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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지배 - 세계 금융사 이야기
니얼 퍼거슨 지음, 김선영 옮김 / 민음사 / 2010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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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너무 불공평해 화가 나는가? 갑부 자본가와 10억 단위 보너스를 받는 은행가들 때문에 분노가 치미는가? 아니면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그리고 개인 요트까지 소유한 자 사이의 엄청난 격차에 좌절감을 느끼는가? 이는 비단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다. 서구 문명사 전반에 걸쳐 금융과 금융업자에 대한 적대심은 꾸준히 있었는데, 이는 돈놀이로 생활하는 자들이 농업이나 제조업 등 '실물' 경제 활동에 어느 정도 기생하고 있다는 사고 때문이었다.
- <금융의 지배> 들어가는 글, 니얼 퍼거슨, 민음사, p 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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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는 돈 펑펑 쓰면서 살고, 한편 또 다른 이는 돈 없어서 못 살고 있는 세상. 예전에 개그 프로그램에서 유행했던 말을 빗대어 표현하자면 ' 돈 있는 자들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에 대해서 불평만 떨면서 속을 앓는 심정. 나뿐만 아니라 이 책을 읽기 시작한 독자들도 그럴거라고 생각이 된다. 하지만 돈 때문에 생기는 속앓이는 우리만 그런게 아니었는가 보다.
니얼 퍼거슨이 쓴 <금융의 지배>에는 고대 문명에서부터 지금까지 서양의 금융사를 전반적으로 소개하고 있는데 저자의 펜으로 역사의 먼지 속으로 사라진 금융업자들의 이야기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있다. 지금이나 옛날이나 돈에 대한 인류의 생각은 변한 게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인류는 높은 자본의 수익을 얻게 되면 여기서는 만족하지 않는다. 어떻게든 한 푼 더 끌어 모으려고 하는 속물 근성이 있다. 그러면서도 남의 속물 근성에는 비난의 손가락질을 해댄다. 그러면서도 남이 돈 잘 보는 꼴을 못 본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극인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유대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이 그 당시 셰익스피어가 살았던 시대에나 지금이나 욕 보이는 이유도 돈에 대한 인류의 습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 저 인간은 돈에 눈 멀었어.'
' 예전에는 일자무식했던 저 인간이 어떻게 많은 돈을 벌었지? 분명, 온갖 편법을 썼을거야. '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파한다는 속담이 있듯이 남이 자신보다 돈을 잘 벌고 잘 살면 썩 좋게 보지는 않는다. 우리나라 매스컴이나 언론에는 '돈세탁' 이니 '뇌물', '비리' 등 돈에 관련된 부정적인 어감들과 그 행태와 관련된 기업가들이나 정치인들이 이 자주 언급다보니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돈 잘 버는 사람들, 특히 부자들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이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많은 것은 사실이다.
만약에 우니나라에 워렌 버핏이 태어나서 어렸을 때부터 주식에 손을 댔다면 주위 시선들이 어떠했을까? 아마도 국내에서는 성공한 주식투자가로 성장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대중들은 세계적인 갑부로 만들어준 그의 타고난 세상을 인지하는 감각과 꾸준한 노력으로 완성된 투자 방법들을 선호와 존경의 대상으로 바라보면서 우리나라에 유사한 인물이 나오면 곱지 않은 시선을 보여준다. 자수성가형으로 갑부가 된 사람들도 부당한 방법으로 갑부가 된 사람들에 대한 대중의 시선과 동률이 되는 것이 부자들을 바라보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태도이다.
그러나 니얼 퍼거슨은 인류가 자본주의 사회에 불공평하는 이유는 채무자들에 대한 인류의 호의가 드물었다는 점, 그리고 역사 속에서 등장한 수많은 금융 위기와 금융 스캔들은 인류에게 '빈곤, 불평등' 이라는 자본주의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제공해준 점, 또 앞에서도 언급한 셰익스피어의 희곡에 등장하는 유대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처럼 세계의 금융을 주름 잡았던 특정 인종과 세력이 존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금융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옹호하고자 이 책을 쓴 것이 아니다. 부당거래를 포함한 역사 속의 수많은 금융거래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세상과 같은 번영을 이룰 수 있다고 역설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책 표지과 제목만 봐도 저자가 금융을 지배하는 세상을 비판하는 내용으로 오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눈과 입에 달려 있는 달러, 파운드, 엔화 단위의 얼굴은 금융에 지배당한 사회를 비꼬는 의도로 그려진 것처럼 보이지만 저자가 금융에 대해서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으니 아마도 금융이라는 자본 거래 행위가 사회 번영을 위한 필수적인 행위라는 뜻을 보여주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금융에 무지한 대중들이야말로 금융 위기를 일으킬 수 있는 소지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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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중앙은행가, 사업가들은 돈에 대한 대중의 무지에 한숨을 쉬는데, 거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사회가 지출과 세후 소득 관리를 개인에게 맡기고, 성인들이 저마다 주택을 소유한다고 가정하며, 은퇴 대비 저축액 산정이나 보험 가입 여부도 개인에게 일임해 버리면, 결국 역량 부족한 시민이 금융과 관련하여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이는 장차 불거질 문제의 씨앗을 뿌리는 것이다.
- <금융의 지배> 들어가는 글, p 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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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니얼 퍼거슨의 금융 예찬론은 어떻게 보면 국제금융의 자유화를 추구하는 신자유주의에 대해서 은근히 수긍하는 입장을 보여주고 있는 점에서는 신자유주의에 대해서 반발심이 있는 독자들에게는 눈살을 찌푸릴 수 있겠다. 그리고 그는 앞으로의 금융 사회에 대해 너무 낙관적으로 보고 있는 것도 약간은 문제가 있다. 빈곤이 탐욕스러운 금융업자가 가난한 자를 착취한 결과가 아니라 금융적 무지에 대한 결과라고 결론을 내리는 점도 합당한 의견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또 그는 부유한 선진국과 가난한 개도국으로의 구별이 무의미하다고 말하지만, 아직도 부의 정도로 세계 지도를 구분하는 현실은 여전하다. 풍부한 금융 지식으로 무장한 선진국이 자본을 지배하고 있는 이상, 개도국으로서는 금융적 기회가 보장되지 못한다. 이런 악순환이 반복이 되다보니 세계의 빈곤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것이다.
하지만 금융업이 세계의 부의 이동과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다. 이미 금융업이 국가의 권력을 좌지우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니얼 퍼거슨이 소개하는 금융사를 통해서 앞으로의 부의 흐름에 대한 전망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하는 선견지명의 안목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
뱀다리 P.S
<금융의 지배>을 쓴 저자의 이름과 표지 속 인물을 보면서 제일 먼저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인 알렉스 퍼거슨이 생각났다. 이 영감님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세계적인 축구 클럽으로 만드는 공로가 큰 것으로도 유명하지만 항상 경기가 있으면 껌을 씹는 습관으로도 유명하다. 지금까지 이 영감님이 24년동안(세상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감독으로서 경기를 관람하는 동안 질겅대며 씹었을 수많은 껌들을 값으로 환산하면 얼마 정도 나올지 궁금하다. 표지 속 인물의 입에 달린 (비록 엔화이지만) 화폐 단위처럼 그가 씹고 버렸던 껌값들이 꽤 두둑하게 나올 것임은 분명하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그 돈으로 빈곤국가들을 지원하면 참 좋을 거 같다는 희망적인 바람이 담긴 생각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