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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푸어 - 왜 일할수록 가난해지는가
NHK <워킹푸어> 촬영팀 지음 / 열음사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50만원으로 한 달 살아보기
최근 참여연대가 주최하고 있는 캠페인이 이색적이다.
‘한 달 동안 최저생계비로 생활하기’라는 캠페인이다.
일반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여 올해 조사된 최저생계비로 생활하는 것인데
1인 가구는 50만 4000원, 2인 가구 85만 8000원, 3인 가구 110만 919원,
4인 가구 136만 3091원이다. 이번 캠페인의 취지는 최저생계비의 문제점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것이다.
1인 가구 최저생계비가 50만원이라.....
집에서 대학교로 가는 길이 너무 멀어서 학교 근처에 혼자 자취 생활을 하려고
계획을 하고 있었는데 최저생계비 50만원으로 생활하게 된다면
하루 밥 한 두 끼는 굶어야 할 판이다.
혼자 자취 생활을 하는데 지출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 자취방과 생활 방식마다 다르겠지만
학교 근처에 혼자 자취하는 친구의 생활을 예로 들어 분류한 것이다.
전기세를 포함하는 자취방 월세, 하루 식사를 위한 식료품비, 교통비(이 친구의 자취방이
학교 근처라고 하지만 자기 집에서 학교로 걸어가면 40분 걸린다. 그래서 집 앞에서 버스를
타야 한다. 그리고 친구의 고향이 서울인지라 주말이 되면 서울에 가곤 한다.
KTX 애용자(?)인 그 녀석은 회원 할인 적용을 한다 해도 서울과 대구 KTX 왕복에만
5만원 이상의 비용이 지출된다), 기타 지출에는 주말에 자기 집이 있는 서울에 오면
친구들과 논다고 돈이 나간다. 그리고 다시 대구로 돌아와 학교생활에서도 자기도
모르게 생활비가 조금씩 나간다. 후배들 밥 사주기, 강의가 끝나면 동기, 선후배들과
함께 술을 마시거나 논다. 이뿐만이 아니다. 인간이란 간혹 가지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사고 싶은 욕구를 누르지 못하는 존재이지 않은가. 눈에 띄는 물건이 있으면 안 살 수가
없다. 그러면 또 생활비가 지출된다. 다행스럽게도 이 친구의 집안이 나름 넉넉해서
생계비가 부족하면 서울에 계시는 부모님이 그의 통장에 돈을 넣어준다.
하지만 가끔 나도 1인 자취 생활을 하고 싶다고 그 친구에게 말하면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자취 생활을 하면서 쭉쭉 나가는 생계비를 생각하면
돈이 궁하면 생활하는데 힘들며 자신이 왜 타 지방에서 이런 고생해야하는지 힘들 때도
있다고 토로한다. 그리고 자기처럼 살고 싶다면 잘 생각해보고 결정하라고
말했다. 친구는 부모님이 자기 자신을 위해 생계비를 보내줄 때가 더욱 마음
아프고 마음 한 구석이 찝찝하단다. 만약 50만원 달랑 내 손에 쥐어져 있고, 이 친구처럼
생활한다고 상상해봐라. 얼마 못 가서 다 쓰고 말 것이다.
일본의 워킹푸어
생계비 때문에 쩔쩔매는 사람들은 비단 이 친구뿐만 아니다. 우리나라 시민 중 생활고에
허덕이는 중하층부터 극빈층까지 ‘워킹푸어(working poor)’에 속한다.
위킹푸어를 한국어로 직역하면 ‘근로빈곤층’이다.
즉, 일을 하면서도 빈곤을 벗어나지 못하는 시민 계층을 말한다.
무엇보다도 심각한 것은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무슨 일을 해도 빈곤층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웃나라 일본은 자못 심각하다. 일본은 부동산 버블
붕괴 이후 ‘잃어버린 10년’의 불황 터널을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다.
통계에 의하면 일본 경제를 떠받치며 일본 국민 구성원 대부분 차지하는 중산층이
경제 불황으로 인해 무너졌다는 것이다. 결국 중산층이 무너지면 상류층과의 양극화가
심화된다. 몰락한 중산층들은 노숙자 신세로 전락하고 가난한 젊은이들은
아르바이트직으로 생활을 영위한다거나 아예 일을 안 하고 빈둥거리기만 하고 있다.
몰락한 중산층들은 ‘워킹푸어’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는데 일본에만 워킹푸어가
100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워킹푸어의 실상을 보다
이 책은 일본 워킹푸어의 실상을 그린 다큐멘터리를 토대로 구성한 것이다.
그래서 책 내용 절반은 다양한 일본 워킹푸어들의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아르바이트를 해도 얼마 받지 못하는 임금 때문에 생활고에 시달리는 젊은이들,
자식들 부양하느라 등 휘어지게 일을 해도 생계비가 부족하여 곤란해하는 부모들,
안락한 노후 생활은커녕 늙어 지친 몸을 이끌어 하루하루 연명하는데
힘들어하는 노인들까지. 일본의 문제가 심각하게 느껴져 왔다. 생활하면서 꾹 억누르고
있었던 사회에 대한 불만과 자신들만의 걱정거리와 소원을 말하는 워킹푸어의 인터뷰를
보면서 그들에게 연민이 느껴졌다. 제일 안타까웠던 것은 두 아들을 키우는 어느
어머니의 삶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자식들이 올바르게 교육을 받아서 훌륭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생계비가 부족하여 자식이 학원에 다니게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두 아들이 읽고 싶어 하는 책은 헌책방에서 구입하거나 길거리에서 버려진 것을
주워오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국민기초생활보장제와 유사한 사회생활보장 가족으로
시청에 직접 신청을 시도하였으나 조건 미달이라는 이유로 실패하였다.
그러나 그녀는 포기하지는 않는다. 비록 힘들더라도 두 자식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을 해서라도 얻은 생계비를 자식 교육에 사용하겠다고 말한다. 지역과 피부색은
달라도 어머니의 자식에 대한 사랑은 모두 다 같으랴.
무엇이 위킹푸어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는가
인터뷰에 참여한 워킹푸어들이 내뱉은 공통적인 불만은
고용 문제와 정부에 대한 태도였다.
정작 일을 하고 싶어도 하고 싶은 일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러니한 것은
원하지 않는 일을 한다 해도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여 얻은 대가와 비교하면
도토리 키 재기이다. 즉, 무슨 일을 해도 노동의 대가가 쥐꼬리만한 것이다.
그리고 워킹푸어들은 인터뷰를 하면서 정부에 대한 불만은 빠지지 않았다.
정부는 일본 국민들의 문제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느 워킹푸어가 시청 관련 직원과의 청문회를 통해서 자신들의 실상들을 알려줘도
오히려 시청 관계자들은 그들이 열심히 일을 안 해서 가난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안일한 망언을 하기도 했다. 시청 관계자들이 아직까지 워킹푸어라는 개념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당시 이 책의 원안이 다큐멘터리가 제작되는
시기가 4년 전임을 감안하면 ‘워킹푸어’라는 용어 자체가 나오지 않았을 때이다.
하지만 국민들의 안정된 생활을 보장하고 노력해야 할 정부와 시청이
이들의 생활을 제대로 알고 있지 않고 이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지 않았다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일본의 허술한 사회보장제도도 워킹푸어들을 분노케 하고 있었다.
사회보장제도를 받으려고 신청을 하면 조건 사항들 때문에 국가 제도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개인 소유 땅이 있다거나 가족 인원 수가 부족하다는 등
너무 많은 조건들이 달려 있다. 어이없는 것은 본인은 경제적 능력이 없다지만
한 사람이라도 부양자가 있다면 보장제도를 받을 수 없게 된다.
앞으로 미래가 불투명한 빈곤의 현실에 눈물을 흘리는 워킹푸어들은
그나마 한 가닥의 희망의 끈을 잡아보려고 사회보장제도를 신청하지만
이것마저 받지 못하는 자신의 현실 앞에서 또 한 번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워킹푸어, 정부가 나서야 한다
우리나라 경제 연구소의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 18~64세 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워킹푸어는 2008년 195만 명에서 2009년 상반기 209만 명으로 급증했다.
6개월 사이에 14만 여명이 워킹푸어로 전락한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앞으로 워킹푸어가 많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그러면 워킹푸어를 벗어날 수 있는 방안은 없는 것일까?
발본색원(拔本塞源)이라는 말이 있듯이 좋지 않은 일의 근본 원인이 되는 요소를
완전히 없애 버려서 다시는 그러한 일이 생길 수 없도록 해야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서 당장 손을 써야할 수밖에 없다.
역대 정부의 얼굴들은 바뀌어도 항상 그 얼굴들이 말하는 이것은 변함이 없다.
우리에게는 귀 따갑도록 들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우선적으로 일자리 창출이 시급하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가 노령화 사회임을 감안하여 노년층도 어느 정도 일을 할 수 있는
고용 기회를 늘려야 한다. 그리고 비정규직의 노동 임금도 인상해야 한다.
최근 내년 최저임금이 인상되었다지만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임금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다. 비정규직인 워킹푸어가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관련
취약근로자에 대한 고용차별이 개선되어야 한다. 빈곤층을 위한 사회보장제도도
개선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국민기초생활보장법도 일본의 제도의 내용과 비교하면
공통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기초생활보장 신청자의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했을 때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못하면 지원을 받을 수가 있다. 하지만 일본의 제도처럼 부양이
가능한 가족이 있으면 불가능하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조금이라도 소득이 증가했고,
어느 정도 사회생활이 가능하다 싶으면 사회보장제도 대상에서 제외된다.
장기적으로 빈곤층을 자립하는데 도움을 줄 수가 없다.
우리나라 사회보장제도 대상자가 되기 위한 조건도 일본만큼 복잡하다.
일정 가격 이상의 집이나 전셋집, 승용차, 땅 등을 소유하고 있으면 수급자 선정에서
제외된다. 즉, 워킹푸어를 늘리지 않기 위해서는 현실과 동떨어진 사회보장제도
수급자 선정 규정을 개선되어야 한다. 다만 정부 지원에만 기대고 일을 하지 않는
빈곤층을 양산할 수 있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면 일본과 닮은 꼴이 많다. 일본이 부동산 버블 이후로
경기 불황으로 중산층이 붕괴되었듯이, 우리나라도 IMF 외환 위기 이후로 중산층이
무너졌다. 그리고 외환 위기의 최대 희생자인 중산층들은 아직도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일본처럼 워킹푸어가 증가되고 있다. 워킹푸어가 많으면 많아질수록
경제가 나빠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도 악영향을 준다. 가난은 대물림되어
다음 세대까지도 빈곤을 벗어나지 못한다. 가난만 대물림되는 것도 아니다.
자식은 부모를 보면서 자란다고 한다. 자식들도 부모가 가지고 있었던
빈곤으로 인한 삶의 고통과 상처들을 보고 자란다.
결국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두워질 수밖에 없게 된다.
인용 관련기사 출처 및 링크
[“최저생계비로 한 달 살아보세요” 일반시민 11명 직접 체험] 경향신문 7월 1일자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007011810295&code=940702
[워킹푸어, 현실에 무릎 꿇다] 데이터뉴스 4월 8일자 입력
http://www.datanews.co.kr/site/datanews/DTWork.asp?itemIDT=1002910&aID=201004081446003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