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을 팝니다 - "체 게바라는 왜 스타벅스 속으로 들어갔을까?"
조지프 히스.앤드류 포터 지음, 윤미경 옮김 / 마티 / 2006년 4월
평점 :
절판


  제일 값싼 체 게바라 

    

                - MENU -  

    헨리 데이빗 소로우    800원
    체 게바라               800원
    밥 말리                  800원
    섹스 피스톨즈         1000원 
    잭 케루악              1000원
    너바나                  1200원
    롤링 스톤즈            1200원
    장 바스키아            1200원 
    마르쿠제                1200원

    사회를 뒤엎어 버리겠다는
    미친 제자와 앉아
    커피를 마신다
    제일 값싼
    체 게바라

  ※ 원문: http://blog.naver.com/sobin94?Redirect=Log&logNo=30083716327 
   

 

오규원의 시『프란츠 카프카』를 필자가 한 번 패러디해본 것이다. 원작은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메뉴판에 서구의 유명한 문학가, 철학가 등을 이용하여 문학이나 인간의 정신을 상품화되어 있는 현실을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시인이 제시한 문학과 사상, 철학뿐만 아니라 반문화(counterculture)를 상징하고 있는 아이콘들마저도 모든 제품에 가격을 붙여 상품화시킬 수 있는 자본주의의 손아귀에 들어가고 말았다. 조지프 히스와 앤드류 포터가 공동으로 펴낸 책『혁명을 팝니다』의 앞표지에 있는 스타벅스 컵 속에 그려져 있는 체 게바라처럼 반문화는 이미 그들이 거부했던 기성 문화처럼 변환되고 있다. 반문화는 사회의 지배적인 문화에 정면으로 반대하고 도전하는 하위문화이다. 전통적인 기성문화에 도전했던 사회적 사례로는 1960년대 미국의 히피족이나 과격한 페미니스트들, 급진적인 종교 운동가, 사랑의 자유를 외친 동성애자들이 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한 지금, 어느새 하위문화는 기성 문화로 변하게 되었다. 히피족 스타일은 하나의 비주얼적인 문화로 자리 잡게 되었으며 종종 거리에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모터사이클 족들 사이에서 볼 수 있는 복장 방식이다. 과거에는 기성 사회와 문화로부터 금기시하였고 배격 받았던 동성애는 이제는 드라마나 영화에까지 볼 수 있는 보편적인 사랑 방식이 되어버렸다. 기존의 쿠바 정치 체제를 뒤엎으려고 했던 혁명아 체 게바라는 지금은 전 세계 사람들이 입고 있는 값 싼 티셔츠의 상징이 되고 말았다. 
 

 

열린 대중문화의 삼적(三敵): 프로이트, 마르크스, 히틀러  
 
  
두 저자는 록 음악에서부터 영화까지 대중문화들로 상징되는 개념들을 총동원하여 아이러니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반문화의 실태를 분석하고 있다. 독특하게도 두 저자는 반문화를 형성하게 한 사람을 프로이트, 마르크스, 히틀러라고 규정하고 있다. 마르크스는 19세기 말 산업화가 한창 진행 중이었던 유럽의 자본주의 사회를 비판하였다. 그리고 노동자 계급은 자본주의 사회의 희생양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마르크스가 옹호하려던 노동자 계급은 마르크스의 급진적 이론을 외면하였다. 그것보다는 자신들의 이익을 신장시킬 수 있는 보다 실현성 있는 정책을 환영하였다. 그러다가 20세기에 이르게 되면서 프로이트가 등장함으로써 자본주의에 묻혀 있었던 마르크스의 사상이 다시 한 번 빛을 보게 된다. 프로이트는 인간의 본능이 억압되는 과정을 통해서 문명이 발달된다고 주장한다. 전혀 통하는 게 없을 거 같은 사회 사상가와 심리학자, 두 사람의 기이한 만남은 대중 사회 속에서 ‘키메라(chimera)’ 문화를 낳게 만든다. 인간의 자유로운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로 상징되는 사회와 그 문명을 거부해야 한다는 반문화의 기본적인 사상이 형성되는 것이다. 엉뚱하게도 반문화는 마르크스와 프로이트가 말하고자 했던 것과 다르게 대중들이 제멋대로 해석하여 탄생하게 된다.    

 

 

거기에다가 본의 아니게 반문화라는 현상을 견고히 해준 것이 히틀러와 독일 나치스였다. 히틀러 시대의 독일 대중들은 광적으로 자신들의 지배자인 히틀러와 나치스를 추종하였다. 독일 대중들이 비이성적으로 독재 권력에 빠질 수 있었던 것은 대중매체였다. 나치즘이 버무려진 대중매체를 통해 대중은 히틀러의 선동에 세뇌당한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히틀러와 나치스가 몰락한 이후 독일을 포함한 전 세계 사람들은 하나의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대중문화의 무시무시한 힘을 각인시켰다. 히틀러가 남긴 트라우마를 지우지 못했던 대중들은 언젠가는 제 2의 히틀러가 등장하여 자신들을 지배할지도 모른다는 망상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래서 기성 문화에 대해서 거부감을 느끼고 저항하는 반문화라는 후유증이 생기게 된 것이다.  

자신들이 원했던 바가 아니었지만 역사적 인물 세 사람이 만들게 한 반문화는 지금은 사회 전체에 악영향을 주고 있는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커져버린 종양이 되고 말았다. 반문화 사상을 주장하고 있다는 편견에 사로잡힌 좌파는 우파 진영의 공격을 받아야만 했으며 우파와의 대립은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모든 인류의 개인의 자유가 인정되며 서로 공존할 수 있는 ‘열린 대중문화’가 되기 위해서는 두 진영 간의 화합이 필요하다. 사회적 갈등만 조장시키는 반문화를 만들게 한 세 사람은 열린 대중문화의 적인 것이다.   

 

 

그러나 두 저자는 반문화를 단지 대중문화에서 없어져야 할 주적이라고 단정 짓지는 않는다. 오히려 반문화 형성이 있었기에 지금의 자본주의적인 얼굴의 대중문화가 이어지고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 체 게바라가 대량 생산되고 있는 티셔츠 속에 들어 있는 것과 반문화를 추구해했던 커트 코베인이 자살한 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그가 속했던 록 그룹 너바나의 앨범이 아직도 팔려가고 있는 현상이 그 예이다. 반문화 존재 자체가 성립되어 있지 않다고 주장하기 보다는 대중들이 왜곡되어 포장되고 있었던 반문화의 신화에 사로잡혀 있는 망상에서 벗어나기를 경고하고 있다.  

  

 

  

자멸하고 있는 반문화 
 

최근에 러시아의 스킨헤드(Skinhead)들이 록 페스티벌이 열리는 행사장에 난입하여 관객들에게 폭행을 가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스킨헤드’는 직역 그대로 하면 머리카락이 너무 짧을 정도로 바싹 깎은 머리이다. 원래는 1960년대 후반 영국 노동자 계급의 하부문화를 가리키는 말로 쓰이기 시작했다. 지금은 폭력적인 인종차별주의자들을 가리킬 때 사용하고 있다.    

  

 록도 어떻게 보면 반문화 성향이 짙은 음악 장르이다. 스킨헤드 역시 초기에 반문화를 지향했던 점이 있는 것을 감안하면 두 반문화 집단 간의 충돌은 아이러니하기만 하다. 결국에는 반문화가 열린 대중사회에 해를 끼치는 것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을 자해하는 꼴을 보여주고 있다. 책의 서론에서 두 저저가 말했던 것처럼 반문화의 반란이 사회 발전에 도움이 안 되는 비생산적인 행위라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만약에 몽둥이를 손에 들고 행사장에 습격한 러시아의 젊은 스킨헤드 일원들 중에서 미국산 나이키 신발을 신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자신의 지인 중 한 사람이라도 동성애라고 하면 혐오를 느끼면서도『왕의 남자』에 열광했으며 한창 TV에 방영되고 있는『인생은 아름다워』를 빠지지 않고 시청하고 있는 것이 지금 문화의 현실이다. 이런 반문화의 모습들은 웃지 못할 난센스이다. 반문화의 망상에 사로잡혀 있는 대중문화 사회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저자들의 주장이 약간 거칠고 크게 와 닿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미 반문화가 자본주의 사회에 잠식되어 있는 현실은 대중들은 자각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관련 기사 인용 및 출처 링크 


[러 스킨헤드, 록 페스티벌 습격] 중앙일보 8월 31일자
http://news.joins.com/article/aid/2010/08/31/3982088.html?cloc=olink|article|default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