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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푸어 - 비싼 집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
김재영 지음 / 더팩트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님과 한백년 살고 싶어 ♪
- 남진 <님과 함께>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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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같은 집
그림 같은 집
그림 같은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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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같은 집 ' 을 갖기를 원하는 사람들
남진이 부른 노래 '님과 함께' 에서는 사랑하는 님과 함께 사는 인생이야말로 그 어떤 삶보다 행복하다는 것을 예찬하고 있다. ' 멋쟁이 높은 빌딩' 에 사는 어떤 이들은 자신이 더 잘 산다고 떵떵거리고 으시대고 있지만 노래 속 화자는 허름한 ' 반딧불 초가집 ' 이라도 사랑하는 그대, 님과 함께 산다면 행복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것도 아름다운 자연이 펼쳐진 초원 위에 지어진 사랑하는 연인들을 위한 그림 같은 집을.
이 노래가 발표되자마자 남진은 대한민국 명실상부한 톱 스타 가수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으며 '남진'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노래가 ' 님과 함께 ' 이다. 노래가 나온지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흥겨운 멜로디 덕분에 모든 세대를 막론하고 부르고 있는 국민적인 애창곡이 되었다. 몇 주전에 올해엔터테이너계에서 많은 핫 이슈를 몰고 온 대국민 오디션 프로젝트 ' 슈퍼스타 K 시즌 2' 에서 장재인이 오디션 본선 무대에서 이 노래를 부르게 됨으로써 그녀의 소름돋는 가창력이 화제가 된 것뿐만 아니라 장재인이 태어나기 전에 나온 남진의 노래는 포털 사이트 인기검색어에 오르기도 하였다.
그러나, 대한민국 사람들은 스피커에 흘러나오는 흥겨운 멜로디를 좋아할 뿐, 노래가사의 의미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가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백년해로는 모든 사람들이 바라는 소망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소망하는 지향점은 다르다. 요즘 사람들은 남진의 노래가사처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행복하게 사는 것에 유념하는 것보다는 사랑하는 사람과 어떻게하면 빈곤에 쪼들리지 않고 잘 살아야할지 생각하기 마련이다. 즉, 다시 말하자면 님과의 삶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가난한 살림보다는 윤택한 살림이 우선인 것이다. 그러다보니, 배우자 선택 조건에서 절대로 빠지지 않는 것이 '집' 이다. 하긴, 집은 옷과 음식과 더불어 인간이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 될 절대적인 요소이다. 비와 추위를 피할 수 있으며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는 안정적인 공간이 바로 집인 것이다.
집의 기본적인 의미는 사람이 먹고 살 수 있는 편안하고 안정적인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요즘 대한민국에서의 '집' 은 ' 잘 사냐 못 사냐' 식의 기준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교통과 상권이 잘 형성되어 있는 곳에 넓디넓은 정원이 있으며 아름답게 꾸며진 넓은 거실과 화장실이 갖춰져 있는 궁전 같은 집이라면 모든 이들이 살고 싶어하는 집이다. 하지만, 이런 집을 사기에는 평범한 직장인의 월급을 모은다하더라도 부족하기만 하다. 그리고 화려한 내부와 최적의 조건을 갖춘 집들은 일명 ' 돈 많고 잘 사는 사람 ' 들이 모여 산다는 서울 강남 쪽으로 몰려있기도 하다. 그래서 강남에 세워져 있는 타워팰리스 가격만해도 정말 '억' 소리가 날 정도로 수억 정도에 달한다.
사랑하는 님과 가족들이 함께 오손도손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집이야말로 ' 그림 같은 집' 이라고 남진은 흥이 넘치도록 불렀지만 세월이 지난 지금은 강남의 멋쟁이들이 으시댈 수 있는 화려하고 어마어마한 집이 대한민국 사람들이 바라는 '그림 같은 집' 이 되고 말았다.
좋은 집을 가지기 위해서는 빚이 늘어나는 대출도 마다하지 않으리
자신들이 꿈꾸는 '그림 같은 집' 을 가지기 위해서 정말 많은 돈이 필요하다. 돈이 있어야 자신의 집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돈이 턱없이 부족하다. 어느 정도 살림에 지장이 업없을 정도의 직업을 가진 중산층들에게도 억 소리가 나는 타워팰리스는 그림의 떡이다. 하지만, 집도 '돈' 이 되는 시대이기에 중산층들 사이에서는 '집' 은 자신의 부를 축적시키는것뿐만 아니라 상류층으로 상승할 수 있는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들은 부동산 투자에 참여하게 되었으며 부동산 전문가들의 희망적인 조언들은 서민들의 투자 욕구를 자극하기에 충분하였다. 중산층 서민들은 금리가 낮을 때 대출을 함으로써 투기를 해서라도 어떻게든 집을 사려고 하였다. 그리고 자신들 역시 높은 가격으로 매겨진 집을 보유하고 있는 과거의 부동산 벼락부자가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들은 경제 시세를 생각하지 않은 채 무턱대고 부동산 업계라는 거대한 바다에 뛰어든 레밍이었다. 레밍은 나그네쥐라고 불리우는 집단 무리 생활을 하는 동물인데 떼 지어 이동하게 되면 앞에 있는 동료들 따라 바다로 가게 되는 특이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이들의 특성을 빗대어 인간이 어느 현상에 대해 맹목적으로 따라하는 현상을 ' 레밍 효과 ' 라고 부르고 있다. 중산층 서민들은 단지 희망적인 예상에 불과하는 부동산 전문가들의 말과 과거 부동산으로 떼돈을 벌인 부자들의 비법만을 강조하는 부동산 관련 업체들의 감언에 속아 넘어 가고 말았다.
전문가의 말과는 반대로 고공으로 치솟아오르게 되는 금리와 주택가격의 폭락은 희망으로 가득찬 삶을 예상했던 중산층들의 마음을 한 순간에 짓밝고 말았다. 최고로 비싼 가격의 집에 살고 있으면서도 중산층들은 화려하고 럭셔리한 삶을 사는 상류층이 되지는 못했다. 과거에 집을 사기 위해서 무리하게 대출을 하여 생긴 빚들이 그들의 발목을 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 앞에 놓여 있는 것은 집 그리고 어마어마한 빚이었다. 그리고 집 때문에 상류층으로 상승하려다가 되려 가난에 허덕이는 하류층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하우스푸어 : 부에 대한 인간의 탐욕과 아파트투자 5적과의 절묘한 만남
이렇듯, 집이 있으면서도 가난한 중산층 서민들을 경제학적 신조어로 '하우스푸어(House Poor)' 라고 말한다. 최근 통계조사에 의하면 집을 보유하는 직장인들 중 30%는 스스로 하우스푸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들은 평균 월 가계 총소득 326만 원 가운데 74만 원을 주택자금 대출이자로 지출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중에 흥미로운 사실은 자신이 하우스푸어로 전락하게 만든 원인에 대해서는 1순위로 정부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이고 그 다음에는 개인의 투자 욕심이라고 하였다.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소장은 최근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크게 하락한 통계조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고작 적은 수준으로 하락한 점으로 분석한 것에 대해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허울을 비판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정부의 정책이 만든 사회적인 문제는 한국경제의 위기의 핵심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부동산 투기 열풍을 동원하여 경제성장에 일시적인 도움이 되었지만 그 뒤에는 서민들의 빈곤 문제와 불안정한 경제 흐름은 여전하였다.
하지만 경제적인 문제를 정부로만 탓할 수 없다. 경제적인 문제를 야기시키는 원인에 대해서 순위를 매겨서 우선적인 요인만 크게 나무라는 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잘못된 논리이며 하우스푸어는 자본주의 구조가 만들어낸 다차원적인 문제이다. 국가 가계가 안정되기 위해서 정부는 금융기관 및 부동산 정보업체들을 보호해주었으며 이들은 정부의 보호 아래 자신들의 자산 규모를 증식시켜나갔다. 이런 호황에 아파트 건설업체들도 눈 앞에 펼쳐져 있는 떡고물 만들기를 가만히 보고 있지는 않았다. 건설업체들은 자신들이 만든 아파트 건물을 무수히 세워놓고 분양가를 높게 잡아버렸다. 이런 상황에 서민들이 높은 분양가를 만들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방법에는 금융업체에서 가계대출을 하는 것이다. 이렇듯, 정부의 잘못된 경제정책 밑에서 부동산 정보업체-금융기관-건설업체의 자본주의적 공생 관계는 서민들의 빈곤 문제를 야기시키에 충분하였다. 그리고, 언론 역시 하우스푸어를 양산해낸 원인이기도 하다. 지금 각종 일간지에서는 아파트 및 부동산 투자 광고들은 경제의 흐름에 무지한 서민들에게 유혹의 손짓을 하고 있다. 현실적으로는 부동산 업계의 상황이 나쁘면서도 일간지에 소개되는 부동산 관련 전문가의 말이나 광고 문구는 서민들에게 헛된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 매일 아침, 대문 앞으로 도착되는 일간지들 사이에 하나씩 껴있는 부동산 관련 기사 섹션은 경제적인 문제를 수수방관하는 언론의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아파트투자 오적의 소굴이 된 강남 및 수도권 지역
하우스푸어의 급증은 단순히 고가의 아파트가 밀집된 서울 강남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경기도 성남의 판교신도시에 대한 국민들의 지대한 관심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하우스푸어는 단순히 부동산 업계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 중산층들의 몰락을 낳는 심각한 문제이며 상류층 역시 경제적인 악순환을 피할 수 없다.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부에 대한 지나친 과신이 만들어낸 과도한 투기는 안정된 삶을 한순간에 깨뜨릴 수 있다. 결국에는 사회계층의 불균형적인 분포가 형성되게 되며 빈부격차도 늘어지게 된다.
김지하 시인은 <오적(五賊)>이라는 시에서 '서울' 을 대한민국 사회를 부패하게 만드는 '천하흉포' 오적의 소굴이라고 하였다. 지금의 서울은 자본 이익에 우선시하고 있으며 한국의 경제성장을 저해하고 있는 자본주의의 오적의 소굴이 되어버렸다. 이런 열악한 상황 속에서 우리가 악의 소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에는 지금의 경제 상황와 문제에 대해 스스로 인식하고 있어야한다. 사람들은 하우스푸어의 문제를 인식하지 못한 채 여전히 부동산 투기라는 놀음에 빠져 있다. 남들에게 으시댈 수 있는 화려한 ' 그림 같은 집' 을 갖기 위해서 말이다. 허황된 정보에 혹하지 않고 현실을 직시하면 또다른 하우스푸어들이 나오지 않을 것이며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파괴하는 일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집' 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이나 동물이 추위, 더위, 비바람 따위를 막고 그 속에 들어 살기 위하여 지은 건물이며 동시에 가정을 이루고 생활하는 집안을 뜻하고 있다. 집이란 단지 우리가 살기 위해 만들어진 거대 콘크리트 덩어리일뿐이다. 당신이 바라는 행복한 삶이란 남들에게 과시하는 집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오손도손 지내는 것이 진정 행복한 삶이다. 돈보다는 따뜻한 온정과 사랑으로 가득찬 집이야말로 노래가사 속에서 말하는 '그림 같은 집' 이 아닐까?
* 인용 관련기사 출처
[직장인 10명중 3명은 ‘하우스 푸어’] 경향신문 2010년 11월 2일자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010011354321&code=920202
['짝퉁 경제대통령'의 허풍] 미디어오늘 2010년 11월 24일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921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