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윤리를 말하다 - 유전학적으로 완벽해지려는 인간에 대한 반론
마이클 샌델 지음, 강명신 옮김 / 동녘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키가 작아서 슬픈 남성들이여 
 

작년 말에 ‘루저(Loser)’라는 말이 사회적으로 이슈화되었다. TV 예능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출연한 어느 여대생이 키가 180cm 이하 의 남자와는 사귀기 싫으며 키 작은 남자는 ‘루저’라고 말을 한 것이다. 이 방송 전파가 되고난 후 관련 방송 프로그램 게시판에는 네티즌들의 비난이 줄을 이었다. 졸지에 네티즌들에게 뭇매를 당한 것부터 시작해서 ‘루저녀’라는 좋지 않은 별칭이 붙여진 발언 여대생은 한동안 곤혹을 치러야 했고, 비난의 여파는 방송 프로그램까지 미칠 정도로 컸다. 남자 시청자들은 해당 관련 방송국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신청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게 되었고, 결국 방송 프로그램은 폐지되기까지 이르렀다. 그 후에도 ‘루저’는 지금까지도 각종 포털 사이트는 물론이고 방송에서까지 패러디하여 부정적인 의미가 담겨져 있는 유행어로 자리 잡게 되었다.  

키 180 이하 남성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던 루저 논란이 좀 잠잠하나 싶더니 한 달 전에도 또 한 번 ‘루저’ 논란이 불거졌다. 한 결혼정보회사 2곳이 남성 고객의 키인 158cm가 너무 작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사이트 가입을 거부시킨 것이다. 관련 해당 업체들은 키 작은 남성을 원하는 여성 회원이 적어 주선이 어렵다는 이유로 165㎝ 이상으로 회원가입기준을 정해놓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는 키가 작다는 이유로 결혼정보회사가 회원 가입을 거부한 것을 불합리한 차별이라고 판단, 해당 업체에 관행을 개선하도록 권고 조치를 내렸다. 또 “개인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신체적 조건으로 서비스 이용을 배제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행위이며, 차별행위에 해당 한다”고 말했다. 

 
  

우생학의 그늘에 갇혀버린 현대 의학  

 

인간은 자신에게 주어진 모습과 능력에 대해서 남들과 비교를 하여 더 우월해지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외모에 콤플렉스 하나라도 생기게 되면 쉽게 지나치지 못한다. 신체적 콤플렉스를 해결하기 위해서 성형 의술의 힘을 빌려 지금보다 더 아름다운 외모를 가꾸게 된다. 그러나 인간의 욕심이란 만족을 모르는 불가사의라는 팔만대장경 속의 격언대로 자신의 외모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성형 치료를 여러 번 받게 된다. 자신이 원하는 외모를 갖출 때까지 얼굴에는 들이대는 메스 질은 수십 번 해야지 직성이 풀린다. 결국, 무리한 성형 의술로 인해서 이전의 용모는 온데간데없고 몰골이 흉해지게 된다. 얼굴에는 온전한 살덩어리는 찾을 수 없고 끔찍한 흉터만 남겨져 있을 뿐이다.    

 

신체적 외모뿐만 아니라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도 의학의 힘을 빌린다. 배리 본즈, 마크 맥과이어, 새미 소사. 이 세 사람은 미국 메이저리그 사상 최고의 홈런왕이면서도 금지약물 복용이라는 사실이 밝혀져서 ‘약물 슬러거’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새미 소사는 2006년 시즌에 600홈런이라고 대기록을 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약물 복용 사실로 인해서 야구팬들은 그를 외면했다. 그는 충분히 더 뛸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듬해에 자신의 소속팀인 시카고 컵스로부터 퇴출당하기도 한다. 소사의 쓸쓸한 말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최근에는 새미 소사가 역대 시카고 컵스 팀에서 배출한 최고의 선수였음에도 불구하고 시카고 컵스 구단은 소사의 등번호 21번을 영구결번을 시켜주지 않기로 결정했다. 뛰어난 활약을 한 은퇴선수에게 소속 팀에 활동할 때의 등번호가 영구결번으로 지정이 되면 영광스런 훈장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새미 소사는 영구결번의 명예를 받을만큼 충분한 활약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약물복용이라는 야구 인생의 오점 때문에 은퇴해서도 그리 후한 대접을 받지 못하게 되었다.   

 

 

얄궂게도 2007년 시즌에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소속의 배리 본즈가 통산 756호 홈런이라는 기록을 남겼으나 일명 ‘BALCO 스캔들’이라고 부르는 스테로이드 복용 의혹으로 인해서 대기록의 명성에 흠집이 생기고 말았다.    

 

 


프랜시스 골턴(1822~1911)
 


아돌프 히틀러(1889~1945)
 

의학 기술은 질병을 치료하는데 사용되는 주된 목적은 상실되고 외모와 능력이 뛰어난 우월한 인간 완성의 손쉬운 도구로 전락되었다. 힘이 넘치는 헤라클레스와 영원한 미의 상징 비너스를 되기 위한 인간의 끝없는 집착이 의학 기술의 이용 목적을 송두리째 바꿔버렸다. 그러나 어두운 욕망의 집착에는 아직까지 사라지지 않은 우생학의 그늘이 있다. 우생학은 유전 법칙을 기반으로 인간 종족의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학문이다. 영국의 생물학자 찰스 다윈의 손자인 프랜시스 골턴이 창시한 우생학은 우월한 유전인자를 가진 인간을 육성하고 열등한 유전인자의 인간은 의도적으로 억제하는데 의의를 두고 있으며 독일의 히틀러가 시행한 극단적인 유태인 학살은 우생학이 있기에 가능했다. 그 후로 우생학은 인류의 살육과 인권 침해 우려로 인해서 폐기되었지만 아직도 우생학의 흔적은 남아 있다. 유전학적 질병에 걸린 환자를 강제로 피임시키는 우생법안은 부분적으로 세계 곳곳에 남아 있으며 유전인자의 개선에 중점을 둔 기존의 우생학을 뛰어넘어 환경과 교육의 개선으로 인류를 개량해야 한다는 자유주의적인 우생학인 우경학으로 발전되었다.  
 

  

 

제2의 김연아, 박지성 만들기 : 노력이냐? 재능이냐?  

 

우생학에 사로잡힌 인간의 욕망은 자신보다 실력이 뛰어난 자 앞에서 자신의 부족한 한계를 실감한다. 마이클 샌델은『생명의 윤리를 말하다』라는 책을 통해 우생학에 사로잡힌 인간의 심리를 비판하고 있다. 저자는 우월한 능력의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내부적 요소인 재능보다는 외부적이며 인위적인 요소의 노력을 중요시하는 대중의 무지함을 지적하고 있다.  

 

피겨 스케이팅 최고의 기록을 남긴 김연아 선수나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축구선수 박지성을 보면서 대중들은 끊임없는 노력만이 천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대중매체는 그들이 지금까지 유명 선수로 발돋움하기 전의 활동들을 언급하여 그들의 노력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노력이 만든 실력을 강조하고 있다. 김연아가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우승을 하고 난 뒤에 피겨 스케이팅을 배우려는 여자 어린이들이 증가한 점과 박지성이 영국 프리미어리그 진출한 뒤에 유소년 축구 교실의 학생 수가 늘어난 것을 보면 오직 노력을 통해서 제2의 김연아, 박지성을 꿈꾸는 어린이들, 그리고 그 뒤에는 부모님의 든든한 지원이 있기에 가능한 현상이다. 

또 마이클 샌델은 부모들이 노력을 최우선시하는 세상의 틀로 자녀들을 구속하고 있다고 비판하였다. 심지어 자녀의 운동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생명 공학적으로 조작하는 사례를 언급하기도 한다. 부모가 완벽한 자녀 만들기에 집착, 과잉 교육을 하게 되면 자녀의 육체적, 정신적 성장에 방해만 될 뿐이라고 말한다. 생명 공학까지 언급하면서까지 부모의 과잉된 자녀 교육을 비판하는 저자의 의견이 좀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자녀의 재능과 적성을 모르는 채 오직 뛰어난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서라면 온갖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강제적으로 교육시키는 우리나라의 극성적인 부모들의 모습을 보면 마이클 센델의 지적이 단순히 과장된 것만은 아니다.

 

 

유전공학과 프로메테우스 
 

마이클 샌델은 유전복제 기술이 윤리적인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사들이 옹호하는 이유도 우생학의 흔적이 남긴 산물이라고 말한다. 그는 배아줄기세포가 단순한 세포 덩어리냐 아니면 인간의 일부로 규정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딜레마적인 논란에 대해서는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지만 배아 복제 기술이 단순히 우월성을 위한 목적의 맞춤형 인간 만들기에는 반대하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우월성에 사로잡혀 유전 공학에 의존하다보면 사회 집단 내에서 유지되고 있는 평등과 공정성이 무너질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그리고 생명은 ‘자연이 주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정의하고 겸손이 깃든 인간적 연대감이 형성되는 인간적인 윤리관을 제안하고 있다. 찬반론자 사이에서 인간 복제 문제에 관한 공방은 치열하지만 유전 공학이 단지 인간에게 이로운 점도 있기에 일부 국가에서는 유전 복제를 허용하고 있는 추세이다. 저자의 바림직한 소망은 추상적이면서도 현실적으로는 이루어지기 어려운 이상적인 모델이지만 유전 공학에 종사하는 과학자들에게는 센댈의 제안을 한 쪽 귀로 흘러 보내서는 안 된다. 올바른 윤리적 가치관이 확립된 상태에서 좀 더 인간에게 이로운 점을 줄 수 있는 의학 기술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등장하는 프로메테우스(Prometheus)는 흙으로 인간이라는 존재를 빚어냈다. 프로메테우스라는 이름에는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뜻이 있다. 프로메테우스는 이름 그대로 신들의 소유물이었던 불의 유용함을 알고 불을 훔쳐 인간에게 전해주다가 제우스가 내린 죄로 독수리들에 간이 뜯기는 벌을 받게 되었다. 프로메테우스는 자신의 행동이 자신에게는 불리함을 알면서도 자신이 완성시킨 인간들을 위해 무모하게 불을 훔쳐냈다. 인간은 프로메테우스의 고마움을 모른 채 지구의 주인인 마냥 살고 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은 프로메테우스의 능력까지 훔쳐내고 있다. 프로메테우스가 신의 소유물인 불을 훔치려고 했듯이 말이다. 프로메테우스가 불을 훔친 죄로 벌을 받았듯이 인간 복제 중심의 유전공학으로 인해서 인간이 해로움을 입지 말라는 법이 없다.시대가 가면 갈수록 유전공학의 유해성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는 만큼 프로메테우스의 이름처럼 인간 배아복제가 야기할 수 있는 문제점과 앞으로 닥쳐올지도 모르는 해로움를 바라볼줄 아는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야할 때이다. 
 

 

 

 

* 관련기사 인용 출처   

 

[키작은 ‘루저’ 결혼정보회사 가입거부는 차별] 경향신문 2010년 9월 15일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009151112541&code=94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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