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ene #1  노마드한 대학생활

 

노마드는 머물지 않는다. 언제나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러므로 노마드는 소유하지 않는다. 언제나 미지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다. 노마드는 정주의 편안함을 버리고 자유의 불편을 택한다. 

 

요즘 대학 생활이 즐거우면서도 흥미진진하다. 작년보다 공부해야 할 양이 많은데다 개강한 지 얼마 안 되어 벌써부터 과제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지만 늘 하루하루 이전에 알지 못했던 새로운 지식을 배운다는 마음으로 자기위안식 위로로 학교 생활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피하고 있다. 아직은 견딜만 하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팀별 과제가 많아지게 되면 언제 '멘탈 붕괴'가 될 지 모를 일이다.

 

주간에 경영학 수업을, 야간에 행정학 수업을 듣게 되는데 강의실을 여러 번 왔다갔다하는 경우가 많다. 경상대에 있다가, 도서관에, 또 행정학 수업 듣으로 행정대로... 이게 하룻동안 내가 넓은 캠퍼스 내에서 이동하는 경로다. 가끔은 필요한 자료를 찾거나 읽고 싶은 책이 소장되어 있다면 사회과학대나 자연과학대 도서관에도 들리기도 한다. 대학 생활 3년째에 접어들면서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건물이 있는데 그 곳이 바로 조형예술대다. 조형예술을 전공하는 친구가 있으면 가보겠지만 사실 행정학과 학생이 조형예술대 건물을 간다는 것은 뭔가 어색하면서도 웃기다. 올해는 발길이 뜸하지만 1학년 때는 공대 건물도 많이 드나들었다. 그 곳 건물 사무실에서 친한 동기와 선배들이 근무를 했기 때문에 친분상(?) 그 건물을 자주 찾아갔었다.

 

지금도 그러고 있지만 대체적으로 캠퍼스에 오면 거의 가만히 있었던 적은 없었던거 같다. 도서관에서 공부할 때 제외하면 마음 내키는대로 아무 곳이나 이동했다. 혼자든 동기 친구들이랑 같이 가든 이 놈의 몸뚱아리는 가만히 앉아 있지 않았다. 사실 도서관에 오랫동안 앉아서 공부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공부하는 데 있어서 나름 공부할 분량을 집중적으로 암기할 수 있는 특정 시간이 있는데 왠만하면 1시간 이상은 안 하는게 원칙을 삼고 있다. 그래서 공부하고 난 뒤 머리 식힐 겸 도서관 옆에 위치한 매점의 벤치에서 수다 떨다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교문 밖으로 나가 당구를 치고 있다거나 볼링을 하고 있다.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대학생이 되면서부터 어디 한 곳에 정착하거나 안주하는 생활이 줄어든 거 같다. 독서할 때도 그렇다. 책 많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거의 대다수 가지고 있는 독서 습관이지만 한 권만 끝까지 읽는 것보다는 두 권 이상 같이 읽어줘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일주일에 5권을 동시에 함께 읽는 편인데 그 중에서 끝까지 읽는 책은 많아야 두 권이고 아예 완독을 하지 못한 것도 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또 관심 있는 책을 손에 쥐고 있기 때문이다.

 

 

 

 

 

 

 

 

 

 

 

 

 

 

 

 

 

자크 아탈리는 정처 없이 방황하며 유랑하는 것이 역마살이 낀 불우한 인간의 역정이 아니라 500만 년 동안 유전자 속에 내장되어 내려온 인간의 본성이라고 했다. 여기에서 유랑하는 인간, 호모 노마드가 나오게 된다. 노마드적 삶이 인간의 특수한 생존 양식이 아니라 인간의 보편적 삶의 양식인 것이다. 그는 미래의 인류는 하이퍼 노마드, 정착민, 인프라 노마드의 세 부류로 나누어 질 것으로 예언한다. 많은 정보를 창출하고 향유하는 창의적인 직업을 가지고 부유하게 유희적으로 살아가는 극소수의 하이퍼노마드, 농민, 상인, 공무원, 의사, 교사 등의 정착민 그룹 , 반면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이동해 다니는 노숙자, 이주노동자 등의 극빈층의 인프라노마드, 이 세 부류다. 하이퍼노마드들은 미래의 상업적 노마디즘의 주역들이다. 그들은 전 세계를 지배하는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실제와 가상공간에서 새로운 식민지를 찾고 있다.

 

지금의 일상을 아탈리가 제시한 세 가지 유형의 노마드형으로 비추어 본다면 하이퍼노마드다. '창의적인 직업' 정도는 아니지만 많은 정보를 수집한 것을 토대로 거기서 새로운 정보로 도출하여 과제를 준비해야 하는 일과라면 하이퍼노마드의 유형으로 볼 수 있다고 본다. 간단히 말하자면 노마드한 대학 생활이라는 것이다.

 

주간 경영학 수업이랑 야간 행정학 수업 사이에 공강 시간이 있다. 그 시간에는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복습을 하거나 책을 읽기도 한다. 그리고 짬이 나면 알라딘 블로그에 글을 남기기도 한다. 요즘 블로그 활동이 뜸한 건 너무 바쁜게 아니라 집의 컴퓨터가 또 다시 맛이 갔다. 얼른 고쳐야하는데 일과 절반이 학교라서 서비스를 부를 시간이 마땅치가 않다. 그래서 요즘에는 공강 시간을 이용해 글을 쓰고 있다.

 

그런데 도서관 컴퓨터에서 알라딘 블로그 쓰기가 여간 불편하다. 항상 집에서만 블로그를 활용하다보니 수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도서관 컴퓨터에서 블로그에서 글을 쓰기란 여간 찝찝함을 감출 수가 없다. 더군다나 내가 블로그를 하고 있는 것도 모르는 친구들이 항상 곁에 있기에 지극히 개인적이고도 은밀한(?) 블로그 활동을 하기가 힘들다. 내가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는 것을 친구들이 보면 그들은 내가 과제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

 

 

 

 

 Scene #2  도서관에서 우리 과 학생을 찾는 방법

 

이런 일상을 지내나보니 개인적이면서도 은둔(?) 활동을 하기에 편하다. 간혹 나를 찾는 동기들의 전화가 오기도 하는데 그 녀석들은 항상 나를 찾지 못한다. 한 곳에 머무르는 성격이 아니라서 항상 특정한 장소에 만나면 서로 엇갈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동기들에게 항상 캠퍼스 도서관에 있을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해서 그런지 몇 몇 녀석들은 도서관에 와서 나를 찾게 되는데 허탕만 치는 경우가 많았다. 운 좋으면 도서관 건물 안에서 만나기도 하지만.

 

하지만 나는 도서관에서 내 동기 친구들을 찾을 수 있다.

 

우리 학교 도서관 내부를 설명하자면 2층은 논문들이 보관되어 있는 참고자료실, 3층은 사회과학, 언어자료실(사회과학, 소설 분야 도서 비치), 4층은 인문. 과학자료실(인문학, 과학 분야 도서 비치)로 나뉘어져 있다. 나 같은 경우에는 2층에서 4층을 주로 사용한다. 2층은 과제와 관련해서 자료를 찾을 때, 3층과 4층은 각 층에 비치된 책들을 읽기 위해서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행정학과 학생들은 항상 3층에 만날 수 있다. 왜냐하면 행정학 관련 도서는 3층 사회과학 자료실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연히 3층에 있을 수 밖에 없다. 나처럼 과학에 관심 있는 학생이라면 4층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학생들이 많이 오게 되는 시험 기간을 제외하면 4층 과학 자료실에서 우리 과 학생을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리고 논문과 학술잡지가 비치된 논참고자료실 역시 자주 애용하는 학생을 찾기가 드물다. 어처구니 없게도 내 몇몇 동기들 중에는 도서관 2층 자료실의 존재에 대해서도 모르는 녀석도 있었다!  2층 자료실에 최고 성능의 프린트 기기가 있는데도 이러한 용도의 사실을 모르는 이가 많았다.

 

요즘 우리 학교에서는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학교 도서관 체험 교육을 하고 있다. 도서관의 내부뿐만 아니라 도서관 컴퓨터를 이용한 정보 검색 방법, 신입생으로서의 독서 경험의 중요성 등 학생들에게 도서관을 애용하여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과에서는 거의 늙어버린 '아저씨'나 다름 없는 우리 동기들도 도서관 체험 교육 좀 받았으면 좋으련만... 이건 뭐, 복학생도 아니고 도서관 안에만 들어오면 어리버리해지는 녀석들 보면 웃기기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기도 한다. ^^;;

 

 

 

 

 

....  더 쓰고 싶은 내용이 있는데 방금 폰에서 친구의 카톡 메시지가 떴다.

 

....  배고파 ....   밥 먹으로 가잔다 ....  -_-;;

 

 그래, 일단 밥 부터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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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2-03-15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럽다. 난 학교 때 학교를 싫어해서 주말과 방학 기다리는 마음으로 다녔다.
그런데 4년 전 시나리오 배우러 다녔을 때 처음으로 공부하러 어딘가를 다닌다는 게
이렇게 좋은 거구나 하는 걸 깨달았지. 다시 20대로 돌아간다면 딱 두 가지만 하고 싶어.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연애하고.ㅋㅋ
얼마 전 김연수 작가 보러 갔다왔는데 그가 그런 말을 하더군.
싫은 책 억지로 읽지 말라고. 좋아하는 책만 읽어도 다 못 읽는다고.
맞는 것 같아. 그런 점에서 넌 아주 잘하고 있는 거야.ㅎㅎ

cyrus 2012-03-16 01:04   좋아요 0 | URL
저는 졸업할 때까지 연애 한 번이라도 해봤으면 좋겠어요. ^^;;
졸업하고 공무원 시험 준비하다보면 연애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이런 생각만 하면 할수록 정말 암울해지네요 ㅎㅎ


stella.K 2012-03-16 11:33   좋아요 0 | URL
니가 좋아하는 사람만 만나면 돼.
너를 좋아해 줄 사람 기다리지 말고.
별 도움 안 되는 말이지?ㅋㅋ

cyrus 2012-03-16 22:10   좋아요 0 | URL
맞는 말인거 같아요 ㅎㅎ 그런데 쉽지가 않아 보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