 독립 이후 서구화된 신흥 국가의 등장이다. 마지막 세 번째 단계에서 세계화는 경제, 정치, 문화 세 수준에서 동시적으로 그리고 상호연관을 이루면서 진행됐다. 경제적 수준에서 세계화는 교역·투자·통신 등이 확대되어 국가 간 상호의존이 증대하고 지구적으로 다자간의 협의·조정·협력 등이 강화되는 현상을 뜻한다. 경제의 세계화는 오늘날 세계화를 추동하는 기본 동력이라 할 수 있다. 이 경제의 세계화 경향은 최근 더욱 두드러졌는데, 세계무역의 완전자유화를 주장하는 세계무역기구(WTO)의 출범과 초국적 기업의 활동은 대표적인 사례이다. 여기서 전후 세계화를 주도한 주체로서 초국적 기업의 활동은 생산부문을 지구적으로 재배치하는 신국제분업을 통해 기존 국경의 의미를 축소시켜 왔다.

 

근대 경제학에서 전제해온 호모 이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는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태생적으로 이기적인 개인이다. 국제시장에서 한 국가의 국부(國富)를 평가할 때도 경제성장률과 GDP는 핵심도구로 사용됐다. 통상적인 경제학적 관점에서 보면 인간의 행복 계산법은 단순하다. 소득이 높고 부를 많이 축적할수록 그 사람은 많은 이익을 얻고 더 행복해진다는 논리다. 소득이 높으면 직장과 사회에서 더 나은 지위와 위치를 차지할 기회가 많아져 삶에 대한 만족도가 더 높아진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통신기술의 발달은 경제활동의 범위를 지역에서 세계로 확장시켰다. 자립적으로 살아가던 사람들은 초국가적인 거대 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려나 도시 빈민노동자의 삶을 살아가기 시작한다. 강대국들은 세계화를 빌미로 자유무역협정(FTA)을 강요하며 규제 완화를 요구한다.

 

세계화가 가져온 또 다른 폐해는 천연자원의 고갈과 환경오염이다. 수입과 수출, 생산과 소비의 과정에서 오염물질과 쓰레기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 모든 과정에서 환경 파괴는 가속도가 붙는다. 오염은 기후 변화를 가져오고 생태계를 파괴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세계화라는 명목으로 파괴의 속도전을 벌이는 기업과 정부가 있다.

 

이처럼 그동안의 경제의 세계화는 행복의 개념과 이익의 개념을 맞바꾸면서 경제와 행복이 서로 다른 길을 가게 됐지만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세계화의 한계에 대한 논의가 국제적으로 매우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세계화의 빠른 물결은 갈수록 심해질수록 빈부격차는 곳곳에서 사회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나의 행복을 위한 지역화 중심의 경제학

 

한 걸음 물러서 볼 때, 세계화는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모두 가진 양면적인 과정이다. 세계화는 전지구적 불평등을 강화시키는 위기인 동시에 경제·문화적 삶을 향상할 새로운 기회다. 중요한 것은 세계화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갈수록 증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는 경쟁적으로 세계화를 외치며 정부는 개인이 당장 불행하고 힘들어도 국가의 경제성장을 위해 생산성 향상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논리를 당연하게 이해시켜 왔다. 하지만 바로 여기서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과연 성장 중심의 세계화의 개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의 문제다. 따라서 세계화에 대한 더욱 포괄적이고 깊이 있는 이해가 요청되며, 경제의 세계화가 낳은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더욱 적극적이고 다각적인 대응 전략 또한 모색되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은 '세계화' 외에는 다른 경제성장의 길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는 그렇지 않다고 반박한다. 경제성장의 대안은 분명히 존재하며, 그것은 바로 '지역화'이다.

그가 주장하는 '지역화'란 자연과 사회를 파괴하고 있는 경제적 논리들을 반대방향으로 되돌리는 것으로, 경제활동을 인간적, 생태학적 요구에 적응시키는 것이다.

 

거대 기업에서 운영하는 대형 마트에서 소비하지 말고 지역의 소규모 시장에서 지역 상인에게 물건을 소비하면 상품의 이동으로 인해 발생하게 될 배기가스 같은 오염도 줄일 수 있다. 상품 변질을 막기 위해 사용되는 농약이나 방부제 사용도 피할 수 있어 소비자는 건강한 먹을거리를 더 싸게 얻고, 지역 생산자는 이익을 지역 발전에 환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태양열과 풍력을 이용한 에너지를 쓰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일에 정부는 개발비를 더 많이 투자하고 다양한 형태로 지원해야 한다. 즉 한정된 자원을 써버리고 없애는 경제논리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형태로 재생산되는 소비활동을 하자는 것이다.

 

지역화 중심의 경제학은 '파괴의 소비'를 멈추고 지역이 주체가 되는 경제활동이다. 각각의 문화에서 다양성을 찾고 그 고유한 문화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면 '나'로 살아가는 게 행복해지는 것이 바로 '행복의 경제학'의 핵심이다. 다시 말하자면 ‘행복의 경제학’은 자연과 사람, 지역과 사람, 사람과 사람, 그리고 그 자신에 대한 인식에서부터 시작된다. 경제활동의 목적은 행복한 삶을 실현하는 것이며 목적을 상실한 채 성장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국제적인 협력보다는 지역화 활성이 우선이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는 세계화 위기의 시대를 탈출할 수 있는 전략으로 WTO를 뛰어넘어 WEO(세계환경기구, World Environment Organization)을 창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가 제안한 WEO의 주요 원칙은 다음과 같다.

 

  ◉ 환경보호를 위한 법률을 만든다.

  ◉ 환경비용을 ‘내부화’ 한다.

  ◉ 사회적 외부성을 처리한다.

  ◉ 무역 문제에서 최종 결정권을 갖는 것은 기업이 아니라 주권 국가들이다.

  ◉ 다국적 기업이 지역에 기반을 두거나 지역화하도록 규제한다.

  ◉ 국제법을 만들어 작동시킨다.

  ◉ 갈등 해결 과정을 향상시킨다.

  ◉ 자본 흐름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p 262)

 

 

세계화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진정한 국제적인 협력이 필요하지만, 일부 선진국의 WTO 체제 유지와 개별 국가 간의 이해관계 등의 문제를 고려하면 실현성이 그리 높지 않다. 호지는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군대 없는 코스타리카, 국민총행복 지수가 가장 높은 부탄, 생태마을운동을 지지하고 있는 세네갈 등을 WEO 가입 가능성 높은 국가로 꼽고 있다. 하지만 이들 국가가 힘을 모아 주도적으로 WEO를 창설한다 해도 이들 국가의 정치 지도력으로는 WTO 체제에 익숙해진 국가들을 WEO에 가입하게 하도록 유도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호지의 '행복의 경제학'이 이론적 대안으로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협력보다는 지역경제 발전이 우선되어야 한다. 지구를 보지 말고, 지역을 봐야 하는 것이다. 경제성장 일변도이고 국가주도적인 발전행정의 폐해를 극복하면서 지역화를 활성하는 전략이 수립되어야 한다. 인간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해 삶의 방식을 덜 소비하고 덜 파괴하는 방법으로 바꿔야 하며 이를 위해 올바른 교육이 지속해야 한다. 즉, 생산과 소비의 균형, 지방과 도시의 균형, 사람과 자연이 공존을 이루는 삶을 영위해야 한다. 지역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 지역 중심의 경제활동으로 하나라는 연결을 견고하게 하는 것이 행복한 경제를 만들고 우리의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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