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플라이어 - 전 세계 글로벌 리더 150명을 20년간 탐구한 연구 보고서 멀티플라이어
리즈 와이즈먼 외 지음, 최정인 옮김, 고영건 감수 / 한국경제신문 / 201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야구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어."  작년에 국내에 개봉한 영화 『Money Ball』의 주인공 빌리 빈의 대사다. 『Money Ball』은 2000년대 초반 메이저리그의 만년 꼴찌 구단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돌풍과 최악의 구단을 최고의 구단으로 변신시킨 빌리 빈 단장에 대한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다. 매 시즌마다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야만했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재정 악화로 인해서 팀의 주축을 양키스나 보스턴 등 부자구단에 내주게 되는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오클랜드의 단장 빌리 빈은 경제학을 전공한 분석관을 부단장으로 영입하며 구단의 체질개선에 나서지만 "야구는 직관과 경험"이라고 주장하는 스카우터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하지만 빌리 빈은 자신의 확신에 따라 모든 반대를 물리치고 '데이터 야구'를 펼쳤다. 그것이 바로 훗날 '머니볼 이론'(Money Ball Theory)이라고 불리게 되는 전략이었다. '머니볼 이론'은 경기 데이터를 철저하게 분석해 오직 데이터를 기반으로 적재적소에 선수들을 배치해 승률을 높이는 방법이다. 볼넷을 하도 잘 골라 볼넷의 영웅이라 불리는 선수, 수비를 두려워하는 1루수지만 출루율은 높은 선수, 지구력은 떨어지지만 한방은 있는 노장 선수들을 활용해 출루율을 최대한 높이는 전략을 구사하는 등 오로지 선수들의 성적 데이터를 분석해 선수들의 장점을 찾아냈고 팀을 꾸렸다. 착실하게 팀을 재정비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메이저리그 최초로 20연승이라는 신기록을 달성하게 된다.

 

빌리 빈이 꼴찌 구단을 최고의 구단으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은 각 선수에 대한 풍부한 데이터와 이를 분석해내는 기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이러한 각 선수들에 대한 모든 데이터를 알아야 하고 장점과 단점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선수의 진짜 가치를 발견한다는 것은 선수들에 대한 애정과 지대한 관심이 없으면 쉽지 않은 일이다. 빌리 빈은 라커룸을 돌아다니며 선수들을 격려하지만, 자신의 뜻에 따라주지 못하는 선수는 가차 없이 잘라낸다. 빌리 빈의 리더십은 문제 있는 학생을 모두 퇴학시키고 뜻에 공감하는 교사들과 학교를 뜯어고치는 '고독한 스승'에 가깝다. 결국 머니볼 이론의 핵심은 단순한 승리가 아니라 '저비용 고효율'에 있으며, '반드시 이기자'가 아니라 할 수 있는 한 최대치를 만들게끔 하는 것이다.  

고정관념에 동요하지 않고 무능해보이는 선수들에게 숨어 있는 능력을 끌어올려 과감하게 경기에 출전시킨 빌리 빈의 경우, '멀티플라이어'(Mltiplier)와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멀티플라이어'란 리더십 전문가 리즈 와이즈먼과 그렉 맥커운이 공동으로 저술한 동명의 책에서 나온 용어로 상대의 능력을 최대로 끌어올려 팀과 조직의 생산성을 높이는 리더를 뜻한다. 스포츠계에서도 또 다른 멀티플라이어를 꼽으라면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돌풍을 이끈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을 들 수도 있다. 히딩크의 리더십은 월드컵이 폐막되고 난 뒤부터 이미 조명받기 시작했는데 스타 플레이어의 천재성에 의지하지 않고, 집단의 천재성을 만드는 그의 리더십은 노력하는 멀티플라이어 리더의 전형이다.

 

멀티플라이어는 재능자석, 해방자, 도전자, 토론 주최자, 투자자처럼 행동한다. 그들은 재능 있는 사람을 모아 그 능력을 최대한으로 끌어낼 수 있도록 유도한다.(재능자석) 그러기 위해서는 재능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해방자) 자유롭게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줘야 한다.(도전자) 최고의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일하는 사람 모두가 주인의식을 갖게 만들어(투자자) 토론을 통해 올바른 결정을 내리도록 만든다.(토론 주최자)

 

멀티플라이어가 되기 위한 원칙과 비결을 들여다보면 누구나 다 '멀티플라이어'가 될 수 있다는 일종의 자신감(?)이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다양한 성격과 재능을 조직원들로 구성된 하나의 집단 속에서 리더는 그 무리 속에서 자신이 똑똑하다는 인식을 쉽게 느낄 수 있겠지만 조직원 전체 모두 똑똑하다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다. 사실 이 지구상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회 내 모든 조직의 리더들은 멀티플라이어의 반대인 디미셔너(Diminisher)에 가깝다. 디미셔너는 직원들의 재능을 사용하고 직원들에게 명령하며 스스로 결정하고 직원들을 통제한다. 멀티플라이어와 마찬가지로 분명 뛰어난 역량을 지니고 있다. 다만 조직 내부로부터 훌륭한 성과를 나오게 만드는 원동력인 조화로운 집단 지성을 끄집어내고 확산시키는 일에는 어려워한다. 이들은 조직원의 지성과 재능이 고정된 것이라서 바뀌지 않는다고 믿으며(착화된 의식구조)에는 개인의 잠재된 능력과 가치를 낭비하도록 만듦으로써 그들의 업무수행 능력을 떨어뜨리는 역효과를 낳게 만든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리더 대다수는 자신이 조직을 나쁘게 만드는 디미셔너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직원들에게 명령하고 통제하는 상부하달 유형의 리더십이 여전히 조직 사회에서 남아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만큼 멀티플라이어 리더가 된다는 게 책 속 내용처럼 쉬운 게 아니다. 특히나 상부하달식 관계 구조의 조직이 많은 우리나라만큼은.   

 

그러나 빌리 빈과 히딩크가 디미셔너의 리더쉽에 익숙한 팀을 조직원들이 함께 업무에 참여하여 성과를 얻는 멀티플레이(Multiplayer)가 가능한 팀으로 만들었듯이 디미셔너도 멀티플라이어로 변신할 수 있다. 일단 독불장군식으로 조직원을 몰아 붙여서는 안 되며 조직원들에게 성과를 창출할 것을 요구하기보다는 그 성과 창출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기대 이익을 강조하여 지혜와 능력을 자발적으로 배양시킬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권위주의적 자세를 멀리하고 각 조직원들 간의 긴밀한 의사소통을 자주함으로써 경청과 공감의 자세 또한 필요하다. 『멀티플라이어』의 저자 리즈 와이즈먼은 디미셔너가 멀티플라이어로 변신하여 성공한다는 게 쉽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어디 멀티플라이어가 갑자기 하늘 아래 뚝 떨어졌는가?  이 책에 소개하고 있는 다양한 멀티플라이어 리더들의 사례를 본다면 조직을 이끄는 데 있어서 겪은 시행착오 끝에 자신만의 노하우로 만들었다. 키스는 글로 배울 수 있다지만 '리더십의 역량'은 글로만 배운다해서 갑자기 얻어지는 건 아니다. 운동선수들은 오직 승리라는 성과의 증거를 경험하기 위해서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듯이 디미셔너 리더가 멀리플라이어 리더가 되기 위한 자발적인 참여와 적용을 무시한다면 영영 제대로 된 성과 하나 얻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자신이 이끌고 있는 조직을 부진의 늪으로 빠뜨리게 만드는 'X맨'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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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P 2012-09-05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나 언제나 와도 좋은 글 많이 쓰고 계시는군요 ^^ 이런 책이 저에게도 필요한데 흠..내용 좋네요 ㅋ 후후 저도 얼렁 글이나 하나 올려야 되는데 이러고 있네요 가을입니다. 시루스님 학교 잘 다니고 계시죠 ㅋ ^^

cyrus 2012-09-10 08:50   좋아요 0 | URL
진짜 오랜만이네요, 루쉰님~~!! 잘 지내고계시죠? 요즘 저도 개강인지라 잠수타기 일부 직전인데
먼저 반가운 인사를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가끔씩 근황이라도 알려주셨으면 좋겠어요. 루쉰님도
행복하고 좋은 일 있기를 바라요 ^^

2012-09-05 18: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9-10 08:5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