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 = 꼭 소유해야하는 책?

법정 스님 입적하신지 3달이 지났다.
입적 이후 한때 법정 스님의 책들 때문에 말이 많았다.
스님의 유언이 공개된 이후 인터넷 서점 베스트셀러에는  

스님의 책들이 상위권에 랭크되었다.
그리고 중고 샵에는 스님의 책들이 정가보다 높은 고가에 판매되기도 했다.
심지어 유명 경매 사이트에는 스님의 대표작인 <무소유> 93년 판이  

무려 110만원에 낙찰되었다.
정가가 1500원임을 비교하면 어마어마한 값이다. 
 





 

 

 

 

 

<무소유>라는 책 한 권의 가격이 110만원이라..... 책 제목이 민망할 따름이다.
그 이후로 경매 사이트는 중고책 경매 과열을 막기 위해 가격 상한선은 낮추었지만, 
사람들의 행동이 씁쓸하기만 하다.
정작 스님이 원하는 현상은 이런 게 아니었는데 말이다.

시간이 흘러 <무소유> 경매 소동은 가라앉았고, 사단법인과 출판사들 간의 논의 끝에
올해까지만 출판하기로 결정하여 지금도 스님의 책들 서점가에 볼 수 있다.
그런데, 좀 잠잠하다가 싶었더니 이번에는 스님의 편지를 경매 품목에 올랐단다.
어느 경매회사에서 ‘여름 세일’ 경매 품목으로
법정 스님의 편지뿐만 아니라 김수경 추기경님의 자필 원고도 함께 등장하였다.
품목 추청가로는 300만원에서 700만원으로 출품한다고 한다.
신문 기사에는 편지의 내용과
경매에 출품한 사람에 대해서 자세한 언급이 없었다.
다만 알 수 있는 정보에는 법정 스님의 편지가
D 대학교 문리대 학장을 지냈던 L씨에게 보낸 것이라고 한다.
편지가 쓰여진 시기가 1970년대임을 감안하면
편지를 받은 대학교 학장이 경매에 올릴리도 없겠고,
(만약 학장 본인이 경매에 올렸다면 정말 잘못된 행동이며 비난을 받아야 한다.
분명 스님은 학장을 위해 나름 좋은 문장을 썼을텐데
오히려 학장은 그것을 악용하여 경매에 부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인성에 문제가 있다)
혹여나 학장의 자손들이 공개되지 않은 유명한 분의 글이라는 것을 생각하여
경매에 부칠 수도 있겠다.
누가 경매에 부쳤든 간에 스님의 편지가  

돈으로 사고 판다는 점이 안타깝기만 하다.
스님이 무소유를 주장하면서 욕심과 집착을 버리라고 했건만
이 세상의 어리석은 중생들은 스님이 자신들을 위해 남긴 글들을
자기들끼리 서로 가격에 매겨 소유하려고 한다.
하늘에 계실 스님은 이 세상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실까? 
 

 

 

 

 나는 양서를 읽었는가? 

법정 스님은 책에 대해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한 권의 책이 때로는 번쩍 내 눈을 뜨이게 하고  
 안이해지려는 내 일상을 깨우쳐 준다

책은 세상에 대해 새로운 눈을 바라볼 수 있게 해주며
우리 자신에 대해서 스스로 되돌아볼 수 있게 해준다.
스님의 글들을 보면 간간이 자신이 읽었던 책들을 소개한다. 

 

 

 

 

 

 

 

 

 

 

 <법정 스님의 내가 사랑한 책들>에게는
스님이 쓴 책들과 언론이나 방송에서 언급되었던
모든 책들을 소개하고 있다.
소설, 여행, 환경, 종교, 명상, 평전 등
생전 스님은 분야를 가리지 않고 많은 책들을 읽으셨다.
이 책들은 스님이 읽다가 자꾸 덮곤 했을 양서들일 것이다.  

 

 

 



 

 

 

 

 

 

                                  

 

 

 

 

 

 

 

 

 

 

 목차와 목록을 훑어봤는데
여태까지 내가 읽어보지 못한 책이 너무 많았다.
아니, 안 읽었다고 하는 표현이 낫겠다.
스님이 선정한 도서들을 보면서  
나는 과연 지금까지 내가 읽었던 책들은 양서였는지 스스로 반성을 하였다.
나도 나름 균형 잡힌 독서를 한답시고 노력은 했지만,
종교나 명상 분야의 도서를 접하지 않았다.
예전에는 종교와 명상 분야의 도서에 대해서 고정관념을 가졌다.

뭔가 추상적이면서도 어려울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무교라는 점이 작용하여 종교와 그 종교인들에 대해서
그리 호감을 가지지 않았던 편이었다.

이 책에 소개된 도서들을 보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선입견을 버리게 되었다.
종교 분야 도서의 내용은 그리 어려워보이는 것이 아니었다.
비록 간략한 소개문이지만 그 책을 안 읽어도 이 책의 가치를 충분히 보여주고 있었다.  

 

 

  

 스님의 편지보다 스님을 만든 책들 
   

이번 스님의 편지의 경매는 과연 얼마에 낙찰될 지 궁금하기도 하다. 

분명 <무소유>만큼 높은 값이 나올 것이다. 

경매에 참가하는 이들은 법정 스님이라는 이름이 유명한 점도 있을 것이고, 

아니면 평소 스님의 글을 좋아하는 사람이

스님의 글씨체가 남긴 편지라도 접하고 위해서라면 

많은 돈이 들더라도 편지를 살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정말 법정 스님의 글이 좋다고하면   

차라리 스님의 쓴 책을 읽거나 스님이 추천한 책이라도 읽어라.  

  

스님은 지금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지만 

스님이 남긴 글을 이제 올해가 마지막이고 

스님이 추천한 책들은 법정 스님이라는 훌륭한 분을 만든 양서이기 때문이다.

 

법정 스님이 말씀하신대로 

우리가 책을 읽으면 잠든 영혼을 일깨워주고 

보다 가치 있는 삶으로 눈을 떠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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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1-10-29 0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