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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하는 미적분 수업 - 풀지 못한 미적분은 무용하고 이해하지 못한 미적분은 공허하다
데이비드 애치슨 지음, 김의석 옮김 / 바다출판사 / 2025년 9월
평점 :
3.5점 ★★★☆ B+
나는 미적분을 계산할 줄 모른다. 문과생이라서 미적분을 배우지 않았다. 과학책과 수학책에 미적분이 자주 나온다. 책을 보다가 미적분과 마주치면 피하지 않는다. 일단 찬찬히 살펴본다. 하지만 계속 봐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눈은 미적분을 쳐다보고 있지만, 줄줄이 나오는 수식이 부담스러워서 미적거린다. 머리는 미적분을 강하게 거부한다. 수학 문제를 풀기 싫은 머리는 미적분만 만나면 적분(積忿)을 품는다. 너무나 어려운 미적분과 친해질 수 없다.
미적분은 수학자도 어려워한다. 《이해하는 미적분 수업》을 쓴 영국의 수학자 데이비드 애치슨(David Acheson)은 미적분이 쉽지 않다고 인정한다. 그래도 과학자와 수학자들은 미적분을 반드시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미적분은 물리학을 포함한 모든 과학의 기초다. 미적분은 생각보다 우리 일상 가까이에 있다. 기타를 연주할 때 나오는 음악 속에 미적분이 숨어 있다. 기타 줄의 진동은 소리를 만든다. 여러 개의 줄이 흔들리면서 나오는 소리가 모이면 음악이 된다. 미적분을 알면 기타 줄이 진동하는 현상을 이해할 수 있다.
모든 것은 변한다. 미적분학은 사물과 자연 현상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 알기 위한 학문이다. 미적분학을 만든 사람은 뉴턴(Isaac Newton)과 라이프니츠(Gottfried Wilhelm Leibniz)로 알려져 있다. 뉴턴은 행성의 움직임을 연구하기 위해 미적분을 만들었다면 라이프니츠는 일상생활에 적용되는 수학 문제를 쉽게 풀고 싶어서 미적분을 만들었다. 두 사람은 각자의 방식으로 미적분학을 만들었지만, 영국과 독일의 과학자와 수학자들은 공동 발명자를 인정하지 않았다.[주]
우리가 배우는 미적분 기호는 라이프니츠가 만든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 사람은 뉴턴 미적분학이 라이프니츠 미적분학보다 어렵다고 생각한다. 내성적인 뉴턴은 집에 틀어박혀 혼자서 연구하는 성격이었다. 그의 미적분학에 나오는 기호와 공식은 뉴턴 본인만 알고 있었다. 뉴턴은 대인관계가 서툴렀고, 자신이 혼자 생각한 아이디어를 동료 학자들과 공유하는 것을 꺼렸다. 뉴턴을 지지하는 동료 학자들은 뉴턴이 혼자 만든 미적분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라이프니츠가 뉴턴보다 좀 더 정밀하게 미적분학을 만들었다고 알려졌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라이프니츠도 자신이 쓴 논문에 미적분 공식을 어떻게 유도했는지 설명하지 않았다.
영국과 독일 학자들은 국가 간의 명예가 달린 미적분학 논쟁에 뛰어들었으나 여기에 동참하지 않은 학자들도 있었다. 그들은 회의주의적 태도를 유지하면서 미적분학을 이해하려고 했다. 미적분에 의문을 품은 대표적인 학자가 아일랜드 철학자이자 성공회 주교였던 조지 버클리(George Berkeley)다. 그는 신과 종교에 회의적인 수학자를 ‘신앙심 없는 수학자’라고 비판했다. 특히 뉴턴과 라이프니츠 미적분학에 공통으로 등장하는 ‘무한소(無限小, infinitesimal)’라는 개념을 터무니없다고 생각했다. 오늘날 ‘무한’은 수학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개념이지만, 게오르크 칸토어(Georg Cantor)가 본격적으로 무한 개념을 연구하기 전까지 수학자들은 무한을 설명하려는 수학을 거들떠보지 않았다. 고대부터 근대까지 수학자들은 몸소 느낄 수 없는 무한을 두려워했고, 어려워했다.
《이해하는 미적분 수업》에도 미적분을 계산하는 과정이 나온다. 수학 공부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은 건너뛰어도 된다. 미적분을 풀지 못하더라도 미적분이 왜 중요한지를 이해하면 된다. 수학이 싫다고 해서 수학을 아무 쓸모 없는 학문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미적분 문제를 죽어도 풀기 싫은 수포자 cyrus가 만든 주석과 정오표>
[주] 우리는 뉴턴과 라이프니츠를 ‘미적분을 최초로 발명한 학자’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14세기에 이미 인도의 수학자 마다바(Mādhava)와 그가 이끌었던 케랄라 학파(Kerala school)가 미적분과 비슷한 계산법을 알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뉴턴과 라이프니츠는 ‘미적분을 최초로 정립한 학자’다.

[참고 문헌]
* 케이트 기타가와 · 티모시 레벨 함께 씀, 이충호 옮김, 《다시 쓰는 수학의 역사: 당신이 수학을 사랑하게 만들 책, 젠더 · 인종 · 국경을 초월한 아름답도록 혼란스럽고 협력적인 이야기》 (서해문집, 2024년)
* 1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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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에 출간된 구판에 있는 오자가 (표지가 새로 바꾼) 개정판에 그대로 남아 있다. 바다출판사에 나오는 개정판을 볼 때마다 고치지 않은 구판의 오탈자를 발견한다. 문제는 이런 책이 한두 권이 아니다.