캉디드 혹은 낙관주의 열린책들 세계문학 54
볼테르 지음, 이봉지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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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35]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

 

 


 계속 되는 일본 극우파의 망언 
  

오늘은 65주년을 맞은 광복절이다. 며칠 전에 간 나오토 일본 총리가 우리나라 과거사를 사죄하는

담화문을 발표하여 이번 광복절은 우리에게는 의미가 깊다. 한일 과거사의 민감한 화두인 한일 

합방 조약의 무효와 종군위안부에 대한 문제를 담화 내용에 반영하지 않았지만 어두웠던 한일  

과거사의 터널을 벗어나 양 나라의 동반자 관계를 새로이 구축하는 긍정적인 첫걸음이었다.
‘첫술에 배부르랴’라는 말이 있듯이 한일 과거사는 한 번에 쉽게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과거사를 

 직시하려는 일본 정부의 실천 노력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이번 담화문을 통해서 한일 관계가  

개선됨에 따라 앞으로 한일 과거사 해결에 진전이 보일 것으로 예상 된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일부 일본 극우파들은 과거사를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신의 이름을 빗댄 어록이
있을 정도로 한국을 비하하는 발언을 하기로 유명한 구로다 산케이 신문 서울지국장이 이번에도 

우리나라 광복절에 맞춰 망언 한 마디 남겨주셨다. 우리나라의 광복은 자주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며 일본의 세계대전의 패망 따른 역사적 결과일 뿐이라고 말하였다. 예전에 어느 일본의 보수 

정치인은 일본이 한국을 지배하면서 철도와 공장을 세워 한국이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 

해줬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극우파들의 망언들은 하나같이 과거 일본의 한국 지배는 필연적인 

역사라고 정당화 하고 있다.  

  

  

 팡글로스 박사의 망언  

 

볼테르의 철학소설『캉디드 혹은 낙관주의』는 소설 제목의 동명의 주인공의 모험을 통해서  

모든 세상은 최선의 세계이며 필연적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라이프니츠의 낙관주의를 풍자하는  

내용이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캉디드의 스승인 팡글로스 박사는 라이프니츠를 대변하는 인물 

이다. 그의 대화에는 “모든 것은 최선의 상태에 있다”라는 말이 반복되어 나올 정도로 열렬한  

낙관주의자이다. 그의 제자인 캉디드는 이름 글자 그대로 팡글로스 교수의 주장을 믿으며 현재의 

상태는 가장 옳다고 믿게 된다. (그의 이름 Candide는 프랑스 어로 ‘순박하다’라는 뜻이다)  

우리의 순진한 사내 캉디드는 사촌 퀴네콩드를 사랑지만 숙부에 의해서 쫓겨나고 만다.  

그때부터 그의 험난한 여정이 시작된다. 가는 곳마다 전쟁, 지진, 종교재판, 고문을 겪는다.  

캉디드가 불행에 처한 상황에 몰릴 때마다 팡글로스 박사는 눈치 없이 깨방정을 떨면서 낙관주의 

적인 말을 하고 다닌다. 화산이 일으키고 지나간 포르투갈 리스본의 참혹한 현장에 대해서 팡글 

로스 박사는 망언을 하게 된다.

  왜냐하면 모든 것이 최선이기 때문입니다. 리스본에 있는 화산은 다른 곳에 있을 수  

  없어요. 왜냐하면 모든 사물은 현재 있는 곳 이외의 곳에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죠.

  - 볼테르『캉디드 혹은 낙관주의』p 33 -   

한술 더 떠 세상에서 일어나고 일들은 다 필연적인 현상이며 리스본에 있어난 화산과 지진도  

당연히 필연적으로 발생한 일이라고 말한다. 사실 그의 말은 정말 박사라는 사람이 하는 말이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너무나 논리적이지 않는 말이다. 팡글로스 박사의 말에는 리스본에만  

화산이 발생한다는 뜻이 담겨져 있다. 그러나 리스본에만 화산이 일으킨다는 보장은 없다. 화산과 
지진과 같은 자연 재난은 리스본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이탈리아, 아이슬란드 등 다른 나라에서 

 발생하고 있다. 팡글로스 박사는 화산은 리스본에만 발생했을뿐, 다른 곳에는 화산이 일으지 

않는다는 식으로 논리적인 추론을 거부하고 대충 얼버무리고 마는 '나태한 귀납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팡글로스 박사처럼 지금도 많이 배웠다는 사람들도 자신의 생각을 정당화시키고  

상대방의 생각을 무시하다보니 논리적 오류에 빠진 말을 하기도 한다. 만약에 21세기에 팡글로스 

박사가 살아서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한 국가적인 재난 사고에 대해서 이런 말을 했다가는 

네티즌들의 뭇매질을 피하지 못했을 것이다.  

 

 

 한국의 8.15와 일본의 8.15의 사정  

소설 속 팡글로스 박사의 모습은 남의 입장을 살펴보지 않으면서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는 일본  

극우주의자를 떠오르게 한다. 팡글로스 박사가 생각하는 ‘최선의 세계관’은 일본 극우주의자들이 

우리나라가 일본에 지배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정당화시키는 사고방식과 유사하다. 그들은 일본의 

지배가 한국이 강대국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최선의 방식이었으며 한국의 독립은 역사적 상황에 

따라 일어나는 필연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한다.  그리고 팡글로스 박사가 귀납적 추론을 하지 

않는 것처럼 그들의 망언에도 논리성이 결여되어 있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광복절은 일본의 지배를 벗어나 자주 독립국으로 전환한 역사적인 사건이다. 

그러나 일본의 입장은 다르다. 그들의 8월 15일은 제2차 세계대전의 패전을 공식 선언한 날이다. 

인류의 대재앙이었던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일본의 A급 전범들은 그들에게는 나라를 위해  

희생한 ‘신’이다. 그래서 2006년에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우리나라 광복절에  

강행한 것은 상대국인 우리나라의 입장을 고려 하지 않은 잘못된 역사적 낙관주의가 만든  

그릇된 행동이었다.    
  

 

 우리는 우리의 역사를 알고 지켜나가야 합니다

수많은 고난의 여정 끝에 캉디드는 퀴네콩드와 팡글로스 박사와 재회하게 되고 그들과 함께 농장 

을 꾸려 산다는 내용으로 소설은 끝을 맺는다. 캉디드는 불행의 연속이었던 자신의 여정을  

계기로 세상은 꼭 낙관적이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팡글로스 박사는 여전히 낙관주의 

를 고집하고 있다. 작품 마지막 부분에 그는 캉디드에게 이전에 경험했던 불행한 일들이 아니 

었으면 지금의 행복한 시간은 오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자 캉디드는 스승에게 의미심장한 

한 마디를 남긴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만 우리는 우리의 밭을 갈아야 합니다.

  - 볼테르『캉디드 혹은 낙관주의』p 200 -

캉디드는 온갖 비참한 체험과 사회적 불합리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삶의 개선에 의욕을 잃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세상이 좋든 나쁘든 돌아가는 것은 결국 자신이 어떻게 생각 

하고 행동하느냐에 따른 의지에 좌우된다고 말하고 있다.

올해는 65주년 광복절뿐만 아니라 한일합방 100주년이기도 하다. 그래서 한일 과거사와 관련해서 

일본 총리의 과거사 사과 담화문 발표뿐만 아니라 한일 학자들이 한일합방이 무효임을 공동 

선언을 하기도 했다. 일본이 이전보다 한일 간의 과거사에 대해서 자주 언급하고 수탈한 한국의  

문화재 반환 등 과거사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를 보이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태도에  

대해 아직 낙관하기에는 이르다. 이번 간 나오토 총리의 담화문이 이전처럼 한국의 비위를 맞춰 

주기만 했던 립서비스였는지 앞으로 지켜봐야 할 일이다. 그리고 한일 학자의 한일합방 무효  

공동선언은 단순히 한일합방 100주년을 기념하는데 의의를 두지 말고 이번 선언을 계기로 한일  

학자들 간의 정기적인 연구 교류가 지속되어야 한다. 단순히 일본이 우리나라에게 말로만 사과 

하는 것을 기다린다고 해서 과거사를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일본의 태도가 긍정적이다고 해서  

과거사가 어느 정도 해결될 것이라고 믿는 낙관적인 전망은 금물이다. 우리나라의 식민지 시절  

근대사는 어떻게 보면 기억하기 싫은 역사적 상처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도  한국사의 한 부분 

이므로 외면해서는 안 된다. 어두웠던 역사를 배움으로써 앞으로 우리나라가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을 설정할 수 있으며 어긋나 있는 일본 간의 관계도 개선할 수 있게 된다.  

 

한국과 일본이 함께 협력적으로 과거사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역사의 밭이 어딘지 알고  

스스로 알고 지켜나가는 것이며 일본 역시 낡은 역사적 낙관주의를 폐기시키고 한국과 함께  

역사의 밭을 가꾸는데 협력적인 자세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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