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오 영감의 비극

 

 

 

 

 

 

 

 

 

 

 

 

 

 

 

 

 

 

 

고리오 영감은 백만장자였지만 사랑하는 아내를 잃었다. 그는 두 딸에게 맹목적인 사랑을 베푼다. 아내의 죽음 이후 고리오 영감은 두 딸의 성장과 교육에 무서운 집착을 보이고 결혼 적령기가 되자 좋은 곳에 시집을 보낸다. 큰딸은 귀족, 둘째 딸은 부유한 은행가와 결혼한다. 이후 일을 그만 두고 고리오는 두 딸의 결혼 지참금을 대주느라 자신은 빈털터리가 되어 병들어 죽는다. 돈에 의한 비정상적인 부성애는 딸들을 불효녀로 만들고 아버지를 비참하게 죽게 만든다. 두 딸의 삶 역시 고리오 영감의 부성매만큼이나 비정상적이다. 발자크의 『고리오 영감』은 '돈'이 인간을 지배하고 가족 관계마저도 왜곡시킨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위기의 베이비부머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을 견인한 지금의 50대들, 이른바 베이비부머로 이름 붙여진 부모 세대들이 본격적인 은퇴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조부모와 자식을 부양하며 세대 간의 버팀목 역할을 했지만 정작 본인을 위한 노후준비는 소홀했다. 한국판 ‘고리오 영감’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한국결혼문화연구소에 의하면 대한민국 평균 결혼비용이 1999년에 비해 2.7배 증가한 2억 808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결혼 관련 국민 부담이 크게 증가했다. 그러나 경기 불황 속에서도 호화결혼식과 자녀 집 장만 유습은 중산층과 서민 가계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결혼을 앞두는 자식들보다 더 부담을 느끼는 사람이 부모들이다. 자식들의 눈에는 부모들 입장은 안중에도 없고 남들은 다 그렇게 하는데, 나만 왜 그렇게 해 주지 않느냐며 대든다. 자식 전세자금이라도 마련해주고 나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자식들에게 모든 것을 넘겨주고 늙고 병들면 어떻게 하느냐는 걱정을 할 여유마저 없다.

 

이들은 노후 자금을 교육비에 사용할 정도로 재테크 목적의 최우선 순위로 자녀 교육을 꼽는다. 이렇다보니 우리 사회 경제활동의 중추를 담당하는 베이비부머 절반은 은퇴 준비를 시작조차 못하게 된 것이다. 은퇴준비가 되지 못해 홀가분한 퇴출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회 잔류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들은 고령화 사회가 빠른 속도로 진전되고, 외환위기 이후 사회구조가 급변하는 가운데 미처 대비할 틈도 없이 심각한 노후소득보장 문제에 봉착하고 있다. 소비 수준이 잔뜩 높아진 베이비붐 세대들은 그동안 부동산을 제외한 금융자산의 축적에 소홀했으며, 이 상태로는 자신의 긴 노후생활을 대비하기에 절대 역부족이다. 주로 자신의 주택 형태로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나, 이마저도 최근 주택에 대한 수요 감소와 이에 따른 가격 하락 현상에 직면하여 앞으로 재무적 어려움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또한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금이나 현행 퇴직연금 및 개인연금 등 사적연금 시스템에 의한 노후소득보장 기능 또한 절대적으로 미흡하다.

 

대부분의 40대는 부모로부터 풍요로운 자산을 물려받지도 못했고, 민주적 토양에서 20~30대를 보내지도 못했다. 나라에서든 기업에서든 가정에서든 중심역할을 해야 하는 연령대지만 수년째 계속되는 경제침체로 스스로도 보전하지 못하는 처지다. 그럼에도 정부나 정치권, 기업의 정책에서 40대는 열외대상인 듯하다. 무상보육, 청년실업, 퇴직자, 장애인, 여성에 대한 대책은 있어도 40대를 위한 대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 시대 부모님들의 슬픈 자화상, 베이비부머

 

우리 부모들의 자식 사랑은 유별나다. 맹목적인 사랑으로 비춰질 수도 있지만 자식들을 위해서라면 먼지까지도 털어내 보태주고 싶은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젊은 시절, 살림은 어려워도 자식만큼은 고생시키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악착같이 살았지만 지금도 멋대로 자란 우리들을 위해 늙어서도 막일을 서슴지 않는다. 오히려 가진 게 넉넉지 않은 것이 부모 가슴에 한으로 남는다.

 

산업화 역군으로 앞만 보고 달렸던 베이비부머들이 가정에서 왕따나 다름없는 외로움에 시달리고 있다.직장에서 물러나면 따뜻한 가정이 자신을 맞아주리라 기대하지만 막상 가정으로 돌아오니 자신을 대하는 자녀들의 분위기는 싸늘하기만 하다. 자녀에게 물심양면으로 최선을 다했건만 이들은 위로와 사랑은커녕 외면하기 일쑤다. 딸이나 아들은 오히려 사랑을 언제 베풀었느냐는 듯 아버지를 퉁명하게 대하곤 한다. 실제로 60대 남성의 자살률이 가장 높다. 요즘 막 은퇴하고 있는 베이비부머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린 자식 더러운 똥오줌도 / 그대 마음 하나도 거리낌 없는데 / 늙으신 부모님 눈물과 침 떨어지면 / 그대는 도리어 미워하고 싫어하네 / 그대의 몸뚱어리 어디에서 나왔는가 / 아버님의 정기와 어머님의 피라네 / 그대여 늙어가는 부모님을 공경하오 / 젊으실 때 그대 위해 살과 뼈가 닳으셨소.”

 

 

《명심보감》에 수록된 ‘팔반가팔수’(八反歌八首) 중 제3절의 내용이다. 이것이 바로 자식을 향한 모든 부모들의 마음이다. 사랑스러운 자식을 위해 늙어서도 고생하지만 자식을 원망하거나 미워하는 대신 희생하는 부모의 모습을 우리 자식들은 이해해야 한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먹고 살기도 힘든 한 세상을 살아왔는데 이젠 자식들 기반까지 닦아줘야 하는 지금의 현실이 너무 가혹하다. 그나마 믿었던 자식들마저 부모의 심정을 외면하고 있다. 자기 밖에 모르는 다 큰 자식에 의해서 지금도 대한민국 부모들의 살과 뼈는 닳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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