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 쿠바 미사일 위기 회고록
로버트 F. 케네디 지음, 박수민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JFK) 대통령이 말했다. <최악의 상황은 오판, 즉 어리석은 판단을 하는 거야>

 

- 로버트 F. 케네디 『13일』(13 days) p 51 -

 

 

 

 

 

 

 1962년 10월 16일 화요일 아침, 위기의 시작

 

 

 

 

 

 

소련 공산당 서기장 니키타 흐루쇼프와 미국의 대통령 JKF

 

 

 

 

올해 10월은 쿠바 미사일 위기 50주년이다. 요즘 사람들 중에 쿠바 미사일 위기에 대해서 자세히 아는 이가 드물 것이다. 하지만 50년 전 이 때의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면 쿠바 미사일 위기 사태는 그리 가볍게 볼 사건은 아니다. 1960년대는 미국과 구 소련을 정점으로 동서 양 진영의 대립이 첨예화되던 시기였다. 그 와중에 터진 게 그 유명한 쿠바 미사일 위기 사건이다. 피델 카스트로(1926~    )가 이끄는 혁명정부가 쿠바에 들어서면서 소련의 흐루쇼프(1894~1971) 공산당 서기장과의 밀월관계에 들어가고 미국은 초긴장 상태에 빠진다. 1962년 10월 16일. 미국과 소련은 13일 간 전 세계를 파멸시킬 수 있는 힘으로 무장한 채 으르렁거렸다. 평범한 일상이 될 법한 그 날 화요일은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인류의 평화가 달려 있는 위기의 시작이었다. 미국과 소련의 전쟁이 발발한다면 핵전쟁이 될 것이다. 핵전쟁은 수백만명의 목숨을 앗아갈 것임을 잘 알면서도 전쟁의 문턱까지 갔었다.

 

당시 소련은 미국의 위협으로부터 자생적 사회주의 국강인 쿠바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대량의 무기를 쿠바에 반입했다. 이에 미국은 방어용 무기의 반입은 묵인하겠지만 공격용 무기만큼은 절대로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쿠바에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 기지가 세워진다면 소련으로서는 전략적으로 확고한 우위를 확보할 수 있었다. 쿠바는 미국 아래 카리브 해역에 있다. 미국은 소련이 최악의 행동은 하지 않을 것으로 봤다. 당시 흐루쇼프 서기장은 존 F. 케네디(JFK, 1917~1963) 미국 대통령에게 호감을 갖고 있었기에 미국 수뇌부는 소련이 미국의 뒷통수를 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나톨리 도브리닌(1919~2010) 주미 소련 대사 역시 백악관을 방문하면서 그런 최악의 상황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오히려 핵전쟁의 전초전을 우려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소련이 쿠바에서 미사일 기지를 건설 중인 것을 발견했다. 소련에게 뒷통수 맞은 미국 수뇌부는 황급히 국가안전보장회의 집행위원회(ExComm, 엑스콤)를 소집했고 모든 대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최적의 해결 방안을 도출하기 위한 의사 결정 과정

 

 

 

 

 

 

백악관 정원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JFK와 바비(로버트 F. 케네디)

JKF는 정책을 결정할 때 항상 바비의 의견을 귀 기울였다고 한다.

(『13일』수록)

 

 

JFK의 동생이자 케네디 행정부 시절 법무장관으로 활동했던 로버트 F. 케네디(애칭 '바비', 1925~1968)는 당시 엑스콤 회의에 참석했는데 그 때 당시 회의의 순간들을 생생하게 회고하고 있다. 미사일 반입을 묵인한다는 안에서부터 공중공격을 통한 기지 파괴 심지어 카스트로를 암살해야 한다는 극비 침공까지 다양한 안이 탁자에 올랐다. JFK 입장에서는 수뇌부들의 의견이 일치하지 못해 확실한 방안 하나 제대로 결정하기가 힘들었을 정도였다. 그러나 JFK와 바비는 쿠바 침공을 통한 소련과의 전면전보다는 포성 없이 평화적으로 해결되기를 원했다.

 

그래서 JFK는 좀 더 활발한 토론을 통한 최적의 방안을 강구하기 위해 기존의 의사결정 방식에 변화를 줬다.  각각 부처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수렴하기 위해서 대책 회의에 직접 참석하지 않았다. 되도록이면 자신이 듣고 싶어 하는 의견을 듣지 않도록 하기 위한 대통령의 결정이었다. 의사 결정 참여에 있어서 내부의 정보만 참고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의 정보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외교 활동에 잔뼈가 굵은 전직 소련 주재 대사의 의견을 참고할 정도로 다양한 의견들을 듣고자 노력했다.

 

 

 

 쿠바 미사일 위기의 최종 교훈,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기

 

미국은 제3차 세계대전의 발발을 원하지는 않았지만 소련이 쿠바의 미사일을 철수하기 위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과시해야 했다. 그러나 대응 강도를 높여서 소련에 압박을 줘서도 안 되었다. 소련에게 생각할 시간과 체면을 잃지 않은 채 후퇴할 수 있는 여지도 주어야 했다. 그래서 채택된 것이 해상봉쇄였다. 10월 22일. JFK는 중대 연설을 통해 쿠바로 향하는 모든 선박에 실린 공격용 군사무기를 철저히 봉쇄할 것이며 흐루쇼프 서기장에게 도발을 중단하고 미사일을 제거할 것을 촉구했다.

 

일부 미국 여론과 보수 진영의 공화당 진영은 JFK의 해상봉쇄령이 소련과의 갈등을 더욱 장기화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심지어 비판적인 지식인이었던 버트런드 러셀마저도 미국의 강경책에 비난할 정도였다. 그러나 JFK는 소련이 세계적인 망신을 당하지 않고 소련이 국익 때문에 대응 강도를 높이지 않도록 심사숙고하게 검토했다. 상대방 소련의 입장을 최대한 생각하고 존중한 대응책인 것이다. 쿠바 미사일 기지를 정찰하고 있었던 미국 U-2기가 격추당하는 돌발의 사태가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JFK는 차분하게 대응했다. 전면전의 위기 속에서도 흐루쇼프 서기장과의 서신을 주고받으며 군사적 충돌을 피하고자 했다. 쿠바 미사일 위기는 단순히 미국과 소련 간의 전면전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전초전이 아니다. 세계 인류의 멸망을 초래할 수 있는 핵무기로 무장한 제3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될 수 있었다. JFK는 전쟁으로 인한 인류 멸망의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었다. 흐루쇼프가 자국의 이익이 아닌 인류 전체의 이익을 우선시되는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었다. 제안과 역제안이 오가는 비밀협상을 통해 미국은 쿠가 불가침과 터기 및 이탈리아 배치 미사일 철수를 약속했고 소련은 선박을 회항시켜 쿠바 미사일 계획을 철회함으로써 위기는 풀렸다.   

 

  

 

  

 국가의 지도자라면 꼭 읽어봐야 할 논픽션

 

쿠바 미사일 위기는 지도자의 특성과 위기관리능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로버트 케네디는 13일 간 이루어진 위기 극복의 과정을 『13일』이라는 한 권의 논픽션을 통해 그 당시의 상황들을 묘사할 뿐만 아니라 원활한 의사결정 과정이 이루어지기 위한 알아야 할 교훈들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첫 번째, 의사결정자는 항상 자신이 듣고 싶어하는 것만 들으려 하는 맹신에 빠진다. 그리고 익숙한 정보와 경험만 가지고 상황을 판단하고 추측하려는 성향이 있다. 미국은 사태 이전동안 쿠바 미사일 기지를 정찰하면서도 소련이 쿠바 땅에 기지를 설치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다. 당시 흐루쇼프 서기장은 JFK에게 공식 비공식 채널을 통해 절대로 그런 일이 없다고 단언했다.

 

두 번째,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 속에서도 이성적으로 판단할 것. 만약에 JFK가 해상봉쇄령 대신에 전면전을 예고하는듯한 강경한 군사적 대응을 준비했더라면 지금쯤이면 이 세계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그리고 침공을 주장하는 군 수뇌부의 입장만 곧이곧대로 들었다면? 우리가 공부하고 있는 역사 교과서에 '쿠바 미사일 위기'와 함께 '제3차 세계대전'이 소개되어 있을 것이다. 아니,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의 마지막 장면처럼 전 세계 인류가 핵으로 멸망했을지도.

 

세 번째,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기.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해서 필요한 자세가 아니다.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상대방의 입장 또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제아무리 논리적인 사람이라도 자신의 의견과 대립되는 입장에 선 의견이나 정보를 무시하게 된다. '친구는 가까이, 적은 더 가까이'라는 스티븐 잡스의 말처럼 자신의 입장을 논리적으로 반박할 수 있는 '악마의 대변인'(Devil's advocate)이 필요하다.   

 

비록 냉전시대의 사건이라서 지금의 구도와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본적인 국가의 전략을 논하고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국익을 지켜내는 강력한 리더십을 생각한다면 지금 미국이나 한국 정부가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을 수 있는 매우 유익한 역사적 사례이다. 냉전의 찌꺼기기 유일하게 남아있는 한반도의 분단구조를 등에 업고 북한의 김정은 정권은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무너뜨리면서 버거운 생존게임(survival game)을 벌이고 있다. 북한의 군사적 도발은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일이다. 교전 상황에서도 상대 의중을 정확히 파악해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채널과 통제력을 확보해야 한다. 평화는 우세한 군사력에 엄격한 통제 시스템, 대외 협상력과 외교 그리고 국민의 의지가 뒷받침돼야 유지될 수 있다. 로버트 F. 케네디의 논픽션은 당시 사태의 긴장감을 살리지 못해 밋밋한데다 가벼운 분량이다. 하지만 여전히 군사적 충돌의 긴장감이 흐르고 있는 지금 한반도의 상황을 생각해본다면 그리 가볍게 볼 책은 아니다. 특히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대선을 앞둔 채 차기 한국의 지도자를 준비하고 있는 대권주자들에게는.
 

 

   


댓글(2)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2-10-03 1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0-03 2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