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브랜드니까"

 

 

 

 

 

 

 

 

 인터넷 서핑을 하던 중에 흥미로운 제목의 글을 우연히 발견하여 읽게 되었다. 제목이 '아내를 존경하게 된 순간'이라는 글이었다.

 글의 내용은 이렇다. '아내를 존경하게 된 순간'이라는 제목으로 SNS를 캡처한 사진이 공개한 것인데 일본인이 트위터에 올린글을 캡처한 뒤 번역하여 소개되었다. 우리말로 번역된 일본인의 트위터 글에는 "어떤 술자리에서의 일. 명품을 갖고 있지 않은 이유를 물어봐서, 아내가 했던 한 마디. ‘내가 브랜드니까’ 마음으로부터 아내를 존경한 순간이었습니다"라고 쓰여있다.

 짧은 말이지만 긴 여운이 감도는 글이다. 남편이 기죽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명품을 갖고 있지 않은 이유를 재치있게 말한 아내의 임기응변이 대단하다. 그리고 그런 멋진 아내를 둔 남편이 부럽기도 하다.

 여성들은 남성보다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물건이나 선물이 '명품 브랜드이냐, 아니냐'에 따라서 선호하고 의식하는 경향이 강한 편이다. 사랑하는 남자친구가 그동안 원했던 고가의 브랜드메이커가 있는 명품 백이나 구두를 사주기를 원하기도 한다. 실제로 여성 176명을 대상으로 시행했던, 크리스마스에 선물로 받고 싶은 설문조사에서 1위로 명품가방(38%, 67명)이 차지했으며 그 다음으로는 커플링, 향수, 귀고리 등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명품 가방을 누군가에게 선물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일단 값비싼 가격도 가격이지만, 상대방이 어떠한 브랜드, 어떠한 디자인을 좋아할지에 대해서 알아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자친구를 둔 남성 입장에서는 특별한 기념날이나 여자친구의 생일날이 다가올수록 두려워질 법하다. 오죽하면 선물을 사주는 것도 싫어하는 못된 마음도 가지게 된다.

 한 달 전 쯤에 SBS 라디오 '컬투쇼'에서 소개된 사연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적이 있었다. 의류 및 액세서리 매장에서 근무하는 아르바이트생으로 직접 겪은 실화를 담은 사연이 많은 남성 네티즌들로부터 많은 공감을 얻기도 했다.

어느 날 매장에 한 커플이 방문했고 남자는 여자를 위해 신용카드로 액세서리를 구입하게 된다. 사연을 보낸 아르바이트생이 남자에게 서명을 해줄 것을 요구하자 남자는 또박 또박한 글씨체로 '사주기 싫다'라고 적은 후 "영수증은 버려 달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남성들마다 입장에 차이가 있겠지만 필자와 같은 경우에는 여성들이 남자친구로부터 고가의 명품 백을 선물 받기를 원하는 것이 무조건 나쁘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남자가 경제적 여건이 어느 정도 되며 여자친구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값비싼 명품 백 하나는 사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남자친구가 사준 값비싼 선물을 통해 자신 주변에 있는 여성들에게 자랑하고 싶고, 관심을 받고 싶은 것이 남성과는 다른 여성의 전형적인 심리다.  

 다만 남자친구의 경제적 형편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자신의 허영심만 채우기 위해서 값비싼 명품을 선물로 받기를 원하는 것은 잘못된 점이다. 그것은 진심어린 애정이 담긴 선물이 아니다. 선물이란 남자친구가 자신을 향한 사랑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할 수 있는 정도는 가늠할 수 있지만 단지 자신외면적인 화려함을 강조하기 위한 물질적 수단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명품 백 하나 못 사주는 남자친구가 경제적으로 무능하다는 이유만으로 직설적으로 무시를 한다거나 일방적인 이별통보 사유가 되기도 한다.  

 

 

 

 

 

 "내 브랜드는 내 아이들입니다"

 

 최근에 소개된 남편의 입장을 이해할 줄 아는 배려심이 강하고 똑똑한 현모양처에 대한 이야기는 지금까지 전해내려 오고 있는 고대 로마의 전설에 이와 유사한 내용이 있다.

 

 일명 '대(大) 스키피오'라고 불리우며 포에니 전쟁을 통해서 카르타고의 한니발을 무찌른 로마의 장군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의 딸인 코르넬리아다.

 세계사를 어느 정도 아는 사람이라도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의 딸에 대해서 자세히 아는 사람이 드물 것이다. 더욱이 그녀가 로마 공화정 때 농지개혁을 추진하다가 보수파 원로원들에게 살해당한 그라쿠스 형제의 어머니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파도바니노 (추정) <그라쿠스 형제의 어머니 코르넬리아> 17세기경

 

 

 

 코르넬리아는 고귀한 성품을 지닌 여성으로서 고대 로마 여성의 완벽한 표상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말 그대로 우리나라의 '현모양처'라고 보면 될 듯하다.

 자신의 남편이 죽은 뒤에도 재혼하지 않고 집안을 지켰으며 자녀의 교육에 헌신하였기에 그라쿠스 형제는 뛰어난 자질과 개혁적인 정열을 지닌 형제 정치가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그라쿠스 형제와 관련하여 그녀가 위대한 여성의 표상이 될 수 있었던 유명한 일화가 지금도 전해내려 오고 있다.

 

  코르넬리아는 어린 그라쿠스 형제와 함께 친분이 있었던 귀부인의 집을 방문했다. 그 귀부인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아름다운 보석들을 과시하면서 손님인 코르넬리아도 가진 것이 있으면 보여 달라고 하면서 은근슬쩍 과시를 하게 된다. 그러자 코르넬리아는 자신을 안고 있는 아들들을 가리키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내 보석은 바로 이 아이들입니다. "

 

 

 코르넬리아는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하여 남편을 잃은 과부로서 평생을 살다 갔지만 위대한 로마의 영웅을 배출한 가문에 시집을 왔다고 해서 남들에게 과시를 하지 않았으면 검소하게 생활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녀에게 아름다운 보석이란 훗날 로마를 이끌어갈 수 있는 재목으로 성장하게 되는 아들들이었다. 코르넬리아에게 아들들은 자신의 눈 앞에 있는 보석보다 더 오래토록 빛날 수 있으며 남들에게 그 위대함을 자랑할 수 있는 그녀만의 가치 있는 브랜드였던 것이다.

 

 

 

 

 

 가는 마음이 고와야 오는 마음도 곱다

 

 지금까지 소개된 일본 트위터의 문구와 코르넬리아의 일화를 통해서 여자친구 혹은 아내를 두고 있는 남성분이라면 공감을 한다거나 그동안 여자친구와 아내에 대한 무심한 태도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반성할지도 모르겠다. 필자는 지금까지 여자친구라고는 한 번도 사귀지 못한 미혼남이지만 지금도 글을 쓰면서도 남녀 간의 사랑이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한 번쯤 생각해볼 수 있었다.

 

 우스갯소리지만 만약에 무뚝뚝하기로 유명한 경상도 남자가 자신의 아내 혹은 여자친구가 일본인 아내가 처한 상황을 보게 된다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아이고~~ 지X하고 자빠졌네..."

 

 

 상대방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상대방을 위해서라면 입장을 이해해주고 배려하고 싶은 마음이 크는 법이다. 하지만 애정 관계가 오랫동안 유지될수록 그런 입장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가 않다. 서로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되었고, 볼 것도 다 본(?) 연인 관계라면 한창 사랑의 감정에 빠졌을 때의 느낌을 유지한다는 게 어렵다.

 남편이 아내에게 제일 듣기 싫은 말 중의 하나가 무능한 경제적 능력을 자신을 친구남편과 비교를 한다거나 '돈 적게 번다'고 잔소리하는 것이다. 반대로 아내가 남편에게 제일 듣기 싫은 말이 '야!, 너!'와 같이 반말로 대화를 시작해서  "~해라"는 식의 명령조로 대화를 끝내는 것 그리고 '뚱뚱하다, 못생겼다'라는 식으로 외모를 핀잔줄 때이다.

 

 인간이라는 동물이 느끼는 사랑이라는 감정은 시간이 지속될수록 식어지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사랑의 감정이 오랫동안 유지되기 위한 방법은 있다. 그것은 서로 간에 대한 진심어린 배려가 담겨 있는 애정을 주고받을 줄 알아야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상대방에 대해서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서 자신의 눈에는 사랑스러운 연인,  자기만 가질 수 있는 브랜드로 보일 수 있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연인의 감정과 입장을 조금만 더 존중해주고 배려할 줄 아는 자세를 가진다면 당연히 가는 마음이 고와야 오는 마음도 고와지게 된다.. 아내, 여자친구를 존경하게 되면 자신도 언젠가는 그녀들로부터 존경받을 수 있는 멋진 남편, 남자친구라는 아내, 여자친구만의 '브랜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참고기사

 

[여자친구 선물로는…스테디셀러 `가방`]  한국경제 2011년 12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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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04 0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04 2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차트랑 2012-01-04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읽었던 책의 내용이 갑자기 떠오릅니다. '좋은 부모, 좋은 남편, 좋은 아내, 좋은 자녀' 과연 '좋은~ '이라는 말을 붙인 부모, 남편, 아내, 자녀 외에도 좋은 남자 친구와 좋은 여자 친구를 추가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물론 '좋은'이라는 말을 붙인다는 것의 의미는 '훌륭한'이라는 말과 상통하는 것인데...이는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으니 그게 염려스러울 뿐입니다 ㅠ.ㅠ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아~, 위에 보이는 마그리트의 그림은 마치 공중부양 중인 누군가의 뒷모습 같아서 매우 인상적입니다.

cyrus 2012-01-04 21:14   좋아요 0 | URL
맞아요, 남자와 여자가 서로 생각하는 것이 다르듯이 '좋은'이라는 단어의
의미에도 차이가 있을거에요. 하지만 그것을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면
오랫동안 좋은 관계를 형성, 유지할 수 있다고 봐요 ^^

노이에자이트 2012-01-04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품백을 선물받고 싶은 여자는 많으나 명품백을 사 줄 능력이 있는 남자는 적다는 것...그게 비극이죠.

cyrus 2012-01-04 21:15   좋아요 0 | URL
수요는 많은 반면에 공급이 안 된다는거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