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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이 사랑한 음악 - 고대부터 AI 음악까지 음악사와 기술사의 교양서
니키타 브라긴스키 지음, 박은지 옮김 / 생각지도 / 2026년 9월
평점 :

수학자는 두 권의 공책을 가지고 있다. 문제를 풀 때 펼치는 공책에 수학자가 계산한 흔적이 빼곡하다. 또 다른 공책은 수학자의 고막에 있다. 이 공책은 수학자가 음악을 들으면 펼쳐진다. 수학자는 음악을 듣더라도 선율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는다. 선율이 왜 아름답게 느껴지는지 분석한다.
수학자는 어려운 문제를 계산해서 정답을 찾는 과정을 즐거워한다. 그러나 고막에 공책이 있는 수학자는 문제를 푸는 것보다 음악을 좋아한다. 마음에 쏙 드는 음악을 만나면 정답게 듣는다. 그에게 음악은 ‘고막 친구’다.

《수학이 사랑한 음악》은 고대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 수학과 음악의 끈끈한 우정(수음지교, 數音知交)을 보여주는 책이다. 책의 원제는 ‘수학적 음악(mathematical music)’이다. 음악의 역사에 악기를 연주하는 음악가들만 있는 게 아니다. 음악에 날개를 달아준 수학자들도 있다.

수학을 음악으로 표현한 최초의 수학자는 피타고라스(Pythagoras)다. 그는 비율이 좋은 음악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음악에 귀가 밝은 수학자들은 수학을 이용해서 아름다운 소리를 만드는 방법을 연구했다. 라이프니츠(Leibniz)와 오일러(Euler)는 음악을 듣는 순간, 우리의 정신(영혼)이 무의식적으로 ‘계산’하게 되어 아름다움을 느낀다고 주장했다. 음악을 감상하면서 동시에 계산한 오일러는 듣기 좋은 음악, 즉 어울림음(협화음)을 만들 수 있는 수학 공식을 제안하기도 했다.
음악가들도 수학이 음악을 만드는 데 요긴한 학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대위법이 적용된 바흐(Bach)의 음악에는 정교하게 짜여진 수학적 질서가 새겨져 있다. 그러나 전통을 거부하는 아방가르드 음악가들은 어울림음을 과감히 포기했다. 이들은 고막을 긁는 불협화음도 수학적 음악이 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수학은 컴퓨터와 인공지능(AI)의 발전에 이바지했다. ‘수학적 음악’은 컴퓨터와 AI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고 나날이 발전되는 현대에서 시작되지 않았다. 이미 수학과 음악이 한몸이었던 고대부터 시작되었다. 수학은 음악의 성장과 변신에 결정적인 도움을 준 지음(知音)이다.
《수학이 사랑한 음악》은 2023년에 번역 출간된 책이다. 초판은 양장본이며 최근에 나온 2판은 반양장본이다. 2판에 새로 추가되거나 달라진 내용은 없다. 초판에 고쳐야 할 내용이 2판에 그대로 남아 있다.

초판에 컴퓨터 음악을 만든 미국의 화학자 레너드 아이잭슨(Leonard Isaacson)의 사망 연도가 적혀 있지 않다(117쪽). 그는 2018년에 세상을 떠났다.

초판이 출간된 2023년에 ‘AI 음악의 대부’ 데이비드 코프(David Cope)는 살아 있었다(126쪽). 2025년에 별세했다.

205쪽에 언급된 에드바르 그리그(Edvard Grieg)의 <산속 마왕의 궁전에서>(In the Hall of the Mountain King)는 하나의 독립된 작품이 아니다. <페르 귄트 모음곡 1번> 제4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