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쓰는 서평은 배보다 배꼽이 큰 글이다서평은 한 권의 책 속에 있는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비평한 글이다. 그런데 내가 서평을 쓰면 한 권의 책만 다루지 않는다. 서평으로 소개할 책의 매력을 돋보이게 하거나 그 책을 비판하기 위해 다른 책들을 끌어들인다. 배보다 배꼽이 큰 서평에서 배꼽에 해당하는 책을 정식 용어로 표현하면 참고 문헌이다. 읽고 싶어서 산 책보다 서평 한 편을 쓰기 위해 구매한 책이 더 많다















* 김상욱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변화의 시대,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하여(동아시아, 2026)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는 전공 이외의 학문이나 주제에 관한 글을 쓰면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는 것보다 참고 문헌에 의존한다고 했다김 교수는 칼럼에 참고 문헌의 제목을 언급한다. 그는 또 참고 문헌이 어떤 내용인지 간략하게 소개하기도 한다. 김 교수의 칼럼은 참고 문헌에 대한 한 줄 평으로 볼 수 있다한 줄 평만으로 참고 문헌이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글쓴이가 참고 문헌을 언급하는 것도 독자의 관심(과 구매욕)을 불러일으키는 북 큐레이팅(book curating)이다.


이번에 나온 김 교수의 신작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는 그동안 발표한 칼럼들을 모은 책이다김 교수의 칼럼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칼럼 한 편에 교수가 인용한 참고 문헌이 한두 권 나온다. 책의 뒤쪽에 참고 문헌 목록이 있다. 외국 저자가 쓴 책을 번역한 역자 이름이 빠져 있지만, 참고 문헌을 만든 출판사 이름과 발행 연도가 표기되었다그리고 참고 문헌 목록에 김 교수가 칼럼에서 언급하지 않은 책들도 포함되어 있다. 이 정도면 잘 만든 참고 문헌 목록이다.
















[개정판] 에드워드 윌슨, 이한음 옮김 인간 본성에 대하여(사이언스북스, 2011)




그런데 칼럼에 언급되었는데도 참고 문헌 목록에 없는 책들도 있다. 책의 첫 번째 글 우리는 왜 자꾸 남을 따라 할까의 주제는 유전자-문화 공진화론(gene-culture coevolutionary theory)이다이 이론을 소개하기 전에, 김 교수는 진화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Edward O. Wilson)의 대표작 사회생물학인간 본성에 대하여 언급한다. 두 권의 책이 참고 문헌 목록에 없다


윌슨은 인간의 행동 방식에 진화론을 적용해서 분석하는 사회생물학(sociobiology)을 처음으로 제안했다. 윌슨은 1975년에 발표한 사회생물학(Sociobiology: The New Synthesis)에서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의 사회행동이 유전적인 요인으로 결정된다고 주장했다. 이 견해는 진화생물학자들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논쟁의 시작점이 된다


사회생물학》은 두 권의 번역본(이병훈 · 박시룡 함께 옮김 사회생물학: 해파리에서 인간까지》, 민음사, 1992)으로 출간되었지만 절판되었다. 도서관에 가야만 만날 수 있는 희귀 도서다. 인간 본성에 대하여사회생물학을 어려워하는 대중을 위해 쉽게 풀어 쓴 개론서인 동시에 사회생물학 비판론자에 응수하는 반박서다.















 

* 스티븐 제이 굴드홍욱희 · 홍동선 함께 옮김 《다윈 이후: 다윈주의에 대한 오해와 이해를 말하다(사이언스북스, 2009)


* 스티븐 제이 굴드, 김동광 옮김 《인간에 대한 오해: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는 잘못된 척도에 대한 비판(사회평론, 2003)


* 앤 커 · 톰 셰익스피어 함께 씀, 김도현 옮김 장애와 유전자 정치: 우생학에서 인간게놈프로젝트까지(그린비, 2021)




사회생물학 비판에 앞장선 진화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Stephen Jay Gould)는 사회생물학에서 지나치게 강조된 생물학적 결정론이 이데올로기와 결합하면 제2의 우생학이 될 수 있다면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윌슨과 사회생물학을 비판한 굴드의 견해를 알고 싶으면 지금 절판되지 않은 굴드의 주저 다윈 이후32생물학적 잠재력과 생물학적 결정론인간에 대한 오해7적극적 결론-지금의 모습으로 머무르리라를 참고하면 된다()우생학 운동을 주도하는 장애학자들도 윌슨의 사회생물학을 비판한다장애와 유전자 정치유전공학을 만난 우생학이 죽지 않고 살아남은 과정을 보여준다. 이 책의 저자들은 현대 우생학 계보에 사회생물학을 추가했다.








 





















케빈 랠런드 · 길리언 브라운 함께 씀, 양병찬 옮김 센스 앤 넌센스: 20세기를 뒤흔든 진화론의 핵심을 망라한 세계적 권위의 교과서(동아시아, 2014)


* [절판] 존 올콕, 최재천 · 김산하 함께 옮김 사회생물학의 승리: 다윈 에드워드 윌슨과(동아시아, 2013)

 

* [절판] 최재천, 장대익, 전중환, 김동광, 이병훈 외 사회생물학 대논쟁(이음, 2011)

 

* [절판] 프란츠 M. 부케티츠, 김영철 옮김 사회생물학 논쟁: 유전자인가, 문화인가(사이언스북스, 1999)

 



생전에 윌슨은 사회생물학이 악명 높은 우생학으로 취급받는 것이 불편하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사실 그는 유전적 요인이 진화 과정에 더 강하게 작용한다는 생물학적 결정론을 적극적으로 옹호하지 않았다. 문화와 양육이 진화에 미치는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간 본성에 대하여에서 언급했다센스 앤 넌센스, 사회생물학의 승리, 사회생물학 대논쟁, 사회생물학 논쟁은 사회생물학에 대한 지나친 오해를 한 꺼풀 벗긴 책이다.


사회생물학 논쟁은 오스트리아의 진화생물학자 프란츠 부케티츠(Franz M. Wuketits)가 쓴 책이고, 사회생물학 대논쟁최재천 교수를 포함한 국내 진화생물학자와 사회학자들이 함께 만든 책이다. 최재천 교수는 윌슨의 제자다이 책은 찰스 다윈(Charles Robert Darwin) 탄생 200주년이었던 2009년에 열린 사회생물학 관련 심포지엄에 발표된 여섯 편의 글이 실려 있다


















에드워드 윌슨 · 베르트 휠도블러 함께 씀, 임향교 옮김 《초유기체: 곤충 사회의 힘과 아름다움, 정교한 질서에 대하여(범양사, 2015)


* [개정판] 에드워드 윌슨 · 베르트 휠도블러 함께 씀, 이병훈 옮김 개미 세계 여행(범양사, 2015)

 

* [절판] 에드워드 윌슨, 이병훈 옮김 자연주의자(사이언스북스, 1996)



당시 심포지엄에 참석한 이병훈 전북대학교 명예교수 우리나라 1세대 진화생물학자다. 이병훈 교수는 윌슨의 사회생물학》, 《개미 세계 여행》, 《자연주의자를 번역했다. 


윌슨은 곤충학자로도 유명하다. 그는 독일의 곤충학자 베르트 휠도블러(Bert Hölldobler)와 함께 개미를 연구했다. 1990년에 두 사람은 개미를 관찰하고 연구하면서 얻은 성과들을 정리한 <The Ants>를 발표했다. 이듬해에 이 책은 퓰리처상 논픽션 부문 수상작이 되었고, 윌슨은 1979년에 이어 두 번째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그에게 첫 번째 퓰리처상을 안겨준 책이 1978년에 출간된 인간 본성에 대하여개미 세계 여행대중을 위해 쉽게 쓴 <The Ants>’. <The Ants> 원서도 사회생물학못지않은 벽돌 책이라서 두 학자는 <The Ants>의 핵심을 압축한 개미 세계 여행을 썼다.


초유기체(superorganism)’는 윌슨과 휠도블러가 만든 용어가 아니다. 두 사람은 개미와 꿀벌과 같은 사회성 곤충의 군집(群集)을 진화론적 관점으로 설명하기 위해 초유기체라는 개념을 가져왔다. 사회성 곤충은 여러 개체가 협동하면서 살아간다. 이들의 움직임을 관찰하면 집단 전체가 하나의 유기체인 것처럼 행동한다.


유전자냐, 환경이냐로 갈라서서 서로 물고 늘어지는 논쟁은 끝난 지 오래 됐다. 오히려 모든 진화생물학자는 한쪽 요인이 우세하다고 강조하는 결정론을 비판하고 있다. 인간의 삶을 결정하는 생물학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을 철저하게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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